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로 슬럼프 극복
솔로 데뷔앨범 수록곡 모두 자작곡에 프로듀싱까지
악동뮤지션 이찬혁이 인정한 타이틀곡 ‘하나만 해’
방예담은 2002년생으로 초등학생이던 2013년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 시즌2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그때 우승자가 악동뮤지션이다. 이후 YG엔터테인먼트에서 7년간 연습생으로 실력을 갈고닦았다. 웬만한 오디션 프로그램보다 더 살아남기 어렵다는 YG엔터테인먼트 내부의 실력 경쟁에서 매번 우수한 평가를 받은 그는 솔로가수가 아닌 보이그룹 트레저 멤버로 2020년 데뷔했다. 트레저는 올라운더인 방예담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기대만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가을의 막바지에 만난 방예담은 오랜 연습생 생활 끝에 2020년 솔로가수가 아닌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한 사연부터 털어놨다.
방예담이 아이돌 그룹 트레저 멤버에서 솔로가수로 전향했다. [GF엔터테인먼트]
창작의 자율성 보장받는 지금에 대만족
“연습생 생활을 하는 동안 여러 방향성을 놓고 혼란을 겪었어요. 솔로 아티스트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하긴 했지만 연습생 신분이기에 자의대로 선택할 수도 없었고요. 소속사를 옮기고 홀로서기를 시작한 건 이제라도 솔로로 활동하면서 창작의 자율성을 보장받고 싶어서예요. 그렇다고 해서 연습생과 그룹 멤버로 지낸 시간이 무의미했다고 생각진 않아요. 오랫동안 갈고닦은 만큼 기량이 늘었고, 단체생활을 하면서 배운 것도 많아요. 멤버들 또한 모두 저와 동고동락한 소중한 인연이지요.”이번에 낸 미니앨범에는 더블 타이틀곡인 ‘하나만 해’와 ‘미스 유(Miss You)’를 비롯해 총 6곡이 담겼다. 멜로디와 노랫말을 모두 방예담이 만들었다. 방예담은 “팝 같은 가요가 주를 이룬 앨범”이라며 “노래 잘하고 음악성 있는 아이로 나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지나온 시간만큼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저만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싶지는 않아서 최대한 대중성 있는 곡을 담았어요. 물론 제 색깔도 많이 녹여냈고요”
-학창시절 공부를 잘했다고 들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
“아이돌 생활을 하면서 공부까지 잘하기가 굉장히 어렵더라. 가수 활동과 학업을 병행하기 용이한 사이버대학교에 들어갔다. 현재 국제사이버대학교 디지털 미디어학과를 다니고 있다.”
-어릴 때부터 음악 천재 소리를 듣는 게 부담스러웠을 법한데.
“어릴 땐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너무 좋았다. 점차 시간이 지나 자아가 생기고 성장하면서 부담을 느낀 면도 없지 않다. 연습생 생활이 길어지면서 슬럼프도 있었다. 내가 정말 잘하고 있는 게 맞는지 의심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 이런 관심과 기대치를 내가 노력해 충족시키면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는 부담과 고민이 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슬럼프를 겪은 시기가 언제인가.
“중2 때쯤으로 기억한다. 연습생 3~4년 차였다. 소속사도, 대중도 내게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는 것이 느껴졌고 변성기가 와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떻게 극복했나.
“특별한 방법이 있었던 건 아니다. 일단 부딪히려고 노력했다. 정말 안 되면 그냥 내려놓기도 했다. 내게 진정 필요한 것들을 해내고 또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과감하게 마음을 비우면서 나만의 색깔을 찾아갔다.”
-삶의 지표로 삼은 좌우명 같은 게 있나.
“딱히 정하진 않았지만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라’가 좌우명이나 다름없다. 어떤 생각이나 마음가짐에 확신을 갖고 얽매이다 보면 오히려 중요한 것들을 놓치게 되더라. 그래서 음악 작업을 할 때도 삶을 대할 때도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려고 한다.”
박진영이 극찬한 음악성, 환경에 크게 영향 받아
방예담은 솔로가수로 낸 첫 앨범을 모두 자작곡으로 채우고 편곡과 프로듀싱에도 참여했다. [GF엔터테인먼트]
-곡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건 부모의 영향인가.
“유전보다 환경의 영향인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음악을 많이 들려주셨다. 처음 녹음실에 가서 녹음한 게 5살 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겨난 능력이 한 가지 있다. 다른 사람의 노래를 유심히 듣고 관찰하면서 그걸 굉장히 잘 따라하는 능력이다. ‘K팝스타’ 시즌2에서 선보인 저스틴 비버의 노래도 그런 맥락에서 익히게 됐다.”
-저스틴 비버를 선망했나.
