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돌봄·가사·안내 全방위 도전
보행보조 로봇 ‘GEMS’ 상용화 시간문제
“로봇사업팀 인원 올해 말까지 지난해 말 대비 2배 늘릴 계획”
삼성전자 돌봄 로봇 ‘삼성 봇 케어’. [삼성전자]
사이보그 기술이 실제로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의료 분야다. 인공 심장이나 인공 와우 등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장기 혹은 신체 기관을 기계로 대체하는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로봇공학은 의료용 사이보그 기술 발전에 날개를 달았다. 로봇을 이용해 장애를 극복하기 시작했다. 걷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로봇 의족, 팔을 잃은 사람을 위한 로봇 팔이 대표적이다.
삼성 웨어러블 로봇, 국내 최고 수준
삼성전자가 CES 2019에서 선보인 웨어러블 보행보조 로봇 GEMS-H. [삼성전자]
고관절, 무릎, 발목 등 각 관절에 작용해 보행에 관여하는 주요 근육의 부하를 덜어준다. 걸음이 불편한 사람은 GEMS를 사용해 더 쉽게 걸을 수 있다. 걸음이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 GEMS를 착용하면 평소보다 20%가량 빠르게 걸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의료원과 협력해 GEMS를 제작·발전시키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사용해 본 이력이 있어서인지 GEMS 상용화는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20년 4월 21일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고관절에 착용하는 ‘GEMS-H’의 ‘시판 전 신고(Premarket Notification)’를 마쳤다. 이 절차는 의료기기를 미국 시장에 내놓기 전에 안전성, 효과 등을 고려해 판매 가능성을 판단하는 절차다. FDA는 삼성전자의 인증 신청에 보낸 승인 편지에서 “일반적인 규정에 따라 기기를 판매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기존 미국에서 유통되는 제품과 비슷하게 안전하다는 인증을 받은 셈이다.
같은 해 9월에는 GEMS-H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으로부터 국제표준 ISO 13482 인증을 받았다. 국내 기업 중에는 최초다. 이 인증은 이동형 도우미 로봇, 신체 보조 로봇, 탑승용 로봇 등 3가지 개인용 서비스 로봇에 대한 안전성 확보를 위해 2014년 국제표준화기구(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에서 제정한 국제표준이다.
집안일 돕는 로봇 개발도 성공
국내 최초 팔이 달린 가사 도우미 로봇 ‘삼성 봇 핸디’. [삼성전자]
삼성전자 측은 이 같은 분석에 대해 “GEMS 상용화에 집중할 계획은 없다”고 반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GEMS 같은 웨어러블 로봇 외에도 삼성전자는 다양한 분야의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며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의 기술을 이용한 로봇도 CES에서 선보인 바 있다”고 밝혔다.
GEMS를 처음 공개한 CES 2019에서 삼성전자는 돌봄 로봇인 ‘삼성 봇 케어’와 고객 응대 로봇인 ‘삼성 봇 리테일’, 공기 정화 로봇 ‘삼성 봇 에어’를 함께 공개했다. 돌봄 로봇은 주기적으로 사용자의 건강을 측정한다. 혈압, 심박, 호흡, 수면 상태를 측정하고 복약 시간도 알려준다. 고객 응대 로봇은 자율주행 기술을 바탕으로 서빙 및 안내를 돕는다. 공기 정화 로봇은 공기질 센서를 이용해 실내 공기가 가장 오염된 부분부터 찾아가 정화한다.
삼성전자는 이후에도 관련 기술을 개발해 올해 1월 CES 2022에서는 한층 더 발전된 삼성 봇 ‘삼성 봇 아이’를 내놓았다. ‘삼성 봇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좌우로 흔드는 등 움직임을 통해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인터랙션 로봇으로 화상통화, 원거리 제어 기능도 탑재돼 있다. 이외에도 가정용 로봇에 팔을 단 ‘삼성 봇 핸디’도 선보였다. 삼성 봇 핸디는 본격 가사 로봇으로 로봇팔을 이용해 식기 정리 등 간단한 가사 노동을 할 수 있다.
로봇 분야 전방위 적극 도전 계획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의 로봇산업은 확실한 선두 주자가 없는 상황”이라며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 서비스 로봇 외에도 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 개발 역량을 쌓고 있다”고 밝혔다.삼성전자는 로봇을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로봇, AI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향후 3년간 약 24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사장은 3월 16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신사업 발굴의 첫 행보는 로봇 사업”이라며 “로봇을 고객 접점의 새로운 기회로 생각하고, 전담 조직을 강화해 로봇을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20년 조직 개편에서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한 뒤 지난해 말 이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했다. 로봇사업팀 수장은 전경빈 삼성전자 부사장. 전 부사장은 KAIST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기술 전문가다. 동시에 글로벌CS팀장을 지낸 만큼 소비자에 대한 통찰도 갖추고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신생 로봇사업팀의 인재 영입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초 로봇사업팀과 관련해 경력사원 채용을 진행했다. 하드웨어 개발, 상품기획, 로봇 규격 등 총 19개 직군에서 관련 인재를 대규모로 채용했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전자 내부 관계자는 “(로봇사업팀 인원을) 올해 말까지 지난해 말 대비 2배가량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봇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기술 등 삼성전자의 핵심 역량이 로봇산업과 관계가 깊다”며 “인력 등에 대규모 투자가 끝나면 세계 로봇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크게 증대될 것”이라 분석했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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