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호

美花가 소돔과 고모라를 닮은 매음굴로 흘러온 까닭은?

네 번째 르포 : 평택 조선족 매춘 타운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10-04-01 17: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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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최대 외국 국적 여성 매춘街
    • “소돔과 고모라가 따로 없다”
    美花가 소돔과 고모라를 닮은 매음굴로 흘러온 까닭은?
    구름을 비집고 나온 햇빛이 맑아서 눈물이 난다. 매화(梅花)가 꽃샘바람을 맞으면서 북진(北進)한다.

    “지난 겨울은 중국의 고향만큼 추웠어.”

    “꽃을 좋아한다”면서 그는 웃었다. 고향은 지린(吉林)성 옌지(延吉). 한국서 쓰는 이름은 ‘은정’, 중국 이름은 ‘美花’다. 그는 경기도 평택에서 홀로 딸을 키운다. 한국 온 지 5년이 넘었다.

    전국 최대 외국 국적 여성 매춘 거리

    평택은 다문화(多文化) 도시. 美花 같은 외국인이 많다. 미국 군대의 요새가 웅크렸고, 이주노동자가 기름밥을 먹는다. 미군이 손님인 주시 바(juicy bar)에선 필리핀 여성이 일한다. 여종업원에게 술, 음료를 사주고 ‘함께 노는’ 곳. 중소도시 티켓다방처럼 성매매도 이뤄진다.



    평택역엔 KTX가 서지 않는다. 서울역에서 무궁화호를 타면 1시간이 걸린다. 낡은 역사가 헐린 터엔 쇼핑몰이 들어섰다. 평택역 앞엔 소문난 음식점이 두 곳 있다. 냉면을 내는 ‘고박사집’과 곰탕으로 이름난 ‘파주옥’.

    ‘파주옥’은 40년 넘게 역전에서 국물을 고았다. MSG(‘미원’이란 브랜드명이 유명하다)를 넣지 않아 국물이 맑다. 곰탕 7000원, 우족탕 1만3000원. 국내산 육우를 쓴다. 소주와 깍두기가 잘 어울린다.

    ‘파주옥’을 나와 택시를 탔다. 美花가 일하는 통북동으로 향했다. “술 마시러 가느냐”면서 택시운전사가 웃는다.

    “예전만 못해요. 쌍용차 잘나갈 땐 불야성이었는데….”

    택시는 평택경찰서 평택지구대 앞에 멈췄다.

    “딸 키우면서 살기엔…”

    美花는 서울 이화여대 근처 분식점에서 일했다. 일은 고되고, 보수는 적었다. 한 달에 이틀 쉬는데, 월급은 150만원.

    “딸 키우면서 살기엔 일이 버거웠어요. 돈 모으기도 어렵고….”

    그래서 찾아온 곳이 통북동. 2년 넘게 웃음을 팔면서 돈을 벌었다. 달마다 다르지만 벌이는 이화여대 시절의 세 배란다.

    美花가 소돔과 고모라를 닮은 매음굴로 흘러온 까닭은?
    “얽매이지 않아서 좋아요. 일하고 싶으면 일하고, 놀고 싶으면 놀 수 있거든요.”

    매춘(賣春)은 이성에게 웃음이나 몸을 파는 행위를 가리킨다. 법률 용어로는 윤락(淪落). 美花의 직업은 매춘부다.

    평택지구대에서 평택세무서 방향으로 걸었다. ‘도화’ ‘땡벌’ ‘예림’ ‘가희’라고 상호명을 적은 간판이 ‘어깨싸움’하듯 내걸렸다. 평택 조선족 매춘 타운. 중국동포 윤락 여성이 밀집한 곳이다. 전국 최대 외국 국적 여성 매춘거리.

    밤 여덟시, 술집에 맥주를 납품하는 ‘40대 남자’가 트럭에서 맥주를 내린다. 한 번에 맥주 네 짝씩 등짝에 업어 옮기는 솜씨가 능란하다. 같은 시각, 美花는 저녁밥을 먹었다.

