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호

[지금, 부산 민심] “이재명 멀쩡한 부산대서 치료받고 올라갔시믄 좋았을 긴데…”

[Deep D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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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4-01-23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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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고마 젊은 사람이 정치해야 안 되겠나

    • 한동훈 물건 되겠데이, 윤통보다 잘하더구마

    • 떨어진 사람 자꾸 내보내니 또 떨어지는 기라

    • 해운대라고 무조건 여당 편들지 않는다

    • 문통이 부산 위해 일했나, 북한 위해 일했지

    황령산에서 내려다 본 부산시내 전경. [지호영 기자]

    황령산에서 내려다 본 부산시내 전경. [지호영 기자]

    1월 초순 수도권에는 매서운 북풍한설이 예고돼 있었지만, 부산 해운대 동백섬에는 봄의 전령 동백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해운대 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이는 양지바른 곳에 자리 잡은 동백나무는 매일같이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듬뿍 받아서인지 꽃망울을 일찌감치 활짝 터뜨려 초봄 분위기를 자아냈다. 동백꽃이 한반도에 곧 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전령이라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총선이 머지않았음을 알리는 선거의 전령이다.

    1월 9~11일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36%로 34%에 그친 더불어민주당을 2%포인트 차로 앞섰다. 전국 정당 지지율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선 요인은 핵심 지지기반인 영남 지역 지지율 덕분이다. TK(대구·경북)와 PK(부산·울산·경남)에서 국민의힘은 전국 평균을 상회하는 지지율을 기록했다. 특히 TK에서 국민의힘은 59% 지지율을 기록해 15%에 그친 민주당을 큰 격차로 압도했다. PK에서는 국민의힘 41%, 민주당 33%로 지지율 격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2023년 12월 첫째 주 조사에서도 국민의힘은 PK에서 37% 지지율을 기록, 29%에 그친 민주당을 8%포인트 앞섰다(이 기사가 언급한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지지율 격차만 놓고 보면 4월 총선에 PK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비해 유리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으나 정치는 생물과 같다. 어느 정당이 더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공천하느냐, 이낙연·이준석 신당 등 여야 당대표 출신이 주도하는 신당이 여론에 어떤 영향을 끼치느냐에 따라 총선 결과는 얼마든 달라질 수 있다.

    2016년 4월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부산에서 5석을 확보했다. 123석으로 원내 제1당에 오르는 데 부산에서 확보한 5석이 중요한 구실을 했다. 그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이듬해 치러진 대선 때 문재인 후보가 승리하는 데도 PK에서 얻은 높은 지지율이 뒷심으로 작용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여 뒤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 때는 부산시장은 물론 부산 지역 16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13곳을 싹쓸이하며 사실상 지방 권력 교체를 실현했다.

    이재명, 부산에서 치료받았더라면…

    부평동 깡통시장(왼쪽). 남포동 자갈치시장.  [지호영 기자]

    부평동 깡통시장(왼쪽). 남포동 자갈치시장. [지호영 기자]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문재인 정부3년 차에 치러진 21대 총선에서는 양상이 달라졌다. 20대 총선 때 5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 재임 중 치러진 21대 총선에는 3석 확보에 그쳤다. 더욱이 21대 총선 2년 후 치러진 3·9 대선에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PK에서 58.3%를 득표하며 38.2% 득표에 그친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크게 앞섰다. 부산 출신 문재인 대통령이 5년 동안 재임했는데도 PK 민심이 민주당에 등을 돌린 것이다. 지난해 6·1 지방선거 역시 2018년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PK지역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광역단체장과 광역의원은 물론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에서 모두 대승을 거뒀다.



    22대 총선을 앞둔 부산 민심은 어떨까. 4월 총선에 부산은 어느 정당의 손을 들어줄까. 1월 부산에서 만난 시민들은 3·9 대선과 6·1 지방선거 흐름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던 한 중년 여성은 “부산은 여당이라예”라는 한마디로 민심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새해 벽두 부산에서 피습당한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헬기 이송’에 대해서는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재명을 그래 한 거는 누가 봐도 잘못한 기라. 급해서 마 그랬겠지만서도 멀쩡한 부산대 내비두고, 헬기 타고 서울로 휙하고 가삐믄 쪼매 글치. 여서 치료 잘 받고 올라갔시믄 더 좋았을 긴데….”

