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호

“한동훈發 ‘이민청 신설’ 선택 아닌 필수, 철두철미 준비가 관건”

이자스민 한국문화다양성기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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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23-12-07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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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체 기초자치단체의 90% 이상이 인구소멸 지역

    • ‘이민자’ 법적 정의조차 없는 게 현실

    • 고급 인력, 일본 다음으로 한국 이민 꺼려

    • 韓 적응한 미등록 체류자, 배척 아닌 흡수할 때

    이제는 인구 감소를 넘어 소멸 시대로 접어들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기초자치단체 226곳 가운데 인구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지역이 206곳에 달한다. 출생률은 0.78로 세계에서 가장 낮다. 출생률이 1.00 이하로 떨어진 지 오래지만 그동안 들인 정책적 노력이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지 못했다. 더는 국내에서 해법을 찾을 게 아니라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추진하는 ‘이민청 신설’에 뜨거운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법무부의 ‘2023년 5대 핵심 추진 과제’에 이민청 설립을 포함한 한 장관은 “이민 없이 지금의 생산가능인구가 유지되려면 10년 내 출산율이 3배 높아져야 한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이 생산 가능 연령으로 성장하는 15년간 국가의 성장 동력을 뒷받침하려면 이민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내국인 근로자를 구하기 힘들어진 산업계도 이민청 설립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민청 설립을 서두르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11월 8일 서울 상암동에서 만난 이주민 1호 국회의원 출신인 이자스민 한국문화다양성기구 이사장은 “이민청을 빨리 설립하는 것보다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누구를, 얼마나 데려와 무엇을 시킬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1977년 필리핀에서 태어났다. 1998년 결혼이민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새누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냈다. 2019년 10월 정의당에 입당해 정의당 비례대표로 2020년 총선에 도전했으나 당선하지는 못했다. 2019년부터 정의당 이주민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주민 1호 국회의원 출신인 이자스민 한국문화다양성기구 이사장은 “이민자를 받는 것이 인구소멸 문제의 궁극적 해법은 아니지만 이를 당분간 막기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해윤 기자]

    이주민 1호 국회의원 출신인 이자스민 한국문화다양성기구 이사장은 “이민자를 받는 것이 인구소멸 문제의 궁극적 해법은 아니지만 이를 당분간 막기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해윤 기자]

    인구소멸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

    당적을 바꾼 이유가 뭔가.

    “새누리당 국회의원 시절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이었다. 그때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도 환노위 소속이었다. 자연스럽게 친분이 쌓였다. 임기가 끝나고 한참 뒤인 2019년 심 전 대표가 그동안 쌓은 이력이 아쉽다면서 정의당 비례대표를 제의했다. 그때 당적을 정의당으로 옮기고 이주민인권특별위원회를 이끌게 됐다. 한국문화다양성기구 이사장직을 맡은 건 그 이전인 2018년 7월부터다. 한국문화다양성기구는 시민단체의 일종으로 정파와 무관하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혁신위원 후보로 언급됐다. 제안을 받았나.

    “그 일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아무런 제의도 없었다. 나도 기사를 통해 알았다.”

    1995년에 한국에 와 30년 가까이 살았다. 한국에서 혁신이 필요한 부분을 꼽는다면.

    “갈등 해소가 절실하다. 한국은 갈등지수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하게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젠더 갈등, 세대 갈등, 지역 갈등이 얽혀 있고 지금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이주민과 선주민 간 갈등도 이민정책이 본격화하면 사회문제로 대두할 소지가 있다.”

    인구소멸 위기를 극복할 돌파구로 이민정책이 떠올랐다. 효과가 있을까.

    “이민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민이 해답은 아니지만 인구소멸을 당분간 막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인 것은 맞다.”

