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타민 잃는 현대인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더 챙겨야 한다고 강조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비타민이다. 사실 사람들이 이렇게 비타민을 챙기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양학자나 과학자들은 지금처럼 비타민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았다. 하루 세 끼만 꼬박꼬박 챙겨 먹으면 일부러 비타민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철 따라 갖가지 채소와 신선한 과일, 곡식이 풍부한 덕에 제철식품만 제대로 챙겨 먹어도 비타민 섭취가 부족할 리 없다.
최근 들어 비타민 섭취가 강조되는 까닭은 현대인들이 일상의 많은 부분에서 비타민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학병원에 따르면, 2002∼2003년 이 병원을 찾은 성인 1200여 명의 혈액을 조사해본 결과 30%나 되는 사람들이 비타민D 부족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직장인 대다수가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 늦게 퇴근해 일광욕을 통한 비타민D 합성이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루 10∼15분의 일광욕만으로도 충분하지만, 그럴 여유조차 갖기 쉽지 않은 현대인의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준다.
이뿐만 아니다. 직장인이면 피해갈 수 없는 스트레스는 비타민A의 양과 인체 면역능력을 떨어뜨린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으레 손이 가는 것이 담배인데, 담배 한 개비를 피면 100mg의 비타민C와 알파-토코페롤(비타민E)을 잃게 된다. 여기에 술까지 마신다면 비타민 B군마저 써버린 셈이 된다. 상황이 이러니 현대인의 몸은 더 많은 비타민을 원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육류 위주의 서구식 식단과 패스트푸드가 인기를 끌면서 식단이 많이 바뀐 것도 현대인의 비타민 손실에 큰 영향을 줬다. 잘 먹지만 골고루 먹지 않는 식습관으로 말미암아 비타민을 섭취하기가 어려운 식생활을 하는 현대인이 많은 것이다. 또한 각종 질환에 비타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이것이 웰빙 코드와 맞물리면서 비타민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비타민이 몸에 좋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왜 좋은지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선 비타민의 말뜻부터 풀어보자. 비타민의 어원은 라틴어에서 왔다. 생명을 뜻하는 ‘vita’와 질소 함유 복합체를 뜻하는 ‘amin’이 조합됐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비타민은 생명 유지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소량만 있어도 충분하지만 부족할 때는 몸 속에 들어온 영양분이 힘, 즉 에너지로 바뀌는 데에 문제가 생긴다. 우리 몸을 움직이는 열량은 탄수화물과 단백질·지방에서 나오지만 비타민의 도움이 없으면 모두 그림의 떡. 한마디로 비타민은 곡식이 잔뜩 쌓인 곳간의 문을 여는 열쇠인 셈이다.
또한 비타민은 몸에서 이뤄지는 각종 대사에 관여, 신체기능을 조절해 호르몬과 비슷한 작용을 한다. 따라서 체내에 어떤 비타민이 부족하면 그로 인한 결핍증세가 나타나 건강에 지장을 초래하며, 심할 경우 생명을 유지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비타민의 상당수는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적절한 비타민 섭취는 기본적인 건강 유지법이다.
비타민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크게 물과 친한 것, 기름과 친한 것의 두 부류로 나뉜다. 물과 친한 수용성 비타민으로는 비타민C와 비타민B군이 있다. 이들 비타민은 몸 속에 쌓이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아무리 많이 먹어도 한번 쓰고 남은 것은 모두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것이다. 그래서 좀 피곤하다고 비타민C를 한꺼번에 많이 먹는 것은 소용이 없는 일이다. 먹어봤자 모두 소변으로 나가버린다. 따라서 물과 친한 비타민은 적당량을 자주 섭취하는 것이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