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수비 축구 → 공격 축구
박근혜 비대위 ‘反MB’ 콘셉트
이준석 신당 관건은 현역 참여
이재명, 외연 확장·통합에 무심
尹 심판 정서 믿는 전략
지난해 12월 21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공식 지명했다. 그로부터 닷새 뒤 한동훈 위원장이 수락 연설을 했다. 12월 28일 비대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비대위원은 당연직 2명을 제외한 8명 모두가 원외 인사였다.
한동훈의 국민의힘,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
한동훈 비대위의 콘셉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민주당을 운동권 특권정치로 공격하는 것이다. 한동훈 위원장은 수락 연설을 통해 “운동권 특권 세력과 개딸 전체주의와 결탁해 자기가 살기 위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과 ‘개딸 전체주의와의 투쟁’은 한동훈 비대위의 성격을 함축하는 키워드다.비대위에도 ‘운동권 비판’에 앞장섰던 사람을 대거 배치했다. 민경우 시민단체 길 상임대표(비대위원직에서 사퇴),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박은식 호남대안포럼 공동대표 등이 그렇다.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을 전면에 내건 것은 ‘윤석열 정부 심판’ 프레임을 전환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심판론 방어가 ‘수비 축구’라면,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을 통해 ‘공격 축구’로 전술을 바꾸겠다는 의도다.
다른 하나는, 세대교체다. 지명직 비대위원 8명의 평균 나이는 2024년 기준 44.7세다. △윤도현 SOL 대표 2002년생 △박은식 호남대안포럼 공동대표 1984년생 △ 김예지 의원 1980년생 △ 구자룡 변호사·정서정 돌봄교육 통합플랫폼서비스 대표·한지아 의정부 을지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1978년생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 1969년생 △민경우 시민단체 길 상임대표 1965년생 등이다. 민주당의 중심축은 86세대로 80년대 학번, 1960년대생이다. 이들의 주축은 50대 중반~60대 중반이다. 이를 겨냥해 1970년대생 2명, 1980년대생 2명, 2000년대생 1명 등을 배치했다. 이번 총선에서 중도의 가장 큰 덩어리는 2030세대 유권자다.
[표]는 2023년 12월 한국갤럽 월간통합자료다. 한국갤럽은 매월 마지막 조사에서 성/연령별 교차자료를 발표한다. 무당층의 전체 비율은 26%다. 성/연령별 무당층 비율은, (18~19세를 포함한) 20대 남성 54%, 30대 남성 33%, 40대 남성 23%다. 20대 여성은 45%, 30대 여성은 36%, 40대 여성은 27%다. 나머지 성/연령에서 무당층 비율은 모두 20% 미만이다. 2040세대 무당층 비율이 높고, 특히 2030세대의 경우 무당층 비율이 30~50%대에 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간판 효과와 중도 확장
한동훈 위원장의 최대 과제는 지지율 반등을 통한 총선 승리다. ‘한동훈 효과’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간판 효과’다. 한동훈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이후 범보수 대선후보 지지에서 20% 중반대 비율로 줄곧 선두를 달렸다. 국민의힘은 차기 대선후보를 전면에 내세웠다. 보수 결집 효과는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2040세대 일부에서도 ‘주목도’를 높이는 효과 역시 분명하다.다른 하나는 ‘중도 확장’ 여부다. 2012년 박근혜 비대위는 ‘불리한 판세를 뒤집은’ 선거의 교과서로 평가받는다. 박근혜 비대위는 어떻게 중도 확장에 성공했을까. 핵심 비결은 ‘약점 보완’이었다. 비대위 구성, 당 색깔, 정강정책 등에서 ‘민주당스러운’ 내용도 수용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내걸고 이명박(MB)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대거 등용했다. 박근혜 비대위의 핵심 콘셉트는 ‘반(反)MB’였다. 혹은 ‘민주당스러운’ 비대위였다. 민주당스러운 정책과 민주당스러운 인물을 통해 민주당에 우호적인 중도표를 뺏어온 경우였다. 약점을 보완하면 소극적 지지층, 스윙보터 지지층의 일부가 넘어온다. 정치에서 약점 보완, 혁신, 중도 확장은 동의어 관계다.
박근혜 비대위가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할 수 있던 이유는 있다. 이명박 정부 임기 후반이었고, 박근혜의 독자적 정치 기반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동훈 위원장은 두 가지 점에서 박근혜와 다르다. 아직 윤석열 정부 임기 초반이고, 독자적 정치 기반을 갖고 있지 않다.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차별화’가 쉽지 않은 이유다.
그렇다면 한동훈 비대위는 어떻게 차별화에 성공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첫째, ‘참신한 인물’을 공천하는 것이다. 그간 한국 정치에서 86운동권에 대한 비난이 없던 것은 아니다. 운동권 비판은 20년 동안 보수언론의 단골 메뉴였다. 그러나 성공하지 못했다. 왜? ‘장강(長江)의 뒷물결’이 있을 때만 ‘장강의 앞물결’을 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세대교체의 관건은 장강의 뒷물결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
둘째,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이다. 통상적으로 선거에서 정책이 이슈가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러나 ‘약점 보완’과 관련된 경우 이슈가 될 수 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전면에 내걸었던, 2012년 박근혜 비대위가 이에 해당한다.