    美花가 소돔과 고모라를 닮은 매음굴로 흘러온 까닭은?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한국계 중국인이 이 골목에서 웃음을 판 지 10년이 넘었다. 한동안 업소들은 ‘○○식당’ 같은 간판을 내걸었다. 손님에게 닭볶음탕 감자탕을 안주로 낸 적도 있다. ‘식당’이란 상호 때문에 외지인은 매음굴(賣淫窟)이라는 걸 알기 어렵다. 이 골목에서 성매매가 이뤄지는 걸 모르는 평택시민도 많다.

    조선족이 한국 윤락업소에 나타난 때는 1990년대 후반. 한강변에 늘어선 전원카페 식당에서 술시중을 들었다. 불법체류자 단속을 일시 중단한 2002년 한·일 월드컵 직전부터 몸 파는 조선족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조선족 전문 보도방 알선으로 시·군 티켓다방과 노래방에서 웃음을 팔았다.

    “여긴, 다 조선족이야”

    밤이 무르익자, 통북동 매춘거리가 휘청거린다. 불야성(不夜城)이 골목을 술 취한 듯 보이게 한다. 촌스러운 간판이 ‘덩치 다툼’하면서 빨강 주황 노랑의 ‘원색 불빛’을 내뿜는다. 주민 김만성(62)씨가 혀를 찬다.

    “경찰도 소용없어. 처음엔 지구대서 세무서 가는 길에만 있었는데, 지금은 주택가까지 침범했어.”

    매음굴은, 1970~80년대식 2층 양옥이 늘어선 주택가 골목으로까지 세를 넓혔다. 불법체류자가 출국한 뒤 1년 후 재입국하면 3년간 체류를 허용하는 정책을 2005년 도입하면서 한국 거주 조선족이 증가했다. 체류 조건이 완화하면서 중소도시에 한국계 중국인 매춘부도 늘었다.

    지금, 이 골목 매춘업소는 100곳에 달한다. 업소들은 현관문을 열어놓은 대신 내부를 보지 못하게끔 가리개를 걸었다. 가게마다 업소 주인 휴대전화 번호를 유리창에 적어놓았다. 부재할 때 연락처다.

    초저녁부터 술을 마신 듯 보이는 남자들이 가리개를 걷고 거리로 나온다. 벌어진 틈으로 여자들이 보인다. 길까지 배웅 나와 남자의 볼에 입을 맞춘다. 취객들은 왁자지껄 떠들면서 평택지구대 쪽으로 걸어간다.

    나는, 일행과 함께 ○○이란 간판을 내건 업소에 들어갔다. 가리개를 걷자 벨소리가 울린다. 후덕한 인상을 가진 ‘50대 아주머니’가 눈을 비비면서 객을 맞았다.

    ▼ 여긴, 뭐 하는 데예요?

    “뭘 하긴, 뭘 해요. 술 마시고, 연애하는 데지.”

    ▼ 조선족 아가씨도 있어요?

    “여긴, 다 조선족이야. 말 통하지, 착하지, 순진하지, 예쁘지.”

    ▼ 술값은 어떻게 해요?

    “맥주를 짝으로 시켜야 해. 한 짝에 15만원. 아가씨 팁은 3만원씩.”

    ▼ 장사는 잘돼요?

    “원래 맥주 한 짝에 20만원씩 받았어. 쌍용차 월급날엔 손님이 줄을 서 기다렸어. 쌍용차가 저렇게 되는 바람에….”

    윤락업소 매출은 경기의 잣대다. 평택을 ‘먹여 살리는’ 쌍용차는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때 직격탄을 맞았다. 매출이 61% 감소했고, 2934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파업이 끝나고 여건이 개선되면서 매춘거리에도 온기가 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美花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힘들잖아. 눈물 나더라고”

    현관과 주방을 잇는 복도가 어두컴컴하다. 굴(窟) 같은 복도 양쪽으로 방 8칸이 늘어섰다. 방 안엔 4인용 밥상 2개가 자리 잡았다. 싸구려 밥상 2개가 유일한 가구. 밥상 위엔 화장실용 휴지 3개와 맥주잔 8개가 올라와 있다. 살바람이 부는데도 난방을 하지 않아 콧잔등이 시리다.

    “삼춘. 일찍 오길 잘했어. 최고로 맞춰줄 게.”

