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번은 목사님께서 나를 붙들고 “요즘 주초가 어떠십니까?” 하고 물었다. ‘이런 이런, 내가 얼마나 예배를 많이 빠졌으면 목사님이 내가 주중에 얼마나 바쁜지 챙겨 물으실까.’ 죄송스런 맘 금할 수 없지만 골프 치러 예배 빠진다는 사실을 실토할 수는 없는 노릇. “주초에는 오히려 여유가 있는데, 주말이 바빠서 큰 일입니다”라며 짐짓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목사님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지 않은가.
“그게 아니고, 술(酒)과 담배(草)를 요즘 얼마나 하고 있느냐는 뜻이었습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제대로 예배참석 못한 것이 늘 켕기던 내가 전혀 엉뚱하게 넘겨짚은 셈이었다. 주말이면 골프가방 둘러메고 필드에 나가려는 생각이 ‘강박관념’ 수준이 됐던 모양이다. 이러면 안 되지 싶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주일을 지키기로 했다. 그렇지 않아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육신의 기쁨보다는 영혼의 위로가 더 절실해지던 차였다.
그러나 세상만사 뜻대로만 되는 일이 어디 있으랴. 애초부터 즐길 목적보다는 실용적인 이유로 시작한 골프였으니, 필드에 서는 일 또한 단순히 스포츠가 아니라 비즈니스의 하나임을 부인할 수 없는 노릇이다. 빠지고 싶어도 빠질 수 있는 라운딩이 하나 둘이 아니니 이 역시 저항하기 어려운 핑계거리. 그러니 별수없이 이번 일요일 아침에도 고민은 계속되고 목사님의 음성 또한 귓전을 맴돌 것이 분명하니 이를 어쩌면 좋은가.
골프를 처음 시작한 것이 1981년, 희성산업 홍보부장을 맡고 있던 시절이니 어언 20년을 가볍게 넘겼다. 테니스엘보 때문에 젊은 시절부터 함께했던 라켓을 놓으며 드나들기 시작한 게 골프연습장이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당시만 해도 골프는 일개 부장이 즐길 수 있는 운동이 아니었다. 그때만 해도 팽팽한 40대 초반, 솔직히 마음 한편으로는 ‘나라고 언제까지 부장만 하겠느냐’는 야심도 숨어 있었다. ‘새파란 놈이 겉멋부터 들었다’는 소리가 듣기 싫어 골프연습장에는 문도 열기 전 꼭두새벽에만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