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 ‘포브스’ 선정 억만장자 목록에 올라 있으면서도 집도 차도 소유하지 않고, 비행기를 탈 때도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을 이용하며, 25달러짜리 플라스틱 시계를 차고 허름한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 기인. 그가 바로 25년간 4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돈을 기부한 자선사업가 척 피니다.
자선사업으로 널리 이름을 얻은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과 달리 피니는 모든 자선사업을 철저하게 비밀에 부쳤다. 그는 1984년 아무도 모르게 자선재단을 세운다. 그리고 부인과 자녀들 몫으로 얼마간의 돈만 남기고 자신의 재산을 모두 재단에 넘겼다. 그는 그 돈이 미국 아일랜드 베트남 태국 남아공 등 여러 나라에서 질병 퇴치, 인권 신장 등을 위해 쓰이도록 노력했다. “내게는 절대 변하지 않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부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라는 소신을 실천해온 것이다. 이것은 그가 자선활동을 시작한 지 15년이 지나서야 언론에 드러났다.
우산팔이, 골프장 캐디 등 온갖 잡다한 일을 하다가 6·25전쟁에 통신병으로 참여하기도 했던 그는 코넬대를 졸업한 뒤 소매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어 큰돈을 모았다. 1977년에 피니는 연간 1200만달러의 배당금을 받을 정도였고, 이때 록펠러와 카네기의 책을 읽으면서 기부의 참뜻을 깨닫게 됐다. 특히 한 성직자가 억만장자 록펠러에게 “재산이 눈덩이처럼 커져 자녀들까지 덮치기 전에 나눠줘야 한다”고 한 충고를 잊을 수 없었다.
그는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는 아일랜드 시를 인용하면서 나머지 40억달러가 넘는 재산도 모두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푸레/ 452쪽/ 1만5000원
행복 이노베이션 _ 심윤섭 지음
조직문화·리더십·변화관리·마케팅 전문가인 저자는 경영자와 직원이 모두 행복해야 이윤 창출, 목표 달성, 경쟁 우위 등 기업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한다.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가. 저자는 우선 수치경영 만능주의,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는 조직, 조직의 창조성을 파괴하는 무임 승차자, 비능률적인 회의문화 따위를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포상원칙 등 리더에게 도움이 될 조언들, 열정과 몰입의 체험 등 직원에게 필요한 이노베이션 법칙들을 담고 있다. 실제 실천 프로그램에 따라 조직문화를 바꿀 수 있게 했고, ‘조직문화 자가진단 노트’를 부록으로 제공한다. 동아일보사/ 343쪽/ 1만2800원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 _ 라젠드라 시소디어 외 지음, 권영설·최리아 옮김
이 책은 고객, 동료, 파트너, 투자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 집단의 이익을 전략적으로 배치해 그들에게 사랑받는 회사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언급한 ‘사랑받는 기업’들인 홀푸드, 구글, 사우스웨스트항공, 아마존, 혼다 같은 기업은 고객의 지갑을 뺏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을 알았다. 예컨대 혼다는 새 공급업체를 선정하면 ‘평생을 함께할 동지’로 대우하며, 홀푸드는 ‘상호의존 선언문’을 만들어 이해관계자들이 가족이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이 회사들은 여타 회사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려 직원들에게 월급을 많이 지급하고,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었다. 럭스미디어/ 396쪽/ 1만8000원
마이크로 비즈니스 _ 수전 프리드먼 지음, 정경옥 옮김
