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호

‘에너지 디자인’

고유가 시대 에너지 문제 해결책 제시

  •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에너지대학원 교수 sjkang@kpu.ac.kr

    입력2008-04-04 11:1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에너지 디자인’

    ‘에너지 디자인’ : 창비, 바츨라프 스밀 지음, 허은녕·김태유·이수갑 옮김, 544쪽, 3만원

    에너지 문제는 지금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농업사회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풍요로운 삶을 구가하고 있다. 석유, 가스,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와 전력의 발견 덕분이다.

    경제성장에 따라 에너지 소비도 더불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대량의 화석에너지 사용은 필연적으로 자원 고갈과 환경 문제를 야기한다. 2000년 이후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에너지 가격 폭등과 기후 변화가 그 증거다.

    산업혁명 이전 인류는 난방이나 취사, 조명 등의 열원으로 대부분의 에너지를 목재나 농가 부산물로 충당했다. 산업혁명과 함께 공장 가동을 위한 동력원으로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에너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20세기 들어 에너지는 동력용뿐 아니라 자동차 및 항공기 등 수송에, 가정 및 상업 건물의 냉·난방에, 조명 및 다양한 기기 작동에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에너지 공급이 부족할 때에는 이것이 경제성장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에너지 공급 및 이용에 대한 기술개발이 혁신적으로 이뤄졌다. 역사를 장기적으로 보면 에너지 공급 위기와 풍족한 시기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최근의 에너지 가격 폭등은 에너지 공급 부족 또는 수요 증가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데, 과연 이를 기술개발로 극복할 수 있을까. 또한 인류는 자원 고갈과 환경 재앙에 대비해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할까.



    100년간 에너지 사용 패턴 분석

    이에 대한 답변을 찾을 수 있는 저서가 바츨라프 스밀(Vaclav Smil) 박사가 집필하고 허은녕 교수 등이 번역한 ‘에너지 디자인’(원제: 갈림길에 선 에너지, Energy at the Crossroads)이다.

    저자인 스밀 박사는 체코에서 에너지의 기원과 전환, 인류문명의 향상과 생물권의 변화를 아우르는 에너지시스템 연구를 시작한 학자다. 1969년 미국으로 건너가 에너지 생산과 기술혁신이 지구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했으며, 1970년대부터 중국의 에너지와 환경, 식량 문제로 관심을 돌려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에서 나타나는 에너지와 환경의 연관관계를 분석했다. 저자는 40여 년에 걸쳐 에너지뿐 아니라 이와 관련해 환경, 식량, 인구, 경제, 공공정책을 포괄하는 광범한 학제 연구를 선도해왔다.

    ‘에너지 디자인’은 저자의 평생에 걸친 경험과 고민, 그리고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저자는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에너지 자원을 중심으로 지난 100여 년간 세계 에너지의 사용 패턴과 에너지원의 선택과정(저자는 이를 ‘그랜드 디자인’이라고 한다)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해 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남은 과제가 무엇인지를 방대한 자료와 엄밀한 논증, 그리고 명확한 표현으로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저자가 책 전반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다음 세 가지다. ▶에너지 자원의 개발과 에너지 사용기기의 개선을 비롯한 기술발전이 인류문명에 끼친 공헌 ▶미국을 필두로 고소득 국가의 에너지 사용이 기술발전을 무색하게 할 만큼 지속적으로 증가해온 점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가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 할 가장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점 등이다. 이런 시각을 통해 저자는 기술개발만으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재앙을 막을 수 없으며, 결국 에너지 사용에 대한 우리의 태도 변화가 필수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저자는 풍부한 에너지가 경제발전에 기여하던 시대를 살아온 사람으로서 책 전반에 걸쳐 에너지의 중요성과 함께 지구 온난화 등 에너지에서 파생되는 문제를 보수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듯하다. 또한 경제적 분석을 하면서 저자는 자료의 통계적 분석을 기초로 하는 정량적 분석에는 적극 동의하나 모형화를 통한 계량경제학적 작업에는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저자는 또 복잡한 모형을 이용한 에너지 가격 예측이나 장기 전망이 모두 빗나갔다고 비판한다.

    에너지는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서도 여전히 발전의 원천이며 선진문명으로 가는 필수적인 요소다. 문제는 이러한 화석연료는 한번 써버리면 다시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식량이나 물, 공기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재생 가능한 데 비해 화석연료는 단기간에 다시 생산되기가 거의 불가능한 고갈성 자원이다.

