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1일로 KT와 KTF가 합병한 지 꼭 1년이 지났다. 통합 KT는 통신업계와 IT업계 등 국내 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특히 KT가 주도한 유무선 통합 컨버전스는 국내 통신 산업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강력한 유무선 통합 네트워크가 만들어졌고, 무선데이터 요금도 세계 최저 수준으로 인하됐다. 뿐만 아니라 아이폰 도입으로 무선인터넷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져왔다.
- 이 같은 변화를 주도한 이가 이석채 KT 회장이다. 이 회장은 KT 조직 내부에도 변화와 혁신의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혁신과 스피드 경영을 강조하며 화상회의 시스템 구축과 모바일 오피스 환경 조성 등을 통해 업무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경영실적 역시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석채호(號)가 출범한 지 1년6개월. 국내 통신업계와 KT에서 일어난 변화를 추적했다.
KT 이석채 회장
이 회장이 제시한 비전은 오래지 않아 현실로 나타났다. KT의 숙원이던 KT-KTF 합병이 성사된 것. 지난해 6월1일 KT-KTF 합병 이후 국내 통신업계에는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물론 합병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국민적 관심사였기에 국회에서 두 차례나 토론회가 열렸고, 경쟁사들은 거대 통신회사 출범에 따른 과당 경쟁 논리를 부각시키며 반대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합병을 통해 국민에게 돌려줄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와 혜택, 국가경쟁력 향상”이라는 더 큰 그림을 제시하며 당위성을 설파했다.
역발상 경영의 상징 ‘Olleh’
KT와 KTF, NTT도코모 등 3사 이사회에서 합병을 결의한 2009년 1월20일, 이 회장은 “KT-KTF 합병은 단순히 KT와 KTF만의 문제가 아니라 IT 분야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라며 본격적인 컨버전스 시대의 리더십 선점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역설했다.
특히 경쟁사들의 반대 논리에 대해서는 “전자교환기 개발과 CDMA 개발, 초고속 인터넷사업 등을 시행하는 중요한 전환기에 우리 정부와 국민이 현명한 선택을 함으로써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반대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만큼 우리 사회가 건강하다는 뜻”이라고 일축했다.
2009년 2월2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합병을 통해 결합상품이나 망내 할인상품 활성화 등 사업자 간 가격경쟁이 촉발돼 국민에게 이익이 돌아갈 것으로 판단, 경쟁제한성이 없다며 조건 없이 KT-KTF 합병을 인가했고, 3월18일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합병을 승인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TV와 라디오 등에서 흘러나오는 ‘Olleh kt’라는 구호를 수없이 들었을 것이다. ‘Olleh’는 통합 KT가 제2의 창업을 위해 새롭게 제시한 경영방향의 상징이다. 그러나 정작 ‘Olleh’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KT에 따르면 ‘Olleh’는 영어 인사말 ‘Hello’를 거꾸로 표기한 것이다. 즉 Olleh에는 역발상의 혁신적 사고를 통해 고객 중심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경영 방침이 함축돼 있다. 또한 ‘미래가 온다’는 뜻의 ‘올來’로도 해석할 수 있는데, 이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미래 경영 방침과도 일맥상통한다. 아울러 ‘좋은 길과 작은 길의 제주도 방언’인 ‘올레’와도 발음이 같은데, ‘고객 입장에서 서비스하고 고객과의 소통을 중시하겠다’고 다짐하며 ‘KT로 올레?’라고 권유하는 소통 경영의 의미가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월드컵 축구 경기 등에서 관중이 즐겨 사용하는 환호와 탄성을 나타내는 감탄사 ‘Ole’를 연상시켜, 고객과 파트너사들이 KT와 만날 때 기쁨과 감동을 느끼도록 하겠다는 ‘고객감동 경영’의 정신도 포함하고 있다.
‘참 잘했어요’ ‘고맙습니다’
KT는 대외적으로 새로운 경영방향 ‘Olleh kt’를 발표하는 동시에 활력과 창의가 넘치는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내부 시스템도 대폭 정비했다. 직원 상호 간 협업 강화를 위해 ‘홈포인트제’를 도입했고, 부서 간 벽을 허물어 직원 개개인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한데 모아 회사의 변화와 성장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KT Pedia’도 개설했다.
빠르고 효율적인 업무 시스템 구축은 곧 경영성과 개선으로 이어졌다.
‘KT Pedia’는 KT의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특히 실용적이고 유용한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회계지출 업무를 하는 직원이 처리 매뉴얼을 문의하면 곧바로 댓글로 관련 매뉴얼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KT Pedia’는 각종 정보를 문의할 수 있는 SOS와 각종 지식을 분야별로 올려놓은 보물창고다.