틈새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구체적 실천법을 보여주고 있다. ‘집을 청소하세요’라는 책을 쓰고 정리 전문가가 된 카피라이터, 유명 힙합 가수들에게 흥미를 느끼고 음악가들을 위한 법률회사를 만든 법대 출신 회사원, 고객 다수가 골프를 치는 것을 알고 골프장에서 골프 마사지 제공 사업으로 성공한 마사지 치료사 등 수많은 사례가 등장한다. ‘구미에 딱 맞아떨어지는’ 제품이나 서비스만이 살아남는 시대에 저자가 제시한 틈새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7가지 전략(네이밍, 미디어 활용, 집필, 시스템 구축, 동종업계 참여, 전문능력 프랜차이즈화, 티칭 스킬)은 성공으로 가는 길의 필수품이다. 마이크로(소규모) 비즈니스에 종사하거나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동아일보사/ 376쪽/ 1만5000원
구글 VS 네이버 _ 류현정·강병준 지음
구글, 네이버 등 대표적인 인터넷 기업들이 막강한 힘을 지닌 미디어로 성장한 지금 인터넷 지형 변화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과 해설을 곁들인 책이 나왔다. 전세계 검색시장의 60%를 장악하고 있지만 한국내 시장 점유율은 고작 1~2%에 그치는 구글, 국내에선 독보적 존재이지만 해외 시장에선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네이버를 자세히 해부했다. 두 기업을 일군 창업자들과 그들의 경영철학에서부터 기업 성장과정, 트렌드까지 철저히 짚어내고 있어 인터넷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짐작케 하는 책이다. ‘신동아’에 ‘IT 트렌드’를 연재하고 있는 전자신문의 류현정 기자, IT전문기자인 강병준씨가 힘을 합했다. 전자신문사/ 326쪽/ 1만2000원
헝그리 플래닛 _ 피터 멘젤, 페이스 달뤼시오 지음/ 김승진, 홍은택 옮김
유명 사진기자인 피터 멘젤과 그의 아내이자 작가인 페이스 달뤼시오가 24개국을 돌며 서른 가정의 저녁 식탁에 함께했다. 각기 다른 문화와 풍습을 가진 나라 사람들이 현재 먹고 있는 것이 무엇이며, 나라별 식단의 공통점과 차이는 무엇인지를 시원한 사진들과 현장감 넘치는 글로 보여준다. 한마디로 음식의 세계지도랄 수 있겠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24개국 서로 다른 가족들이 각기 일주일 분량의 식량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식품 목록과 가격까지 적어놓아 한눈에 들어온다. 호주 몰리씨 4인 가족의 식품 지출비는 27만8050원. 각종 유제품과 육류, 생선류, 과일, 곡물, 스낵과 음료 등 풍성하기 이를 데 없다. 반면 차드 난민촌의 아부바카르씨 가족 앞에 놓인 식량은 2만2390원어치밖에 안 된다. 모두 배급 식품으로 당밀 18kg, 옥수수와 대두 2.1kg, 염소고기 255g, 작은 라임 5개가 고작이다.
선진국뿐 아니라 개발도상국도 세계적인 슈퍼마켓 체인이 들어선 곳들은 글로벌 브랜드의 포장 식품이 즐비하다. 먹는 음식도 비슷하다. 중요한 특징은 선진국일수록 고기와 가공 식품을 많이 소비하고, 먹는 양도 많다는 점. 그 결과 세계는 심각한 영양 장애를 앓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0억의 인구가 굶주림에 허덕이는 한편으로 그보다 더 많은 인구가 과체중과 비만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아내 페이스가 쓴 가족들의 뒷 얘기는 다큐멘터리 영상물처럼 정밀하다. 인류학·영양학·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저명 학자들이 음식과 관련해 쓴 6편의 에세이와 취재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를 소개한 ‘현장 노트’도 볼 만하다. 윌북/ 496쪽/ 2만5000원
부자들이 지구를 어떻게 망쳤나 _ 에르베 캄프 지음, 진민정 옮김
