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들려온 폴라로이드의 이별 통보. 즉석사진 전문업체 폴라로이드는 60년 역사를 이어온 즉석사진용 필름 판매를 내년까지 완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연말까지 미국, 멕시코, 네덜란드에 소재한 필름 공장을 폐쇄하고 450명의 인력을 감축할 계획이다. 사랑스러운 연인과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을 순간 포착해내던 폴라로이드가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추억 속 물건이 된 것이다.
미국의 공룡 통신사 AT&T는 129년 역사를 이어온 공중전화 사업을 접기로 했다. 휴대전화에 밀려 사용량이 급감한 공중전화는 유지비용만 많이 드는 애물단지가 됐다. 1998년 미국의 공중전화는 260만대에 달했으나, 지금은 100만대로 줄었다. 1878년 공중전화 서비스를 시작한 AT&T는 요금을 받기 위해 전화기 옆에 상근 직원을 둔 적도 있다. 미국 공중전화 사업은 영세 사업자에게 맡겨질 전망이다.
뚱뚱보 모니터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삼성SDI, LG디스플레이 등은 모니터용 브라운관(CDT)의 국내 생산을 잇달아 접었다. 20년 영욕의 세월을 마감한 한국산 CDT는 2000년대 초 전세계 시장의 70%를 석권할 만큼 인기 제품이었다. 전세계 모니터 시장에서 브라운관 모니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제 10%대로 급락했다.
곧 ‘임종’ 소식을 알릴 것 같은 제품도 여럿 있다. 대표적인 것이 CD다. 깨끗하고 선명한 음질로 음악 마니아의 사랑을 독차지해온 CD는 LP판의 전철을 밟게 될지 모르겠다. 미국의 유명 시장조사기관인 NPD 그룹에 따르면 미국 청소년의 절반가량이 지난해 CD를 단 1장도 구매하지 않았다. MP3 파일 등 디지털 음악 다운로드 열풍과 불법복제 탓이다.
2008년 ‘사라지는 IT’의 대미는 바로 ‘IT강국 코리아’의 위상을 드높인 정보통신부의 퇴장이다. 정통부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세계 1위, 이동통신 서비스(CDMA) 세계 최초 상용화, 와이브로 및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한국 독자 기술 탄생, IT 수출 비중 세계 1위 등 숱한 신화의 주인공이자 조력자였다. 그동안 일본 전자업체들은 반도체, LCD, 텔레비전 부문 세계 1위 자리를 한국 업체에 넘겨줘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