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평균수명 연장이 곧 ‘건강한 황혼’을 보장할까. 노령인구가 급증하면 각종 노인성 질환도 필연적으로 늘게 마련. 대표적 질환이 골관절염으로도 부르는 퇴행성 관절염이다. 관절염의 종류는 150여 가지나 되지만, 그중 80% 이상은 퇴행성 관절염이다.
관절을 보호하는 연골(물렁뼈)이 손상을 받거나 노화로 인해 마모되면서 관절을 이루는 뼈와 인대에 손상이 일어나고 염증이 생기는 이 질환은 노인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주범. 퇴행성 관절염이 지속되면 통증과 관절의 기형이 발생하는데, 특히 무릎 부위에 생기는 퇴행성 관절염은 만성적인 신체장애를 낳는 가장 큰 원인이다. 퇴행성 관절염을 방치하면 관절운동 범위가 크게 줄고 다리가 ‘O’자형으로 휘게 된다. 심한 경우 전신쇠약으로 이어지고 우울증을 동반한다.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 퇴행성 관절염 환자는 800만명으로 추정된다. 전세계적으로 연간 소비되는 인공관절의 수만 약 50만개. 미국에서만 1년에 20만개가 사용되고, 우리나라에서도 2004년 기준으로 5만여 개가 소비됐다. 이런 추세에 따라 대한정형외과학회는 2002년부터 매년 4월25일을 ‘관절염의 날’로 정해 대(對)국민 캠페인을 벌여왔다.
말기에 이른 퇴행성 관절염에 대한 대표적인 치료법은 인공관절(artificial joint) 수술. 인공관절은 외상이나 질병, 수술 등으로 인해 운동 부전이 된 관절의 인공 대용물을 뜻한다.
퇴행성 관절염의 가장 뚜렷한 증세는 지긋지긋한 만성 통증. 관절을 잘 펴지 못해도 통증이 없으면 퇴행성 관절염이라고 볼 수 없다.
퇴행성 관절염은 무릎·엉덩이 관절, 척추, 손가락 끝마디 등에 흔히 생긴다. 특히 체중을 견뎌내야 하는 무릎과 엉덩이 관절에 이상이 생기면 통증 때문에 잘 걸을 수도 없다. 통증이 심해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흔히 병원에선 퇴행성 관절염 환자에게 소염진통제 같은 약물과 물리치료를 처방한다. 이를 통해 염증 반응을 억제해 통증을 다소 완화할 수 있지만, 관절의 손상 속도를 늦추거나 멈추는 정도일 뿐 완치는 불가능하다. 혹 시기를 놓쳤다면 더욱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따라서 최후의 해결책은 인공관절 수술뿐이다.
인공관절 수술은 통상 무릎·엉덩이·어깨 관절에 대해 시행한다. 최근엔 다른 조직에서 떼어낸 연골을 이식하는 수술도 시도된다.
인공관절 수술은 1961년 영국 정형외과 의사 존 찬리 경(卿)이 고관절에 처음 시행한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통증 해소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이 수술에는 단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수술 후에 뒤따르는 염증 등 합병증이 문제다. 합병증은 수술 직후뿐 아니라 몇 년이 지난 뒤에도 생길 수 있다. 흔하지는 않지만, 뼛속까지 세균이 들어갔다면 인공관절을 제거해야 한다.
뼈에 고정시킨 인공관절이 느슨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통증이 생기는데, 심하면 인공관절을 교환해야 한다. 닳아버린 인공관절 조각들이 주변의 뼈를 녹이면서 인공관절이 헐거워지기도 한다. 이때도 인공관절을 교체해야 한다.
환자 만족도 낮은 기존 수술법
이 같은 합병증이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은 인공관절 수술이 의사가 수작업으로 예측하고 진행하는 일이다보니 정밀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환자의 뼈 상태에 꼭 들어맞는 인공관절을 삽입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