다소 자극적인 제목이 나오게 된 배경은 오늘날 누구나 쉽게 언급하는 생태학적 위기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생태계에 위기가 닥쳤고, 그 때문에 인류의 미래가 위태로워졌다. 그러나 프랑스의 유명한 환경 전문기자인 저자가 보기에 탐욕에 눈먼 지도층은 직책을 남용하기 일쑤이며,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따라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유일한 대안은 더 많은 부를 축적하는 것뿐이라고 여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위기와 생태학적 위기가 한 뿌리임을 깨닫고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환경보호론자들의 명제다. 이의 실천을 통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에코리브르/ 183쪽/ 1만2000원
엘니뇨와 제국주의로 본 빈곤의 역사 _ 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정병선 옮김
1876년부터 1902년까지 엘니뇨로 인한 세 차례의 가뭄으로 3000만~5000만명의 식민지 빈민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제국주의 국가들에는 빈민을 구제할 수 있는 잉여 곡식이 넘쳐났다. 그럼에도 그들은 빈민 구제보다는 새로운 상품 시장 개발과 투기에 혈안이 돼 있었다. 이런 모순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한 사람들의 저항운동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동학운동, 세포이항쟁, 의화단운동, 브라질의 카누두스전쟁 등이 대표적. 그러나 이런 저항운동은 철저하게 진압당했고, 이후 제3세계라고 불리는 빈곤 국가들이 탄생했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역사적 사실들을 일화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어 어렵지 않게 읽힌다. 이후/ 644쪽/ 2만3000원
표트르 대제 _ 제임스 크라크라푸트 지음, 이주엽 옮김
유럽 변방의 낙후한 러시아를 유럽의 당당한 일원으로, 더 나아가 근대 유럽의 주역으로 일으켜 세운 인물이 표트르 대제다. 치세 기간 내내 반(反)개혁세력이 내란과 모반을 획책했으며, 밖으로는 스웨덴, 오스만투르크와의 갈등이 심했다. 그러나 표트르는 특유의 카리스마와 추진력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며 전방위적 개혁을 단행했다. 대사절단을 이끌고 직접 유럽을 다니며 선진 문물을 배워와 러시아의 문화혁명을 이룩했다. 그런 노력이 집대성된 곳이 상트페테르부르크다. 황량한 땅에다 유럽식 건축물들을 세우고, 군사적·정치적·외교적 중심지로 만들었다. 부제는 ‘러시아를 일으킨 리더십’이다. 살림/ 260쪽/ 1만2000원
리더의 센스 51 _ 캐런 오타조 지음, 유상민 옮김
골드만삭스, GE, 모토롤라 등 세계 굴지의 기업을 대상으로 경영·리더십 컨설턴트로 활동해온 저자가 리더가 갖춰야 할 필수 자질과 조직의 생리를 51가지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리더십은 단지 성공을 위해 필요한 처세술만은 아니다. 리더십은 엄청난 차이를 만드는 도약대이며, 이로 인해 기업의 모든 것이 변화한다. 새로운 권력 구조는 회사 사무실을 이국적 정취가 풍기는 멋진 곳으로 바꿔놓는다. 그런 리더십은 엄청난 노력을 요하거나 특별한 재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만 리더의 작은 행동이나 센스에서 나온다는 것. 팀원의 자존심을 살려주면서 꾸짖는 기술, 자기 팀원을 믿고 감싸주는 배려 등이 그런 센스다. 웅진윙스/ 220쪽/ 1만원
진인각, 최후의 20년 _ 루젠둥 지음, 박한제·김형종 옮김
중국에서 ‘교수들을 가르치는 교수’로 평가받았던 역사학자 천인커(陳寅恪·1890~1969) 평전이 나왔다. 부제 ‘어느 중국 지식인의 운명’이 암시하듯 이 책은 현대 중국의 거대한 격랑 을 헤쳐나갔던 ‘한 세기에 날까 말까 한 세기난우(世紀難遇)’의 지식인의 삶을 그리고 있다. 저자는 천인커라는 창을 통해 반우파 투쟁과 문화대혁명 등 초기 중화인민공화국의 역사와 그 속에서 명멸한 중국 지식인들의 삶을 복원해냈다.
천인커는 중국 최후의 고전시인으로 일컬어지는 천싼리(陳三立)의 셋째아들로 태어났다. 소년 시절 고전에 빠져 읽지 않은 책이 드물었고, 12세부터 일본을 시작으로 16년간 서구 유학을 통해 익힌 언어만 20종이 넘는 등 동서 문화에 해박한 대학자였다.
그는 고도의 선진문화와 개방성, 국제성을 특징으로 하는 수당왕조를 창설한 집단을 규명한 관롱집단설로 유명하다. 관롱집단이란 당시 호족과 한족이라는 종족 경계, 유목과 농경이라는 대립적인 문화를 초월해 열린 사고를 견지한 정치집단을 말한다. 그에 따르면 수당 세계 제국은 순수한 한족 국가가 아니라 오히려 호족의 색이 짙은 왕조였다.
