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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열 변호사의 법률세상

다윗의 혁신 막는 골리앗의 법률

  •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KAIST 겸직교수

다윗의 혁신 막는 골리앗의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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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소송에서는 졌지만, 많은 전문가는 앞으로 에어리오 같은 형태의 신규 사업모델, 에어리오가 지상파 방송사들과 벌인 형태의 소송은 앞으로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본다. 그리고 언젠가는 오랜 전통을 가진 거대 시장이 에어리오 같은 혁신기업들에 의해 서서히 허물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최근 중국 정부가 내놓은 금융정책 혁신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중국은 최근 알리바바 등 온라인 쇼핑몰업체들이 금융사업을 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금융업 허가를 내준 셈이다. 우리로선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더 놀라운 건 시장의 반응이다. 알리바바가 내놓은 머니마켓펀드(MMF)상품 ‘위어바오’엔 단기간에 100조 원 가까운 돈이 몰렸다. 인터넷 기업이 갖는 접근성, 축적된 고객데이터가 금융과 접합되면서 만들어낸 결과였다.

중국 정부가 금융정책을 혁신한 이유는 그림자금융(은행과 비슷한 기능을 하면서도 은행과 같은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기관)을 막고 5대 국유은행의 독점을 견제하면서 민간 은행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그럼 점에서 보면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받는다. 우려도 적지 않다. 중국에서 MMF는 주로 중국 지방정부 발행 국공채에 투자되는데, 지방정부 재정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로 인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우려에도 인터넷기업들이 향후 중국 소매 금융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중국의 금융 혁신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디지털 관련 법률, 특히 디지털 금융법제화는 상당히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 도입돼 상용화한 인터넷 전문 은행도입은 물론이고, 인터넷업체의 금융업 진출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기존 금융시장의 반발이 논의 자체를 어렵게 한다. 최근에야 인터넷 전문은행의 도입이나 은행과 제휴한 인터넷업체의 소액 송금 및 결제 서비스의 필요성이 제기돼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많은 인터넷 사용자가 인터넷 기업의 금융업무 진입을 요청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늦어도 너무 늦은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지원 법률의 정비는 시대적인 흐름이다. 사회적 인프라의 기초를 마련한다는 점에서도 필요하다. 창조경제 시대를 이끌어갈 새로운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게다가 디지털 시대에 맞는 법제화에는 시간이 꽤 걸릴 수밖에 없다. 개인정보는 어떻게 보호할지, 기존 제도와 법률과는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한 기술혁신을 정부 차원에서 어떻게 지원할지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가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빨리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윗의 혁신 막는 골리앗의 법률
김승열

1961년 대구 출생

서울대 법학과 졸업, 미국 노스 웨스턴대 로스쿨 석사.

대통령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 금융위원회 자금세탁방지정책위원, Paul Weiss(미국 뉴욕) 변호사


역사적으로 볼 때, 법과 제도가 세상을 바꾸지는 못했다. 그러나 제도의 정비가 변화를 독려하고 변화를 혁신으로 이끄는 역할을 해온 건 사실이다. 법과 제도가 미비해 혁신이 좌절된 경험도 우리에겐 많다. 대통령까지 제기하고 나선 ‘불필요한 규제의 제거’도 따지고 보면 세상의 변화를 읽지 못한 구시대적인 규제로 인한 발전의 정체라 정리할 수 있다. 미래의 국가경쟁력은 변화를 앞서가는 제도의 마련이 전제될 때 가능할 수 있다고 믿는다. 구시대적인 골리앗을 제거해야 스마트 시대에 맞는 다윗이 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동아 2014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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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KAIST 겸직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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