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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혁신, '미래 대비' '세대 교체' 위한 포석?

[유통 인사이드] 식품 이선호·미디어 이경후, 이재현·이미경 데자뷔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CJ 혁신, '미래 대비' '세대 교체' 위한 포석?

  • ● “의사결정 주저”…이재현의 반성
    ● 매출 100兆 목표였는데 실제는 32兆
    ● “매출 성장 70%, 4대 성장 엔진에서”
    ● 보름 새 1兆 넘는 M&A 계획 발표
    ● CJ제일제당, CJ ENM 공격적 투자
    ● 승계 ‘열쇠’ CJ올리브영 상장 가시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2021년 11월 3일 사내방송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2023 중기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4대 미래 성장 엔진 중심 성장전략을 제시하고, 최고 인재 육성을 위한 조직문화 및 인사 혁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CJ그룹 제공]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2021년 11월 3일 사내방송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2023 중기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4대 미래 성장 엔진 중심 성장전략을 제시하고, 최고 인재 육성을 위한 조직문화 및 인사 혁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CJ그룹 제공]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과감한 의사결정에 주저하며 인재를 키우고 새롭게 도전하는 조직문화를 정착시키지 못해 미래 대비에 부진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통렬한 자기반성을 했다. 2021년 11월 3일 전(全) 임직원을 대상으로 만든 동영상을 통해서다. 대기업 오너가 직원들 앞에서 반성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정말 반성만 하고 끝내려는 건 아니다. 임직원들을 각성하게 해 조직의 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다.

이 회장이 메시지를 던진 뒤 CJ그룹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요 계열사들은 향후 계획을 쏟아냈다. 특히 대형 M&A(인수합병)를 줄줄이 발표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CJ가 대형 인수 건을 미리 준비해 놓은 뒤 이 회장이 메시지를 내놨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기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수천억 원에 달하는 인수를 하루 이틀 새 성사하는 경우는 없다. CJ는 이미 변화를 준비해 온 셈이다.

이재현의 자기반성과 ‘중기 비전’

이 회장이 자기반성과 함께 내놓은 것은 ‘중기 비전’이었다. 앞으로 3년간 10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회장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문화(Culture), 플랫폼(Platform), 건강(Wellness),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꼽았다. CJ 관계자는 “그룹의 투자와 역량을 4대 미래 성장엔진에 집중, 3년 내 그룹 매출 성장의 70%를 4대 성장엔진에서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CJ그룹의 현재를 ‘성장 정체’로 규정했다. 최근 그룹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판단에 위기감을 느꼈다는 의미다. 특히 이 회장은 ‘최고 인재 확보’와 ‘조직문화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인재”라며 “‘하고잡이(뭐든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통해 그동안 다른 기업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보상을 받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일터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 회장의 메시지에 대해 CJ 관계자는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 초점”이라며 “구성원은 물론 고객과 투자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기업인수와 신규 투자 조치가 곧바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CJ그룹은 이 회장의 비전 선포 후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였다.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이 먼저 시동을 걸었다. 네덜란드 CDMO(바이오 위탁개발 생산) 업체인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했다. 이 회장의 비전 발표 이후 닷새 만의 일이다. 4대 미래 성장 엔진 중 건강 분야에 대한 투자다.

CJ는 최근 바이오 사업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1년 11월 12일에는 HDC현대EP라는 업체와 바이오 컴파운딩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컴파운딩이란 두 개 이상의 산업 소재를 혼합하는 생산방식을 말한다. HDC현대EP는 국내 최대 컴파운딩 기업이다.

같은 해 7월에는 국내 바이오 기업 ‘천랩’을 인수했다. 천랩과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 새로운 합작법인 등을 통해 바이오산업 전반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CJ제일제당은 얼마 뒤 또 하나의 퍼즐을 공개했다. CJ제일제당 내 건강사업부를 떼어내 헬스케어 전문기업 ‘CJ Wellcare(웰케어)’를 세운다는 계획이다. 빠르게 커지는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CJ대한통운의 경우 오는 2023년까지 2조5000억 원을 투자해 정보기술(IT) 기반 이커머스 물류 플랫폼 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식자재 유통 계열사인 CJ프레시웨이도 새 미션과 비전을 내놨다. 국내 최고의 푸드 비즈니스 파트너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이다.

100조 원과 32조 원의 간극

미디어 부문에서도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2021년 11월 19일, 관련업계를 들썩이게 하는 인수 소식이 발표됐다. CJ ENM이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제작 스튜디오 ‘엔데버 콘텐트’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다. 엔데버 콘텐트는 인기 영화 ‘라라랜드’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제작사로 잘 알려진 곳이다. 엔데버 콘텐트를 보유해 온 ‘엔데버그룹홀딩스’는 글로벌 스포츠·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2020년 기준 4조 원의 매출을 기록한 업체다.

CJ ENM은 엔데버 콘텐트의 경영권을 포함해 지분 약 80%를 7억7500만 달러(약 9200억 원)에 인수한다. 2022년 1분기에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J ENM은 엔데버 콘텐트 인수를 발표한 날 예능과 드라마, 영화 등의 제작 기능을 총괄하는 ‘신설법인’ 설립 추진 계획도 내놨다. CJ ENM은 SM엔터테인먼트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인수에 성공할 경우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 지형을 바꿀 만한 ‘빅딜’로 평가받는다. 이를 비롯해 CJ ENM은 제작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과 엔데버 콘텐트, 신설법인 스튜디오타이거(가칭), SM엔터테인먼트 등으로 라인업을 확대해 ‘멀티 스튜디오’ 체제를 만들어가는 모양새다.