1949년 중국 공산당이 대륙을 장악했을 때 그는 대만으로 가지 않고 광저우에 남았지만 설 자리가 좁았다. 8년 뒤 반우파 투쟁이 전개될 때 그는 ‘우파의 우두머리’로 핍박을 받았고, 비참한 지경에 내몰렸다. 그러나 죽을 때까지 그는 자유사상과 독립정신을 잃지 않았다. 그 때문에 1995년 이 책이 나왔을 때 중국 대륙은 그를 재조명하는 ‘천인커 열풍’에 휩싸였다고 한다. 사계절/ 820쪽/ 3만9000원
갈치조림 정치학 _ 권혁범 지음
대전대 정치언론홍보학과 교수인 저자가 정치·환경·인권·문화 등 다양한 영역을 파헤친 수필집. 제목은 어떤 모임에서 연장자 A교수의 행태를 보고 느낀 바를 적은 글에서 따왔다. A는 밥상 중앙 자리를 넓게 차지하고 앉아 주변 사람들이 다리를 오므리고 앉아야 했다. 양이 적은 갈치조림은 그의 앞에 둬서 주변에 있는 이들이 먹는 데 불편했다. A는 혼자 갈치조림을 다 먹고 다른 약속이 있다며 자리를 먼저 떴다. 이처럼 힘 있는 자들의 안하무인식 폭력성을 위트 있는 언어로 고발한다. ‘공부 잘하는 법’이라는 글도 재미있다.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고 못하는 것은 부모와 관련돼 있다는 것.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부모의 지적·문화적 수준을 말하는 문화적 자본이라고 한다. 생각의나무/ 252쪽/ 1만1000원
새벽 저녁 혹은 밤 _ 야스미나 레자 지음, 최정수 옮김
프랑스 최고의 여성 극작가인 저자가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이었던 2006년부터 당선 직후까지 1년 동안 사르코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했다. 자동차 안, 비행기 안, 기자들의 출입이 금지된 전략회의에까지 동석하면서 저자는 사르코지의 내밀한 면들을 볼 수 있었다. “당신이 내 명예를 실추시킨다 해도, 그로 인해 나는 성장할 것입니다”라는 허락의 말을 듣고 작가는 사르코지의 초상을 양심껏 기록했다. 그의 거만함과 짓궂음, 과도한 야망 같은 특성도 잘 묘사돼 있다. 대통령 당선 직후 그가 “만족하시나요?”라고 묻자 사르코지는 “깊이 만족한다. 하지만 기쁘지는 않다”는 묘한 말을 남긴다. 문학세계사/ 240쪽/ 9000원
신간도 견문록 _ 박진관 글·사진
중국 동포가 많이 거주하는 옌볜과 지린성, 안중근 의사가 묻혀 있는 여순의 랴오닝성, 731부대의 만행이 벌어졌던 헤이룽장성, 한인 강제 이주의 아픔을 담고 있는 러시아 연해주 등에 대한 탐방기. 영남일보 사진기자인 저자가 ‘중국 속 경상도 마을’ 등 여러 번의 중국 취재와 2005년 연변과학기술대 연수 경험을 되살려 고구려 및 발해 유적지와 무장독립운동 현장, 현지 동포들의 애환과 정체성 찾기 등을 담담히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 생생한 현장 사진이 눈길을 끈다. 계단식 밭으로 개간된 북한의 산과, 초가집이 그대로 있는 옌볜 용정 교외 농촌의 겨울 풍경, 누군가가 파괴한 한글 비석 ‘사이섬(間島)’ 사진은 오래도록 시선을 붙잡는다. 예문서원/ 504쪽/ 2만원
퍼스트 _ 존스 로플린·토드 뮤직 지음, 안진환 옮김
직장·가족·자아라는 3가지 삶의 명제를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자기계발 우화. 주인공 마크는 회사에서는 쏟아지는 업무를 처리하느라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기고, 가족에게 소외당하며,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시키지 못한다는 조급증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서커스단의 링 마스터(연기 주임)를 만나 3원서커스(직장 가족 자아 암시) 쇼를 성공적으로 수행해내는 비법을 전해 듣고 생활에 변화가 생긴다. 비법이란 시간과 에너지를 적절한 것에 집중해 가장 중요한 일을 먼저(first) 완수하는 것. ‘오늘’이라는 무대에 너무 많은 쇼를 올리지 말고 가장 준비가 잘된 쇼를 각기 다른 시점에 무대에 올려야 훌륭한 쇼를 계속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웅진윙스/ 192쪽/ 1만원
현대미술의 심장 뉴욕 미술 _ 이주헌 지음
뉴욕의 문화적 원동력은 2000개가 넘는 문화예술 관련 시설과 500개가 넘는 갤러리다. 유명 미술평론가인 저자가 이 가운데 뉴욕현대미술관, 구겐하임미술관, 휘트니미술관,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프릭컬렉션의 걸작 100여 점을 소개한다. 해박한 미술사적 지식이 담긴 유려한 글이 매력적이다.