한동훈 비대위의 성과와 한계를 중간 점검해 보자. ‘한동훈 간판 효과’는 분명 있었다. 보수의 차기 대선주자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민주당 86세대 운동권 공격과 세대교체를 내걸었다. 보수 결집 효과는 있지만, 중도 확장 효과는 아직 불투명하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민주당 공격에만 머무르면 ‘73년생 윤석열 대리인’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향후 약점을 보완하는 인물 공천과 정책 여부에 따라 중도 확장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개혁신당, 현역의원 얼마나 규합하나
이준석(오른쪽부터)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과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위원장,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가 1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송은석 동아일보 기자]
개혁신당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현역의원이 얼마나 합류할지다. 허은아는 비례대표였다.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합류했기에 의원 자격을 잃었다. 용산의 대통령실과 한동훈 위원장이 ‘물갈이’를 명분으로 영남 중진을 대거 공천에서 배제할 경우, 개혁신당으로 합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천에서 배제되는 영남 중진 중에는 ‘무게감 있는’ 정치인들이 포함될 수 있다. 허은아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신당 합류를 타진한 현역의원이 10명이 넘고, 중진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합류할 경우 개혁신당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이끄는 새로운미래(가칭)를 포함한 ‘빅텐트’ 가능성이다. 제3지대에는 금태섭 전 의원이 주도해서 만든 ‘새로운선택’이 있다. 양향자 의원이 만든 ‘한국의희망’도 있다. 민주당발(發)로는 새로운미래와 함께 1월 10일 탈당한 김종민 의원 등이 주도하는 미래대연합(가칭)이 있다. 경우에 따라 개혁신당, 국민의힘 10명 이상의 현역, 새로운선택, 한국의희망, 새로운미래, 미래대연합이 모두 모이는 빅텐트 가능성이 존재한다. 빅텐트는 성사될 수 있을까. 빅텐트가 성사될 경우 파괴력은 어느 정도일까.
흥미롭게도 국민의힘 현역의원이 많이 참여할수록 ‘빅텐트’ 가능성은 반비례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현역의원이 많이 참여한다는 것은 ‘영남 중진’의 참여를 의미한다. 이와 달리 새로운미래의 지역적 지지 기반은 상대적으로 ‘호남’에 쏠려있다. 게다가 개혁신당은 총선 결과에 따라 국민의힘과 재합당 가능성이 존재한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움직임에 비해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변동이 적은 편이다. 지난해 9월 체포동의안 국면을 거치며 이재명 대표의 당내 장악력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새로운미래와 미래대연합에 속한 의원들의 움직임, 그리고 이들의 파괴력이다.
이재명의 민주당, 직진 앞으로 그리고 감나무 전략
지난해 12월 30일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총리가 만났다. 이른바 ‘명낙회동’이다. 눈 오는 날, 경복궁역 인근에서 이뤄진 회동은 서로 ‘헤어질 결심’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이 전 총리는 통합비대위를 요구했지만 이 대표는 거절했다. 이 전 총리는 신당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후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이 1월 10일 탈당했다. 다만 새로운미래가 공식 창당할 경우, 현역의원의 합류는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출마자 숫자를 얼마나 규합하는지가 관건이다.다른 관전 포인트는, 이재명 대표의 중도 확장 여부다. 이재명 대표는 본인이 직접 ‘인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원래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인재영입위원회’를 가동했다. 이를 통해 군(軍)과 기업인 출신 등을 영입했고, 외연 확장에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영입’ 글자를 떼고 ‘인재위원회’로 명칭을 바꿨다. 약점 보완을 중시하기보다 원래 민주당과 우호적인 사람들을 중심으로 발굴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를 지명했다. 그런데 그 시기가 재밌다. 김부겸, 정세균, 이낙연 등 전직 3총리가 ‘통합형 비대위’를 요구하던 지난해 12월 말에 지명했다. 이 대표가 3총리의 제안은 일절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
현재까지 드러난 이재명 대표의 총선 전략 기조는 ‘직진 앞으로’와 ‘감나무 전략’이다. 외연 확장에도 큰 의지가 없고, 통합에도 응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이재명 대표가 믿는 구석은 ‘윤석열 정부 심판’에 대한 국민 정서다. 약점을 보완하거나, 외연 확장을 하지 않아도 이길 수 있다고 본다. 반사이익에 의존하는 전형적인 ‘감나무 전략’이다.
흥미롭게도 역대 한국 선거의 역사를 복기해 보면 감나무 전략의 타율이 의외로 높다. 약 5할에 가까운 타율이다. 이재명 대표의 감나무 전략이 성공을 거둘지 여부는 역설적이게도 ‘한동훈의 중도 확장’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이 중도 확장에 소극적일수록, 이재명 대표의 감나무 전략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신동아 2월호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