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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街 휩쓰는 엽기 발모제 ‘프로스카’의 정체

약값 싸 오·남용 심각, 성욕·발기력 감퇴 등 부작용도

병원街 휩쓰는 엽기 발모제 ‘프로스카’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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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분 피나스테리드 함량, ‘프로페시아’의 5배
  • 약값 전액 본인부담해도 저렴, 30정이면 4개월분
  • “이 동네 병·의원은 다 처방전 끊어줘요”
  • 임신부가 만지면 남성태아 생식기 기형 초래
  • 한 통 6만원…교육공무원까지 인터넷 밀거래 가세
  • 국내 20여 제약사, 프로스카 제네릭 제품 쏟아낸다
병원街 휩쓰는 엽기 발모제 ‘프로스카’의 정체
[장면 #1]

앞머리 이마선이 조금씩 올라가 탈모 고민에 빠진 회사원 H씨(36). 얼마 전 잘 알고 지내는 40대 초반의 대기업 간부를 만나자마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석 달 전만 해도 대머리나 진배없던 그의 머리가 새까만 털로 뒤덮이기 시작한 것. 그는 난데없는 ‘경사(慶事)’의 비결을 캐묻는 H씨에게 겸연쩍은 미소를 띠며 답했다.

“의사와 약사한테서 부작용이 없다는 말을 듣고 프로스카라는 약을 먹었더니 이렇게 됩디다. 10년은 젊어 보인다는 소리를 듣게 돼 요즘은 가끔 나이트클럽에서 젊은 아줌마들과 어울려 놀아요. 우리 회사에선 프로스카가 아주 화제라니까, 허허.”

[장면 #2]

지난 12월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약국. 30대 남성이 약사에게 슬쩍 묻는다.



“프로스카 사려면 어떻게 해야 되죠?”

4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여약사의 명쾌한 답변.

“이 동네 병·의원에선 머리 벗겨진 것만 보여줘도 처방전 다 끊어줘요. 내과든 가정의학과든…. 처방전 받아오면 언제든지 약 드릴게요. 건강보험 적용은 안 돼도 프로페시아 사 먹는 것보다는 훨씬 싸요.”

탈모증 환자 사이에 ‘구세주’로 떠오른 ‘프로스카(Proscar)’의 오·남용이 심각하다. 다국적 제약사 한국MSD(주)가 시판 중인 프로스카는 양성 전립선 비대증 치료를 위한 경구용 약물. ‘MSD 72’라는 문구가 새겨진 사과 모양의 밝은 청색 필름 코팅 정제인 이 약은 식사와 관계없이 하루 한 번 1정씩 복용토록 돼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따라서 환자는 의사의 처방전 없이는 약국에서 임의로 구입할 수 없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효과를 공인한 탈모증 치료제는 ‘프로페시아(Propecia)’와 ‘미녹시딜(Minoxidil)’뿐이다. 약물 복용 이외의 치료법으로는 자가 모발 이식술이 있다.

‘한 지붕 두 가족’

이 가운데 여성 탈모증 환자도 쓸 수 있는 외용약인 미녹시딜은 탈모 초기의 환자가 하루 두 번 탈모된 국소 부위에 바르도록 한 일반의약품. 원래는 먹는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된 강력한 혈관 확장제이지만, 이 약을 장기 복용한 고혈압 환자의 대다수에서 몸에 털이 많아지는 기현상이 발견되자 이를 모티브로 해서 탈모증 치료제로 재탄생했다.

프로페시아는 먹는 탈모증 치료제다. 신체적·정신적 열등감을 자아내는 탈모증을 치료해 삶의 질을 높이는 약이란 점에서 흔히 ‘해피 메이커(Happy maker)’라고도 한다. 프로스카와 마찬가지로 한국MSD가 시판하며, 남성형 탈모증 치료에 쓰인다.

남성형 탈모증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 유전적 요인과 남성 호르몬이 꼽힌다. 남성 호르몬(안드로겐)은 부신피질과 성선(性腺)에서 합성, 분비되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테스토스테론이고, 그보다 농도가 짙은 것이 디히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다. 그런데 테스토스테론은 모발이 자라는 곳인 모낭에 존재하는 5알파-리덕타제 효소와 결합해 이마나 정수리의 탈모를 유발하는 DHT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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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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