    이 대표가 피습당한 목은 혈관과 신경, 기도와 식도 등 중요 기관이 몰려 있는 곳이다. 따라서 칼로 목을 찔리면 자칫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천만다행으로 이 대표는 경동맥은 피했지만 경정맥은 손상을 입었다.

    황세희 연세암병원 암지식정보센터 진료교수는 중앙일보 기고문에서 “목정맥은 직경이 평균 10㎜나 되는 큰 혈관이다. 손상을 입을 경우 지혈했더라도 부상 부위는 꿰매야 하고 혈전도 없애야 한다. 혹여 혈전이 떨어져 나가 다른 주요 혈관을 막을 위험이 상존한다. 부산대병원에서 이 대표 진료 후 응급수술을 준비했던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또 “혈관 수술은 경험 많은 외과 의사가 하는 게 맞다. 다행히 국내에는 여기 해당하는 의료진이 적지 않다. 부산대 외상센터 김재훈 교수도 목정맥 봉합 수술을 ‘우리가 맨날 하는 수술’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정청래 의원이 서울대병원으로 간 이유를 ‘잘하는 병원으로 가기 위해서’라고 주장한 건 서울대병원에 대한 ‘신화적 편견’일 뿐이다. 실상은 서울대병원 집도의도, 부산대병원 외상센터 의료진도 모두 목정맥 봉합 수술을 잘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한 정치권 인사는 “이재명 대표 피습과 헬기 이송 논란이 총선 민심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급한 상황에 정무적 판단을 할 겨를이 없었겠지만, 이 대표가 부산에서 수술받고 각계 인사들이 부산으로 병문안을 왔다 갔다면 여론이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가 피습 이후 헬기 이송으로 특혜 논란의 중심에 선 상황에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후 전국을 순회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1월 10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부산을 찾아 대조를 이뤘다. 한 위원장이 전국 순회 중 당일이 아닌 하룻밤을 머문 곳은 부산이 유일하다.

    ‘부산 미래 일자리 현장간담회’와 ‘부산 당원과의 만남’ 등에 잇달아 참석한 한동훈 위원장은 “부산을 너무나 사랑한다”며 “부산에 더 잘할 것이고, 부산의 청년들이 실질적으로 도움 받을 정책을 내놓겠다”며 민심 구애에 나섰다. 1월 10일 저녁 한 위원장은 자갈치시장과 부산국제영화제 광장을 찾아 시민에게 인사하고 ‘셀카’를 찍었다. 30분가량 거리를 걷는 동안 시민 수백 명이 그를 뒤따랐다고 한다.

    주요 행사에 정장 차림을 하던 한 위원장은 그날 저녁 ‘1992’라고 적힌 옷으로 갈아입어 눈길을 끌었다. 1992년은 부산을 연고로 둔 프로야구팀 롯데 자이언츠가 우승한 해다. 그해 12월 치러진 대선에 부산 출신 김영삼 대통령이 당선했다. 부산시민은 프로야구 우승과 부산 출신 첫 대통령 탄생이란 겹경사를 맞이한 1992년을 ‘최고의 해’로 기억하고 있다. 부산 출신 한 전문직 인사는 “1992를 끄집어내는 걸 보니 부산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 한동훈 위원장이 잘 알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PK에서 인기 꽤나 끌겠다. 윤석열 대통령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잘하는 것 같다. 한동훈이 앞으로 물건 되겠데이”라고 말했다.