‘KT Pedia’는 취임 초 wikipedia를 예로 들며, “부서 간 벽을 허물고 직원 개개인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이것에 여러 직원의 아이디어가 더해지고 축적돼 회사를 변화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는 자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이 회장의 뜻에 따라 만들어졌다. KT 직원들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획득한 노하우나 제안사항을 한데 모아 놓은 ‘KT idea wiki’ 역시 출범 석 달 만에 제안이 1만2000건을 넘겼고, 조회수가 47만건에 달하는 등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화상회의 시스템 도입
KT의 업무환경 역시 스피드 경영을 강조한 이 회장의 지시로 효율적 업무 처리를 위한 방식으로 재편됐다. 대표적인 것이 화상회의 시스템 도입이다. 회장실은 물론 본사와 사업부서 임원, 그리고 전국 42개 지역 마케팅과 법인, 네트워크운용단장실 등 주요 임원실에 회상회의 시스템을 설치해 수시로 회의를 하고 있다.
화상회의 시스템 덕에 KT는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대폭 줄였다. 뿐만 아니라 의사결정도 이전보다 더 빨라졌다. 더욱이 국내외 회의의 20%를 화상회의로 대체한 덕에 회의 장소로 오가는 데 드는 연간 25만t의 탄소 배출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53억원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출장비용(44억원)을 절감하고 업무생산성(40억원)을 높이는 등 화상회의 시스템 구축만으로도 연간 137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수시로 화상회의를 열어 구두로 보고받고 지시를 내리면서 보고서 중심의 문화도 자연스럽게 개선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밖에도 휴대전화로 e메일 점검이 가능하고 직원 연락처를 검색해 곧바로 연결할 수 있는 ‘Mobile Kate’를 이용하게 되면서, 이전보다 업무효율성이 대폭 높아졌다. 빠르고 효율적인 업무 시스템 구축은 곧 경영성과 개선으로 이어졌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유무선 사업 분야에서 KT가 기록한 성과는 눈부실 정도다. 우선 무선 사업 분야를 살펴보면, 무선 서비스 매출의 시장점유율이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30.2%로 전년 동기 대비 1.1%p 성장했다.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올해 5월을 기준으로 1559만명으로 6.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무선데이터 매출 성장률 역시 괄목할 만하다. 경쟁업체가 한 자릿수 성장에 그친 데 반해, KT는 20.6%를 기록했다. 전체 무선 매출을 합한 성장률도 KT가 10.1%를 기록, 경쟁사들이 5% 미만에 그친 것에 비해 2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선 사업 분야의 성과는 비약적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다. 인터넷 전화의 경우 올해 5월을 기준으로 지난해 65만명에서 213만명으로 무려 228% 성장했고, QOOK TV 역시 72만명에서 148만명으로 106% 성장했다.
QOOK·SHOW 서비스
KT는 휴대전화로 집전화와 이동전화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QOOK · SHOW서비스를 선보였다.
베란다에 내걸린 ‘개고생’ 현수막은 언론의 조명을 받으면서 이슈가 됐고, 덕분에 QOOK은 2009년 하반기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IT/정보통신 대표 브랜드에서 1위에 올랐다. QOOK은 브랜드스톡이 실시한 2010년 1분기 브랜드 파워에서도 1위를 기록했고, SHOW는 8위에 올랐다.
KT가 브랜드 제고를 통해 높은 성장을 기록한 것은 미래형 컨버전스 사업에 적극 진출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 취임 전까지 KT는 일반전화 시장 등 과거 캐시카우 시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컨버전스 사업 진출에는 다소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시장과 고객의 흐름과 변화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것”이라며 “이에 역행하는 회사는 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며 VoIP(Voice over IP · 인터넷을 통해 통화하는 통신기술) 시장 진출과 다양한 미래형 컨버전스 사업 진출을 지시했다. 이 회장의 지시가 떨어진 이후 KT는 인터넷전화 시장에 적극 진출했고, 지난해 8월, 100만 가입자를 넘어서는 성과를 올렸다.
또한 지난해 9월에는 ‘기업용 FMC (Fixed Mobile Convergence ·유무선융합 방식) 서비스 ’를 본격화했다. 기업용 FMC는 휴대전화 하나로 이동전화는 물론 와이파이(Wi-Fi) 무선랜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어 외부에서는 기존 이동전화망으로, 와이파이가 설치된 곳에서는 070 인터넷전화로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을 말한다. 즉 기업 입장에서는 구내전화와 휴대전화, PC를 휴대전화 하나로 결합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업무효율성을 높일 뿐 아니라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지난해 10월14일에는 휴대전화에 Wi-Fi를 탑재한 FMC 전용 단말기를 출시했는데, 이른바 ‘휴대폰 하나로 집에선 QOOK, 밖에선 SHOW’라는 QOOK·SHOW 서비스다.
또한 지난해 11월, 국내 스마트폰 시대를 앞당길 촉매제로 ‘아이폰’을 출시한 KT는 최단기간에 5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끌어 모으며 스마트폰 시장에서 강자로 올라섰다. 이 회장은 4월22일 무역협회 강연에서 “스마트폰과 관련해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며 전세계에서 KT만큼 네트워크 측면에서 스마트폰 시대를 맞을 준비가 된 회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폰이 성공적으로 한국에 출시될 수 있었던 것은) KT가 네트워크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3G와 Wi-Fi, 와이브로 등 KT가 네트워크를 갖추었기 때문에 3G에 대한 부하 걱정을 덜 수 있었다”고 했다.
