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의 윤기는 해마다 떨어지지만 해마다 죽었다 살아나는 진달래 개나리는 윤기가 넘쳐난다. 꼬물꼬물 잔디패랭이가 보라색 향기를 내뿜고 채 익지 않은 벚꽃이 살랑거린다. 겨울을 이겨낸 황금빛 페어웨이는 새치처럼 삐져 올라오는 연둣빛 새싹에 들떠 있다. 바람 한 점 없는 이 남녘 골프장은 동양화 속에 들어앉은 듯 고요하고 적막하다. 홀과 홀 사이의 시간과 공간은 가지런한 치아처럼 질서정연하고 어느 홀에서나 사방이 트여 있다. 하지만 주의하시라. 상과 벌을 분명히 하겠다는 골프장 설계자의 의도를 무시했다가는 여지없이 무너질 테니.
해우 코스 출발지점에서 용틀임하는 정산노송(正山老松). 조선시대 산소를 지키던 소나무라는데 골프장 설립자인 태광실업 박연차 명예회장을 만나 비로소 이름을 얻었다. 정산은 박 명예회장의 호(號)다. 베트남 호치민 인근에서 오는 8월 개장될 예정인 골프장 이름도 정산비나다. 국내 최대 신발회사로 베트남과 중국에 대규모 공장을 갖고 있는 태광실업은 지난해 10월 베트남 국경도시 목바이에 세 번째 해외공장을 세운 바 있다. 해우 코스 1번홀(파4, 353m) 오른쪽으로 맛나기로 소문난 진영단감 밭이 펼쳐져 있다. 드라이버는 잘 맞는데 스코어가 신통찮다. 동반한 서춘식 정산CC 사장이 “원래 털갈이할 때가 가장 안 좋다”고 위로한다. 클럽하우스 로비에 설치된 신발전시장이 이채롭다.
▼ 알쏭달쏭 골프상식
볼이 큰 돌에 가려진 경우
친 볼이 바위처럼 큰 돌 뒤에 멈춰 전방으로 칠 수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리 큰 돌이라도 조금이라도 흔들거리는 상태라면 돌을 치우고 샷을 할 수 있다. 혼자서 치우기 힘들면 동반자들과 힘을 합쳐도 된다.
“골프는 사람들에게 긍정적 힘을 준다. 그날 잘 못 쳤어도 드라이버 하나 잘 맞으면 기억에 남지 않는가. 그것으로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이다.” 사람 좋아 보이는 넉넉한 미소가 돋보이는 서춘식 사장의 골프철학이다. 고품격과 소수정예의 기치를 내걸고 2005년 개장한 정산CC가 경남권 명문 골프장으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창립자 박연차 명예회장의 통 큰 투자와 정성에 힘입었다. 서 사장은 “국내에 설립자 이름(호)을 딴 골프장은 정산CC밖에 없다”며 “그만큼 설립자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뜻으로 나무 하나 가구 하나에도 박 회장의 정신이 반영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 명예회장은 2008년 ‘부산 월간’이 선정한 ‘부산을 빛낸 인물’(17명)에 포함됐지만 그해 12월 세금포탈과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정산장학재단은 매년 경남지역 출신 이공계열 우수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서 사장은 “철저한 코스 관리와 최상의 서비스 제공 등 기본에 충실한 골프장으로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