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투자는 국내에만 집중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여준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도 2%대로 곤두박질쳤다. 지난 10년간 소비자물가가 연평균 3%씩 인상된 점을 감안하면 금리가 물가상승도 못 따라가는 형국이다. 국내 주식시장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불투명한 대외변수, 외국인의 보수적인 매매 패턴, 국내 기업의 실적 악화 등으로 증시는 1900~2000포인트 사이에 갇혀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렇게 주가가 좁은 박스권 내에서 등락을 거듭하자 ‘박스피(BOXPI·Box+KOSPI)’ 장세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그래서일까, 국내에서 마땅한 투자 대안을 찾지 못하자 해외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는다. 요즘 같은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좀 더 나은 투자 대안을 찾아 해외로 나가는 것은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해외투자는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국내에만 집중 투자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도 줄여준다.
일본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1990년 일본 근로자가 노후자금을 전부 일본 주식에만 투자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1980년대만 해도 일본은 강력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사상 최대의 수출을 기록했고, 주가와 부동산 가격은 연일 폭등했다. 하지만 1990년대 접어들면서 자산시장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고, 주가도 폭락했다. 1990년 연말만 해도 2만3800포인트였던 닛케이225주가지수는 2013년 말 1만6000포인트로 곤두박질쳤다. 1990년 연말에 1000만 엔을 투자해 일본 주식을 구입한 다음 2013년 연말에 처분했다면 투자자금이 683만 엔으로 쪼그라들었을 것이다. 다행히 지난해 일본 증시가 급등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투자 원금의 절반도 건지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침체를 겪은 일본의 사례를 우리나라가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노후자금을 한 국가의 자산에만 집중 투자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잘 보여준다. 사실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국내 주식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7%밖에 되지 않는다. 채권시장 상황도 다르지 않아서, 전 세계 채권시장에서 국내 채권시장이 차지하는 규모는 1.5%에 불과하다.

국내 주식과 채권시장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채 2%가 안 되는 상황에서 노후자금을 전부 국내 시장에만 투자하는 것은 달걀을 한 바구니에 쓸어 담는 것과 같은 형국으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가진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 국내 경제는 내수보다는 수출 중심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환율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 데다, 부존자원이 많지 않아 원자재 가격 상승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국가가 가진 고유의 위험을 줄이려면 투자자금을 해외로 적극적으로 분산하는 게 최선이라고 하겠다. 그렇다면 해외펀드에 제대로 투자하는 방법과 어떤 펀드가 유망한지 자세히 살펴보자.
예금보다 수익 높은 해외채권펀드
해외펀드에 투자하기에 앞서 자신의 투자 성향부터 진단해보는 것이 좋다. 우선 보수적 투자자라면 ‘해외채권형펀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외채권은 정기예금에 목돈을 맡겨두자니 금리가 만족스럽지 못하고, 그렇다고 주식에 투자하자니 원금 손실이 두려운 투자자들에게 적합하다.
국내 투자자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해외채권펀드는 선진국 하이일드채권이다. 본래 하이일드채권이란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가 발행하는 투기등급 채권을 말한다. 채권 발행회사의 신용도가 낮은 만큼 채권을 발행할 때 높은 금리를 제시한다. 따라서 만기가 도래할 때까지 채권이 부도만 나지 않으면 투자자는 고수익을 누릴 수 있다.
요즘 들어 하이일드채권펀드에 투자자들이 부쩍 관심을 갖는 것도 채권부도율과 관련 있다. 최근 2~3년간 부도율이 현격히 떨어지면서 하이일드채권이 마치 안전자산인 것처럼 인식되기까지 한다. 현재 금융기관에서 판매하는 주요 하이일드채권펀드를 보면 1년 누적수익률 8~10%, 2년 누적수익률 20~25%나 된다. 투자자 처지에선 별다른 리스크 없이 정기예금의 3~4배에 해당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하니 관심이 갈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