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 중단 없다”며 해명자료까지 냈던 LH공사와 국토해양부
- 2년간 보류 24개, 중단 30개, 진행 중 재검토 3개
- 보금자리 등 MB정부 정책사업은 최우선 추진
- LH공사, ‘신동아’ 2월호 보도 관련 직원 2명 징계 착수
- “청와대 들어가 ‘신동아’ 보도 해명, 국토해양부가 징계 요구”(LH 관계자)
- LH공사, “국민 피해 최소화 위해 사업조정 불가피하다”
경기 파주시 교하읍 다율리에 파주운정3지구 사업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문건에 나온 사업 보류·중단 지역은 다음과 같다.(괄호 안은 사업유형)
▶ 2010년
보류지구 : 파주운정3(신도시), 원주태장2, 김해율하2, 오산오산(택지개발), 마산교도소 이전(도시개발), 울산효문, 용인덕성(산업단지), 진해가주(경제자유).
중단지구 : 마산가포(보금자리 전환), 보령명천(택지개발), 인천아시아선수촌 및 미디어촌(도시개발), 부안변산(관광단지), 대전대신2(주거환경), 청원오창(주거지역)
▶ 2011년
보류지구 : 오산세교3(신도시), 안성뉴타운, 김천송천, 충주안림2(택지개발), 시흥군자, 전주효천(도시개발), 서울가리봉, 부산범천2(주거환경)
중단지구 : 대구도남, 천안성환(보금자리 전환), 아산탕정2(신도시), 서산석림2, 고양풍동2, 부산강서, 화성장안(택지개발), 천안매주, 칠곡북삼(도시개발), 인천용마루, 안양냉천·새마을, 군산수송(주거환경), 세운상가 3·5(도시환경), 제천지역종합, 홍성지역종합(지역종합), 양평공흥2, 청원내수2, 제주한림2(주거지역)
참고로 LH공사는 현재 전국 414곳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어느 정도 진행된 사업이 276개, 신규사업은 138개다. 유형별로 보면 ▲택지·신도시·국민임대주택 248개 ▲도시재생지구 67개 ▲세종시·혁신도시·산업물류지구 49개 ▲보금자리주택지구 43개 ▲기타 7개 등이다.
사업중단 계획 담긴 내부문건
LH공사는 이외에도 2011년의 경우 주택사업승인 추진지구 중 8곳에서 사업을 보류하고 3개를 중단하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보류지구는 의정부고산(5652호), 강릉입암(366호), 인천송림4(426호), 서울망우(1022호), 익산평화(884호), 영천문외(502호), 강진교촌(400호), 삼척도계(300호)이며 중단지구는 청원현도(3270호), 인천십정2(3048호), 제주도련2(304호) 등이다. ‘신동아’가 입수한 문건에는 이미 추진 중인 사업의 재검토 필요성도 들어 있어 눈길을 끈다. 문건에는 2009년 11월 현재 진행 중인 사업 가운데 양주회천(신도시), 화성태안3·청주동남(택지개발)에서의 사업을 재검토한다고 돼 있다. LH공사 측은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2010년도 사업규모는 신규사업 축소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진행사업도 투자규모 및 시기를 조정한다. 사업성 결여(양주회천), 개발여건 악화와 사업손실 증가, 경기위축으로 수요부족 우려가 있다”고 적고 있다.
‘신동아’가 입수한 문건은 LH공사 사업조정심의실이 작성한 ‘사업구조조정 추진방안’(2009년 11월23일, ‘추진방안’), ‘2010년 사업시행규모 및 정부협조 건의사항’(2009년 12월, ‘건의사항’) 등 4건이다. 이 중 ‘추진방안’에 보류·중단 예정 사업장의 명단이 들어 있다. 문건을 통해 LH공사가 지난해에 이미 사업 중단·보류를 포함한 사업구조조정 계획을 세워놓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LH공사는 최근 성남 구도심 재개발 사업 포기선언을 하기 전까지 사업 중단·보류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신동아’ 보도가 현실로
2009년 10월7일 LH공사 출범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축사를 하고 있다.
LH공사 측은 당시 ‘신동아’ 보도 과정에서 “(문건의 내용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예산에 맞게 사업을 재조정하면서 우선순위를 정하자는 것이지 무기한 보류하거나 사업을 중단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고 “사업여력이 생기면 언제라도 사업을 재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보도가 나간 직후 LH공사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국토해양부도 해명자료를 통해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1월19일 국토해양부 주택정책과가 낸 해명자료 내용이다.
(해명) LH공사의 사업 취소·중단은 없어
○이미 지구지정을 완료한 사업 등과 같이 기 추진 중인 사업은 우선순위에 따라 추진하며, 취소·중단은 없음.
