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 모범사례로 주목
전국 최초 ‘신속 PCR검사’로 집단감염에 선제적 대응
도시와 농촌이 조화롭고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
전 시민의 신속 PCR검사로 코로나19 안심도시 만들겠다
여주형 스마트팜 혁신벨리, 국가철도망 등 혁신성장 동력 마련
이항진 여주시장은 “물류산업을 활성화해 미래 일거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지호영 기자]
‘쌀의 고장’ 여주시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주역은 ‘민선 7기’ 이항진(56) 여주시장이다. 2018년 7월 이 시장의 취임은 그 자체로 화제였다. 보수정당의 텃밭으로 불리던 여주시에서 진보 성향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시장이 됐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여주의 남한강을 따라 걷는 친환경생태탐방길인 ‘여강(여주를 흐르는 남한강의 애칭)길’의 최초 기획자로, 2004년부터 10년간 여주 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2014년에는 여주시의회 의원에 당선돼 시정과 민심을 두루 살필 기회를 가졌다. 3월 초순 여주시청에서 만난 그는 그동안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여주시를 농촌과 도심이 조화로운, ‘작지만 강한’ 도시로 키워가고 있었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
- 청사에 걸린 ‘사람 중심 행복 여주’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눈길을 끈다.“여주 시정의 중심 주체는 여주라는 공간 안에 있는 사람이며 궁극의 목표는 사람의 행복이어야 한다는 취지로 만든 캐치프레이즈다. 여주에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실현해야 할 것은 행복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 인구 12만 여주시가 지난해 지자체 평가에서 인구 50만 미만 도시 중 종합 1위를 했다.
“민선 7기 들어 의욕적으로 펼친 혁신교육정책이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 행정서비스 세부 영역 평가에서 교육 분야가 2019년 55위에서 2020년 1위로 수직 상승했을 정도다. 각종 교육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점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토건 중심 예산편성을 자제하고 교육 분야 예산을 2019년 88억 원에서 2020년 162억 원으로 2배 가까이 늘렸다. 특히 ‘여주역세권 학교시설 복합화사업’이 국무조정실에서 공모한 ‘2020년 생활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에 선정돼 큰 힘이 됐다. 이는 여주역세권 학교에 다용도 복합시설을 만들어 주민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사업으로 90억 원의 국비를 확보했다. 민선 7기 여주시 첫 번째 공약이 바로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다. ‘여주시민은 행복하다’는 말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도록 앞으로 더 많이 노력하겠다.”
- 올해 시정 가운데 가장 중점을 둔 사안은 무엇인가.
“전국 지자체 최초로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신속 PCR검사를 시행하려 한다. 여주를 코로나19 안심도시로 만들어 시민들이 건강하게 지역경제 활동에 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이다. 신속 PCR검사는 무증상 확진자를 찾아내고 집단감염을 신속히 차단한다. 자유로운 일상생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앞당길 수 있는 열쇠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여주시민의 약 40%에 해당하는 4만4000여 명(중복 검사 포함)을 검사해 효과를 경험했다.”
전국 최초 신속 PCR검사로 집단감염에 선제적 대응
- 여주시에서 신속 PCR검사를 도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지난해 10월, 여주의 한 중증장애인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역학조사를 끈질기게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지역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선제적인 집단검사가 필요했다. 방법을 찾던 중, 코로나19 검사방법으로 세 가지가 있음을 알게 됐다. 확진용 PCR검사, 응급선별용 PCR검사(신속 PCR검사), 신속항원검사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여주시는 정확도가 높고, 검사 시간이 짧으며, 비용도 저렴한 신속 PCR검사를 검토하던 중 흥미로운 보고를 받았다. 들라미니 주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가 신속 PCR 진단키트를 자국으로 가져가기 위해 11월 17일 여주시 가남읍에 있는 진단키트 생산 공장을 방문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여주시도 정부에 본격적으로 건의한 끝에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신속 PCR검사소인 ‘나이팅게일 센터’를 시험 운영할 수 있었다. 같은 해 12월 28일에는 시내 12개 읍면동까지 검사소를 확대해 지역주민이 편리하게 검사받을 수 있도록 조처했다. 아울러 신속 PCR검사를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해 관계부처에 지침 개선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자치단체가 방역을 자율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말이다.”
- 지자체의 자율에 맡기면 코로나19 방역 효과가 높아질 것으로 보나.
“확진은 막을 수 없지만 지역 확산은 막을 수 있다. 방역도 자치와 분권이 필요하다. 이연숙 서울대 교수도 얘기했지만, 서울 몇몇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멀리 있는 지역 학교까지 문 닫을 필요는 없다. 대구에서 확진자가 생겼다고 여주가 문 닫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알아서 확진자를 줄여라’ 하는 순간 지자체장들이 밤잠 안 자고 막을 것이다. 지금처럼 중앙정부 지침을 따르다 보면 규제는 강력해도 방어망이 느슨해진다. 어떤 지역은 노인이 많고, 어떤 지역은 학교가 많고, 어떤 지역은 병원이 많다. 똑같은 돈을 갖고 어떻게 살림하느냐에 따라 집안 환경이 달라지듯 방역도 지역 실정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중심 방향만 획일적으로 정하고, 방역을 각 지역에서 분권적으로 자치하게 하면 더 좋은 효과를 볼 것이다.”
