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년퇴직을 눈앞에 둔 베이비부머 세대. 노후자금 준비도 제대로 못했는데, 최근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가 강화돼 자칫 얼마 안 되는 노후생활비마저 세금으로 더 줄어들게 됐다. 노후생활비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후자금 마련 대책을 정리했다.
은퇴가 현실이 된 1955~1963년생 베이비부머 세대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최근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평균 퇴직연령은 52.6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을 완전히 그만두는 시기도 평균 62세에 불과했다. 베이비부머에게 ‘소득 없는 노후생활’이 코앞에 닥친 것이다.
그럼 노후생활 기간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생명표’에 따르면 마지막 베이비부머 세대인 1963년생의 경우 평균 기대수명이 남성 79.9세, 여성 85.8세였다. 베이비부머 세대 남성 44%, 여성 48%는 97세까지 생존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소득 없는 노후생활이 최소 20년, 길게는 40년 이상 지속된다는 이야기다. 은퇴할 때까지 모은 자산으로 이 긴 시간을 생활해야 한다. 자녀가 자신을 책임져줄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
노후생활비는 얼마나 필요할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2011년 통계청이 조사한 베이비부머들의 희망 노후생활비는 현재 물가를 기준으로 월 250만 원 안팎이었다. 앞으로 물가상승률만큼 필요 노후생활비는 더 늘어날 것이다. 지금까지 모아놓은 자금과 앞으로의 저축을 통해 은퇴한 때부터 부부가 모두 사망할 때까지 안정적인 노후생활비 인출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나름의 노후자금 설계를 해놓았던 베이비부머도 이제 노후자금 마련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야 한다. 올해 초부터 베이비부머의 노후 준비를 위한 새로운 금융상품이 출시됐거나 출시될 예정이고, 조세제도도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2월 28일 개정된 소득세법 에 잘 대처하지 않으면 노후자금 운영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이자 및 배당소득을 포함한 개인별 연간 금융소득이 4000만 원을 넘어야 금융소득을 다른 소득과 합산해 6~38%의 누진과세를 했다. 올해부터는 기준이 2000만 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전문가들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현재 5만 명 정도에서 최대 21만여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자칫하면 안 그래도 팍팍한 노후생활비에 세금폭탄이 떨어질 수도 있다.
연금저축 업그레이드 ‘연금계좌’
은퇴자금을 모으고 관리하는 데도 계획이 필요하다. 은행 정기적금이나 일반 펀드 같은 일반 상품에 넣어두면 이자와 배당에 대해 15.4%의 세금이 부과된다. 노후에 이자와 배당소득이 월 180만 원만 넘어도 금융종합과세대상이 돼 세금을 더 내야 한다. 하지만 자금을 비과세 상품, 절세상품에 적절히 분산해 관리하면 세금이 줄어 그만큼 노후 수입이 늘어나게 된다.
65세가 됐을 때 국민연금을 똑같이 100만 원씩 수령하고, 월 200만 원씩 금융자산을 통해 생활비를 충당하도록 노후 설계한 두 사람이 있다고 하자. A씨는 일반 금융상품에서 월 200만 원씩 이자가 나올 예정이고, B씨는 즉시연금, 브라질 국채 같은 비과세상품에서 월 100만 원, 연금저축에서 월 100만 원씩 수령할 예정이다. 하지만 세금을 제하고 실제 받는 금액은 절세 상품을 활용한 B씨가 월 292만 원으로 A씨(월 267만 원)보다 25만 원이나 더 많다(표 참조).
베이비부머가 가장 먼저 가입해야 할 절세상품은 ‘연금저축’이다. 증권사의 연금저축펀드,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 은행의 연금저축신탁 모두 연 400만 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연봉 4000만 원인 근로자가 연금저축에 400만 원을 불입하면 연말정산에서 최대 66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가입에 별다른 제한도 없다. 운용기간 과세 이연효과도 있다. 연금저축펀드는 과거 10년간 평균 수익률이 100%를 상회할 정도로 수익성도 높다.
