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국가 소멸로 가는 대한민국 살리려 교회부터 발 벗고 나설 것”

가정의 달에 만난 사람,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 reporterImage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24-05-01 09: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저출산 통계 나올 때마다 마음 무너져

    • 사회 구성원 모두의 힘과 지혜 동원할 문제

    • 이스라엘 출산율 ‘2.9명’, 정부 지원 적극적

    • 어려움 덜어주려 출산장려금 54억 원 지원

    •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 뜻 따라야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박해윤 기자]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박해윤 기자]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11년째 합계출산율 꼴찌, 2023년 4분기 합계출산율 0.65명으로 0.7명 선 붕괴, 사망자가 출생아를 웃돌아 인구는 50개월째(2023년 12월 기준) 감소…. 우리나라는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가 줄어드는 국가가 되기에 이르렀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12월 ‘한국의 인구 감소 속도가 14세기 흑사병이 창궐했던 중세 유럽보다 빠르다’고 경고했다.

    그간 정부 차원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6년부터 15년간 약 280조 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을 높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투입한 예산만큼 출산율이 오르지 않는 것은 금전적 문제 이외에도 단박에 풀기 힘든 고차원적 문제가 산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저출산 문제, 너무나도 거대한 도전

    학계는 물론 종교계에서도 저출산 문제를 놓고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질적 노력을 기울이는 종교단체도 늘고 있다. 기독교계를 대표하는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해 10여 년 전부터 적극 나서왔다. △2012년부터 출산장려금 총 54억 원 지급 △2019년 미혼모 시설 ‘바인센터’ 운영 △사회 구성원의 ‘양육인지감수성(‘성인지감수성’에서 착안한 단어로 자녀 양육에서 차별과 불균형을 민감하게 감지하고 인지하는 능력)’ 고양을 위한 캠페인 △순복음유치원·여의도청년장학관·방과후학교 같은 지역사회 자녀돌봄 등을 해왔다.

    이런 노력의 배경에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70) 담임목사가 있다. 이 목사는 2008년 5월 21일 제2대 담임목사로 취임해 16년간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목회 활동을 하며 등록교인 58만 명 시대를 연 주인공이다. 그는 연세대 신학과 및 연합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교 석사 수료, 템플 대학교대학원 박사를 거쳐 워싱턴DC 순복음제일교회 담임목사로 있던 중 2006년 11월, 전교인 직접투표를 통해 7명의 후보 가운데 제2대 담임목사로 선출됐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담임목사로서 그는 10여 년간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교회 차원의 노력을 아낌없이 쏟아부어 왔다. 앞서 2월 14일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저출산 극복에 남다른 고민과 실험을 해온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앞으로 5년간 10대 과제를 수행하는 데 목회적 역량을 집중해 우리 사회를 양육인지감수성이 높은 ‘육아 인큐베이터 사회’로 바꿔가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때마침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이영훈 담임목사를 만났다. 그에게 우리 사회 저출산 문제가 무엇으로부터 비롯됐는지, 국가소멸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기독교 차원의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8년 처음 1.0명을 밑돈 뒤 계속 하락해 2023년 기준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으로 0.7명 선마저 무너졌어요. 통계가 나올 때마다 저 역시 마음이 무너집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2006년부터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 마련을 검토해 왔습니다. 2012년부터는 한국 교회 최초로 성도들의 출산을 장려해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매년 지원액을 늘려오고 있어요.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알리고, 한국 교회 지도자들과 함께 뜻을 모아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새삼 깨닫게 된 것은 결국 저출산 문제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힘과 지혜를 동원해야 할 중차대한 문제’라는 겁니다. 결혼 적령기 혹은 출산 가능한 이들에게 한정된 문제 정도로 인식해선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너무나도 거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출산은커녕 결혼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원인이 무엇일까요.

