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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스토리 ⑨

사나이 울리는 辛라면에서 세계인 울리는 SHIN RAMYUN으로

25세 농심 辛라면, 지금도 성장 중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사나이 울리는 辛라면에서 세계인 울리는 SHIN RAMYUN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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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출시 25년간 맛, 포장, 광고 카피 변치 않아
  • ● ‘다대기’ 아이디어로 신라면만의 매운맛 구현
  • ● 한국인이 먹는 라면 4봉지당 1봉지가 신라면
  • ● 해외 매출액 2000억 원…美 월마트에서 중동, 융프라우까지 진출
사나이 울리는 辛라면에서 세계인 울리는 SHIN RAMYUN으로

신라면 봉지면과 큰사발면, 컵라면의 포장 디자인은 1986년 첫 출시 이래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해외에 몇 번 나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농심 신라면에 대한 에피소드가 하나씩 있기 마련이다. 호텔에서 ‘고향의 맛’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쳐 신라면을 끓여 먹었다던가, 뜻하지 않게 신라면을 파는 작은 가게를 발견해 반가웠다던가 하는. 대학 시절 친구가 호주로 어학연수 갔을 때의 일이다. 하숙하기로 한 호주인 집에 갔더니 그 집 꼬마가 신라면 컵을 먹으면서 “코리아는 어디에 있는 나라예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은 더는 설명이 필요 없는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다. 2011년까지 신라면의 누적 판매량은 총 210억 봉지. 신라면 길이는 약 20cm인데, 이 210억 봉지를 일렬로 세우면 지구를 아흔여섯 바퀴 돌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한국인이 먹는 라면 네 봉지 중 한 봉지는 신라면이다(국내시장 점유율 24.5%). 가까운 중국, 일본에서부터 멀게는 사우디아라비아, 나이지리아 등 중동 및 아프리카까지 80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해발 4000m가 넘는 ‘유럽의 지붕’ 스위스 융프라우요흐 전망대 매점에서도 신라면 컵을 판다.

한국에서 출시된 첫 라면은 1963년 9월 삼양식품이 선보인 삼양라면이다. 식량 부족, 특히 쌀 부족이 심각해 혼·분식 장려운동이 벌어지던 시절이었다. 1965년 농심(당시 사명은 롯데공업주식회사)도 라면사업에 첫발을 내딛고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다. ‘롯데라면’(1965)을 거쳐 코미디언 구봉서와 곽규석이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하던 광고의 인기에 힘입어 ‘농심라면’(1975)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1978년 사명도 아예 ‘농심’으로 바꿨다.

이후 농심은 ‘사발면’(1981), ‘너구리’(1982), ‘안성탕면’(1983), ‘짜파게티’(1984) 등 매년 히트작을 내놓으면서 국내 라면시장의 성장을 견인해갔다. 그리고 1985년 3월 농심은 삼양식품을 꺾고 점유율 1위 라면업체로 올라섰다.

농심의 신념 중 하나는 ‘라면 맛은 스프에 있다’는 것이다. 한국 식문화의 기저에는 탕, 국물이 있다. 라면도 한국인이 즐기는 음식이기에 국물 맛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면은 대부분 밀가루로 만들기 때문에 라면 전체의 맛에 특별한 작용을 하지 않는다. 결국 국물 맛은 스프가 좌우한다.



매운맛 찾아 삼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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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총 380만 봉지의 라면을 생산하는 농심의 구미공장. 국내 생산 신라면의 70%가 이 공장에서 나온다.

이에 농심은 1980년 경기 안성에 스프전문공장을 착공해 스프 제조공법을 발전시켜나갔다. 너구리, 안성탕면, 짜파게티 등의 잇단 성공으로 업계 1위로 올라선 것도 스프로 각각의 제품을 차별화한 덕분이었다고 농심은 자평한다. 하지만 라면시장 1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고급 이미지를 가진 제품으로 경쟁우위를 확실하게 다질 필요가 있었다. ‘확실한 한 방’. 1980년대 초 신라면 개발프로젝트는 이런 배경에서 시작됐다.

농심의 목표는 ‘특별하면서도 보편적인 매운 맛’을 찾는 것이었다. 윤성학 농심 홍보팀 차장은 “언뜻 모순돼 보이지만 특별하다는 것은 기존 제품에는 없는 매운맛 라면을 최초로 개발하자는, 보편적이라는 것은 한국인에게 친숙한 매운맛을 구현하자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개발팀은 전국에서 재배되는 거의 모든 품종의 고추를 사들여 매운맛을 실험했다. ‘얼큰한 소고기장국맛’을 기본으로 삼았기에 고추, 소고기, 마늘 등등을 넣고 끓인 국물을 하루에도 스무 가지씩 만들어 맛을 봤다. 단순히 고춧가루에서 비롯되는 매운맛에는 한계가 있다는 걸 절감하던 때, 개발팀에서 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다대기로 맛을 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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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의 농심 본사.

다대기, 즉 다진 양념이란 국물 있는 음식에 가미할 수 있게 고춧가루와 마늘, 생강 등의 재료를 적절히 배합한 것이다. 개발팀은 칼국수집, 냉면집, 국밥집, 설렁탕집 등 다진 양념을 사용하는 전국 유명 음식점들을 돌며 양념을 확보해 적합한 맛의 배합을 연구했다.

라면 맛이 스프에 있다면 라면의 식감은 면발에 달렸다. ‘안성탕면보다 굵고 너구리보다는 가늘면서 넉넉한 식감과 쫄깃한 질감’을 목표로 실험용 면발을 200여 종류나 만들었다. “하루 평균 세 봉지에 해당하는 양의 라면을 먹어가며 초시계로 시간을 재고 비커와 온도계로 물의 양과 온도를 측정하며 맛을 감별했다.” 신라면 개발에 참여한 한 연구원의 회고다.

총 2년의 시간이 소요된 끝에 1986년 ‘깊은 맛과 매운맛이 조화를 이룬, 얼큰한 감칠맛’을 가진 신라면이 완성됐다. 붉은 고추와 쇠고기가 잘 조화돼 매콤하고 개운한 국물, 당시 경쟁 라면들보다 회분(灰分) 함량이 높은 밀가루를 사용해 쫄깃하고 매끄러운 면발, 표고버섯 건파 마늘 등으로 만든 별첨스프가 독특한 향미를 내는 라면. 당시 농심은 “성공을 장담할 순 없지만 어디에 내놓아도 자신 있는 제품”이라고 자체 평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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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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