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간 ‘창업 실패담’이 있다. 그리 유쾌하지 않을 이야기를 참으로 담담하고 유머러스하게 적어 내려간 주인공은 위인터랙티브 임현수(34) 대표.
성균관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인 그는 정보통신부장관상을 4번, 중소기업청장상을 3번 받았다. 1급 지체·언어장애인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의사소통이 상당히 불편하지만 IT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선보이며 IT업계의 기대주로 인정받았다. 그가 이끌던 위인터랙티브가 폐업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이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8월 12일 임 대표와 만나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투자 회수 기간 너무 짧아
▼ 폐업 소식을 듣고 많이 놀랐다. 위인터랙티브는 소셜 검색과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해 아이폰에서만 애플리케이션이 50만회 다운로드됐고 그간 정부 용역도 많이 땄지 않나.
“실패 원인은 여러 군데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일단 아이템이 문제였다. 검색엔진은 돈이 많이 드는 사업이라 우리같이 작은 벤처가 서버만 24대를 둬야 했다. 게다가 연구개발(R&D)이 필요한 회사인데 제대로 하려면 3년 이상 해야 한다. 작은 벤처가 수익도 안 나는 R&D에 3년간 매달려 있을 수 있겠나. 투자를 못 끌어오는 이상 회사를 운영할 수가 없었다.”
▼ 그런 어려움을 겪으며 배운 것도 많겠다.
“스타트업은 스타트업다워야 한다는 점이다. 요즘 ‘만들기-측정-학습’ 과정을 반복해 꾸준히 혁신해가는 ‘린(lean) 스타트업’이 주목받는다. 그처럼 스타트업은 빨리 결과물을 만들어보고 반응을 살필 수 있는 아이템을 선정해야 한다. 검색엔진은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라 스타트업이 할 만한 분야가 아니다.”
▼ 초기 단계에서 외주개발사업을 하지 않았는데….
“창업대회를 통해 상금을 받으며 순조롭게 돈을 모으자 절실한 마음이 사라졌고, 초기에는 외주개발을 전혀 하지 않은 채 사업을 이어갔다. 험난한 IT업계를 경험하지 못한 채 온실 속 화초처럼 있다보니 벤처 세계의 비즈니스 마인드를 배우지 못했다. 물론 다른 작업에 휩쓸리지 않고 본질에 집중한 것은 좋았으나, 비즈니스 마인드와 위기 대처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초기에 외주개발사업을 했어야 하지 않았나 후회가 되기도 한다.”
▼ 일종의 ‘헝그리 정신’이 없었다는 얘기 같다. 검색 이전에 추진한 아이템은 뭔가.
“모바일 메신저 사업이었다. 2008년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지금의 카카오톡과 유사한 건데, 국내에 아이폰이 들어오기 전에 개발했다. 사업을 잘 추진했다면 카카오톡보다 먼저 모바일 메신저 사업을 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웃음)”
▼ 왜 사업을 확대하지 못했나.
“처음부터 너무 큰 욕심을 부렸다. SKT, KT와 계약해 피처폰에서도 이용 가능하게 했고, 아이폰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옴니아폰용 앱도 개발했다. 카카오스토리와 같은 SNS용도 함께 개발했다. 카카오톡의 경우 처음 메신저 앱을 내놓은 후 점차 사업 분야를 넓혀갔지만 나는 반대였다. 그러다보니 출시 시기를 놓쳤다.”
▼ 왜 처음부터 욕심을 냈나.
“내가 아무래도 대기업(SK컴즈) 출신이고 사업 경험이 없다보니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처음부터 수익모델이 있어야 한다고…. 반대로 카카오톡은 처음 수익모델이 없어 수백억 적자가 났지만 점차 사업 범위를 넓혀갔다.”
▼ 상당수 벤처가 초기 수익을 위해 외주개발 사업을 하지만 위인터랙티브는 그보다는 국가 R&D 과제에 많이 참여했다. 임 대표는 ‘경진대회의 제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각종 경진대회, 공모전에서 수상해 많은 상금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