뉴욕현대미술관(MoMA)은 1929년 월가의 대공황이 시작되고 불과 9일 지나서 문을 열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대였지만 뜻있는 사람들이 문화와 예술의 빛으로 시대를 밝히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사명의 목청을 높인 사람들은 애비, 앨드리치, 록펠러 등 세 명의 여성이었다. 이들의 노력으로 이 미술관은 회화와 조각, 드로잉, 판화, 사진, 디자인 등 15만여 점의 작품과 30만점의 도서 및 기타 자료를 소장하게 됐다.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앤디 워홀의 ‘금빛 마릴린 먼로’ 같은 현대미술의 주요 작품을 다수 소장하면서 현대적 미술관 조직의 모델이 되었다. 연간 관람객수만 250만명에 달한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달팽이꼴 건물로 유명한 구겐하임 미술관은 그 첫 이름이 ‘비대상 회화미술관’이었던 데서 알 수 있듯 칸딘스키, 몬드리안, 클레 등 추상화가들의 작품이 컬렉션의 모태가 됐다. 20세기 전반기 미국 미술을 대표하는 작품들이 소장된 휘트니미술관, 모네·세잔·렘브란트·베르메르 등 미술사적으로 가치 높은 3000여 점의 유럽 회화와 200만점의 소장품을 자랑하는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밀레·고야 등 알짜배기 131점의 서양 명화를 갖춘 프릭컬렉션의 주요 작품들이 사진과 함께 충실하게 설명돼 있다. 학고재/ 320쪽/ 1만6500원
내게 말을 거는 공간들 _ 임혜지 지음
독일 뮌헨에서 문화재 건물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건축가의 에세이.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솟을대문, 작은 발코니와 편리한 부엌, 조용한 기도실과 1만년 전 인류의 조상들이 살던 움집터, 유명 건축가 르 코르뷔제와 아이어만, 메소포타미아 발굴지 등 건축물과 관련된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구미를 당긴다. 특히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날아갈 듯 언덕에 솟은 코르뷔제의 걸작 롱샹교회, ‘콘크리트는 창녀’라며 철재 건축을 선호한 아이어만의 빌헬름황제기념교회 앞에서 저자의 가슴이 뛰었다는 경험담을 읽다 보면 건축물이 인간에게 주는 미감이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현관과 복도, 거실, 방 등 자신의 집안 곳곳에 대한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한겨레출판/ 345쪽/ 1만5000원
대군의 척후 _ 주익종 지음
일제 강점기 경성방직의 역사와 그 설립자 인촌(仁村) 김성수 선생 일가의 경영 철학과 활동을 분석한 책이다. 제목은 춘원 이광수가 1935년 ‘상업에서 화신백화점, 공업에서 경성방직의 확장 발전은 결코 한낱 사실만이 아니요, 뒤에 오는 대군의 척후임이 확실하다’고 한 데서 인용했다. 대군은 훗날 만개할 한국의 기업과 자본주의를, 척후는 선두에 서서 이를 이끌던 두 기업을 의미한다. 저자는 “중소기업의 하나로 시작한 경성방직이 일본의 대기업과 견줄 만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곧 한국 기업의 성장과 단련의 과정이었다”며 일제 강점기 기업적 훈련이 있었기에 오늘날 세계적 대기업이 등장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푸른역사/ 432쪽/ 2만4000원
낙타 _ 신경림 지음
한국 시단의 거목 신경림 시인의 열 번째 시집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편안하면서도 깊은 비유와 물 흐르듯 전개되는 어조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는 표제시 ‘낙타’는 윤회의 고리처럼 순환적 구조를 갖는다. 50여 편의 시에서 인간의 오만함과 어리석음 그리고 세계화에 대한 비판, 재난과 비극을 방치하는 신에 대한 대결 의지와 좌절감, 순수하고 아름다운 동심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터키, 평양, 네팔, 콜롬비아, 프랑스 등 여행지에서 건져올린 시들의 울림이 크다. 창비/ 128쪽/ 6000원
한국으로부터의 통신 _ 지명관 지음, 김경희 옮김
한국 민주화운동을 한일 양국 매체의 시각으로 비교 고찰하고 있다. 한림대 석좌교수인 저자는 70~80년대 동아일보와 아사히신문의 보도, 그리고 일본 ‘세까이(世界)’지에 실린 자신의 연재 기사를 바탕으로 한국 현대사를 재구성해냈다. 저자는 일본에서 한국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던 시절 ‘TK生’이라는 필명으로 ‘세까이’에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을 연재했고 이를 2003년 공개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한 가지 사건이 세 언론의 관점에 따라 각각 다르게 서술되는 스펙트럼도 흥미롭다. 특히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지켜보면서 한국 현실을 걱정하고 공감하며, 때로는 비판을 아끼지 않았던 일본 언론의 객관적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창비/ 440쪽/ 2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