    ‘50대 아주머니’는 화대(花代)를 받은 뒤 방을 나가 美花에게 전화를 걸었다. 묵은 냄새 나는 마른안주 한 세트, 20병들이 맥주 한 짝이 들어왔다.

    10분쯤 지났을까. 허벅지를 드러낸 여인 2명이 방에 들어와 수줍게 웃는다. 머리칼을 블루블랙, 갈색으로 염색했다. 美花가 갈색, 다른 여자가 블루블랙. 긴 생머리가 잘 어울리는 미인(美人)이다. 둘은 서로 잘 몰랐다. 美花가 속살을 드러낸 배를 가리키면서 “한 시간 전 밥을 먹어서 배가 조금 나왔다”며 웃는다.

    “잘생긴 총각들, 땡 잡았다. 우리 정도면 평택에서 제일로 날씬한 거야. 밤늦게 왔어 봐. 놀라서 뛰쳐나갔을 걸.”

    美花는 중국서 학교 다닐 적 축구 선수였다. 운동하고 싶어 몸이 간질거리는데 한국에선 틈이 안 난다 했다.

    생김새가 이국적인 ‘블루블랙’은 성과 이름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못난이’라고 부르란다. 못난이는 “학교 때 배구를 쳤고, 달리기를 잘한다”고 했다. 분위기가 세련된 ‘블루블랙’은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 고향은 함경도 나진. 압록강서 썰매 타던 어릴 적이 그립단다.

    “옷장사하면서 나진, 신의주에 여러 번 가봤어. 북한이 힘들잖아. 눈물 나더라고. 중국에서 짠 옷이 북한에선 최고급이야.”

    美花도 북한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어서 빨리 민족이 하나 돼야 할 텐데….”

    북한 얘기를 할 때 美花의 얼굴과 목소리는 TV토론에 나오는 한반도 전문가보다 더 진지했다.

    南男北女

    美花가 소돔과 고모라를 닮은 매음굴로 흘러온 까닭은?
    블루블랙은 인텔리다. 4개 국어를 한다. 중국말 러시아말 한국말 조선말. “고려말은 조선말 한국말로 나뉜다”면서 웃는다. 그는 혼자 산다. 두 번 결혼했고, 두 번 이혼했다. 모스크바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면서 무역 일을 했다. 중국산 의류는 러시아에서 잘 팔렸다.

    “옷 팔아 번 돈으로 상하이(上海)에 불고깃집을 냈어. 북한에서 넘어온 아가씨들도 고용했고. 그게 망하는 바람에….”

    못난이는 지난해 9월 한국에 들어왔다.

    “5년짜리 한국 비자 시험에 한번에 합격했어. 5년이 지나면 5년 더 체류할 수 있어. 얼른 돈 벌어서 되돌아갈 거야.”

    세련된 분위기와 미모(美貌)는 러시아 생활에서 비롯한 것 같다.

    “40년 넘게 살면서 이 남자, 저 남자 만나봤지만, 러시아 남자가 최고야. 겉모습은 우락부락해도 정이 얼마나 많은데. 한국 여자보단 조선 여자가 낫고.”

    앞서 ‘30대 후반’이라고 말했는데, 지금은 40년 넘게 살았단다. 눈가 웃음주름에 세월이 쌓였다. 美花도 ‘30대 후반’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겉모습만 봐서 둘은 ‘30대 후반’ 아니면 ‘40대 초반’으로 보였다.

    맥주잔이 숨 가쁘게 돈다. 취기가 올라온다. 디지털 녹음기를 들여다보니 합석한 지 1시간이 넘었다.

    SHOW

    美花가 소돔과 고모라를 닮은 매음굴로 흘러온 까닭은?
    술 마시면서 떠드는 일 외엔 달리 할 게 없다. ‘유흥주점’이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받아서 노래방 기계가 없다. 美花는 “주택가라서 노래를 못 한다”고 했다. 못난이가 “이젠, 놀자”면서 윙크한다. 美花가 밖으로 나가서 세숫대야를 손에 들고 방으로 들어온다. 그러곤 조명의 밝기를 낮춘다.

