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대칭戰力 이용해 對南 비대칭戰 펼칠 것
韓 안보 위협하는 北 비대칭전력 10가지
핵·사이버 공격 형태로 고도화
韓 사회 불안감·공포감 극대화 노리는 김정은
국민 불안감·공포감 확산 차단이 최우선
1월 5일 북한이 서해를 향해 포사격을 실시한 직후 인천 옹진군 연평면 주민들이 대피소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올해 초 북한의 군사 움직임 또한 심상치 않다. 1월 5일과 6일 연속 해안포를 쏘았다. 우리 군도 대응사격을 했다. 북한이 포사격을 한 지역은 9·19합의에서 사격이 금지된 완충지역이다. 1월 5일엔 연평도 주민에 대한 대피령이 내려졌고, 실제 조치도 취해졌다.
실시간 대피 방송을 연평도 주민뿐 아니라 한국 국민과 세계인 모두가 지켜봤다. 사람들이 대피소로 이동할 때 갖는 긴박감을 우리 모두가 느껴야 했다. ‘북한이 서해 5도에 엄청난 일을 저지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일부 전문가들의 “북한이 백령도를 점령하고 핵무기로 겁박해 수복을 막을 것”이라는 전망도 불안감을 보탰다.
이러한 긴박한 상황이 총선 전에 여러 차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을 만드는 군사적 과정 자체가 비대칭전(非對稱戰·Asymmetric Warfare)이고, 사용하는 군사전력은 비대칭전력(非對稱戰力·Asymmetric Force)이다. 북한의 도발은 이 둘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다. 북한의 전쟁 수행능력 전체를 고려할 때 승리를 전제로 한 전면 도발은 어렵다.
강자가 약자에게 패하는 이유, 비대칭전력
1월 5일 북한군이 서북도서 지역에서 해안포 도발을 감행한 이후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국군이 K-9 자주포로 해상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뉴스1]
이 논문을 통해 맥 교수가 사용한 ‘비대칭’이라는 표현은 분쟁 당사자 사이의 군사적 불균형(disparity)을 의미했다. 여기서 군사력이란 전쟁 수행 능력을 의미한다. 전쟁 수행 능력의 구성 요소로서 대규모 군사력, 첨단 장비, 우월한 경제력 등을 포함한다. 미국이 왜 군사적 약자인 베트남과 벌인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맥 교수의 논문은 발표 당시엔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1990년대 냉전 종식 이후 재조명받았다.
비대칭전력은 비대칭전 및 도발에 사용되는 전력을 말한다. 적의 강점을 회피하면서 최대한 취약점을 공격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력이라고 할 수 있다.
비대칭이라는 군사용어는 ‘대칭성-비대칭성’이라는 말에 기반을 두고 있다. 북한의 비대칭 도발 관련 논의는 남북한의 군사적 대칭성을 토대로 따질 수밖에 없다. 남북한의 군사적 대칭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협의적으론 남북한의 주요 군사력을 비교 평가해야 하며, 광의적으론 남북한의 군사정책 결정 체계까지도 따질 수 있다.
2010년 3월 북한 잠수함 공격에 의해 천안함이 폭침된 이후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대한 우리 군의 전술적 관심이 높아졌다. 필자는 이에 대한 논의 과정에 참가해 2010년 10월 북한의 10대 비대칭전력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 바 있다.
(1) 우리 군이 갖고 있지 않고 북한만 보유한 ‘다른 무기체계’ 때문에 우리 안보에 위협을 주는 세 가지 요소.
①북한 최고지도자
②핵무기 및 WMD(Weapon of Mass Destruction·대량살상무기)
③땅굴
(2) 남북이 모두 갖고 있지만 양적 차이로 인한 ‘심각한 불균형’ 때문에 북한이 비대칭전력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세 가지 요소.
④18만 명의 특수부대원
⑤70척의 잠수함
⑥전진 배치 야포
(3) 우리 군과 사회가 갖고 있는 약점을 활용해 우리에게 막대한 피해를 강요할 수 있는 전략적 차원의 네 가지 요소.