결합에 한계는 없다
유무선 컨버전스 사업에 본격 진출한 KT는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며 더 많은 고객 유치에 나섰다. QOOK TV에선 국내 최초로 기본 채널팩을 중심으로 고객이 장르별로 채널을 선택해 추가할 수 있는 ‘알라카르테 요금제’를 제시했고, IPTV와 스카이라이프를 결합한 QOOK TV 스카이라이프도 선보였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QOOK TV의 장점과, 국내 최다 명품 HD 채널을 제공하는 스카이라이프의 장점을 결합한 QOOK TV 스카이라이프는 ‘최강의 IPTV’를 실현했다는 평가다.
이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와 제휴해 QOOK 인터넷이나, QOOK TV, SHOW 현대차 요금제 가입자에게는 40만~60만원을 할인해주는 상품을 출시, 석 달 만에 5000대가 판매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이석채 회장은 KT 직원들 사이에 ‘하겠다고 한 일은 반드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경영자’로 통한다.
또한 동부증권에 계좌를 개설하고 주식이나 현금 1000만원 이상을 예탁하면 무료로 QOOK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QOOK 인터넷 프리와 QOOK 장기고객에게 KB 금리를 우대해주는 등 이종(異種) 산업분야와의 결합서비스를 활발히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상품 출시는 곧 매출성과로 이어졌다.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1190억원의 예산 절감을 통해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개선돼,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다. 3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 순이익은 80% 증가하는 등 비약적인 신장세를 이어갔다.
“혼자 발전할 수는 없다”
KT는 협력업체와 동반 성장하기 위한 다양한 상생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회장은 “KT와 사업하면 망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불필요한 관행과 비리 때문에 비용은 비용대로 들어가고 제품도 망가졌다고 하더라”며 협력사와의 관계를 뿌리부터 새롭게 재정립할 것을 지시했다.
지난해 6월29일에는 개방과 전략적 윈-윈, 상생문화 정착 등 상생의 3대 원칙과 함께 사업개발 협력강화, 중소상공인 지원, 중소·벤처기업 투자 및 지원 강화, 글로벌시장 동반 진출 등 7대 중점과제 추진을 발표했다.
이 회장은 “KT의 역량을 협력사에 더하고(加), 불필요한 프로세스는 폐지하며(減), KT와 협력사의 시너지를 극대화해(乘), 나온 성과는 공유(除)하는 ‘상생의 사칙연산’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협력사와 고객, 주주와 사회 및 국가 등 이해관계자에게 다양한 이익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슬로건이나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상생하기 위한 가시적인 노력도 병행했다. 벤처기업 연합회, 여성벤처협회와 간담회를 갖고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직접 청취했는가 하면, KTF 협력사를 포함해 100% 현금결제를 시행했다. 또한 물가와 환율 상승 등 비용을 원가에 반영하고, 유지보수비용도 현실화했다. 특히 적정 가격을 보장하기 위해 덤핑입찰을 제한하는 ‘입찰가 제한 경쟁입찰’을 대폭 확대했다. 협력사와 상생을 강조하는 이 회장의 이 같은 노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이석채 회장 개인의 인기는 높아질지 모르지만, KT에는 오히려 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던 것.
이에 대해 이 회장은 “단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비용이 더 수반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어느 기업도 혼자 성장하고 발전할 수 없다. 협력사의 역량을 자신의 역량으로 삼아 함께 발전하는 회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고, 협력사와 동반 성장하는 것이 곧 국가적인 경쟁력도 제고하는 길”이라며 “앞으로도 협력회사와의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KT의 르네상스를 열다
협력사와의 상생협력 못지않게 이 회장이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가 바로 투명경영이다. 상무급이던 윤리경영실장을 사장급으로 격상시키고, 서울고검 정성복 차장검사를 영입한 것도 사업부 권한 위임에 따른 책임과 감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KT 윤리경영의 목표는 ‘누구를 만나도 KT가 깨끗해졌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KT는 예외 없이 엄격한 윤리경영기준을 적용해 사내기강을 확립하고, 적발된 부정부패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엄격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시설공사와 관련해 협력업체 등에서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가 있는 간부를 형사고발하기도 했다. 이처럼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될 때 회사 차원에서 직접 형사고발하기로 한 것은 이 회장이 처음이다.
이 회장은 요즘 직원들 사이에 ‘하겠다고 한 일은 반드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경영자’로 통한다. 지난해 1월 취임과 동시에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며칠 만에 ‘KTF와 합병을 통해 국내 IT 산업의 르네상스를 불러오겠다’고 다짐하고 이를 현실로 이뤄낸 것을 모두가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KT-KTF 합병 1년여 만에 KT는 통신업계를 리드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일궈냈다. 이 회장과 함께 1년 반을 지내오는 동안 KT 직원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다. KT는 올해에도 스마트폰과 무선네트워크 우위를 바탕으로 컨버전스에 Smart를 더해 컨버전스 시장을 주도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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