    “청년 세대의 미혼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19~34세 가운데 미혼 비중이 2000년엔 54.5%였는데, 2020년에는 81.5%로 늘었다고 해요. 심지어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결혼과 출산을 계획하고 있지 않은 청년 비율이 50.4%에 달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이처럼 결혼을 꺼리는 데는 첫째로 경제적 원인을 꼽을 수 있습니다. 치솟는 물가, 고용 불안 등의 상황 가운데 젊은이들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높아진 결혼 비용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로, 가치관의 변화입니다. 결혼과 출산을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인식했던 부모 세대와 달리 청년 대다수는 ‘결혼은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하죠. 그 배경에는 여성의 사회참여 증가, 결혼 후 주로 여성이 육아를 전담해야 하는 현실 등 여성의 부담감이 있어요. 이런 이유로 결혼 대신 동거를 선택하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셋째로, 주거 문제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누구나 내 집 마련에 대한 꿈과 애착이 있습니다. 한국은 현실적으로 내 집 마련이 너무 요원해 젊은이들이 결혼도 출산도 다 포기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갖는 것은 젊은이들에겐 기쁜 일이라기보다 부담스럽고 걱정되는 일이겠죠.”

    국가를 유지하려면 합계출산율이 최소 2.1명은 돼야 한다고 합니다. 지난해 11월 미국 인구조사국 발표에 따르면 인구 감소는 전 세계적 추세로 2100년 합계출산율이 2.1명을 넘는 국가는 사모아·소말리아·통가 등 6개국이 전부일 것이라는데, 저출산이 세계적 추세가 된 원인은 무엇일까요.

    “저출산이 세계적 추세가 된 요인을 규정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라마다 문화적·사회적·경제적·정치적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공통 원인을 찾아본다면, 먼저 도시화를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젊은이들이 도시로 집중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이는 양육 및 교육비용의 증가로 이어졌죠. 양육비용이 커지며 경제적 부담감 때문에 아이 낳는 것을 꺼리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여성들의 교육 기회 향상과 사회활동 증가를 저출산 요인으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는 부정적 요인이 아니기에 여성의 사회활동을 축소하거나 금지하는 방향으로 해결점을 찾으려고 하면 안 됩니다. 오히려 여성이 일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한 과거에는 가족과 공동체를 중요한 가치로 여겼던 반면, 오늘날에는 개인의 자아실현과 자유를 더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의식의 변화도 저출산 문제의 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스라엘 출산율 OECD 국가 中 1위

    국가별 인구 순위에서 1, 2위를 다투는 중국과 인도도 출산율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나라가 부강해지고, 개인 삶의 질이 높아지면 출산을 기피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까요.

    “저는 나라가 잘살고 개인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과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꼭 비례한다고 보진 않습니다. 선진국에 속한 프랑스, 독일 등은 현재 저출산 추세에 역행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국내총생산의 약 4%를 자녀를 둔 가족 정책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출생수당뿐만 아니라 입양수당도 지급하고, 보육원보조금·개학수당·가족수당 등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요. 프랑스는 이런 정책에 힘입어 출산율이 1993년 1.65명에서 2021년 1.83명으로 증가해 지금까지도 이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독일 정부도 2000년대부터 저출산 문제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섰어요. 가족 정책을 대폭 수정해 부모수당을 높이고, 육아휴직과 탄력근무제를 시행하며, 보육시설 확대에도 힘썼습니다.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육아휴직 시 소득의 67%를 부모수당으로 지급했어요. 이는 한국(32%)의 두 배 이상입니다. 비록 독일의 출산율은 1.57명으로 높은 편은 아니지만, 지난 10년간 출산율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죠.”

    이영훈 목사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데 모범을 보이는 국가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그에 따르면 이스라엘에는 정부 차원의 지원뿐 아니라 출산을 이끌어내는 특별한 요인이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출산율 2.9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인 나라예요. 이는 OECD 국가들의 평균 출산율의 2배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여성의 평균 취업률(70%대)이 우리나라(50%대)를 훨씬 웃도는 이스라엘에서는 여성에 대한 출산 지원도 매우 적극적입니다. 15주의 유급 출산휴가와 육아휴가를 인정해 주고, 난임·불임 여성의 치료비용도 국가가 전액 부담하는 등 여러 실질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합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생육하고 번성하라’(창 1:22)는 성경의 가르침이 이스라엘의 가정 가치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성경의 가르침을 잘 따르는 유대인 여성이 일반 여성보다 3배 높은 출산율을 보여주고 있다고 합니다.

