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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한복판 재래시장’ 은마상가 상인들도 들떴다

“냉기 돌던 이전과 달리 다들 기대감 드러내는 눈치야”‘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odnga.com

‘강남 한복판 재래시장’ 은마상가 상인들도 들떴다

  • ● 추진위 “조합설립인가·사업성 고려해 상가 재건축 포함 추진”
    ● 감정평가액·정비계획안 나와야 협의 급물살
    ● 일부 상가 소유주, 감정평가액 낮으면 재감평 요구할 듯
    ● 설계 변경 시 대치역·학여울역 상가 입지 여부 촉각
은마아파트 재건축이 가시화되면서 은마종합상가 재건축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동아DB]

은마아파트 재건축이 가시화되면서 은마종합상가 재건축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동아DB]

“재건축 말 나온 게 20년도 넘었어. ‘상가 소유주들 눈감기 전에 되겠냐’는 우스갯소리 듣는 것도 이제는 지쳐요. 이번엔 상가 포함해 재건축 추진하면 좋겠어.”

“지금 시작해도 앞으로 10년은 더 걸린다는데, 이번엔 되겠지? 상가동 과반수 동의받는 건 가능할 것 같아요?”

“내가 몇몇 사장님에게 의견을 물어봤어. 냉기가 돌던 이전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며 다들 기대감을 드러내는 눈치야.”

11월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상가 음식점에 상인 세 명이 둥그렇게 둘러앉았다. ‘김 사장’으로 불리는 이는 1985년부터 이곳에서 떡집을 운영했다. 다른 두 명은 각각 1992년부터 꼭 30년째 음식 장사를 하고 있다. 세 명이 몸담은 일터는 모두 ‘서울 강남 재건축의 대명사’로 통하는 은마아파트 단지 내 은마종합상가(이하 은마상가)에 있다. 이들 손끝에서 떡, 전, 족발 등 은마종합상가 유명 맛집 음식이 만들어진다. 그들에게 은마아파트 재건축 심의 통과에 대한 상가 여론을 물은 참이었다.

서울시는 10월 19일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를 열고 ‘은마아파트 주택 재건축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경관심의안’을 수정 가결했다고 밝혔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추진위원회(추진위)가 출범한 지 19년 만이다. 이번 재건축 계획안에 따라 현재 14층, 28동, 4424가구인 은마아파트는 최고 35층, 33동, 5778가구 단지로 탈바꿈한다. 시는 단지 건폐율은 50% 이하, 용적률은 250% 이하를 각각 적용했다. 단지 내 보행자와 차량이 다닐 수 있는 공공 통로를 확보하고, 근린공원(1만3253㎡)과 문화공원(4081㎡) 등 공원 두 곳을 조성하도록 했다.



도계위 심의 통과 소식이 알려지자 부동산시장에 의견이 분분했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면 일반 분양가를 마음대로 높일 수 없기에 조합원의 분담금 부담이 증가해 조합 내 갈등이 또다시 번질 수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단지 아래 지하를 관통하면 지반 붕괴의 위험이 있어 그에 대한 주민 반발도 해결해야 한다” 등 은마아파트 재건축이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에 세간의 관심이 높아졌다.

강남 한복판에 들어선 대규모 재래시장

은마종합상가는 연매출 수억 원을 기록하는 점포가 한 두 곳이 아닐 정도로 장사가 잘된다. [김건희]

은마종합상가는 연매출 수억 원을 기록하는 점포가 한 두 곳이 아닐 정도로 장사가 잘된다. [김건희]

재건축 사업 과정에서 ‘상가 지분 소유주와의 협의’가 쟁점으로 거론되자 추진위 측도 조합 설립 인가와 사업성을 고려해 ‘상가를 재건축에 포함해 추진한다’는 의사를 내놨다. 은마상가는 은마아파트 대지 면적 24만3552㎡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1만7700㎡ 대지 면적의 대규모 상가다. 아파트 추진위 관계자는 “상가를 제외하고 재건축을 추진하면 용적률이 지금보다 상승해 사업성이 낮아진다”며 “2023년 3~5월 목표로 조합 설립 인가 신청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합 설립 인가를 위해서는 ‘토지 등 소유자 75% 동의’와 ‘동(洞)별 50% 동의’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동별 50%에는 은마상가가 포함된다. 일부 언론이 상가 소유주 수를 398명이라고 보도했으나 은마아파트·은마상가 토지 소유자로 구성된 은마소유주협의회(은소협)는 아파트를 포함한 전체 소유주 4942명의 10%(495명)가량이 상가 소유주인 것으로 추산한다(중복 소유주 제외).

