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 목적 및 운용 전략 같은 펀드 묶어 성과 평가해야
- 개별 펀드 수익률보단 실력 있는 운용사 선택이 중요
- 유형별 수익률 높고 수익률 편차 작은 운용사 선택하라
- 국민연금공단, 올해부터 유형별 수익률 평가제 도입
그가 가입한 펀드는 KTB마켓스타주식투자신탁, 미래에셋인디펜던스주식형K-2 등이다. 장씨는 “은행 창구 직원에게 ‘펀드에 가입하고 싶다’고 말하자 은행 직원이 펀드를 몇 개 설명해줬는데, 당시까지 수익률이 안정적이라는 설명을 듣고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가 투자한 펀드는 국내 우량주를 편입하는 주식형 펀드다.
그는 이들 펀드에 13개월 동안 총 2600만원을 적립한 후 지난해 7월 불입을 중단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코스피 지수가 하락하면서 손실률이 한때 44%까지 늘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입 직후 한때 4~5%의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이후 계속해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2009년 초 현재 이들 펀드는 모두 손실률이 35%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기자에게 “지금이 코스피 지수 바닥이라고들 해서 다시 적립식 펀드에 불입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기자니까 잘 알 것 아니냐”고 덧붙여 기자를 곤혹스럽게 했다. 답답한 그의 심정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유감스럽게도 “주식 투자는 자기 책임하에 해야 한다”는 말 외에는 달리 뾰족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30대 중반의 강씨는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경우. 그는 2004년 8월 코스피 지수가 800 고지를 향해 가고 있을 때 미래에셋인디펜던스펀드와 미래에셋차이나펀드에 가입했다. 매달 30만원씩 적립하는 조건이었다. 1년 후 추가로 미래에셋디스커버리펀드에 가입해 30만원씩 적립했다. 2007년 11월 환매 당시 그의 수익률은 무려 96%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강씨에게 펀드 투자는 최상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한번 더’를 외쳤다가 지옥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3월 다시 1000만원을 펀드에 투자했다가 ‘펀드 통(痛)’을 앓고 있는 것. 그의 손실률은 한때 47%까지 곤두박질쳤다. 올해 초 현재 손실률은 26%.
앞의 사례에서 장씨는 펀드 투자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다. 은행 창구 직원의 설명에 의존해 펀드를 선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반면 강씨는 틈틈이 주식 투자 관련 책을 읽는 등 재테크에 관심이 많았다. 그가 2004년부터 불어닥친 펀드 붐에 일찍 합류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다.
문제 많은 ‘수익률 지상주의’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투자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선 아무리 재테크 고수라고 해도 뾰족한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펀드 투자 과정을 보면 우리나라 펀드산업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펀드 평가사인 한국펀드평가(주) 신중철 대표의 말이다.
“우리나라 펀드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투자자별 특성을 고려해 어떤 상품이, 또는 어떤 상품의 조합이 적절한지 ‘자문’하는 역할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투자자가 펀드 상품에 가입하는 곳은 증권사나 은행과 같은 판매사인데, 이들은 ‘판매’에 집중할 뿐 ‘자문 서비스’는 거의 제공하지 않으며, 이런 서비스에 대한 체계나 지식도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투자자들이 대부분 자신의 투자 특성과 무관하게 판매사가 권유하거나 과거에 높은 수익률을 보인 상품에 가입한다. ‘수익률 지상주의’로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얻으려는 비슷한 방식의 투자를 한다는 얘기다.”
‘수익률 지상주의’는 전문가들이 오래 전부터 제기해온 문제다. 펀드산업의 역사가 긴 미국에서도 끊임없이 논란 대상이 돼왔다. 수익률 지상주의에 따른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 과거 수익률은 미래 실적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의 단기 실적에 솔깃해 하는 투자자들은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한 펀드가 지속적으로 고수익을 올리기 힘들기 때문.
우리투자증권 서동필 연구원(CFA)은 “2006년과 2007년 수익률 상위 20위 안에 든 국내의 펀드 가운데 다음해 역시 20위권을 유지한 펀드는 2006년의 경우 단 1개였고, 2007년엔 2개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높은 수익을 내는 업종이 꾸준히 바뀌는 탓에 한 펀드 매니저가 항상 좋은 실적을 낼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서 연구원의 분석이다.
수익률 변동성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간단한 계산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정 펀드가 처음 두 해 동안 각각 9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다 마지막 3년째에는 90%의 손실률을 보였을 때 3년간의 수익률은 얼마일까. 언뜻 90%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손실률이 금액 가중으로 무려 63.9%나 된다(독자도 한번 계산해보시라).