    저출산의 심각성을 일찍 깨닫고 발 빠르게 대응한 나라들은 저출산 극복의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저출산을 사회 발전의 결과로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여기지 말고,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입니다.”

    한국 기독교계에서는 세계적 저출산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교인 수 감소 등의 문제도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는데요.

    “맞습니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는 사회 전반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데, 교회의 교인 수 감소와도 직결되죠. 비록 일부 교회에서는 전도·출산 장려 등으로 교인 수가 늘어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교회의 교인 수는 십수 년 전부터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이는 헌금 재정의 축소로 이어지고, 규모가 작은 교회일수록 큰 영향을 받게 되죠. 또한 해마다 신학교 입학생 수가 감소하는 것도 우려되는 점입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미래 세대인 교회학교의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독교는 이전부터 ‘신앙의 전수’를 중요한 가치로 생각해 왔어요. 그런데 전 세계적 저출산 현상으로 신앙을 전수할 대상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사람들이 줄어들고, 복음의 사명을 감당할 일꾼이 줄어든다는 것은 기독교의 미래를 생각할 때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처럼 저는 저출산 시대야말로 다자녀 기독교 가정의 가치를 일깨울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가정이야말로 기독교 복음의 첫 번째 선교지이며, 행복의 최고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저희 교회 교인 가운데 다출산 최고 기록이 13명의 자녀를 둔 가정인데, 이런 가정이 더 나왔으면 합니다. 저는 계속해서 여의도순복음교회 성도들이 다자녀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말씀과 기도 안에서 격려하며, 창의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크리스천들이 먼저 자녀들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이뤄나갈 때 세상에도 반드시 선한 영향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금이 국가소멸 막을 골든타임

    저출산은 결국 ‘국가소멸’이라는 문제와도 직결되는데요. 이를 막기 위해 기독교 차원에서 어떤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지금이 우리나라가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를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이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출산 문제가 한국 교회의 미래와 직결돼 있는 이상, 한국 교회는 정부 및 관련 단체와 공조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마지막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가장 우선시해야 할 과제는 성도들 사이에서도 만연한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교회는 크리스천 청장년들이 교회 안에서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영훈 담임 목사는 3월 24일자 한국경제 신문에 소개된 스타벅스코리아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스타벅스코리아가 2022년 10월 손정현 대표 취임 후 마케팅 전략을 바꿔 회사 경쟁력을 강화한 사례를 설명하며 교회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취임 직후 ‘1020세대’를 겨냥한 콘텐츠 및 서비스 강화에 사활을 걸었다고 해요. 미래세대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거죠. 그 결과 현재 20대 미만 고객이 전체 스타벅스 이용객의 40%에 육박하는 결실을 거뒀다고 합니다. 한국 교회도 ‘젊은 세대들이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데 힘이 돼 주는 교회’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회가 행복하고 복된 가정을 이루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곳이 될 때, 저출산의 위기로 어두워진 세상을 밝히게 될 테니까요. 또한 한국 교회의 연합도 매우 중요합니다. 한국 개신교회 숫자는 코로나19 이후에도 6만 개를 넘은 것으로 추정돼요. 서울만 해도 어린이집, 방과후 돌봄시설 등이 없는 지역도 있는데 교회가 없는 지역은 거의 없습니다. 만약 각 지역 학교가 교회와 연계해 교회 시설을 활용한 방과후학교, 돌봄센터를 운영한다면 저출산 문제 해결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요? 한국 교회의 적극적 역할은 결국 한국 교회의 미래를 활짝 여는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영훈 목사는 저출산 문제에 전문가 못지않게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었다. 특히 저출산과 관련해 스치듯 말한 수치는 언론에 알려진 바와 정확하게 일치했다. 그간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주시해 왔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 목사가 깊이 고민한 끝에 나온 결과일까.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여타 교회에 비해 출산율을 높이는 실질적 노력을 기울여왔다. 가장 대표적 노력은 ‘출산장려금 제도’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는 12년 전부터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면서 매년 금액을 인상해 왔습니다. 국가에서도 하기 어려운 일을 교회 차원에서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2012년부터 우리 교회에 소속된 성도들에게 출산장려금을 지급해 왔어요. 첫째 아이를 낳은 가정에 100만 원, 둘째는 200만 원, 셋째와 넷째는 500만 원, 다섯째부터는 1000만 원을 각각 지급해 왔는데 올해부터는 금액을 대폭 인상해 첫째 아이를 낳은 가정에 200만 원, 둘째는 300만 원, 셋째는 500만 원, 넷째부터는 1000만 원을 각각 지급하고 있습니다.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이유는 젊은 세대가 겪는 출산과 양육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서입니다. 말로만 아이를 낳고 기르라고 권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교회가 함께 그 짐을 나눠지려는 것이죠. 이를 통해 젊은 세대가 자녀를 낳고 기르는 것이 하나님이 주신 큰 축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출산장려금 지급 이후 교회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올해 2월까지 5016명에게 54억여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했어요. 출산장려금은 특별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 실질적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영·유아부는 출산장려금이 지급된 이래로 10년 사이에 인원이 세 배 이상 늘었습니다. 또한 출산장려금을 받은 성도들이 ‘의료비와 기저귀, 분유 등 육아용품의 만만치 않은 지출로 경제적 부담이 컸는데 출산장려금이 큰 도움이 됐다’는 고마움을 전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출산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경제적 지원과 육아 인프라 구축으로 저출산 문제 극복에 일조할 것입니다.”