“처음 음악을 시작한 어릴 적에는 마이클 잭슨이 동기를 부여했다. 연습생 생활을 할 땐 저스틴 비버 같은 가수가 되길 꿈꿨다. 내 모습과 가장 흡사하다 여겨서다. 트레저 멤버들과 헤어지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독립한 것은 이제라도 내가 느끼는 대로 내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그것이 가능해졌기에 현재 삶에 대한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 상태다.”
-이번 앨범을 모두 자작곡으로 채웠다. 편곡과 프로듀싱에까지 직접 참여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나를 많이 보여주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삽입한 노래 중에는 2~3년 전 썼던 곡도 있다. 앨범을 준비하면서 전반적 과정을 지켜보고 직접 참여하면서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자신의 이야기가 가장 많이 담긴 곡은 무엇인가.
“5번 트랙 ‘하나두’라는 노래다. 액면은 떠나간 사람에 대한 미련과 흔들리고 싶지 않은 심정을 담은 노래처럼 들리지만, 실은 내 마음을 이야기한 곡이다. 어떤 사람이나 일이 나를 되게 흔들고 또 그 때문에 흔들리는 나를 노래로 만든 것인데 내용을 사랑이야기처럼 바꾸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솔로 아티스트로 새롭게 시작하는 내게 자신감과 용기를 불어넣는 노래다.”
이찬혁과 스트레이 키즈의 건강한 자극
방예담은 “노래할 무대가 주어진다면 오래오래 노래와 창작 활동을 병행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GF엔터테인먼트]
-방송 직후 본인이 만들어 부른 ‘이찬혁’이라는 노래가 화제가 됐다. 탄생 배경이 궁금하다.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든 노래는 아니다. 제작진이 형에 대한 미담을 듣고 나서 형에게 노래를 선물하면 좋겠다고 했다. 노래 선물을 받은 적은 없을 거라면서. 감동적인 일화가 많지만 감동에만 방점을 두면 재미가 떨어질 것 같아서 나름대로 재치를 발휘해 30분 만에 만들었다.”
-음악적 조언이 필요할 때 누구랑 가장 많이 상의하나.
“찬혁이 형이다. 노래가 완성되면 항상 형한테 피드백을 구했다.”
-‘오날오밤’ 출연 후 두 사람의 우애가 큰 관심을 끌었다.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 준우승을 했기에 경쟁심과 경계심이 클 것 같은데 가족보다 더 친해 보여 놀라웠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정말이지 찬혁이 형에게는 경쟁심보다 가족 같은 마음이 앞선다. 형이 나를 엄청 좋아해준다. 많이 챙겨주고, 밥도 잘 사준다. 서로 마음을 많이 나누는 사이다. 음악에 관한 대화도 많이 한다.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 관계인 것 같다.”
-이찬혁 씨가 이번 앨범 완성본을 듣고 나서 어떤 반응을 보였나.
“한번 쭉 듣고 나서 좋다고 했다. 그러다 같이 식사하러 갔는데 내 노래 ‘하나만 해’를 흥얼거렸다. 그러면서 ‘노래 잘 쓴 것 같다. 나도 이제 따라 부르게 된다’고 덧붙였다. 형이 한 번밖에 안 들었는데도 극찬을 하니 앨범에 대한 확신이 생기더라. 내가 정말 존경하는 아티스트에게 그런 평가를 받으니 마음의 짐이 가벼워지는 느낌도 들었다.”
-연습생 시절 장외에서 대결을 펼친 적 있는 스트레이 키즈는 얼마 전 ‘빌보드 200’ 차트에서 4번째 1위를 차지했다. 같은 차트에서 6번에 걸쳐 1위를 한 방탄소년단의 기록을 깰 차기주자로 기대를 모은다. 스트레이 키즈가 승승장구하는 모습이 배 아플 법한데.
“시기나 질투보다는 부러운 마음이 크다. 음악적 균형을 굉장히 잘 맞춘 그룹이다. 멤버들이 저마다 창작 활동을 하면서 그 결과물을 팀 차원으로 보여준다는 점도 존경스럽다. 멤버들이 프로듀싱 작업에 직접 참여해 완성도를 높이는 선례가 가요계 전반에 건강한 자극을 주고 있다. 정말 멋진 그룹이다.”
-10년 전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가요계에 발을 들였고, 지금은 솔로가수로 새 출발을 선언했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어떤 아티스트가 돼 있을 것 같나.
“지금보다 좀 더 완성도 있는 음악을 만드는 아티스트가 돼 있을 것 같다. 다만 그때도 지금처럼 노래하는 플레이어로 활동할지는 모르겠다. 노래할 무대가 주어진다면 오래오래 노래와 창작 활동을 병행하고 싶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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