일반적으로 상가 재건축은 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와 상가 소유주 사이의 이해관계 조정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아 소송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재건축 사업의 대표적 변수로 꼽히는 이유다. 앞서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강동구 둔촌주공 등이 아파트 소유주와 상가 소유주 간 갈등으로 재건축 사업이 지연된 바 있다. 따라서 부동산업계에서는 “상가를 제외하고 아파트로만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게 속이 편하다”는 이야기가 돈다.

은마상가는 고층 빌딩이 즐비한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다. 지하 1층~지상 3층 약 1만5097㎡ 규모로 지하철 대치역 3번 출구 바로 앞에 있어 아파트 동과는 따로 분리돼 있다. 상가 지하의 거대한 재래시장에는 다양한 업종의 매장이 입점해 있다. 상가는 두 개 동으로 나뉘어 있는데, A동과 B동을 연결하는 지하 1층 복도에 주로 반찬가게, 청과, 정육점, 떡집, 건어물 가게 등이 위치해 있다. 주요 거리의 반대편은 상대적으로 유동 인구가 적어 각 매장의 작업장 혹은 창고로 사용되고 있다.

서울시 전통시장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 9월 기준 은마상가 점포 수는 549개에 달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도 줄잡아 수천 명이다. 이들에게 상가 재건축은 초미의 관심사다. 은마아파트 단지뿐 아니라 인근 부동산업계에서도 이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다. 그러나 많은 이가 실명 인터뷰는 꺼렸다. 상가 고객 대부분이 은마아파트 주민이기 때문이다. 한 상인은 “여기에서 장사하는 상인 대부분이 아파트 주민과 30, 40년 넘게 식구처럼 지내왔다. 언론에 이름이 나가면 괜한 오해와 시비로 상인과 주민 사이가 틀어질 수도 있지 않겠나. 그러면 나뿐 아니라 상가 사람들 모두 난처해진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익명을 전제로 상가 소유주들의 속내를 들었다. 취재에 응한 상당수가 공통적으로 한 얘기는 “상가 소유주 대부분이 재건축을 원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상가가 재건축의 걸림돌이 될지 응원군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현재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어 일단은 상황을 좀 더 두고 봐야 한다”였다. 다시 음식점의 상인 3명과의 대화로 돌아가 보자.

대치역 사거리에 별도 상가 원하는 상인들

현재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상가는 입지가 중요하잖아요. 어디든 인기 입지가 있게 마련인데, 이 인기 입지가 상가 소유주 수보다 부족하면 우선순위에 따라 입지 선택권을 주는 거야. 이때 우선순위를 감평액(감정평가액)에 따라 정해요. 우리는 감평액이 높을수록 좋지. 소유주가 내야 할 추가분담금이 줄어들 테니까. 그런데 그 감평액이 2023년 초쯤 나온대. 서울시가 감정평가법인에 상가 가치 평가를 의뢰한 상태야. 재건축 상가는 종전 자산 감정평가 단계에서 푸대접받기도 한대. 관리처분 단계에서 기존 소유 상가 가치는 분양받을 재건축 상가 가치에 비해 ‘후달려서’ 거액의 분담금을 부담할 수도 있다고 해 좀 걱정돼요.”

내년에 감평액이 공개되면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이 생기겠네요.

“여기 사람들이 재건축 심의 통과한 걸 내심 반기면서도 담담해하는 게 그런 이유지. 이 지하상가에는 연매출이 수억 원 넘는 가게가 꽤 돼요. 건물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감가상각되지만, 땅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오른다더라고. 그래서 동일한 가격, 동일한 입지라면 대지 지분이 더 많은 물건이 좋은 거지. 대지 지분이 많을수록 더 많은 가구수로 신축을 지을 수 있고, 추가분담금이 줄어 더 적은 비용으로 새 상가를 분양받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여기는 돈 잘 벌어도 대지 지분이 작아. 감평액, 권리가액 모두 낮게 나올 가능성이 크지. 상가 소유주들이 공시가격보다 낮은 감평액 받고 가만히 있겠어요? 다들 반발하며 재감평 요구할 거라고. 그러면 언론에선 상가가 아파트 재건축사업 발목을 잡는다고 떠들겠지.”

추가분담금은 조합원 분양가에서 권리가액을 뺀 금액으로 감평액과 비례율을 곱해서 구한다. 감평액이 높을수록 추가분담금은 적어진다. 말 몇 마디 주고받는 사이 상가 소유주들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지금 우리가 정비계획안에 뭐가 담겼는지 정확히 모르잖아요. 조합 설립 인가 전에 서울시, 강남구가 주민 공람을 진행해야 정비계획안 내용을 확인할 수 있거든. 상가 소유주도 모르는 정비계획안 일부 내용이 재건축 심사 통과 다음 날 언론에 보도됐어. 신축 상가는 대로변을 따라 배치하고 1, 2층 상가 위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주상복합’ 형태로 짓는다고. 우리는 지금과 같은 단지 내 별도 상가 형태와 현재 위치를 유지하기를 바라잖아.”