    한동훈 장관이 추진하는 이민청 설립을 찬성하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민청 설립을 법무부 ‘2023년 5대 핵심 추진 과제’에 포함했다. [뉴스1]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민청 설립을 법무부 ‘2023년 5대 핵심 추진 과제’에 포함했다. [뉴스1]

    “국회의원으로 일할 때도 청이든 위원회 형태든 이민을 관장하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생각엔 지금도 변함이 없다. 2016년 의원 임기를 100여 일 남겨두고 이민사회기본법이라는 법안도 발의했다. 그때도 출산율이 저조했는데 시기상조라는 반응이 많았다. 지금처럼 인구가 소멸할 지경에 이르러서야 이민자를 적극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인구소멸 고위험지역이나 위험지역, 주의지역으로 지정된 기초자치단체가 206곳에 달한다. 전체 226곳의 90%가 넘는 지역이 인구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광주광역시 같은 대도시도 인구소멸 주의지역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광주는 생산가능인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올해부터 시범 사업으로 지역 특화형 비자를 발급해 준다. 이 비자가 있으면 가족을 데려와 같이 살 수 있다. 한국에 정주할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기존 이주노동자는 당사자만 들어올 수 있다. 가족이 와서 미등록 상태로 체류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에 비하면 파격적 조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민자의 법적 정의조차 없다.”

    해외에서는 이민자를 어떻게 규정하나.

    “국회의원 시절 한 토론회에서 이주노동자는 이민자냐 아니냐고 질문을 던졌다.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최소 3년에서 5년, 길면 10년까지 살 수 있는 사람들이다. 여성가족부는 이민자라고 했다. 유엔은 1년 이상 자기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사는 사람을 이민자로 칭한다는 근거를 들었다. 그런데 법무부와 고용노동부는 잠시 왔다가 돌아가야 할 사람으로 봤다. 임시 거주자인 거지 이민자가 아닌 거다. 이민청을 만들고 이민정책을 본격화하기 전 이민과 관련 용어의 법정 정의부터 세워야 한다. 다문화가정만 법적 정의가 있다. 한국인이 외국인과 결혼해 이룬 가정이 다문화가정이다.”

    수입과 상관없는 12만 원대 외국인 건보료 불합리

    결혼이민을 한 후 국적을 바꾸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들었다.

    “우리나라는 국적 바꾸기가 어렵다. 나도 1995년에 결혼했는데 3년 뒤인 1998년에 국적을 바꿨다. 결혼하자마자 혼인신고를 하니 6개월 동안 이중국적을 줬다. 6개월 내 필리핀 국적을 포기하지 않으면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없었다. 2011년부터 복수국적을 갖는 것이 가능해져 지금은 복수국적을 가진 이주여성이 많다. 배우자 비자나 영주권 비자를 갖고 있으면 거주하거나 일하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다. 비자를 계속 갱신해야 하는 것 말고는 한국인과 차이가 없다.”

    복수국적을 취득하지 않고 모국 국적만 유지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유는 뭔가.

    “필리핀과 달리 중국은 복수국적을 허용하지 않아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면 중국 국적을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 따라서 중국 사람은 자기 나라 국적만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굳이 한국 국적을 갖지 않아도 일이든 공부든 뭐든 다 할 수 있다. 배우자가 한국인이면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데도 지장이 없다.”

    한국인과 결혼하지 않은 외국인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나.

    “합법적으로 들어온 이주노동자 대부분이 4대 보험에 기본적으로 들기 때문에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다. 다만 큰 문제가 있다. 한국인은 수입에 따라 건강보험료가 달라지지만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인 외국인은 수입에 상관없이 최저 수준(12만 원대)의 동일한 보험료를 낸다. 우리나라에서 투자를 하거나 스타트업 형식으로 자기 사업을 하는 외국인이 꽤 많다. 외국인 건강보험료가 합리적으로 책정돼야 한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건강보험료를 내고 큰 수술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해 얼마 전 법이 바뀌었다. 이제는 한국에서 6개월 정도 거주해야 건강보험에 가입할 자격이 생긴다.”

