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호

검침도 제대로 안 하는 돈 먹는 하마, 한전MCS

돈 들여 정규직 만들었더니 비위 대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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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2-06-22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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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년 감사에서만 155건 비위 적발

    • 비위 중 직무태만, 허위 보고가 70% 이상

    • 성추행, 폭언으로 해임된 직원도

    전남 나주에 위치한 한전MCS 사옥. [한전MCS 홈페이지]

    전남 나주에 위치한 한전MCS 사옥. [한전MCS 홈페이지]

    전력 검침 업무를 하는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 한전MCS가 자체 감사를 벌인 결과 지난해에만 155건의 비위행위가 적발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구자근 의원이 한전 MCS로부터 받은 2021년 한전MCS 감사 자료에 따르면 비위행위에 대한 처분은 해임을 포함한 징계가 24건, 경고·주의 114건, 시정조치 17건 등이다. 징계 사유는 근무지 이탈, 허위보고, 근무지 이탈, 직무 태만 등 직무 관련 문제를 시작으로 성희롱, 폭언, 사고 은폐 등 다양하다.

    근무시간에 낮잠, 게임까지

    한전MCS의 자체 감사 결과, 비위행위 중 9건(성희롱 4건, 직장 내 괴롭힘 3건, 폭언 2건)을 제외한 143건(92%)이 맡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생긴 문제였다. 세부 내역으로는 △직무 태만 및 업무 미숙이 68건(44%) △허위 보고 52건(33%) △근무지 이탈 14건(9%) △무단결근 7건(4%) △비품관리 소홀 2건(1%) △사고 은폐 2건(1%) 등이 있다.

    직무 태만 사례 중에는 회사 PC로 업무시간에 게임을 하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당직근무 중 업무용 PC에 게임을 설치해 즐기고, 당직이 끝나면 이를 삭제하는 행위를 1년간 반복해 온 것. 지난해 7월 감사 결과 해당 직원은 견책 처분을 받았다. 같은 해 2월 감사에는 근무시간에 정기적으로 낮잠을 자던 직원이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6월에는 일부 한전MCS 직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을 무시하고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모임에 참석한 사람 중 일부는 근무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일찍 퇴근해 모임에 참석했다. 주 업무인 검침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같은 해 7월에는 계기를 조작하고 검침을 제대로 하지 않은 직원이 적발됐다. 한전MCS 직원이 검침을 실수해 과도한 전기요금을 내게 된 사례도 있었다.

    정보보안 문서 관리 소홀은 대부분 경고·주의 등의 처분을 받았다. 검침 고객의 주소 등이 노출된 문서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왔던 것. 한전MCS 측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정보가 외부로 노출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한전MCS 관계자는 “만에 하나의 사태를 막기 위해 고객 관련 정보 문서는 잠금 장치가 있는 곳에 보관하게 돼 있다”며 “감사 결과 이를 지키지 않은 직원들이 경고나 주의 처분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업무 체계 익히지 못한 직원도 많아

    감사 결과 징계 수위가 가장 높았던 것은 성희롱 사건이었다. 한전MCS의 특별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관리직 직원이 부하 직원에 대한 성희롱과 함께 부당한 사적 지시, 직무 태만, 폭언 등의 행위가 장기간 이어진 사실이 확인돼 지난해 10월 해임됐다. 성희롱으로 정직이 된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4월 한전MCS의 자체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상사가 퇴근 시간 이후 수차례 부하 직원에게 연락한 것이 원인이었다. 연락의 내용은 ‘퇴근 시간 이후 따로 만나자’는 내용이었다.

    같은 해 2월 감사에서는 신체적 접촉으로 인한 성희롱 사례도 1건 드러났다. 징계 수위는 감봉 등 중징계에 그쳤다. 한전MCS 관계자는 “양측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업무 격려 차원의 행동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가 불쾌감을 느낀 사건이므로 징계를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구 의원은 “단순 검침 업무를 위해 전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이 문제였다”며 “한전MCS의 행태는 열심히 일하는 대다수의 공기업 직원과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전MCS 측은 “감사 결과 비위행위가 많이 드러난 것은 사실이나 그만큼 감사 자체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한전MCS 측의 해명은 다음과 같다. 단기간에 6개 회사가 모이다 보니 각 지사마다 일하는 방식도 절차도 달랐다. 창사 후 3년간 업무 체계와 방식을 일원화했지만 여전히 과거의 업무 체계를 고수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한 해에만 30여 건의 내부 감사를 시행했다. 한전MCS 관계자는 “지난해 감사는 업무 일원화의 중요성을 각 직원들에게 알리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한전MCS는 2019년 5월 한전이 위탁 검침사 6개(그린CS, 대상휴먼씨, 새서울산업, 신일종합시스템, 제이비씨, 한전산업개발 등)를 통합해 만든 회사다. 한전은 해당 회사들을 전부 인수했다. 결국 6개 회사 직원 2645명이 한전MCS의 정규직이 됐다. 정규직 전환에 드는 비용은 오롯이 한전의 부채가 됐다.

    직원은 늘었지만 일감은 줄어

    한국전력공사의 원격 검침 시스템(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AMI) 장치. 한전은 2025년까지 2250만 가구에 AMI 검침 시스템을 보급할 계획이다. [한국전력공사 홈페이지]

    한국전력공사의 원격 검침 시스템(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AMI) 장치. 한전은 2025년까지 2250만 가구에 AMI 검침 시스템을 보급할 계획이다. [한국전력공사 홈페이지]

    한전 연결 재무제표를 보면 2018년 한전의 부채는 114조1526억 원이었다. 2019년에는 부채가 14조6555억 원 늘어 128조8081억 원이 됐다. 한전의 부채는 계속 늘어 올해 3월 기준 156조 원을 넘겼다. 한편 한전MCS는 창사 이후 계속 몸집을 불려 계약직 근로자 177명을 포함, 총 직원 5150명의 공기업이 됐다.

    인원은 늘었지만 그만큼 일이 늘지는 않았다. 구 의원실의 조사에 따르면 한전MCS 출범 전 위탁 검침사 직원 1인당 1일 검침 가구수는 약 300가구. 하지만 공기업 전환 후인 지금은 직원 1인당 1일 검침 가구수가 214곳으로 줄었다. 인원이 두 배가량 늘었지만, 하는 일은 줄어들었던 것.

    검침 업무는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와 한전은 2010년부터 원격 검침 시스템(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AMI)를 설치하고 있다. AMI는 사람 없이도 전력 사용량 검침은 물론 전력 수요 분석까지 할 수 있는 장치다. 한전은 2025년까지 2250만 가구에 AMI 검침 시스템을 보급할 계획이다.

    한전MCS 관계자는 “전력량계 검침 및 점검 외에도 한전MCS는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다”며 “전기요금청구서 송달, 전기요금 체납고객 관리, 태양광발전소 데이터베이스 일원화 사업 등을 맡고 있다. 동시에 전기공사업, 정보통신공사업, 풍력발전소 효율화 등 신사업 개발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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