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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사이에 갑상선암과 유방암 등 암 선고만 세 번 받은 김갑순(69) 씨. 목에서만 16개의 종양을 떼어냈다. 의사는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라”고 했다. ‘5년만 더 살았으면…’ 했던 것이 어느덧 14년째. 남편의 극진한 간호가 없었다면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평생 바다에서만 살던 남편이 암에 걸린 아내를 살린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2001년 여름 어느 날, 잠에서 깬 김 씨의 등은 땀으로 흥건했다. 악몽이었다. 꿈속에서 어딘가로 가기 위해 차를 기다리던 그녀 앞에 흰색 차가 멈춰 섰다. 회색 경찰복을 입은 남자 3명이 차에서 내리더니 그녀를 에워쌌다.

다시마 덕분에 암 공포에서 벗어났다는 김갑순 씨(왼쪽)가 남편 주창길 씨와 다시마 음식을 먹는다.

큰아들이 이렇게 외치며 김씨를 붙잡자 차와 남자들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꿈인지, 생시인지 비몽사몽간에도 모골이 송연했다. 몸에 특별히 이상한 증상은 없었다. 작은 통증도 없었다. 하지만 왠지 그냥 넘어가긴 꺼림칙했다.
다음 날 가족과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았다. 의사에게서 검사 결과를 듣고 온 가족은 “별 이상 없다”면서도 표정이 어두웠다. 계속 추궁하니 ‘갑상선암 3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답이 돌아왔다. 가족은 김씨가 충격을 받을까봐 검사 결과를 숨기려 했던 것이다. 결국 김 씨는 수술대에 올랐고,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몸은 빠르게 회복됐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어느 날, 김씨는 똑같은 꿈을 다시 꿨다. 병원 검사 결과, 이번엔 유방암이었다. 한쪽 가슴 일부를 도려내야 했다. 그리고 다시 3년이 지난 2006년, 완치된 줄 알았던 갑상선암이 재발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죠. 내가 무슨 죄를 저질러 세 번씩이나 암에 걸리나 싶어서….”
이생과의 인연은 여기까지인 것 같았다. 군복무 중이던 막내아들이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휴가를 얻어 나왔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가족사진과 영정사진을 찍었다. 사진관은 눈물바다가 됐다.
두 차례 암 투병을 하면서 김씨의 몸은 상할 대로 상한 상태였다. 세 번째 수술은 목 전체에 퍼진 종양을 제거하는 대수술이었다. 떼어낼 종양이 16개나 됐다. 어렵게 수술을 마치고 깨어나자 어지럼증이 엄습했다. 통증을 호소하자 의사는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라”고 했다.
이제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암 병동 같은 방에서 치료받으면서 서로 의지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세상을 떠났다. 외로움은 두려움으로 바뀌고, ‘나도 언젠가 떠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시도 때도 없이 죽음의 공포가 밀려왔다.
“한 방에 8명이 지냈는데, 전화를 해보니 지금은 다 죽고 없어요.”

남편 주창길 씨는 아내의 건강밥상을 위해 매일 아침 청정 해역 완도 앞바다에서 다시마를 채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