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호

시장 침체 와중에도 “올해 집값 오른다” 전망 나와

[부동산 인사이드]

  • 나원식 비즈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입력2024-02-05 09: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새해 앞두고 엇갈린 주택 가격 전망

    • 시장 침체 속 움트는 가격 반등의 싹

    • 최대 변수 = 美 연준 금리 인하 흐름

    올해 수도권 입주 물량 감소로 인한 전셋값 상승이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여의도 63아트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올해 수도권 입주 물량 감소로 인한 전셋값 상승이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여의도 63아트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2024년에도 주택 매매가격은 하락세가 지속되겠지만 하반기엔 인기 지역부터 상승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전국 주택 가격은 1.5% 하락하겠으나 서울은 1.0%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주택산업연구원, 2024년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

    매년 말 주택시장 관련 연구 기관들은 새해 부동산시장 전망 보고서를 내놓는다. 거시경제의 흐름이나 연말 부동산시장 분위기 등에 따라 새해 집값이 오른다거나, 혹은 내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제각각 제시하는 전망치의 정도 차이는 있지만 방향성은 한곳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2022년 말에도 기관들은 대부분 “내년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출금리가 급등한 데다가 당시 주택 거래량이 급감하며 역대급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거시 경기의 흐름도 좋지 않아 당분간 주택 가격이 떨어질 거라는 데에 이견이 없었고, 실제 그렇게 시장이 흘러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연간 누적(12월 25일 기준)으로 5.1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2.39% 내렸다.

    지난해 말 나온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들은 엇갈린 방향을 가리켰다. 어떤 기관은 올해 집값이 지역을 막론하고 떨어질 거라고 전망했고, 다른 어떤 기관은 서울과 수도권은 오를 수 있다는 상반된 견해를 내놨다.

    “드라마틱한 가격 하락” vs “수도권은 오를 것”

    지난해 11월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은 7연속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이 총재는 “현재 금리 수준은 충분히 긴축적”이라고 말했다. [뉴스1]

    지난해 11월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은 7연속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이 총재는 “현재 금리 수준은 충분히 긴축적”이라고 말했다. [뉴스1]

    눈에 띄는 점은 주택시장 침체 분위기 속에서 일부 기관들이 향후 집값 상승을 점쳤다는 점이다. 올해 전국 집값은 떨어질 수 있지만 서울의 경우 1% 정도 상승하리라고 전망한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의 보고서가 주목받은 이유다.



    주산연뿐 아니라 올해 서울 및 수도권 집값이 오를 거라고 전망한 기관들이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도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이 1% 상승할 거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시장 전망을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집값 상승을 우려하는 의견을 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융통화위원은 “주택경기가 둔화하긴 했지만 집값 상승 기대감으로 잠재된 대출 수요가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한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부동산시장은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경기둔화가 지속하긴 했지만 규제 완화 등의 영향으로 침체 흐름이 완화하다가 하반기 들어선 집값이 되레 반등하는 흐름을 보였다. 서울 주요 지역의 아파트값은 2021년 최고가 턱밑까지 상승했다. 수요자들이 이러한 집값에 피로감을 느끼면서 분위기가 또 바뀌었다.

    결국 국내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해 11월 중순 하락 전환했고, 이후 빠르게 낙폭을 키워갔다. 시장에서는 2022년 하반기에 이은 2차 하락장이 왔다는 평가가 나왔다. 거래절벽 현상도 다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022년 하반기 월 매매 건수가 1000건 미만까지 줄며 역대급 거래절벽을 보였다.

    “부동산은 심리”라는 말을 방증하듯 이렇게 되자 수요가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27일 발표한 ‘2023년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2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1월 지수보다 9포인트 하락해 93을 기록했다. 같은 해 5월 이후 7개월 만에 기준치 100을 밑돌았다.

    주택가격전망 CSI는 1년 이후 집값이 오를지, 내릴지에 대한 소비자의 판단을 0에서 200 사이 숫자로 표현한 지수다. 100을 하회하면 1년 뒤 집값이 하락한다는 전망이 상승 전망보다 우세하다는 의미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한국 집값이 장기적으로 현재 가격 기준에서 30%, 최고점 기준으론 ‘반토막’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백광제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리포트 ‘2024년 부동산 시장전망’을 통해 “아직 금리의 가격 적용이 (주택시장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현재 금리 상태가 장기화하면 장기적으로 최고점 대비 최대 50% 수준의 추가 하방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해 부동산업계를 술렁이게 했다.