    현장을 ‘글’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소돔과 고모라가 따로 없다. ‘SHOW TIME’은 20분 넘게 이어진다. 야릇한 집단 밤 체조 때 여자들은 맥주로 몸을 씻으면서 술을 대야에 버렸다. 테이블 위 두루마리휴지 용도를 뒤늦게 알았다. 빌 클린턴과 모니카 르윈스키가 벌인 부적절한 행위도 코스의 일부다.

    테이블 밑으로 내려놓은 대야에서 술이 출렁인다. 방바닥에서 지린내가 올라온다. 매상을 늘리면 접대부가 가욋돈을 받는 모양이다. 여인들은 기묘한 짓을 할 때마다 팁을 2만원씩 요구했다. 맥주 한 짝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美花가 “술을 더 마시자”고 했다.

    “마시는 술보다 버리는 술이 더 많을 거예요. 대취하면 술을 마셨는지 안 마셨는지 헛갈리잖아요. 하긴 술 마시려고 통북동에 가는 것도 아니고요. 빈병 수거하러 가면 맥주 짝마다 절반도 안 마신 술이 가득해요. 빈병을 담은 짝인 줄 알고 들었다가 허리를 삐끗한 적도 있어요.”

    송탄에서 주류업을 하는 일행의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쇼 타임이 끝나자 두 여인은 앞서처럼 진지해졌다. 살아온 얘기, 살아갈 얘기를 들려준다.

    “공산주의 때는 의식이란 게 있었어. 외간 남자랑 술 마시고, 몸 섞는 건 상상도 못해봤어. 자본주의가 대세가 되니까 상상 못할 일을 지금 하는 거지. 자본주의가 잘살지만 사회주의만큼 의식은 없는 것 같아.”

    美花가 ‘의식’이란 단어를 여러 번 쓰면서 심각한 얘기를 길게 한다. 두 여인이 중국말로 대화를 나눈다. 공산주의, 자본주의에 대해 말했단다. 듣도 보도 못한 한국의 지방도시까지 흘러와 몸을 파는 건, 목돈을 모아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다.

    못난이가 “2차를 가자”고 했다. 현금 10만원. 카드로 결제하면 값이 오른다.

    “군대 간다면서 찾아오는 젊은 총각도 많아. ‘삼리’ 아가씨는 젊고 예쁘지만 정이 없다면서.”

    ‘삼리’는 평택역 앞 집창촌을 가리킨다. 서울 전농동 ‘588’을 닮았다.

    조선족 매춘 타운 여인들은 ‘프리랜서’다. 수입 일부를 보도방에 뜯길 만큼 어수룩하지 않다. 업소들은 24시간 영업한다. 밥을 먹거나 빨래하다가도 전화가 오면 달려 나온다.

    더 나은 삶

    지금, 인류는 전례 없이 풍요로운 시대를 산다. 생산력을 폭발적으로 늘려놓은 자본주의 덕분이다.

    세계화는 ‘노동’마저 전 지구적으로 이동하는 ‘상품’으로 만들어버렸다. 경제인류학의 틀로 세상을 들여다본 카를 폴라니(1886~1964)는 “노동이 상품으로 거래된 시대는 일찍이 없었다”고 일갈한다.

    도쿄(東京) 신주쿠(新宿)나 롯폰기(六本木) 유흥가에선 흑인 ‘삐끼’가 호객한다. 브라질 러시아 필리핀 중국에서 온 여인이 웃음을 판다. 어떤 업소는 ‘한국 미소녀 마사지방’ 같은 간판을 내걸었다. 중국 베트남 몽골에서 몸을 파는 탈북 여성도 적지 않다. 한국의 윤락가도 세계화 물결에 동참했다.

    나는, 성매매가 노동이라거나 직업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처럼 주택가 골목에서조차 성매매가 이뤄지는 나라가 있을까? 국격(國格)의 문제다.

    자정이 가깝다. 살바람이 분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한갓지던 골목이 들썩인다. 놀고 나온 사람, 놀러 가는 사람이 하나같이 휘청거린다. 평택지구대 형광등 불빛이 밝다.

    꽃피는 봄은, 美花와 못난이에게도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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