○보상금 지급시기를 약속한 지구는 계획대로 보상하되, 대토·채권보상을 우선하여 현금 부담 완화
○LH공사의 자구노력(자산매각 등)과 유동성 확보(국민임대지구를 보금자리지구로 전환 등)를 위한 제도적 지원 등을 통해 사업추진에 차질이 없도록 할 계획.
그러나 LH공사와 국토해양부의 해명과는 달리 LH공사가 전국에서 추진 중인 각종 사업 가운데 상당수는 중단 혹은 연기될 처지에 놓여 있다. 지난 7월23일 LH공사가 갑자기 성남시 구도심 재개발사업(금광1, 중동1, 신흥2, 수진2)을 중단한다고 선언한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성남 재개발사업 중단이 알려진 이후 LH공사가 사업을 하거나 준비 중인 전국 지자체에선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 “성남처럼 사업이 중단될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전국에서 이어졌다. 민심이 동요했다. 실제로 LH공사의 각 지역본부도 각종 사업의 보류 혹은 중단 가능성을 내비쳐 반발을 사고 있다.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하라는 요구는 지역을 넘어 중앙 정치무대로 번지고 있다.
‘신동아’가 입수한 문건에 등장하는, 실제 신동아 보도 이후 사업이 연기되거나 중단된 사례는 이미 여러 건 확인된다. 그중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사업보류 지역(2010년)으로 분류됐던 김해율하2지구의 경우 최근 사업보류지역으로 최종 분류됐다. 이 소식이 알려진 뒤 이 지역 주민들은 LH공사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추진방안’에 사업 중단 지구로 분류됐던 마산가포 역시 최근 사업보류지역으로 분류된 뒤 LH공사와 지역 주민간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
곳곳에서 사업 중단
인천 아시아선수촌 및 미디어촌 아파트 건설사업의 경우에도 ‘신동아’ 2월호 보도 이후 LH공사의 사업 포기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추진방안’ 문건에 이 지역은 사업중단 지구로 분류돼 있다.
부안변산과 대전대신2지구 등도 이미 LH공사가 사업을 중단 혹은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사업보류 지역으로 분류된 파주운정3지구의 경우 최근 사업 중단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특히 파주운정3지구는 개발계획 안에 광역교통망인 광역급행철도(GTX)를 연결시키는 예산 3000억원가량이 잡혀 있어 자칫 파주운정신도시 건설 자체에 지장을 줄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파주시와 시민들은 지난달 말 ‘보상 촉구 범시민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파주운정3지구는 당초 695만㎡에 3만2000여 가구를 수용할 예정이었다.
‘신동아’가 입수한 LH공사 ‘2010~11년 사업계획’ 관련 문건들. 보류·중단되는 사업 명단이 들어 있다.
2011년 사업 중단 예정지로 분류됐던 안양냉천·새마을지구의 경우 시기가 앞당겨져 사업 중단이 검토되고 있다. 냉천지구는 안양5동 안양대학교 주변 12만8000㎡에 아파트 1482가구를, 새마을지구는 안양9동 양지초등학교 주변 19만1000㎡에 아파트 2376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2011년 사업을 중단하는 것으로 돼 있던 부산 강서신도시에 대해서도 LH공사 측은 “연구용역을 거쳐 사업 착수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사업 보류·중단 지구 명단이 들어 있는 ‘추진방안’은 LH공사가 2010년 사업비를 40조원으로 한다는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이 문건이 만들어진 뒤 LH공사는 2010년 사업비 규모를 3조원 늘린 43조원으로 최종 확정했다. 이 내용은 지난해 12월 작성된 문건인 ‘건의사항’을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애초 사업 보류 혹은 중단으로 분류됐던 사업장 중 일부가 살아났다. 양구광석, 평택고덕, 수원고등, 인천용마루 등 7곳이다.
그러나 최근 LH공사는 성남 구도심 개발사업 중단을 선언한 직후 애초 예정됐던 2010년 사업비 43조원을 8조~11조원가량 줄이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LH공사가 중단 혹은 보류해야 할 사업장은 ‘추진방안’에서 밝힌 것보다 훨씬 늘어나게 된다. LH공사는 빠르면 8월말까지 사업재검토를 거쳐 사업철수지역을 확정해 공표할 예정이다.