⑦한국의 첨단 장비를 일시에 무력화할 전자전 능력
⑧해커전
⑨국가후원 테러
⑩한국 사회의 전쟁공포증을 확대하는 도발(사이버전) 능력
고도화한 北 비대칭전력
지난해 12월 26~30일 진행된 북한 노동당 연말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핵무력을 동원해서라도 한국 영토를 점령하라”고 말했다. [뉴스1]
반면 우리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군사적 결심을 하는 데 헌법, 여론, 국제정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제약이 심하다. 특히 여소야대 국회에서는 더 그러하다. 2015년 목함지뢰사건에서 김정은은 직접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잠시 위축됐지만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이후 북한에 대해 굴종적 유화정책을 전개하면서 극도로 오만해졌다.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그는 남북관계를 “전쟁 중인 국가관계로 규정하고 핵무력까지 동원해 대한민국 영토를 점령할 준비를 하라”고까지 지시했다.
김정은의 인식 속에는 우리 군과 안보에 대한 경멸적 무시가 내재한다. 이러한 인식은 우리 군통수권자가 갖지 못하는 비대칭전력을 구성하는 것이다. 인류 역사에 핵무기가 개발된 이후 이를 사용해 영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천명한 국가도, 지도자도 없다. 김정은의 도발적 발언은 인류 역사상 처음인 셈이다.
북한 핵무기는 고도화돼 있다고 봐야 한다. 1968년 1월 1일 이후 개발된 핵무기를 인정하지 않는 NPT(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핵확산금지조약) 체제상 외교적으로 북한의 핵 보유는 인정될 수 없지만 사실상 보유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당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체제를 소멸시키겠다는 워싱턴 선언이 있었다. 그 선언의 대전제는 북한의 실질적 핵 보유다.
지난해 9월 북한은 핵무기를 시도 때도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독트린까지 발표했다. 2023년 후반기에 성공한 정찰위성 발사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사정거리를 가진 핵투발 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15년여 동안 북한의 핵무기는 고도화됐고 북한은 핵 강대국에 진입해 있다고 봐야 한다.
북한 땅굴과 관련된 위협 능력은 증감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 땅굴은 군사적 약자인 하마스가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이스라엘과 벌이는 전쟁에서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18만 명에 달하는 북한의 특수부대, 소규모 잠수정, 전진 배치 야포는 2010년대의 위협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해상에서 발사할 수 있는 3000t급 이상 대형 잠수함 개발에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2010년대 이후 북한이 발전시키고 있는 비대칭전력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약점을 활용해 한국에 막대한 피해를 일시에 만들어낼 수 있는 비대칭 능력이다. 대표적인 건 극심한 정치·사회 분열이다. 우리 사회의 모든 운영 시스템이 전자 인프라에 중독돼 가는 상황도 문제다. 북한은 이를 마비시킬 전자전 능력을 확충하고 있다.
또 북한은 사이버 능력을 집중적으로 강화하며 해킹 등을 통해 한국 경제 질서를 교란하고 사회 분열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우리 군 역시 사이버사령부를 통해 대응하고 있지만 국제법·국내법을 준수해야 하는 실정 때문에 ‘공격 기능’이 배제돼 있다. 북한이 양손을 사용한다면 우리 군은 손가락 한 개만 사용해 맞서는 셈이다.
지난해 5월 1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승운 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대장이 2021년 발생한 ‘서울대병원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경찰청은 이 사건을 북한 해킹 조직의 소행으로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뉴스1]
재래식 전력을 이용한 국지도발을 통해 사회불안을 유발하는 능력도 커졌다. “남북한 경제 격차 확대로 인해 경제적 기반에 기초한 전쟁 수행 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북한은 피해를 강요하는 국지도발에 집착하고 있다”는 브루스 베넷 미국 RAND연구소 선임연구원의 분석은 여전히 유효하다.