그런데 지금 연금저축에 가입하려고 은행이나 증권사, 보험사에 가면 가입이 거의 불가능하다.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연금저축을 업그레이드한 연금계좌(가칭) 도입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현재 준비 중인 연금계좌는 노후 준비가 부족한 베이비부머 세대를 위한 제도라 할 수 있다. 퇴직연금계좌(DC형, IRP), 연금저축(신탁, 펀드, 보험)을 하나로 묶은 상품이다. 기존 연금저축보다 조건이 훨씬 좋아졌다. 예를 들어 연금저축은 한 상품에 가입하고 나면 다른 상품으로 이전하기가 불편했고, 자금 일부를 다른 상품으로 이전하거나 부분 해지하는 게 불가능했다. 반면 연금계좌는 계좌 내에서 다양한 상품으로 부분 전환할 수 있다. 계좌에서 자금을 인출하지 않는 한 일부 환매도 가능할 전망이다. 납입한도도 기존 연금저축은 분기당 300만 원인 것에 비해 연 1800만 원으로 상향됐다.
무엇보다 기존 연금저축은 납입요건이 10년 이상인데, 연금계좌는 5년 이상으로 단축될 예정이다. 대신 만 55세 이후부터 5년 이상 연금을 수령할 수 있던 것을 15년 이상 수령해야 하도록 바뀔 전망이다. 짧게 많이 저축하고 길게 수령함으로써 노후를 보장하라는 취지다. 세금도 줄였다. 나이와 상관없이 5.5% 분리과세하던 것을 55~69세 때는 5.5%, 71~80세 때는 4.4%, 81세 이상은 3.3%를 분리과세하도록 낮췄다. 2.2% 과세되던 해지가산세도 없어진다. 연금을 낼 때는 연 400만 원까지 소득공제해주고, 연금을 받을 때는 금융소득종합과세에서 제외해주니 일반 상품과 비교하면 이중혜택을 받는 셈이다. 2월중 관계법령이 통과하면 본격적으로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재형저축과 즉시연금
노후 대비 금융상품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수익률과 세금 차이로 실제 받는 노후생활비가 크게 차이 난다.
재형저축은 모든 금융회사가 취급하는 적립식 저축인 만큼 다양한 금융상품이 가능하다. 그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해외채권형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다. 해외채권은 장기 수익률 면에서 예금보다 우위에 있다. 또한 이자 수익이 있기 때문에 금융위기 등 위험한 상황을 겪어도 원금을 회복하는 속도가 주식 등 위험 자산보다 훨씬 빠르다. 해외채권은 이자·배당소득과 자본차익 수익에 대해 15.4%의 세금을 내야 해 실질 수익률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재형저축으로 해외채권형 펀드에 투자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게 돼 15.4%의 세금을 안내도 된다. 해외채권의 높은 수익률을 얻으면서 절세 혜택도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매달 100만 원을 해외펀드에 10년간 납입하고, 연평균 복리 기준으로 8%의 수익을 얻었다고 가정하면, 재형저축으로 가입했을 경우 일반 상품으로 가입했을 때보다 비과세 혜택으로 1135만 원을 더 받을 수 있다.
목돈이 있는 베이비부머라면 당장 즉시연금에 가입하는 게 좋다. 일반 적립식 연금은 10∼20년 동안 돈을 적립했다가 은퇴 후 연금을 받지만, 즉시연금은 한꺼번에 목돈을 넣고 곧바로 연금을 받는 상품이다. 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채 은퇴를 맞이한 사람들이 노후를 준비하도록 만든 상품이어서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지난 연말 금융기관 창구는 즉시연금에 가입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비과세 혜택이 끝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2013년부터 즉시연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가입자 대부분이 이자를 연금으로 받다가 본인이 사망하면 원금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상속형을 선택해 고액상속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종신형 상품은 원금과 이자에 대해 연금소득세 5.5%, 상속형은 이자소득세 15.4%가 부과된다.
하지만 아직은 과세가 확정된 상태가 아니다. 정부에서는 모든 즉시연금에 세금을 부과할지, 1억 원이 넘는 것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지 고민 중이다. 따라서 세금부과 기준이 확정 발표되기 전에 가입하면 금액과 상관없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세금도 절약하고, 상속형의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2000만 원이 넘어 추가 세금을 낼 위험도 해소된다.
월 지급식 브라질 국채신탁
월 지급식 브라질 국채신탁은 지난해 대표적 비과세 상품으로 각광을 받았다.
농협, 수협, 축협 등 조합 법인을 활용할 수도 있다. 1인당 3000만 원 이하 예탁금과 1000만 원 이하 출자금 배당소득에 대해 2015년까지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지금까지의 전례로 본다면 2015년 이후에도 비과세 혜택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적립식 상품을 활용해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경우 만기가 다가올수록 위험자산인 주식투자 비중을 서서히 줄이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은퇴한 시점에서 주식이 폭락할 경우 이를 만회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의 라이프사이클에 맞춰 주식 편입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상품을 활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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