    신·재생 에너지 확대 필수

    자원 고갈과 이로 인한 인류 발전의 한계에 대한 논의는 이미 18세기에도 있었다. 1798년 맬서스(Malthus)는 ‘인구론’에서 식량 공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 비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결국 인류는 전쟁과 기아에 휩싸일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 후 세계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지만 식량 증산이 인구 증가를 앞지르면서 그의 예측은 빗나갔다. 이는 바로 식량 생산과 관련된 기술과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 때문이었다.

    또한 산업화 사회에 들어선 1970년 로마클럽은 ‘성장의 한계(Limits to the Growth)’라는 보고서를 통해 자원과 환경의 제약으로 인류는 더 이상 경제성장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국제 에너지시장은 제1차 석유파동 전야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었으며, 유럽 등 선진국은 화석연료의 대량 사용으로 인한 심각한 환경오염에 직면해 있었다. 인류는 환경과 경제성장을 조화시키는 ‘지속 가능한 성장(Sustainable Development)’ 정책을 도입해 환경을 개선하면서도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에너지 가격 급등과 지구온난화는 과거에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진폭으로 다가오고 있다.

    저자는 화석에너지의 고갈과 지구온난화 때문에 신·재생에너지(New and Renewable Energy)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본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화석에너지의 고갈은 먼 미래의 일이며, 석유생산의 정점(소위 Oil Peak) 역시 상당기간 이후에 발생할 일이지만, 에너지사용으로 인한 지구환경의 악화가 인류의 발전에 더 큰 제약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것이 바로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장려하고 나아가 21세기의 새로운 에너지 디자인을 창출해야 하는 주된 이유다.

    기후변화협약으로 선진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기 위해 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이면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며, 이는 또다시 개도국을 중심으로 에너지 사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저자가 밝혔듯이 에너지 효율 향상이 ‘반등효과(Rebound Effect)’로 인해 궁극적으로 에너지 절약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처럼, 기후변화협약이 화석에너지의 비중을 줄이기는 하겠지만 실제로 에너지 사용이 감소할지는 불투명하다. 에너지 사용에 대한 인류의 태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에너지 사용량의 궁극적인 감소는 미지수로 남는다. 화석에너지의 고갈 시점 역시 인류가 어떠한 선택을 하는지에 달려 있다.

    자원 확보 위한 ‘총성 없는 전쟁’

    한편 에너지 자원, 석유 자원은 중요한 전략물자이므로, 이의 중요성에 일찍 눈을 뜬 서구 선진국들은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제2차 세계대전을 비롯해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중동에서 일어났던 전쟁들, 1980년 소련의 아프간 침공, 2001년 미국 9·11 테러 등은 ‘자원전쟁’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대부분 자원 생산국과 소비국의 힘겨루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고유가에 따른 각국의 자원 확보 노력을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표현하듯이 그로 인한 긴장 고조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1973년 중동전 뒤 일어난 제1차 석유파동은 ‘자원민족주의’에 기반을 둔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석유산업 국유화로 발생했다. 불과 반 년도 안 되는 사이에 국제유가가 4배까지 폭등했으며, 세계 각국은 석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 기간에 제2차 세계대전 후 고성장을 구가하던 미국, 유럽, 일본 등 서구 선진국들은 마이너스 경제성장과 물가 급등을 경험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OPEC의 영향력이 다소 약화되었으나, 석유 수요 증가로 2000년 이후 다시금 그 영향력을 회복하고 있다. 최근 다수의 산유국이 석유자원 국유화 조치를 단행하고 있으며, 여기에 중동지역의 정정(政情)불안이 겹치면서 21세기 초반의 석유시장에는 마치 1970년대 초반 석유파동 직전과 같은 위기감이 나돌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해외자원 개발과 원자력의 부활을, 중국과 인도는 에너지 자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풍부한 연구경험을 살려 현대 에너지의 총람이라 할 정도로 광범한 분야의 전문적 지식을 체계적으로 수록하고 있어 어려운 감도 있다. 그러나 일반인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다양한 사례와 자료를 곁들여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0년간의 에너지와 경제, 에너지와 환경, 에너지 전망 등 장기적인 안목에서 에너지 문제를 다루고 이로부터 미래적 안목을 제시하는 것이 흥미롭다. 즉 지역적인 문제( 농촌지역의 소규모 바이오가스 생성의 효율)와 세계적인 문제(연소로 인한 대규모 생물·화학적 순환구조가 받는 피해), 기술적인 문제(특정 에너지의 생산과 전환공정의 상세 분석)와 사회적 문제(에너지 사용과 삶의 질 관계), 그리고 역사의 기술부터 장기 예측까지 망라돼 있다. 에너지를 화두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서 인류의 미래를 살피는 일에 요긴한 지침서라 하겠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