    그는 2024년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가격 역시 5% 이상 하락할 거라는 전망도 내놨다. “정책대출 종료와 시장금리 상승, 입주 물량 등 공급 증가의 복합 영향으로 2023년 10월 이후 실거래가부터 다소 드라마틱한 가격 하락을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NH투자증권 역시 건설업 전망 리포트를 통해 “2024년 부동산 매매 시장은 높은 대출금리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상승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고금리 장기화 등을 이유로 올해 주택 매매 가격이 2% 하락하리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금리↓ + 전셋값↑ + 입주 물량↓ = 집값↑

    주산연 등 일부 기관들은 이러한 상황 와중에 올해 주택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고 전망한 셈이다. 이런 전망의 이유 가운데 하나는 금리인하 가능성이다. 그간 금리인하에 부정적 시각을 유지하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새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국내 금융권의 대출 금리 역시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 주택 매매 수요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주택 매매가격은 떨어지고 있지만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는 점도 집값 상승 전망의 근거다. 통상 전셋값은 집값을 떠받치는 역할을 한다. 매매가격이 떨어지는데 전셋값이 지속 상승할 경우 수요자는 차라리 집을 사기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기에 매매 수요가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7월 이후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나타냈다.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들 거라는 점도 변수다. 입주 물량이 줄면 전셋값이 오를 가능성이 더 커져 매매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총 30만6361가구로 지난해(32만1252가구)보다 4.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수도권 입주물량은 14만1533가구로 18%, 서울은 1만2334가구로 59% 줄어들 예정이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서울의 입주 물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전셋값 상승의 도화선이 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주산연은 이런 점들을 고려해 올해 하반기 집값이 상승세를 나타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주산연은 “2024년 상반기 가운데 시작될 가능성이 큰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금리 하향 조정과 경기 회복, 그리고 연말까지 누적될 공급 부족 등으로 인해 중반기부터는 수도권 인기 지역부터 보합세 또는 강보합세로 전환된 이후 하반기부터는 지방광역시 등으로 상승세가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 가운데서도 올해 집값 상승을 전망하는 이들이 적잖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시중 대출금리가 이미 인하되고 있고, 전셋값이 오르는 흐름이라 매매가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까진 매수자와 매도자가 서로 눈치를 보며 줄다리기를 이어갈 수 있지만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수요가 늘며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가 가장 큰 변수”

    지난해 12월 13일(현지 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날 그는 FOMC 회의에 대해 “금리 인하 시점이 논의 주제였다”고 말했다. [AP 뉴시스]

    지난해 12월 13일(현지 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날 그는 FOMC 회의에 대해 “금리 인하 시점이 논의 주제였다”고 말했다. [AP 뉴시스]

    윤 전문위원은 “월세 가격이 이미 많이 올라 있어 전세 수요가 월세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결국 높아진 전셋값에 차라리 매매를 선택하는 이들이 증가하리라는 것.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 역시 올해 하반기에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고 원장은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면서 우리나라 경기도 지난해보다는 좋아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여기에 더해 수도권의 입주 물량이 급감한다는 점, 현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 이후에는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말 취임한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서 올해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부동산시장의 가장 큰 변수로 금리를 꼽았다. 미국 연준이 금리를 언제, 얼마나, 어느 정도 속도로 인하할 것인지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 원장은 “올해 부동산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금리라고 볼 수 있다”며 “그간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의 영향 탓에 집값이 내렸기 때문에 앞으로 금리가 인하되면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집값 상승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미국이 금리를 세 번 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과연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얼마나 내릴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예상과는 다르게 한국은행이 금리를 두 번 이상 내린다면 올해 하반기엔 집값 반등 폭이 클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반대로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지 않고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시장의 실망감이 커지면서 집값이 되레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소장은 또 “2022년에는 금리가 오르면서 집값이 떨어졌고, 지난해엔 고금리가 유지되며 정부 정책 등 다른 요인에 부동산시장이 더욱 영향을 받았다”며 “올해엔 다시 금리 변동 흐름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금리가 내려간다고 집값이 오르는 것은 아니라며 거시적 경기 흐름을 같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예컨대 불황이 이어진 탓에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가 이뤄질 경우 부동산시장에 긍정적 시그널을 주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경제성장의 토대가 마련된 환경에서 금리인하는 소비를 촉진하고 경제성장을 끌어낼 수 있지만 반대로 경기둔화 흐름 속에서의 그것은 자산시장에 좋은 징조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