둘째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을 명심해야 한다. 바꿔 얘기하면 높은 수익률에는 그만한 위험이 따른다는 얘기다. 그러나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는 그처럼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려고 얼마나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 밝히지 않는다. 투자자들을 오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개별 펀드 수익률 맹신은 곤란
그렇다면 펀드를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물론 투자자 개인의 투자 성향이나 재산 상황에 맞춰 선택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여기에 분산 투자나 장기투자 원칙을 고수하면 좋다. 또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할 때는 반드시 여윳돈으로 해야 한다. 급히 써야 할 자금으로 ‘묻지마 투자’를 한 사람은 최근의 주가 폭락으로 큰 낭패를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얘기도 실제 펀드 투자를 마음먹은 투자자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못 된다. 결국엔 펀드 선택의 문제에 부닥치기 때문이다. 한국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1월9일 현재 설정된 국내 펀드 수는 모두 9648개. 설정 규모 100억원 미만의 소규모 펀드를 제외해도 3489개나 된다. 이처럼 많은 펀드 가운에 도대체 어떤 것을 골라야 할까.
전문가들은 우선 실력 있는 자산운용사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그 실력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가령 주식형 펀드 3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A, B사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A사 펀드의 수익률은 각각 60%, 10%, -50%이다. B사의 펀드 수익률은 각각 20%, 15%, 10%라고 하자. 어떤 자산운용사를 선택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수익률 60%를 기록하고 있는 A사 펀드에 투자하기 쉽다. 최고 수익률이 투자자를 현혹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A사는 이 펀드 수익률만을 부각하고 -50%를 기록하는 펀드는 언급하기 꺼릴 게 뻔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경우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B사를 더 신뢰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사례는 개별 펀드 단위로 수익률을 발표할 경우 어떤 문제가 생길지 보여준다. 한국증권연구원 진익 연구원은 “금융 선진국의 경험에 비춰보면 이 경우 자산운용사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사의 운용 능력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펀드 또는 일부 기간의 운용 성과만 공시하거나 특정 스타일의 운용 성과만 공시하는 게 대표적이다.
진익 연구원은 “이런 점에서 투자자는 개별 펀드의 운용 성과보다는 전체적인 운용 능력을 기준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개별 펀드의 성과는 지속적이지 않은 반면 자산운용사의 운용 능력은 시간이 경과하더라도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 금융시장에서는 자산운용사의 운용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일찍부터 국제 운용 성과 공시 기준(GIPS)을 도입했다. 투자자의 신뢰를 얻어야 간접투자가 활성화할 수 있다고 판단해 체계적이고 공정한 운용 성과 공시 기준을 마련한 것. GIPS는 국제재무분석사협회(CFA Institute)가 제정해 전세계에 보급하고 있다.
GIPS는 각국의 모범 사례를 반영해 제정한 공시 기준으로, 자산운용사들이 운용 성과를 공시할 때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윤리 기준이다. GIPS 제정은 “자산운용사들이 자사의 이익을 위해 자의적이고 공정하지 않은 공시 기준을 사용했고, 많은 경우 이런 관행은 명백히 무책임하고 부정직했다”는 자성에서 출발했다.
GIPS 도입 주도하는 국민연금
GIPS는 현재 미국을 비롯한 27개국이 채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5월 한국GIPS위원회를 설립해 도입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위원회 실무분과소위원회 이종길 위원장은 “GIPS 도입은 어디까지나 자산운용사 자율로 결정할 사항”이라면서 “위원회는 현재 미국에서 정의해놓은 GIPS 기준이 국내 실정에 맞는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내 도입을 주도하는 곳은 국민연금공단. 공단이 2007년 5월 국내 자산운용사들을 상대로 GIPS 도입 방침을 밝히면서 논의가 본격화한 것. 공단은 올해부터 위탁자금을 운용할 운용사를 선정하거나 정기 평가할 때 GIPS에 따른 운용 성과를 제출할 경우 가점을 줄 방침이다. 공단은 현재 자산운용사 및 투자자문사 36곳에 운용 자금을 맡기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국내 최대 기관 투자가인 공단이 먼저 도입해 국내 자산운용 시장 발전에 기여하자는 취지에서 GIPS를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GIPS를 도입하면 동일한 펀드 유형 전체의 성과를 공시하기 때문에 기관 투자가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도 펀드 또는 운용사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GIPS는 투자 목표 및 운용 전략이 동일한 펀드들을 유형으로 묶어 이 유형별로 운용 성과를 공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산운용사가 실제 운용하는 포트폴리오는 적어도 하나의 유형에 반드시 속해야 한다. 특정 펀드가 운용 수익률이 나쁘다는 이유로 유형에서 제외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유형별 수익률이 높은 운용사를 선택하면 될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운용사의 운용 능력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운이 좋아 일부 펀드의 수익률이 높으면 유형별 성과도 좋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 또 운용사가 일부 펀드의 수익률이 높게 나오도록 의도적으로 노력하는 경우에도 유형별 수익률이 올라갈 수 있다.