    87년 직선제 이후 부산 출신 대통령 3명

    1987년 대통령직선제 개헌 이후 대한민국에는 지금까지 8명의 대통령이 탄생했다. 전·현직 대통령을 출신 지역별로 따져보면 TK와 PK 출신이 각각 3명씩 나왔고, 호남 출신 김대중 대통령과 충청에 부친의 연고가 있는 서울 출신 윤석열 대통령이 나왔다. TK 출신 대통령은 1987년 13대 대선에 당선한 노태우 전 대통령과 2017년 17대 대선에 당선한 이명박 전 대통령, 2012년 18대 대선에서 승리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있다. PK 출신으로는 1992년 14대 대선에 당선한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2002년 16대 대선에 당선한 노무현 전 대통령,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치러진 19대 대선에 당선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다. 대통령직선제로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 수에서 PK 출신 대통령은 3명으로 TK 출신 대통령 3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대통령을 배출한 출신 정당을 따져보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1987년 13대 대선에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 집권 후 창당한 민주정의당 후보로 노태우 전 대통령이 당선했고, 1992년 14대 대선에는 3당 통합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 후보로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당선했다. 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은 TK와 PK로 출신 지역이 달랐지만 1992년 대선 때 이른바 초원복국집 사건에서 나온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처럼 ‘영남’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YS는 집권 후 12·12쿠데타 주역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내란죄로 처벌하는 이른바 ‘역사 바로세우기’ 조치 이후 신한국당을 창당하며 기존 민정-민자당과 차별화를 꾀했다.

    YS가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자당 후보로 집권한 후 신한국당 창당으로 민주화 이후 보수정당을 만든 경우라면, 노무현과 문재인 두 명의 PK 출신 전직 대통령은 새천년민주당과 더불어민주당 등 1987년 DJ가 창당한 평화민주당에 뿌리를 둔 현 더불어민주당 계열 대선후보로 집권에 성공했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같은 PK 출신 대통령이더라도 소속 정당과 핵심 지지 세력에 차이가 나는 것이다.

    YS가 대통령에 오르기 전까지 PK는 야당 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손꼽혔다. 5·16군사정변으로 집권한 TK 출신 박정희 전 대통령이 18년간 장기 집권하고, 이후 12·12군사반란으로 전두환과 노태우 두 명의 TK 출신 대통령이 다시 집권하는 동안 YS를 중심으로 한 PK 출신 인사들이 이른바 민주화운동에 앞장서 왔기 때문이다.

    1990년 3당 합당을 계기로 PK 민주화운동 세력은 분화를 겪는다. YS와 함께 3당 합당에 합류한 다수파와 3당 합당을 거부하고 독자 노선을 걸은 소수파로 나뉜 것. 3당 합당에 몸을 실은 다수파 가운데 최형우와 서석재, 신상우 전 의원 등은 YS 정부 때 정권 실세로 꼽혔다. 그에 비해 3당 합당을 거부한 이기택 전 의원,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은 진보정당 계열로 남아 야당의 길을 걷다가 1997년 대선을 계기로 DJ와 손을 잡는다.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이 DJ의 평화민주당에 뿌리를 둔 계열에서 대선후보에 올라 정권교체 선봉에 선 것은 이 같은 정치적 배경과 무관치 않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면서 YS 후예들은 한동안 중앙 정치 무대에서 주류 세력으로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다만 PK 지역에서만큼은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했다. 특히 YS가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창당한 신한국당에 합류한 PK 출신 정치인들이 신주류로 등장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 주일대사를 지낸 권철현 전 의원 등이 대표적 인사다. 특히 ‘권철현 사단’은 현재까지 PK 정치권 주류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을 필두로 연제 출마를 준비하는 김희정 전 여성가족부 장관, 사하을에 도전장을 내민 이성권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등이 권철현 사단이다.

    서울 법대 92학번인 한동훈 위원장이 부산에서 ‘1992’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것은 PK 출신 첫 대통령을 배출하고 롯데 자이언츠 프로야구 우승이라는 겹경사를 기억하는 많은 부산시민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많다. 즉 민주당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한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보다 PK 출신 첫 대통령이란 상징성을 갖고 있는 YS를 더 친근하게 느끼는 부산 민심에 다가가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실제로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문재인이 부산에 해준 게 뭐시 있노”라며 “북한을 더 도왔으면 도왔지, 부산을 위해 일했다는 생각은 안 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부산에서 일본을 잇는 다리를 놓든, 해저터널을 뚫든 국가적 사업을 일으켜 부산이 국제도시로 발돋움하는 데 주춧돌을 놨어야 하는데, 그 양반(문 전 대통령)은 무슨 생각으로 대통령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親윤석열 3총사, 해운대갑 노리다