LH공사 측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업 중단 사태와 관련 최근 ‘신동아’에 보낸 서면 답변서에서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추진 중인 모든 사업의 동시수행은 LH공사 재무여건상 감당할 수 없는 규모로 무리한 사업 확장은 국가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미착수된 신규사업에 대하여는 일정조정 등 사업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 (‘신동아’ 2월호 보도 당시 LH공사의 해명은) 무리한 사업추진이 국가경제와 국민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LH공사의 자구노력에 대해 CEO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기 착수된 진행사업에 대하여는 계속 추진될 것이며 미착수된 신규사업에 대하여는 동시추진이 어려우므로 시기조정 등 사업조정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다.”
8조 투자, 1조 회수
입수한 문건에는 사업 보류·중단 사업장의 명단뿐 아니라 LH공사의 재무부실의 원인 등에 대한 LH공사 측의 분석 내용도 들어 있어 관심을 끈다.
먼저 LH공사 측은 재무부실의 최대 원인을 ‘(지난 정부에서 시작된) 국민임대주택사업의 구조적 문제’에서 찾고 있다. “국민임대주택을 건설할수록 부채가 증가하는 사업구조가 재무부실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MB정부 부동산 정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보금자리주택사업도 여기에 해당된다. “과도한 정책사업 추진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는 내용도 있다.
대규모 사업비가 선투입된 세종도시, 혁신도시 등의 정책사업 방향 불투명에 따른 공급부진 및 회수 지연이 중요한 이유라는 것이다. LH공사는 이 문제와 관련, “8조8000억원을 투입했지만 1조원을 회수했다”(2009년 11월 현재)고 밝히고 있다. 평택미군기지 이전, 여수엑스포지원, 기업토지 매입 등 정부 현안 사업의 과도한 수임에 따른 재무부담 가중, 통합 전 양 공사(주택공사, 토지공사)의 과당경쟁, 무리한 사업 확대에 따른 원리금 상환을 위해 매년 7조~10조원의 사채를 발행해야 하는 차환(借換)구조의 악순환 반복 등도 LH공사가 꼽은 재무부실의 주된 이유다.
문건에서 LH공사 측은 사업구조조정 방안과 관련, 먼저 통합 전 양 공사가 경쟁적으로 추진한 사업들을 모두 정상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보금자리주택 등 정부정책 사업을 정상추진하기 위해서는 고강도 사업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적고 있다. MB정부의 부동산 정책과제 수행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진행한다는 것이다. 문건에는 “LH공사가 2012년까지 보금자리 주택 건설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택지물량을 확보했다”고 돼 있다.
안 팔리는 LH채권
LH공사의 경영악화 정도는 얼어붙은 채권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말부터 LH공사가 내놓은 채권은 시장에서 냉대를 받고 있다. 목표한 금액을 채우지 못해 경영악화의 주요원인이 되고 있다. 보통의 경우라면 공사의 채권은 수익률과 안전성이 높아 시장에 내놓기만 하면 팔려나간다. 그래서 공급자인 공사의 입맛에 맞게 시장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LH공사가 출범한 이후 발행된 채권은 시장에서 번번이 망신을 당했다. 최근에는 이런 보도도 나왔다.
“국토해양부와 LH공사, 채권시장 등에 따르면 LH공사는 올해 23조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수요 격감으로 6월말 기준으로 7조원 발행에 그치고 있다. LH채권은 이를 통한 조달금액이 LH사업비(올초 목표치 43조원에서 최근 35조원으로 축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자금조달원이다.”(문화일보 8월13일자)
채권 판매에 비상이 걸렸다는 것은 LH공사 측도 인정하는 사항이다. 지난해 12월 작성된 ‘건의사항’에도 이 부분이 언급돼 있다.
“LH공사 자구 노력만으로는 21조원의 채권발행에 한계가 있으므로 정부와 국회의 협조가 필요하다.”
“LH발행 채권(매년 20조원)에 대한 ‘공사채 정부보증(국회 동의 필요)’이 2014년까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문건은 LH공사가 정부 정책사업 수행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를 정부가 보전해주도록 하는 LH공사법 개정의 필요성도 건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LH공사 한 관계자의 다음과 같은 지적은 경청할 만하다.
“회사 내에서도 쉬쉬하고 있지만 흔히 채권시장의 4대 큰손으로 불리는 국민연금, 농협, 우체국, 삼성생명이 언젠가부터 LH채권을 사지 않고 있다. 이것이 LH채권 발행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겉으로는 포트폴리오 관리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이유를 대지만 진짜 이유는 LH채권을 더 이상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관련 금융기관까지 채권을 사지 않는다면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LH공사 경영진은) 인력감축, 임금삭감, 보유자산 매각 등의 방법으로 위기를 탈출한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런 방법은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다. 본질적인 부분의 문제를 푸는 노력이 필요하다. 보금자리주택 등 현 정부의 정책과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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