진익 연구원은 “결국 투자자 입장에선 유형별 수익률이 높으면서도 펀드 수익률 편차가 작은 운용사를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투자 목적 및 운용 전략이 동일한 모든 펀드의 수익률이 똑같이 좋을 경우 이 운용사의 운용 능력이 뛰어나다고 판단해도 무방하다는 얘기다.
현재 한국펀드평가 등 펀드 평가사가 유형별 수익률을 계산해 자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있다. 그러나 펀드 수익률 편차 자료는 구할 수 없다. ‘신동아’가 펀드 평가사인 한국펀드평가와 공동으로 유형별 수익률과 함께 수익률 표준 편차를 국내 처음으로 조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동일 유형내 수익률 중 최고치와 최저치도 함께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2001년 이후 운용된 펀드 가운데 주식형은 50억원 이상, 채권형은 100억원 이상이 분석 대상이다(2008년은 11월 말까지의 수익률을 대상으로 했다). 유형 수익률은 대상 펀드의 일간 수익률을 금액 가중해 일간 유형 수익률을 산출한 뒤 이 수익률을 일간으로 시간 가중하는 방법으로 계산했다. 따라서 그 기간에 잠시라도 존재한 펀드가 있었다면 이를 모두 포함했다.
유형 분류는 외국의 경우 실제 운용 내역을 기초로 이뤄진다. 그러나 한국 자산운용사들은 펀드 자산의 상세 내역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한국펀드평가는 펀드의 운용 대상을 규정하는 약관을 기초로 분류하고 있다(표1). 다만 주기적으로 운용사를 상대로 유형 분류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 실제로 운용이 변경된 펀드는 다시 분류하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모든 운용사를 합해서 계산했을 때 2008년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린 유형(소분류 기준)은 45.71%를 기록한 리버스인덱스펀드였다. 분석 대상 펀드 9개의 수익률 표준편차는 5.15. 최고 수익률은 55. 73%, 최저 수익률은 42.26%로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였다. 어떤 운용사를 선택했어도 비슷한 수익률을 올렸다는 얘기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주식시장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스피 지수는 1월2일 1853.45에서 11월28일 1076.07로 추락, 무려 41.94%나 하락했다. 리버스인덱스펀드란 코스피 지수를 반대로 추종하는 것으로 주가가 하락할수록 수익률이 올라가는 구조다. 한마디로 다른 투자자가 흘리는 눈물을 자양분으로 성장하는 펀드인 셈.
수익률 2위 유형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7.26%를 기록했다. 분석 대상 펀드 13개가 6~7%의 고른 수익률 분포를 보여 표준편차도 0.45였다. 3위는 차익거래펀드의 6.87%였다. 차익거래펀드는 주로 현물과 선물 간 차익을 이용해 수익을 올리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주식 펀드다. 4위와 5위는 각각 부동산 임대형 펀드(6.81%), 법인 MMF(5.05%)였다.
리버스인덱스의 놀라운 수익률
또 2008년엔 어떤 운용사의 어느 유형이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렸을까.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채권단기펀드가 6.33%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기은SG자산운용의 채권단기펀드로 6.0%를 기록했다. SH자산운용의 채권중기펀드(5.84%), 삼성투신운용의 채권중기펀드(5.76%), PCA투신운용의 채권단기펀드(5.55%)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주식시장이 죽을 쑨 상황에 채권 펀드가 선전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럼 주식 펀드의 유형 수익률부터 살펴보자. 지난해 주식 펀드를 가장 잘 운용한 운용사는 한국투신운용이었다. 그러나 주식시장 폭락을 반영해 수익률은 -33.51%였다(표2). 이 유형에 포함된 분석 대상 57개 펀드 가운데 가장 좋은 수익률은 -28.25%였고, 최저 수익률은 -44.23%였다. 표준편차는 5.50이었다.