    광안대교와 해운대 야경. [지호영 기자]

    광안대교와 해운대 야경. [지호영 기자]

    1월 10, 11일 부산을 방문한 한동훈 위원장은 “부산을 수도권보다 더 살기 좋고 일하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것은 대한민국 전체를 견인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이 부산에 각별한 공을 들이는 이유는 2030 세계엑스포 유치 좌절 이후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어 총선 결과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한 인사는 “엑스포 유치 무산으로 시민이 느끼는 실망감이 큰 상황에서 이준석 신당까지 나와 정치권이 들썩여 총선 민심이 요동치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국민의힘 공천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공천에서 탈락이 유력한 현역의원이 탈당해 이준석 신당으로 가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만난 한 인사는 “했던 사람 또 나오고, 떨어진 사람 자꾸 내보는기 무슨 선거고”라며 “부산 정치도 이제 확실히 바뀔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 안 한 사람 중에, 바르게 살아온 사람이 정치하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1월 15일 현재 부산 18개 선거구 가운데 현역의원이 4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곳은 해운대갑과 사상, 중구·영도구 등 세 곳뿐이다. 해운대갑에서 3선을 기록한 하태경 의원은 부산 불출마 선언 이후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했고, 사상에서 3선한 장제원 의원도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21대 총선에 중구·영도구에서 당선한 황보승희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 혐의와 사생활 논란으로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부산 16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해운대구는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한 부산의 대표적 부촌이다. 특히 현역의원 불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해운대갑은 치열한 공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중앙선관위에는 1월 15일 현재 다섯 명의 예비후보가 등록돼 있다. 박지형 변호사와 전성하 전 부산시 투자유치협력관이 국민의힘 후보로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고, 해운대구청장을 지낸 홍순헌 부산대 교수가 민주당 후보로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직업군인 출신 김명호 씨와 박주언 씨는 무소속으로 예비후보로 나섰다.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았지만 해운대갑에는 거물급 인사의 출마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21대 총선 당시 하태경 의원에게 당내 경선에서 패한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의 재도전 가능성과 함께 부산시 경제부시장·대통령국정기획비서관을 지낸 박성훈 전 해양수산부 차관, 여기에 대통령법률비서관을 지낸 주진우 전 검사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석 처장은 서울대 법대 79학번이다. 윤석열 대통령 동기동창으로 오랜 인연이 있다. 주진우 전 비서관은 대선 이전부터 윤 대통령 핵심 측근으로 활동해 온 인사다. 박성훈 전 차관도 대표적 친윤 인사로 꼽힌다. 친윤 3총사가 해운대갑 한 곳을 두고 경합을 벌이는 모양새가 연출되는 것이다.

    청소노동자로 일하다 은퇴하고 해운대구에 거주하며 매일같이 동백섬 한 바퀴를 도는 것으로 소일하고 있다는 70대 중반 김모 씨는 “높은 사람 여럿이 이 지역에 나온다카는 얘기는 있는데 아직 코빼기도 못 봤다”며 “어데 표를 맡겨놨답니까”라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국민의힘에서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인사들의 하마평만 무성한 가운데 민주당에선 해운대갑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순헌 전 해운대구청장이 일찌감치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지역을 훑으며 표심 잡기에 나선 상태다.

    김 씨는 “나랏일도 중요하지만 국회의원이라카믄 지역 일도 잘해야 안 되겠나”라며 “주민 얘기 잘 듣고 서울에 가서 우리 지역 위해 일할 사람 뽑아줄기구마”라고 말했다. 2018년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재보궐선거 때에는 부산 해운대구을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윤준호 후보가 당선한 바 있다.