    필요하지만 신중해야 할 문제 ‘이민’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어들면 국가경쟁력에도 큰 문제가 생긴다. 1차적으로 일할 사람이 줄어들기 때문. 노동인구가 줄면 생산성이 줄고, 생산성이 줄면 GDP도 줄어든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해 5월, 고령화 속도가 빠른 우리나라의 경우 2050년 GDP가 2022년 대비 약 28%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오늘날 이민을 통한 노동력 확보 방안이 논의되는 이유다.

    저출산으로 우려되는 가장 큰 문제는 '노동력 부족'입니다. 국가적으로 이민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목사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근 정부 차원에서 외국인노동자를 우리나라에 이주시키는 방법이 논의되기도 했죠. 외국인노동자는 노동력이 필요한 곳에 활기를 불어넣어 경제를 성장하게 하는 소중한 인적 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많은 국가에서 외국인노동자를 받아들이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이는 피할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며 우리가 당면한 현실입니다. 우리는 한국에 거주하는 약 250만 명의 외국인이 필연적으로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동반자라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정부를 비롯한 사회의 여러 단체는 그들이 한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여러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국가에서는 ‘이민청’ 신설 등 제도 변화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종교 갈등 등 사회문제도 우려되는데요. 기독교계에서는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이민청 신설은 우리나라 인구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 노력의 일환이죠. 외국인 노동력을 유입해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적으로 경제성장을 촉진하겠다는 것입니다. 긍정적 측면으로는 외국의 숙련된 인력들을 유연하게 도입하고, 글로벌 우수 인재 확보로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민정책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이미 수십 년간 ‘다문화정책’을 펼쳐온 유럽의 많은 나라가 이슬람 인구 유입으로 정책 실패를 인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무슬림이 들어와 법과 질서를 무시한 채 행동해 물의를 일으켰기 때문이죠. 이런 선례로 볼 때 다문화가족의 무분별한 유입은 사회적·문화적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이민청 신설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문화, 역사, 사회체제를 전적으로 수용하는 것을 전제로 이민자들을 신중하게 선별해 잠재적 위험 요소를 없앨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북한 등에서 오는 이민자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정착하도록 많은 한국 교회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어떻게 일조하는지 궁금합니다.