    한국은 저출산 기조가 거듭돼 생산가능인구가 날로 줄어드는 추세다. 정부가 이민청을 설립해 외국인의 이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배경에는 이런 이유도 있다.

    이자스민 위원장은 “외국에서 노동자를 데려오는 조치도 필요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거주 기간을 넘겨 미등록 상태로 체류하는 외국인을 합법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의 부연 설명은 이렇다.

    “이주노동자는 합법적 절차를 밟아 한국에 들어오지만, 살면서 거주 가능한 기간을 넘겨 미등록자가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약 4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왜 이렇게 많으냐면 한국에선 비자 연장이 안 돼 자기 나라에 가서 또 절차를 밟아야 들어올 수 있는데 그 과정이 말처럼 쉽지 않다. 또 하던 일을 그만두고 공백기를 가지면 재취업할 때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 노동 전문가들은 이들을 미등록자라는 이유로 내치지 말고 한국에서 더욱 쉽게 합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이주노동자는 새로 말과 일을 가르칠 필요 없이 바로 노동시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원해서 계속 쓰는 성실 근로자의 경우도 10년 이상은 한국에서 일할 수 없다. 손발이 맞는 노동자를 내보내고 새로 들여야 하니 기업은 기업대로 손해를 보는 셈이다.”

    이민청을 출범하기 전 시급히 논의할 점을 꼽는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누구를 데려올지, 얼마나 데려올지, 무엇을 시킬지에 대한 논의다. 답이 나오면 이를 토대로 이민정책을 세우면 된다. 이민청의 업무 영역을 정하고 운영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세 가지 답을 구한 뒤 할 일이다. 또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정주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인지, 단순히 생산인력을 충당할 도구로만 쓸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예상 가능한 범위에 있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미리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민정책이 인구소멸 문제를 효과적으로 풀지 못하고 땜질식 정책에 그칠 것이다.”

    한국 정주에 주안점 둔 이민정책이어야

    이민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어떤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이민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한 후에도 인구소멸 문제가 당장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상황이 더 심각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이를 많이 낳는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결혼이민을 온 여성이 한국에 살면서 아이를 많이 낳을 거라 여기지만 그렇지 않다. 나만 해도 1남 1녀를 낳은 후 시어머니의 권유로 더는 출산하지 않았다. 필리핀에 살았으면 더 낳았을지 모르지만 한국에서는 앞집 옆집 뒷집이 하나만 낳는데 나만 더 나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한국은 아이 키우기가 힘든 환경이다.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다른 이민 국가의 정책을 따라 하기보다 한국의 특수한 상황과 정서에 부합하는 코리안 스탠더드를 바탕으로 이민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민자가 한국에 정주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민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고급 인력 유입도 활발해질까.

    “전 세계적으로 저출산 문화가 퍼져 있다. 이민 경쟁이 날로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이 정보통신(IT) 분야에서 일하는 고급 인력의 이민을 장려하는 분위기다. 마음만 먹으면 어느 나라든 갈 수 있는 고급 인력이라면 굳이 한국에 이민을 오고 싶어 할까. 2017년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서 63개국의 고급 인력을 대상으로 아시아 11개국 가운데 가장 이민 가고 싶은 나라를 조사했다. 싱가포르가 1위를 차지하고, 홍콩·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필리핀이 그 뒤를 이었다. 가장 이민을 꺼린 나라는 일본이고, 그다음이 한국으로 나타났다. 한국이나 일본처럼 언어 소통이 쉽지 않은 나라보다는 영어권 국가를 선호함을 알 수 있다. 한국이 가진 장점을 적극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 생김새와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버리고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지영 기자

    김지영 기자

    방송,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대중문화를 좋아하며 인물 인터뷰(INTER+VIEW)를 즐깁니다. 요즘은 팬덤 문화와 부동산, 유통 분야에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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