    해운대을의 경우 21대 총선에 처음 당선한 김미애 의원에 맞서 서울 법대 졸업 후 부산지검과 고검을 거친 최인호 변호사가 출사표를 던졌다. 여기에 21대 총선에 김미애 의원에 패한 윤준호 전 의원이 설욕전에 나선다. 또한 이명원 전 해운대구의회 의장도 민주당 공천 경쟁에 뛰어들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한 정치권 인사는 “해운대구가 여당 강세 지역임에는 틀림없지만, 자부심과 자존심이 높은 유권자를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며 “유리하다고 아무나 내보내도 무조건 찍어줄 거라 생각했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운대구에 거주하는 한 인사도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을 자기들끼리 쏙닥거려 내리보내면 무조건 찍어줄 거라고 생각하는 게 우습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적으로 서부 경남 출신이 부산에 나올 때는 주로 낙동강 벨트에 출마해 왔다”며 “이번에 서부 경남 출신이 동부산권에 나온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결과가 우찌 될라 카는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경남 진주 출신으로 부산 남구에 위치한 대연고를 졸업한 주진우 전 비서관이 해운대갑 출마 후보로 거론되는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장예찬, 부산 수영구 출마 선언

    부산 지역 정가에서는 주진우 전 대통령실 비서관의 경우 선거구 획정 결과에 따라 출마 지역이 바뀔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 18개 지역구인 부산 지역 선거구는 인구 하한선에 미달하는 남구갑과 남구을 두 지역구를 하나로 합하고, 인구 상한선을 넘긴 북강서구갑·을 지역을 북갑·을, 강서구 세 지역으로 분할하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부산 정치권 일각에서는 남구갑·을 지역을 남구 하나로 합하는 것 외에도 남구와 수영구를 합쳐 수영남구갑·을로 나누는 방안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다. 남구갑·을을 남구 하나로 통합할 경우 남구갑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과 남구을 박재호 민주당 의원의 맞대결로 치러질 공산이 크지만 수영남구갑·을로 분할할 경우 박수영-박재호 맞대결을 피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표적 친윤 인사로 꼽히는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이 부산 수영구에서 출마하겠다고 전격 선언해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장 전 최고위원은 1월 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 광안리가 있는 수영구를 부산 1등이 아닌 대한민국 1등 지역으로 만들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을 대표하는 정치인은 당연히 국가대표 정치인이어야 한다”며 “부산의 목소리를 강하게 대변하는 여의도 ‘인싸(인사이더)’ 정치인이 돼 부산을 대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오래도록 막혀 있는 부산의 굵직한 현안을 시원하게 밀어붙이기 위해서는 대통령실과 중앙정부, 그리고 당 지도부에 언제든지 직통으로 연결해서 할 말은 하는 정치인이 필요하다”며 “나는 부산의 그 누구보다 유능하고 강력한 신형 엔진”이라고 강조했다.

    부산 수영구 현역 국회의원은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이다. 전 의원은 21대 국회 입성 이후 편법 증여 의혹과 부친의 청탁금지법 위반 논란이 불거져 국민의힘을 탈당했다가 2021년 12월 복당한 바 있다.

    부산 출신 한 기업인은 “국회의원이 될라카믄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나야 된다꼬 안 카나”라며 “선수 높다고, 문제 쪼매 있다고, 현역을 없는 사람 취급하는 거는 너무한 기라”고 말했다. 그는 “결과에 승복하게 할라카믄 기준과 과정이 투명해야 안 하나”라며 “요번 총선은 여야 할 것 없이 공천을 우째 할라 카는지 아무것도 모르겄다”고 말했다. 그는 “요새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쉽게 찾아보기 때문에 비밀이라 카는 기 없다”며 “서울에서 누가 누구를 공천 줄라 카는지 여 있는 우리도 다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산 출신 전문직 인사는 “여태 정치해 온 사람들이 잘한 게 뭐가 있노”라며 “장예찬이든 이준석이든 인자 고마 젊은 사람들이 정치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갤럽이 2023년 11월 넷째 주에 실시한 ‘이준석 신당 창당’에 대해 PK에서 ‘좋게 본다’는 응답은 37%였고, ‘좋게 보지 않는다’는 응답은 47%였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해운대구와 남구, 수영구에 이어 초미의 관심 지역구로 떠오른 또 다른 지역구는 사상구다. 대표적 ‘윤핵관’ 장제원 의원 불출마 선언으로 무주공산이 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사상구청장을 지낸 송숙희 부산시 여성특보와 함께 김대식 전 여의도연구원장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재선 구의원, 재선 시의원, 재선 구청장을 지내 사상구에서 정치적 몸집을 키워온 송 특보가 국민의힘 후보로 나설 경우 필승 카드가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장제원 의원의 가족 사학재단 중 하나인 경남정보대 총장을 맡고 있는 김대식 전 여의도연구원장이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장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김 전 원장은 장 의원의 부친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 시절부터 동서대 교수를 지내 장 의원 가족과 깊은 인연이 있다고 한다.