국가철도망 등 혁신성장 동력 마련
- ‘농촌과 도시가 조화로운 여주’ 관련해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농촌 경쟁력이 여주시의 경쟁력이라고 할 만큼 여주시는 수도권의 중요한 도농복합도시다. 농민수당을 경기도 최초로 시행한 것도 농업인에 대한 사회적 보상과 침체된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전략이다. 농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신기술 보급에도 공을 들인다. 그 덕에 2020 기술보급혁신사례 경진대회에서 신기술 현장 확산 분야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고, 경기도 시군농정 업무평가에서 7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올해도 여주시는 모두가 살기 좋은 농촌, 살맛 나는 농촌, 풍요롭고 경쟁력 있는 농촌 환경을 만들기 위해 635억 원을 투자한다. 또한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 벼 재배단지를 시 전체로 확대해 여주의 대표 상품인 ‘대왕님표 여주쌀’의 품질 향상과 브랜드이미지 제고에도 힘쓸 계획이다. 여주형 뉴딜사업의 핵심인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에도 박차를 가한다. 이는 농업을 차세대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을 기반으로 교육, 연구, 행정, 산업, 복지 등 종합기능을 갖춘 농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밖에도 청년 일자리 창출과 미래 농업 발전을 선도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올해 여주시의 혁신성장을 이끌 동력은 무엇인가.
“도시의 성장 동력은 편리한 교통망이 큰 몫을 한다. 여주는 사통팔달 교통망을 갖춘 반면 철도망은 다소 미약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여주~원주 간 철도건설사업이 단선에서 복선으로 변경되면서 여주가 인천~강릉 간 KTX 중간기착지로 거듭나게 됐다. 앞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이와 관련해 여주시는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강천역 신설’이 포함되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다. 국가철도망계획의 큰 축인 동서철도(송도~강릉)와 남북철도(수서~거제)가 여주시를 가로 지르게 되면 고속도로에 이어 철도까지 연결돼 여주시가 사통팔달 교통중심지로 부상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여주의 최대 장점인 수도권 내 접근성과 최적의 교통망을 기반으로 물류산업을 선제적으로 활성화해 미래 일거리를 창출하겠다.”
여주시 분권·자율 방역의 상징 ‘신속 PCR검사’
2개월에 무증상 포함 확진자 22명 찾아내…집단감염 사전 차단
여주시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실시한 ‘신속 유전자증폭(PCR)검사’가 화제다. 신속 PCR검사는 진단 정확도가 높은 유전자 증폭 방식의 PCR 검사와 결과가 빨리 나오는 항원검사의 장점을 합친 것이다. 그 덕에 검체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지 않고 현장에서 채취해 한두 시간 안에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진단 정확도가 높은 반면 비용은 저렴한 것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일반 PCR검사 비용이 6만2000원인 데 반해 신속 PCR검사는 그 절반 수준인 약 3만 원으로 출발해 지금은 1만2000원으로 떨어졌다. 여주시는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전체 인구의 40%에 해당하는 4만4000명에게 신속PCR검사를 시행해 28일(1월 16일~2월 12일) 동안 추가 확진자 발생을 막는 효과를 봤다. 아울러 3월 4일 현재까지 무증상자 포함 확진자 22명을 찾아내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는 성과도 냈다. 특히 물류센터, 대형쇼핑몰, 종교시설, 대중교통시설, 대학병원과 관련한 무증상 확진자를 찾아냄으로써 신속 PCR검사가 대규모 집단감염 차단에 매우 효과적 수단임을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성비’ 높고, 검사 2시간 내 결과 고지
여주시청 내 설치된 신속 PCR검사소. 검사 후 2시간 내 결과를 알려준다. [지호영 기자]
신속 PCR검사가 시민의 목숨을 구한 사례도 있다. 1월27일 저혈당 쇼크로 여주노인병원에 이송된 노모 씨 얘기다. 입원 치료가 필요했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아니어야만 입원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곧바로 신속 PCR검사를 받은 노씨는 1시간 반 만에 음성이라는 결과가 나와 제때 치료받을 수 있었다. 담당 의사는 “조금만 시간을 지체했어도 목숨이 위험할 뻔했다”고 전했다.
신속 PCR검사는 집단시설 내에서 방역 효과가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여주시는 여주교도소, 여주프리미엄아울렛, KCC 여주공장 등 대규모 시설 9개소에 이동검사소를 설치해 무증상 확진자를 발견하고 선제적인 조치로 전염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 1월 25일에는 시장 앞에 검사소를 설치하고 상가 오픈 전 상인들을 전수 검사해 ‘안심 5일장’을 열었다.
신속 PCR검사로 선제적 대응체계를 구축한 여주시를 벤치마킹하는 곳도 계속 늘고 있다. 전남 영암군은 2월 22일부터 신속 PCR검사를 시행했다. 서울대학교는 신속 PCR검사 기반의 안심존을 캠퍼스에 적용하는 방안을,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를 활용해 K팝 공연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송파구, 강원도 원주시, 광주시 광산구청 등 다수 지자체에서도 신속 PCR검사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2월 25일에는 이광재·김영배 국회의원과 기초지자체장 226명이 참석한 가운데 ‘코로나 1년, 경제의 봄을 맞이하자’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신속 PCR검사를 통한 방역과 경제활동 양립을 위한 토론회였다.
이항진 여주시장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국민의 피로감이 극에 달했고 경제활동을 하지 못해 피해 또한 심각하다”며 “방역과 경제가 조화롭게 양립하기 위한 신속 PCR검사를 전국적으로 시행해야 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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