    “외국인의 국내 정착과 다문화 사역 분야는 우리 교회의 오랜 관심사이기도 합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 관한 관심을 가지고, 한국어와 모국어, 2개 언어를 구사하는 국제 인재로 키우고자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2022년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다문화 사역을 위한 ‘글로벌엘림재단’을 설립하고 마포구에 ‘엘림다문화센터’를 개관했어요. 이곳은 다문화가족을 비롯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겪는 다양한 문제를 다각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하여 해결하기 위해서 세워졌습니다. 주요 사업은 ‘한국 사회 적응 프로그램’ ‘국내 취업 및 직업 훈련과 실습’ ‘외국인 대상 교육 사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외 검정고시 및 진학 상담, 건강검진, 트라우마 센터 운영, 유학생 지원, 마약 범죄 피해 예방 교육까지 실질적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에는 40만 명 정도 되는 불법체류자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이 2만 명이 넘습니다. 이들은 어떠한 신분도 가질 수 없기에 복지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일단 한국에서 태어나면 거주 자격증을 주고 18세까지 의료·교육 혜택을 줘야 합니다. 이민자 자녀들이 한국에 정착하고 함께 살아간다면 저출산 문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들에 대한 섬김을 어떻게 확대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성경에 적혀 있는 창조 이야기는 누구나 알고 있다. 창조주가 7일간 낮과 밤, 땅과 바다, 해와 달을 비롯해 천지 만물을 만든 이후 흙으로 사람을 빚어 남자인 아담을, 아담의 갈빗대로 여자인 하와를 만들었다. 성경에는 두 남녀가 어떻게 번성해 인류를 이뤘는지 상세히 기록돼 있다. 그런데 무한히 번성할 것 같았던 인류도 오늘날 한계에 직면했다. 기독교에서는 번성에 한계를 맞은 현실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기독교적 해결책은 무어라 보는지 궁금했다.

    기독교인의 신성한 의무

    “하나님은 온 세상을 창조한 후에 아담과 하와에게 복을 주며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창 1:28). 인류가 생육하고 번성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자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한 축복입니다. 또한 ‘생명 존중’은 기독교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죠. 그래서 기독교는 결혼과 출산 그리고 가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출산은 창조의 섭리를 따르고 공동체의 신앙과 도덕적 가치를 다음 세대로 이어가는 기독교인의 신성한 의무니까요. 그렇기에 교회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출산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출산과 육아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실질적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앞장서야 합니다.”

    교회가 어떤 실질적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까요.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부모님과 아이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방안은 서울에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 기도처 136곳에 돌봄 시설을 갖춰 지역사회에 개방하는 것입니다. 교회판 ‘늘봄학교’는 부모님들의 아이 돌봄 걱정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두 번째 방안은 ‘멀티-인큐베이터 육아공동체’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는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양육인지감수성’을 능동적으로 배양해 사회 전체를 아이들을 양육하기 좋은 인큐베이터가 되게 하는 것입니다. ‘양육인지감수성’은 ‘성인지감수성’에서 착안한 단어로 자녀 양육에서 차별과 불균형을 얼마나 민감하게 감지해 낼 수 있는지를 말합니다. 이를 위해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양육인지감수성’ 캠페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해 교회 안팎으로 ‘양육인지감수성’을 높여 사회 전체 구성원이 아이들을 함께 양육해 나가는 시스템이 되도록 힘쓸 것입니다.”



    정혜연 차장

    정혜연 차장

    2007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여성동아, 주간동아, 채널A 국제부 등을 거쳐 2022년부터 신동아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금융, 부동산, 재태크, 유통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의미있는 기사를 생산하는 기자가 되기를 꿈꿉니다.

    최태원-노소영 한국판 세기의 이혼소송, 판결만 남았다

    지금, 서울 민심② “국민의힘이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종부세 줄여줬잖 ...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