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원 작가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ENA]
그렇다고 초짜로 보면 오산이다. 2019년 개봉한 정우성, 김향기 주연의 영화 ‘증인’의 시나리오를 썼다. ‘증인’을 집필하기 전에는 독립영화 감독으로도 활동했다. 그가 감독을 맡은 ‘코코코 눈!’은 2016년 제14회 광화문국제단편영화제에서 아시아 펀드 프로젝트상을 받은 데 이어 이듬해 같은 영화제에서 KAFA상을 수상했다.
‘증인’은 2016년 제5회 롯데 시나리오 공모대전에 접수된 965편의 작품 가운데 대상으로 선정됐다. 문 작가는 상금 1억 원을 받았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참신함과 시의성 높은 소재, 높은 완성도”를 대상 선정 이유로 밝혔다. ‘증인’은 관객 253만 명이 든 수작으로 관람객 평점이 9.3점에 달한다.
‘우영우’를 쓰게 된 계기도 ‘증인’에 있다. ‘증인’에서 변호사를 꿈꾸는 자폐인 소녀 ‘지우’(김향기)는 “자폐 때문에 변호사는 될 수 없지만 증인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지우가 성장하면 우영우 같은 변호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드라마를 구상한 것이다.
문 작가는 26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에이스토리 관계자가 찾아와 ‘지우’가 크면 변호사가 될 수 있느냐, 그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묻기에 ‘될 수 있다. 내가 쓰면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고 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ENA]
“작품을 집필하기 위해 자폐인의 특성을 조사했어요. 파면 팔수록 그 엄청난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일부 자폐인의 경우 기억력이 놀라울 정도로 좋다는 건 아실 겁니다. 독특한 사고방식, 엉뚱함, 강한 윤리의식, 정의감, 특정 분야에 지나칠 정도로 해박한 지식, 시각과 패턴으로 사고하는 방식도 자폐로 인해 강화되는 특성이죠.”
문 작가는 우영우를 사회 부적응 상태에 머무는 ‘뻔한’ 인물에 가두지 않는다.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오히려 문제를 척척 해결해나가는 능력자로 조명한다.
드라마 속 우영우가 능력을 긍정적으로 발현하는 데는 아버지의 극진한 사랑이 한몫했다. 아버지는 서울대 법과대학을 나왔지만 자폐인인 딸의 뒷바라지를 위해 법조인의 길을 포기하고 김밥을 팔아 생계를 꾸린다. 부모의 사랑으로 숨은 능력을 키운 우영우의 모습에서 영화 ‘포레스트 검프’가 오버랩되기도 한다. 불편한 다리, 남들보다 조금 떨어지는 지능을 가진 외톨이 소년 포레스트 검프는 헌신적이고 강인한 어머니의 보살핌으로 사회의 편견과 괴롭힘 속에서도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을 지닌 성인이 된다.
문 작가는 “우영우 같은 변호사가 세상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다. 우영우의 이상함을 통해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지길 바란다”면서 “우영우의 성장이 남은 회차의 관전 포인트”라고 귀띔했다. 차기 작품에 대한 계획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현재 집필 중인 작품이 있는데, 이번엔 감독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유인식 감독은 박은빈이 출연하는 장면을 촬영하는 그 나름의 방식을 밝혔다. 유 감독은 “현장에 가면 박은빈 배우가 어떻게 연기하는지 1번 본다, 2번 감탄한다, 3번 찍는다”면서 웃었다.
유인식 감독(오른쪽)과 문지원 작가. [ENA]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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