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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술 이야기 18

‘프렌치 키스’와 칵테일 시브리즈

모든 근심걱정을 실어가는 바닷가 산들바람

  • 김원곤│서울대 흉부외과 교수│

‘프렌치 키스’와 칵테일 시브리즈

3/4
여름철이 제격인 진한 과일 맛의 칵테일

‘프렌치 키스’와 칵테일 시브리즈
영화는 뤼크가 일군 포도밭에서 그와 케이트가 부부로서 진한 키스를 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이 영화에서 술에 관해 등장하는 흥미 있는 첫 장면은 케이트가 뤼크의 본가에서 경영하는 포도농장에 들렀을 때다. 뤼크가 살았던 옛날 방에 들른 그녀에게 그는 과거에 자신이 직접 만든 아로마 상자(aroma kit)를 보여주며 와인을 음미하는 방법에 관해 자세히 이야기해준다. 즉 와인을 그냥 무심코 마실 땐 다양한 향을 느낄 수 없지만, 아로마 상자를 통해 미리 어느 정도 습득하면 그 모든 향이 새삼스럽게 되살아나 술을 진정으로 즐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 와인 애주가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바와 같은 이론이다.

그러나 역시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게 등장하는 술은 바로 시브리즈(Sea Breeze)라는 이름의 칵테일이다. 이 칵테일은 케이트가 칸 해변가에서 찰리와 줄리엣을 첫 대면하는 자리에서 등장한다. 케이트의 등장에 깜짝 놀라는 찰리 앞에서 그녀는 주변의 바텐더에게 시브리즈를 주문한다. 그러고는 “프랑스 웨이터는 무례하게 할수록 친절해진다”라는 농담을 잊지 않는다. 그리고 빨대가 꽂힌 채 나온 시브리즈를 케이트가 맛있게 마시는 장면이 이어진다. 시브리즈는 보드카에 크랜베리(cranberry) 주스와 그레이프프루트(grapefruit) 주스를 섞어서 만든 칵테일이다. 그레이프프루트는 우리나라에서는 자몽으로 흔히 알려진 열대 과일이다. 매혹적인 붉은색의 이 칵테일은 하이볼 잔에 얼음을 먼저 넣은 뒤 재료들을 부어 만든다. ‘바다에서 부는 산들바람(sea breeze)’이라는 칵테일 이름의 분위기를 충실히 살리기 위해 재료를 다 넣은 뒤 술잔을 약간 흔들어서 거품을 만들어 서빙하기도 한다.

시브리즈는 재료가 되는 과일이 풍성하게 나는 여름철에 주로 음용된다. 특히 더운 여름철 해변가 모래사장에서 산들거리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음미하면 금상첨화다. 물론 요즈음은 생과일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만들어서 파는 주스를 사용해 칵테일을 만들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계절에 관계는 없지만 진한 과일 맛에다 과일을 떠올리게 하는 칵테일의 색깔 때문에 아무래도 여름철이 제격이다.



이 칵테일은 레몬이나 라임 조각으로 컵을 장식해 서빙할 수도 있으나 청량감 있는 칵테일의 분위기를 살려 이러한 장식 없이 그냥 빨대만을 꽂아 서빙하기도 한다. 영화에서 케이트도 바로 이 방법으로 시브리즈를 마신다.

시브리즈라는 이름의 칵테일이 탄생한 것은 192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가나 당시의 레시피는 오늘날의 시브리즈와는 달리 진과 그레나딘(grenadine) 시럽을 섞어서 만든 것이었다. 그 후 약간의 변형을 거쳐 오늘날의 시브리즈가 탄생했다.

시브리즈의 높은 인기를 반영하듯 이 칵테일과 비슷한 칵테일들이 소개되고 있다. 먼저 보드카에 그레이프프루트 주스만을 넣은 것은 그레이하운드(Greyhound)라고 부르고 반면 크랜베리 주스만을 넣은 것은 케이프 코더(Cape Codder)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레이하운드 칵테일에 소금이 첨가되면 솔티독(Salty Dog)이라는 칵테일이 된다.

또 보드카와 크랜베리 주스에다 그레이프프루트 주스 대신 파인애플 주스를 넣은 것은 베이브리즈(Bay Breeze) 또는 하와이안 시브리즈(Hawaiian Sea Breeze) 칵테일로 불린다. 심지어 시브리즈에서 보드카 대신 데킬라를 넣어 멕시칸 시브리즈라는 이름의 칵테일을 선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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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곤│서울대 흉부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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