그 뒤는 동부자산운용(수익률 -36.27%, 표준편차 0.37), 아이투신운용(-37.21%, 1.69), 신영투신운용(-38.66%, 2.05), 한화투신운용(-39.96%, 2.07) 순이었다. 표준편차가 작고 수익률도 2위를 기록한 동부자산운용의 주식 펀드 운용 능력이 평균적으로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수익률 자체가 마이너스여서 빛이 바랬다.
주식시장이 활황이었던 2007년은 얘기가 다르다. 1위를 기록한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유형 수익률은 무려 50.88%였다. 그러나 이 운용사의 주식 펀드 유형에 속한 펀드가 2개에 불과해 이 운용사의 운용 능력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말하자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대표 펀드 2개에 공을 들였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5개 이상의 펀드를 포함한 주식 펀드의 유형 수익률 가운데 1위는 동부자산운용으로, 실적은 47.18%였다. 그러나 최대 수익률이 58.61%인 반면 최저 수익률은 49.18%여서 표준 편차가 6.67이었다. 동부자산운용을 선택했다고 해도 어떤 펀드를 골랐느냐에 따라 수익률에서 차이를 보였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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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자산운용에 이어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수익률 46.76%, 표준편차 9.34), 3위 KTB자산운용(46.41%, 5.61), 4위 신영투신운용(44.51%, 10.29), 5위 산은자산운용(43.86%, 4.51)이 뒤를 이었다. 표준편차가 가장 작은 산은자산운용의 최고 및 최저 수익률은 각각 50.23%, 40.19%였다. 이 운용사를 선택한 주식 펀드 투자자는 누구나 만족스러운 수익을 올렸다고 해석할 수 있다.
중국 주식 펀드의 추락
2007년 주식 펀드 가운데 표준편차가 가장 작은 곳은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이었다. 최고 수익률은 41.74%, 최저 수익률은 40.11%로 이 운용사의 6개 주식 펀드가 모두 40% 안팎의 고른 수익률을 기록했다.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의 주식 펀드 유형 수익률 순위는 11위. 이 운용사의 주식 펀드 운용 실력도 평가할 만하다.
2001~2006년 주식 펀드 1위를 기록한 자산운용사는 차례로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75.06%), 미래에셋자산운용(10.33%), 미래에셋자산운용(54.43%), SEI에셋코리아자산운용(27.28%), 미래에셋자산운용(77.03%), KTB자산운용(10.64%)이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02년, 2003년, 2005년 세 번에 걸쳐 1위를 차지한 게 눈길을 끈다.
2008년에는 펀드 이름에 주식이 들어갔다고 하면 수익률은 보나마나 마이너스였다. 해외 주식이나 주식 펀드에 60% 이상을 투자하는 해외 주식 펀드도 그렇다. PCA투신운용이 해외 주식 펀드 중 유형 수익률 1위를 기록했지만 성적은 -36.44%다. SH자산운용(1월2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에 통합됨)의 해외 주식 펀드는 무려 -61.97%를 기록했다.
그러나 해외 주식 펀드는 2006년, 2007년만 하더라도 높은 수익률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 2007년의 경우 1위를 기록한 동부자산운용은 무려 66.6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수익률은 54.39%였다. 40% 이상의 수익률을 올린 자산운용사도 하이자산운용, 피델리티자산운용, NH-CA자산운용 3개사였다.
2006년엔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1월2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에 통합됨)이 66.69%를 기록해 1위가 됐다. 벤치마크 수익률(펀드 성과 평가에서 기준이 되는 수익률) 17.50%를 훨씬 초과한 뛰어난 실적이다.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도 벤치마크(17.50%)보다 월등히 높은 46.38%를 기록했다.
2006~2007년 해외 주식 펀드가 이처럼 선전한 것은 중국 주식 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올렸기 때문. 2006년엔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중국 주식 펀드가 각각 75.63%, 70.2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2007년엔 1위를 차지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중국 주식 펀드 18개의 유형수익률이 71.23%였다.
그러나 2008년엔 중국 주식 펀드도 날개 없는 추락을 계속했다. 한국투신운용이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50.2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나머지는 물어보나마다. 결국 지난해 중국 주식 펀드를 운용한 운용사들은 투자자에게 얼굴을 들 수 없었다는 얘기다.