    부산 지역 야권 한 인사는 “부산에서 정치 좀 했다는 사람치고 김 전 원장을 모르면 간첩 소리가 나올 만큼 그치는 지역에서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김 전 원장이 2018년 해운대을 재보궐선거에 자유한국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윤준호 의원에게 져 낙선한 일이 있는데, 이번에 다시 사상구에 나온다고 하면 주민들이 어떻게 볼지 그게 변수”라고 말했다.

    부산 사상구는 2012년 19대 총선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에서는 22대 총선에 특히 기대를 걸고 있다. 강력한 지역 기반을 갖고 있던 장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민주당으로서는 ‘험지’에서 ‘해볼 만한 지역’이 됐다고 여기는 것이다.

    부산대 총학생회장 둘 맞대결하나

    민주당 사상구 지역위원장은 19대 국회 때 비례대표 의원을 지내고 이낙연 국무총리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배재정 전 의원이다. 그는 20대·21대 총선에 사상구에 잇달아 출마했지만 연거푸 낙선했다. 배 전 의원이 세 번째 도전을 준비하는 가운데 신상해 전 부산시의회 의장과 서태경 전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행정관, 정두희 전 구의원도 도전장을 낸 상태다. 부산 야권에서는 현재 서울 출마를 저울질하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고향인 부산 출마를 결심할 경우 사상구가 유력하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야권 한 인사는 “참신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내세워야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여권에서 장차관급 인사들을 내보내려 하는데, 야권에서도 맞불을 놓으려면 체급을 높여 중량감 있는 인사를 내세우는 게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사하갑에서는 최인호 민주당 의원이 3선 고지를 노린다. 이에 맞서 김척수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이 세 번째 리턴매치를 벼르고 있다. 여기에 이성권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탈환’을 위한 필승 카드임을 내세워 사하갑 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부시장이 국민의힘 공천을 받을 경우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끼리 맞붙는 진풍경이 연출될 수 있다. 최인호 의원은 1989년 총학생회장, 이성권 전 부시장은 1995년 총학생회장이다. 경남 남해 출신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는 김척수·이성권 두 후보 사이에 총선 직전 극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하을은 이 지역에서 5선을 기록한 조경태 의원이 이번 총선에 6선 도전에 나설지, 수도권 험지로 차출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조 의원 거취가 불투명해지면서 국민의힘 후보로 여러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정호윤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조정화 전 사하구청장, 배진탁 사하행복포럼 대표와 정상모 화신사이버대 교수가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인재 2호로 영입한 엔씨소프트 임원 출신 이재성 씨의 출마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1970년 부산에서 태어난 이 씨는 부산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한 부산 토박이다. 민주당은 이 씨에 대한 영입 사실을 밝히며 보도자료에서 “부산 창의교육센터 ‘알로이시오기지 1968’의 초대 기지장을 맡아 부산 동서 간 교육격차 해소에 앞장섰으며, 부산문화재단 이사 등을 역임하며 부산을 중심으로 지역 격차 해소 활동을 활발히 해왔다”고 소개했다. 이재명 대표도 “2호 영입 인재 이재성님은 한마디로 혁신경제 리더”라고 치켜세웠다.

