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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비상구’, 남성 호르몬 요법

알고 써야 ‘회춘의 묘약’,오·남용 땐 갖가지 부작용

‘갱년기 비상구’, 남성 호르몬 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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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노년기의 ‘고개 숙인’ 남성들에겐 남성 호르몬 요법이 큰 관심사 중 하나다. ‘회춘의 묘약’으로 알려진 남성 호르몬. 하지만 의학계에선 남성 호르몬에 대한 맹신은 금물이라고 경고한다. 남성 갱년기의 실체는 무엇이며, 남성호르몬 요법은 어디까지 유효할까.
직장인 홍모(58)씨는 2년 전부터 배가 나오고 근육에 힘이 없어지면서 서서히 집중력과 성욕이 떨어지는 현상을 경험했다. 나이가 들어 그러려니 하던 홍씨. 하지만 최근 들어 가만히 있어도 불안하고 불면에 시달리는가 싶더니 급기야 발기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그는 당장 ‘밤일’이 불가능해지자 그제야 병원을 찾았다.

홍씨는 지난 35년간 하루 1갑 정도 담배를 피워왔고, 아랫배 비만을 달고 다녔으며, 3년 전부터는 고혈압 약물까지 복용하고 있다. 혈액검사를 해보니 홍씨의 남성 호르몬(테스토스테론)은 정상 상태(12nmol/L)의 3분의 1 수준으로 그 외의 이상현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의료진은 홍씨를 일단 노화에 따른 남성 갱년기로 진단하고 경구용 남성 호르몬 제제를 투여하기 시작했다.

호르몬 요법 3개월 후. 홍씨를 괴롭히던 정서불안, 집중력 저하, 성욕 감퇴 증상 등 갱년기 증상은 일부 호전됐으나 발기력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혈액검사상 남성 호르몬 수치는 치료 전보다 7.2nmol/L까지 높아졌으나 정상치에 미치진 못했다.

의료진은 경구용 대신 바르는 남성 호르몬을 처방한 후 발기부전 증상에 대해선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를 추가로 처방했다. 또한 금연을 강력히 권했고, 적당한 운동도 추천했다. 다시 3개월 후 홍씨의 남성 호르몬 수치는 정상으로 회복됐고, 이러저러한 갱년기 증상도 모두 사라졌다. 요즘은 발기부전 치료제 없이도 활기찬 성생활을 하고 있다.

20세기의 100년 동안 인간의 수명은 25년 이상 연장됐다. 그러나 인간의 의지와 노력, 기술개발이 만들어놓은 이 경이로운 결과물은 이제 사회문제가 됐으며 일부 학자들은 고령화를 또 다른 사회적 재앙에 비유하기도 한다. 의학의 급속한 발전은 수명만 늘려놓았을 뿐,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삶의 질을 그만큼 높여놓진 못했다. 즉 늘어난 수명만큼의 기간은 ‘장애의 연장’으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의학계의 관심이 단순한 수명 연장이 아니라 삶의 질 향상으로 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중 한 줄기가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남성 노화에 대한 연구다.



남성 노화·갱년기 원인 모호

여성 대부분이 50세를 전후해 생식선 기능의 갑작스러운 감퇴와 함께 갱년기를 겪는 반면, 남성은 남성 호르몬이 서서히 줄어드는 까닭에 생식능력의 저하도 그만큼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노화 과정에 동반되는 신체 기능의 점진적 저하현상이 주요 장기뿐 아니라 호르몬의 분비와 작용을 관장하는 내분비계에서도 일어나기 때문.

문제는 남성에게 노화나 갱년기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 질환이 명백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노화나 갱년기 장애가 남성 호르몬의 분비기능 저하, 성장 호르몬 결핍, 갑상선 기능 저하증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 이들이 노화과정에서 그냥 동반되는 현상인지, 실제 내분비계의 변화 때문에 발생하는지, 또 다른 질환의 결과물인지 확실치 않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남성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남성 호르몬이 감소한다는 점이며 노화의 과정에서 특정 형태의 증상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의학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보편적으로 ‘남성 갱년기’라 표현한다.

갱년기 진단 신중해야

남성이 노인이 되면 흔히 복부에 지방이 쌓이고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는 반면 생활 활력도, 근육의 힘과 양, 성욕, 성적 활성도, 수면 중 발기현상, 골밀도 등은 감소한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있다고 무조건 갱년기라고 진단할 수는 없다. 성선(性線·생식선) 기능저하증이 있는 젊은 남성에게서도 이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는데다 정작 남성 갱년기에는 이런 증상이 모호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남성 노인에게 나타나는 이런 증상과 증후들이 남성 호르몬 수치의 감소와 직접적 상관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 성장 호르몬을 비롯한 생리학적 기능 전반의 저하, 심리적 위축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도 이런 증상이 일어날 수 있으며, 남성 호르몬의 수치는 신체활동의 저하, 식이의 변화, 다른 질환의 후유증 등의 요인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해 남성 노인에게 ‘남성 호르몬 결핍’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정확한 기준도 확립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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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종 고려대 의대 교수·비뇨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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