이처럼 CJ는 불과 보름 만에 1조 원이 훌쩍 넘는 인수합병 계획을 발표하면서 그야말로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대체 왜 갑자기 CJ는 이처럼 분주해진 걸까.

사실 CJ그룹은 최근 몇 년간 너무 조용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아왔다. CJ그룹은 지난 2018년 미국 냉동식품업체 슈완스를 2조 원에 인수했다. CJ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 건이었다. 그 탓에 재무구조가 악화해 공격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처지였다. 한동안 외형 확대보다는 체질 개선에 몰두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실제 최근 수년간 CJ그룹의 실적은 정체돼 있기도 했다. CJ그룹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32조 원가량이다. 전년 33조8000억 원보다 되레 매출이 줄었다. CJ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로 대부분 산업의 지형이 급격하게 바뀌었다”며 “이에 따라 CJ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32조 원이라는 숫자는 CJ그룹이 과거에 제시했던 목표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10년 ‘제2의 도약’을 선포하면서 2020년까지 그룹 매출 10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은 바 있다.

존재감 드러낸 이선호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담당(부장·왼쪽)과 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부사장). [CJ그룹 제공]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담당(부장·왼쪽)과 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부사장). [CJ그룹 제공]

시장의 전망은 엇갈린다. 일단 M&A가 능사는 아니라는 시선이 있다. 과거 슈완스 인수 건에서도 알 수 있듯 재무구조 악화로 되레 기업 행보가 위축되는 사례도 많기 때문이다. 

반면 공격적 투자 본능이 지금의 CJ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최근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목소리도 있다. CJ는 ‘제2의 도약’을 선언한 직후 대한통운을 인수하는 등 사업 영역을 확대해 그룹 규모를 키웠다. 2010년 CJ그룹 매출 규모는 11조 원 정도였다. 이후 지속 성장해 지금은 30조 원을 넘었다. 2020년 ‘매출 100조 원’이라는 목표치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빠른 성장을 해왔다는 것은 분명하다.

업계에서는 이번 비전 발표 이후 그룹 오너 3세 경영 승계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회장은 슬하에 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부사장)과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담당(부장)을 두고 있다. 두 남매가 자리 잡고 있는 CJ제일제당과 CJ ENM은 CJ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이미 재계에는 이선호 담당에게는 바이오와 식품 사업 등을 맡기고, 이경후 실장에게는 미디어 사업을 맡겨 기존 이재현·이미경 남매의 역할을 재현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이번 비전 발표 후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인 계열사도 CJ제일제당과 CJ ENM이었다. CJ제일제당의 경우 식품은 물론 바이오산업의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비즈니스담당’인 이선호 담당의 입지가 더욱 공고화하리라는 전망이다. CJ ENM 역시 엔데버 콘텐트 인수로 해외시장에서 브랜드 전략이 더욱 중요해졌다. 남매가 맡고 있는 영역에 더욱 힘을 실어줘 승계의 발판을 마련해 주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CJ그룹의 승계 작업은 최근 더욱 도드라지고 있기도 하다. 얼마 전 CJ그룹은 사진 한 장으로 주목받았다. 이선호 담당의 모습이 담긴 보도자료용 사진이다. CJ제일제당은 2021년 9월 미국 프로농구단인 LA레이커스와 글로벌 마케팅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담당을 포함한 기념촬영 사진도 공개했다. 이 담당은 그간 외부에 노출을 꺼려왔는데, 이번에는 그룹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이 담당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CJ그룹 승계 작업의 ‘열쇠’로 여겨지는 CJ올리브영 상장 추진 소식도 관심을 모았다. CJ올리브영은 2021년 11월 미래에셋증권과 모건스탠리를 기업공개를 위한 대표 주관사로 선정한 바 있다. 이르면 2022년 상반기 증시에 입성하는 게 목표다.

CJ올리브영은 국내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 시장 1위 업체다. 매장 수가 1200개 이상으로 경쟁사인 ‘랄라블라’와 ‘롭스’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두 경쟁사의 매장 수는 각각 100개 안팎에 불과하다. CJ올리브영의 2020년 매출은 1조8700억 원, 영업이익은 1000억 원가량이다. 이런 시장 지위와 역량 등을 고려했을 때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는 2조 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CJ올리브영 상장의 속사정

CJ 측은 CJ올리브영의 상장과 승계 작업을 연결하는 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이 회장이 건재한 만큼 승계 이슈가 불거지는 데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하지만 업계에는 CJ올리브영의 상장을 그룹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일단 두 남매가 CJ올리브영의 주요 주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담당은 11.09%, 이 실장은 4.2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상장 뒤 기업가치 정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두 남매가 보유한 지분의 가치는 3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게 된다. 시장에서는 이를 지주회사인 CJ 지분 매입 등 승계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두 남매는 CJ의 신형우선주 지분을 지속해 늘리고 있기도 하다. 2021년 1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신형우선주를 매입하면서 이선호 담당은 지분율을 25.16%까지 높였고, 이경후 실장은 24.19%까지 확보했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어 당장의 지배력 확대와는 직접적 연관은 없다. 다만 10년 뒤에는 보통주로 전환되는 만큼 ‘미래’를 대비한 행보라고 볼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CJ가 약 10년 만에 새로운 목표와 방향을 설정한 만큼 당분간 공격적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며 “오너가(家) 자녀들의 행보도 본격화하는 시점에 CJ가 변화를 시도하고 있어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재현 #이선호 #이경후 #CJ제일제당 #CJENM #신동아



신동아 2022년 1월호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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