모든 北 도발은 김정은 머리에서 나온다
지난해 9월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22대 총선을 앞두고 김정은이 도발을 선택한다면 그 목적은 윤석열 정부를 골탕 먹이고 선거에서 치명적 패배를 유도하는 데 있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우리 국민의 전쟁 불안감을 자극하면서도 그 책임을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탓으로 돌리려 할 것이다.
공포감과 불안감은 다르다. 공포감은 외부에서 오는 직접적 공격을 걱정하는 것이고, 불안감은 내부의 걱정이 증폭되는 것이다. 공포감을 통해 불안감을 확대재생산하는 북의 대남정책은 올해 초 이미 시작된 바 있다. 연평도 인근 해역 포사격이 그 예다. 물론 우리 정부와 군은 단호하게 대응했다. 이는 단기적으론 국민의 공포감에 대한 적절한 대응은 되겠지만,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엔 매우 제한적이다.
한미일 안보협력을 맹비판하면서 중·러 동맹에 편승해 온 기존의 적대적 대일(對日) 태도와 달리 1월 5일 김정은은 지진 피해를 본 일본 지도자에게 정중하게 위로 전문을 보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각하’라는 호칭까지 사용했다. 단순히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나 한미일 군사협력 균열을 의도해서라기보다는 향후 진행할 도발에 대한 책임 문제에서 조금이나마 우호적인 국제환경을 만들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김정은의 판단은 선명해 보인다. 도발 주체를 단기적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비대칭전력을 조합해 도발 수단을 만든다. 일시에 대규모 피해를 우리 사회에 강요하고, 핵무기로 우리 측 보복 범위를 제한하며 공포감과 불안감을 조성하는 국지도발을 할 것이다. 사이버 도발은 일상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후원 테러’를 통해 우리 사회를 극단적으로 혼란하게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사 대응보다 국민 공감대부터 만들어야
탱크를 많이 갖고 있는 군대를 이기기 위해 더 많은 탱크를 가지려 하거나, 더 좋은 탱크를 가지려고 하는 군사정책을 ‘대칭적 군사력 건설 정책’이라고 한다. 탱크 부대를 이기기 위해 탱크가 아닌 ‘대(對)전차포’나 ‘대(對)전차 헬기’를 많이 갖는 전략을 비대칭 군사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꿩 잡는 게 매’라는 속담엔 비대칭전략의 원리가 담겨 있는 셈이다.총선을 앞두고 행해질 김정은의 대남전략에 우리의 최우선 정책은 국민의 불안감·공포감 확산 차단이어야 한다. 군사적 대비나 응징 능력 과시만으론 북한의 전략에 충분히 대응할 수 없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공동으로 인식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 주요 정당의 지도자에게 정부가 안보 및 대북 전략에 콘텐츠를 공유해 공감대를 만들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당정대화 차원을 넘어 대통령실이나 통일부가 중심이 돼 가칭 ‘초당적 대북정책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해 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정치지도자는 물론 사회·언론 등 남북관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중요한 사안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입장을 설정해 국민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일사불란한 군사적 대응에 장애가 될지 모른다는 의견도 나올 수 있지만 대승적 차원에선 일사불란한 대응보다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야 북한의 사이버 공격 의도를 차단할 수 있다.
북한의 협박성 발언과 도발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보도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의 전략적 메시지에 우리 지도자의 발언과 등가적 가치를 부여할 이유가 없다. 한국 언론이 북한 기관지 노동신문에 언급되는 우리 지도자의 발언 비중을 고려하면서 북한발(發) 뉴스를 다루는 것을 권하고 싶다.
백승주
● 1961년 출생
● 부산대 정외과 졸업, 경북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 국방부 차관, 20대 국회의원
● 現 전쟁기념사업회 회장, 국민대 석좌교수, 한중안보평화포럼 회장
● 저서 : ‘백승주 박사의 외교이야기’ 外
신동아 2월호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