“추진위가 상가 위치를 현재 그대로 유지하는 건 어렵다고 했대. 또 대치역과 학여울역 인근에 49층으로 설계를 변경하는 추진 계획도 세웠대. 제3종 일반주거지역을 준거주지역으로 바꿔 건물을 올리고 싶으니 높이 규제 풀어달라고. 가구수가 지금보다 더 늘어나면 또 상가 위치도 달라지겠지. 시공사에 지하철 대치역과 상가, 아파트 단지 내를 이어주는 지하 통로 만들어달라고 요구하자는 의견도 있어요. 유동 인구가 지금보다 더 많아질 테니까. 만약 그렇게 되면 누가 학여울역 인근에서 장사하고 싶어 하겠나.”

“대치역 사거리 상가 위치가 더 낫지. 2017년 정비계획안에도 은마아파트 1, 2동 근처에 49층으로 지어서 상가 넣겠다고 했다가 우리가 심하게 반대해서 없던 일이 됐잖아. 그런데 추진위가 그 구상을 또 내놓은 것 같더라고. 학여울역 쪽 상가를 소유주 몫으로 주려는 건지, 아니면 일반분양으로 돌리려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상가의 경우 층수와 입지가 고객 접근성, 매출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요. 기존 상가 위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신축 상가를 어디에 배정하는지가 관건인 거지.”

“상가 따로 재건축 시 신축 아파트 일조권 침해할 수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종합상가 풍경. 외관은 40여 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김건희]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종합상가 풍경. 외관은 40여 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김건희]

은마종합상가 1층에 있는 또 다른 상가를 찾았다. 60대 A씨가 37년째 의류를 판매해 온 삶의 터전이다. 그는 초창기 상가 입주자로 현재 은마아파트와 은마상가를 모두 가진 지분 소유주다. 한보건설이 아파트 분양 당시 상가를 개별 분양했고, A씨는 1980년대 중반 매장을 차렸다. 일본, 대만 등에서 들여온 이른바 ‘중고명품’ 의류를 취급했는데 한때는 직원을 3명 둘 정도로 제법 장사가 잘됐다. 은마상가에 형성된 권리금은 1990년대 중반에 정점을 찍었다. 지금은 그 시절보다 낮은 수준의 권리금이 형성돼 있다.

“그래도 상가 몇 곳은 권리금이 1억 원 넘어요. 예전엔 상가 전체가 잘됐는데, 언제부턴가 떡볶이집, 반찬가게, 수제비집, 한의원, 병원, 서점, 교복집 정도만 영업이 잘되고 있죠. 그곳 사장님들은 재건축 반대할 만하죠. 공사 착공하면 2~3년가량 장사를 못 하는데, 그 기간 손해가 수십, 수억 원에 달한다나. 아파트 조합원 중심의 재건축 조합이 상가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면서 이런 상가의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게 문제죠. 만약 상가 소유주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관리처분계획이 수립되더라도 아파트 조합원들이 총회에서 다수결로 밀어붙이면 이 과정에서 상가 소유주들은 자기 이해관계를 관철할 방법이 없잖아요. 그러면 치열한 분쟁이 발생하게 되는 거죠. 그래도 결국은 상가도 같이 재건축이 추진될 거라고 봐요. 나머지 상가는 그냥저냥 버티는 수준이거든요. 여기 임대료가 다른 곳보다 저렴하니까…. 또 상가 소유주 대부분이 여기서 오래 장사해 왔고 또 나이가 지긋하죠. 그러니 이젠 재건축을 바라는 분들이 많죠.”

양자 사이의 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재건축사업은 난항을 겪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업 추진 가능성을 높여주는 제도적 수단이 바로 재건축 구역에서 상가를 제외하는 ‘상가의 제척’이다. 이 경우 은마상가만 따로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을까. 1층 상가 공인중개사무소에서 만난 50대 소유주 B씨는 이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낮다. 아파트가 먼저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배치도를 뽑을 텐데 뒤늦게 대치역 쪽 상가가 20, 30층으로 건물을 올린다고 하면 상가의 북쪽에 있는 신축 아파트는 일조권을 침해당할 수 있다. 아파트와 상가 재건축이 동시에 이뤄지는 게 이득일 것”이라고 했다.

1층 상가 소유주 A씨는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금 재건축에 대해 가타부타 의견을 내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봐요. 다만 둔촌주공 사태 같은 갈등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에요.”



신동아 2022년 12월호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od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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