지난해 채권 펀드의 수익률은 어떨까. 주식 펀드가 죽을 쑨 반면 채권 펀드는 선방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채권 펀드가 6.33%의 수익률로 1위를 기록했다(표3). 최고·최저 수익률이 각각 6.43%, 5.20%로, 표준편차 0.59였다. 2위는 기은SG자산운용(수익률 6.0%, 표준편차 0.03)이었다. 그 다음은 PCA투신운용(5.55%, 0.78), 삼성투신운용(5.52%, 0.29), 푸르덴셜자산운용(5.40%, 0.33) 순이다.
2개 이상 펀드를 포함한 채권 펀드 유형 수익률 가운데 표준편차가 가장 작은 곳은 기은SG자산운용으로 0.03이었다. 최고 수익률은 6.0%, 최저 수익률은 5.96%였다. 이어 도이치투신운용(0.20), 삼성투신운용(0.29), 푸르덴셜자산운용(0.33), 미래에셋자산운용(0.59) 등의 순이었다. 채권 펀드 특성상 안정적인 편차를 보이고 있다.
2008년은 2001년 이후 채권 펀드 수익률 순위에서 3위를 기록한 해였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해는 2001년으로, 교보투신운용이 8.80%의 실적을 올렸다. 2위는 하나UBS자산운용이 7.07%를 기록한 2004년이었다. 4위는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이 6.12%를 기록한 2002년이었다.
채권 펀드를 환매 수수료 부과 기간에 따라 단기 펀드(90일 미만), 중기 펀드(365일 미만), 장기 펀드(365일 이상)로 나눴을 때 평균적으로 가장 좋은 수익률을 올린 것은 채권 중기 펀드였다. 운용사 전체의 수익률이 4.96%로, 단기 펀드(4.19%)나 장기 펀드(3.87%)보다 높았다. 그러나 1위 수익률이 가장 높은 것은 단기 펀드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6.33%를 기록했다.
국내 채권 펀드 vs 해외 채권 펀드
자산의 60% 미만을 주식에 투자하는 혼합 펀드의 성적을 보자(표4). 2008년은 산은자산운용이 수익률 -5.36%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표6). 그 뒤를 KB자산운용(-9.12%), 칸서스자산운용(-9.81%),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10.26%), 기은SG자산운용(-10.95%)이 이었다. 주식 펀드와 비교했을 때 선방했지만 채권 펀드보다는 못한 실적을 올렸다.
혼합 펀드 가운데 주식 혼합 펀드(주식 투자 비중이 30%를 초과하고 60% 미만인 펀드) 역시 2008년엔 고전했다. 1위를 기록한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의 수익률은 -14.05%였다. 운용사 전체로는 -21.02%였다. 주식시장이 활황이던 2007년 1위를 한 NH-CA자산운용의 수익률(28.18%)과 비교된다. 1위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해는 2005년으로 KTB자산운용이 49.33%였다.
채권 혼합 펀드(주식 편입비가 10% 초과 30% 미만인 펀드)는 2008년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1위를 한 산은자산운용의 수익률이 -5.36%였다. 2007년 1위였던 하이자산운용의 성과는 17.69%였다. 채권 혼합 펀드 역시 2001년 이후 계속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다 주식시장 침체로 2008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해외 채권 펀드(해외 채권이나 채권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는 국내 채권 펀드보다 못한 실적을 올렸다.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이 수익률 1위를 기록했지만 -5.64%여서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이자산운용(-9.07%), 푸르덴셜자산운용(-21.94%)이 뒤를 이었다. 그나마 푸르덴셜을 제외하고는 벤치마크 수익률을 초과했다는 점이 위안을 삼을 만했다.
해외 채권 펀드는 2007년에도 평범한 실적을 올렸다. 운용사 전체로는 2.64%의 실적을 올렸다. 더욱이 수익률 8.06%로 1위를 차지한 프랭클린템플턴은 말할 것도 없고 전 운용사의 해외 채권 펀드가 벤치마크 수익률(20.12%)에 훨씬 못 미치는 실적을 올렸다. 이 펀드는 2005년에도 벤치마크 수익률을 초과하지 못했다.
해외 혼합 펀드(자산의 60% 미만을 해외 주식이나 해외 주식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는 2008년 운용사 전체로는 -19.9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푸르덴셜이 -10.07%로 1위였다. 반면 2007년엔 슈로더투신운용이 28.42%로 1위를 차지했다. 운용사 전체의 수익률도 16.63%로 지난해와 대비된다. 그러나 2007년은 벤치마크 수익률(36.65%)을 초과한 운용사는 한 곳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