    김태석 전 사하구청장이 민주당 후보로 사하을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이 씨가 영입 인재로 사하을에 낙하산을 타고 내려올 가능성이 제기되자 묘한 기류가 형성된 상태다. 야권 한 인사는 “이재성 씨 영입과 사하을 출마는 부산시당 고위 인사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전격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며 “누군가 이재명 대표의 눈과 귀를 부여잡고 부산 공천을 좌우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줄곧 ‘시스템 공천’을 강조해 온 민주당에서 이 씨를 부산 사하을에 전략 공천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본격적인 민주당 공천을 앞두고 ‘친명행운, 비명횡사’ 얘기는 부산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분구 대상지로 거론되는 북강서갑·북강서을은 선거구 획정 결과에 따라 유불리가 엇갈릴 전망이다. 북강서갑에서 재선한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야당 지지세가 강한 만덕동 중심의 북구갑 지역에서 3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고, 북강서을에서 3선을 기록한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강서구에서 4선 도전에 나설 공산이 큰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변성완 전 부산시 직무대행이 김도읍 의원의 4선 저지에 나선 상태다.

    부산 지역 한 언론인은 “2016년 총선 때 민주당이 부산에서 5석을 얻으며 전국 제1당이 된 적이 있다”며 “부산에서 1석은 2석 이상 효과가 있기 때문에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낙동강 벨트에서 어떤 성적을 거두느냐에 따라 원내 제1당으로 올라설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중구·영도구가 붐빈다

    자갈치시장에서 바라 본 영도구. [지호영 기자]

    자갈치시장에서 바라 본 영도구. [지호영 기자]

    황보승희 의원 불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중구·영도구는 여야 할 것 없이 가장 많은 예비후보가 출마를 노리는 선거구다. 특히 중구보다 영도구 인구가 3배 가까이 많아 영도구에서 앞서야 당선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따라서 영도구에서 태어난 조승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출마가 유력한 상황이다. 여기에 6선 관록의 김무성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최영훈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도 국민의힘 경선을 준비하고 있다. 본선보다 치열한 예선전이 예고된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제주와 호남 출신 주민 비율이 높은 영도구에 특히 기대를 걸고 있다. 6·1 지방선거 때 16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영도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46%를 득표하며 경쟁력이 확인됐다는 점에서다. 박영미 전 부산시 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이 일찌감치 이 지역 출마를 선언했고, 김의성 전 청와대 행정관도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21대 총선에 출마했던 김비오 전 지역위원장의 재도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 3년차에 치러지는 22대 총선은 향후 국정 운영을 좌우할 분수령이다. 국민의힘이 여소야대 상황을 여대야소로 바꿔내려면 반드시 승리해야 할 전략적 거점이 PK다. 21대 총선에서 180석 가까운 대승을 거둔 상황에서도 고작 3석 확보에 그친 민주당으로서는 2016년 20대 총선의 5석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21대 총선에서 얻은 3석을 지켜야 원내 제1당을 유지할 공산이 크다.

    22대 총선 승리를 좌우할 전략적 요충지로 떠오른 PK는 4월 총선에 어느 정당 손을 들어줄까.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강 구도 속에 이준석·이낙연 신당은 아직은 변수로 작용하지 않고 있으나 양당 공천 결과에 따라 거물급 현역의원들의 이합집산 가능성이 예고된 상태다. 썩어도 준치, 부자는 망해도 3대 간다는 말이 있듯, 공천을 받지 못한 현역의원이 탈당 후 당선하기는 수월하지 않으나 낙천이란 불명예를 안긴 정당 지지율을 갉아먹어 선거 판도를 바꿀 정도의 힘은 있다.

    동백섬에 봄의 전령 동백꽃이 꽃망울을 터뜨려 봄이 머지않음을 알리듯 부산시민 다수는 마음속 선택을 마친 모습이었다. 마치 당연한 듯 자신을 찍어줄 거라 믿으며 오만한 모습을 보인 정당과 후보에게 철퇴를 내릴 마음의 준비를.

    신동아 2월호 표지.

    신동아 2월호 표지.



    구자홍 기자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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