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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dy Green

“LPGA는 인생 2막 ‘대체불가 선수’ 되고 싶다”

우아한 승부사 유소연

  • 엄상현 기자 | gangpen@donga.com

“LPGA는 인생 2막 ‘대체불가 선수’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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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으로 상처 치유

▼ 2015년 시즌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꼽는다면.
“제 경기보다 박인비 프로가 영국에서 열린 리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저랑 아주 친한 언니여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한국 선수가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는 순간을 제 눈으로 직접 목격한 거잖아요.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같은 한국인으로서 자부심도 컸고, 나도 정말 잘하고 싶다는 동기부여도 됐죠. (그 대회에서) 진영이(고진영)가 2위를 했고, 제가 3위를 했으니까 성적도 나쁘지 않았고요.”

▼ 가장 아쉬웠던 경기는.
“LPGA 2015년 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이 제일 아쉬워요. 그해 LPGA 우승이 없었고, 제가 그 대회 우승하는 꿈을 꿨다는 분들이 있어서 시즌 마무리를 잘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욕심을 부리기에는 샷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았어요. 유종의 미를 거둬야 했는데….”
유소연의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최종 성적은 4오버파 공동 62위.

▼ 그래도 ING생명 챔피언스트로피 대회에서 MVP를 받았잖아요.
“마지막 홀에서 긴 버디 퍼트를 넣어서 MVP가 됐거든요. 2015년 마지막 샷을 잘 마무리한 거라서 정말 기뻤어요.”

▼ LPGA 진출 이후 매년 상금 순위 10위 안에 들 정도로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는데 비결이 뭔가요.
“절친한 친구가 저한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어요. ‘20개 대회 연속 톱10 하는 것과 우승 한 번 하는 것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어느 걸 고를래?’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답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꾸준히 잘 치고는 싶은데, 우승에 대한 갈망도 버릴 수 없고. 아직 답은 내리지 못했어요. 아무튼 저는 골프가 재밌어요. 잘되든 못되든 고민하고 도전하는 게 재밌고 행복해요. 그래서 성적도 꾸준한 게 아닌가 싶어요.”

▼ 성격이 무척 긍정적인 것 같네요.
“프로 입문을 19세 때 했잖아요. 어리고 모든 게 불완전한 나이인데도 ‘프로’라는 타이틀 때문에 사회에서 제게 요구하는 것도 많고, 기대치도 높았던 것 같아요. 스폰서 분들 대하는 것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고요. 그 과정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저 스스로를 지키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어떻게 하면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 끝에 얻은 해결책이 ‘긍정’이었던 것 같아요. 매사에 늘 긍정적인 면을 찾으려고 노력하다보니 저 스스로도 긍정적인 사람이 된 거죠. 저를 행복하게 만드는 힘도 됐고요. 이제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또 제 나름의 소신도 생겼어요.”



‘여자 유소연’

▼ 자신이 어떤 사람인 것 같나요.
“처음엔 완벽주의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깨졌죠. 뭐든지 완벽하려다보니 저 스스로를 너무 힘들게 했더라고요. 지금은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지만, 저는 특히나 더 그런 면이 강한 것 같아요. 골프도 내가 행복하기 때문에 치는 것이고, 사람들도 내가 행복하기 때문에 만나는 거예요. 새로운 것에 대해 배우고 도전하는 것도 아주 즐겁고 재밌어해요.”

▼ 골프채를 쥐고 있지 않을 때는 어떻게 지냅니까.
“책 읽는 시간이 가장 많아요. 예전에는 자기계발서 같은 책을 많이 읽었는데, 요즘은 소설을 주로 읽어요. 허무맹랑한 이야기도 많지만, 그 속에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다보면 저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게 되죠.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 뭐지? 내가 진짜 어떤 걸 했을 때 행복하지? 이런 저런 생각하면서. 저 스스로를 잘 알아야 기고만장하지 않고, 늘 겸손할 수 있고, 사소한 것에도 감사할 줄 알거든요. 안 그러면, 프로라고 대접해주고 ‘예쁘다’ ‘잘한다’ ‘잘났다’고 하면 정말 그런 줄 알고 자만에 빠지기 쉬워요. 아, 요즘은 요리에 관심이 많아 요리하는 것도 좋아해요.”

▼ LPGA에 진출한 지 4년 됐는데, 만족하나요.
“제 인생을 두 파트로 나눠야 한다면 LPGA의 투어를 시작한 때부터가 인생 2막인 것 같아요. 그전까지가 1막이고요. 누가 ‘미국에 간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라고 묻는다면 저는 ‘제 인생의 로또라고 생각해요’라고 대답할 겁니다. 저는 미국에 가서 골프를 더 사랑하게 됐고, 또 제 인생을 조금 더 많이 즐기게 된 거 같아요. 4년 동안, 우승을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너무 재미있었어요. 새로운 문화를 접했고,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게 됐죠. 한국에 있을 때는 ‘운동선수 유소연’과 ‘학생 유소연’만 있었다면, 미국에서는 ‘여자 유소연’으로서 삶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게 됐어요. 골프 기술도 많이 배우고 늘었어요.”
“LPGA는 인생 2막 ‘대체불가 선수’ 되고 싶다”

박인비(왼쪽)와 유소연은 ‘실과 바늘’로 불릴 만큼 가깝다. 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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