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지음, 휴머니스트, 208쪽, 1만5000원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착각’의 저자 이진우 포스텍 명예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21세기 세계질서와 평화 패러다임을 전복할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라고 규정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 확장과 러시아 유라시아주의가 부딪치는 경계에 우크라이나가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정학적 특수성 때문이다. 저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정학적 요충지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며, 이번 전쟁으로 인해 동과 서의 분열이 명확해졌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미국과 유럽 중심의 자유민주세력과 중국·러시아의 권위주의 세력이 극명하게 갈리는 ‘지정학적 대분기’가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유럽을 비롯한 세계인들은 냉전체제가 종식되고 새로운 평화의 시기가 도래했다고 믿었다. 실제로 30년 이상 강대국 간 전쟁은 없었다. 평화 무드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지금 누리는 평화가 끔찍한 전쟁 끝에 찾아왔음을, 또한 평화를 유지한 배경에 전쟁이 불러올 공포가 있다는 사실을 한동안 잊고 지냈다. 고대 그리스 역사학자 투키디데스는 “전쟁은 냉혹한 스승”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가 자유주의 세력과 권위주의 세력이 맞붙는 유라시아 대륙 서쪽의 나라라면 우리나라는 같은 대륙 동쪽에 자리 잡고 있다. 우리가 냉혹한 스승인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구 반대편 전쟁쯤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책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착각’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세계질서가 자유주의 대 권위주의로 재편되는 현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현실적이면서도 실존적 질문을 제기한다.
지구를 구한다는 거짓말
스티븐 E, 쿠닌 지음, 박설영 옮김, 한국경제신문, 400쪽, 2만2000원
지금까지 우리는 화석연료 사용으로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기후 대재앙을 가져온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그런데 폭염과 폭설, 태풍은 과거에도 흔히 발생한 것으로 특별한 상황은 아니라고 한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서 에너지부 과학차관으로 일한 저자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얘기다. 책 ‘지구를 구한다는 거짓말’은 데이터와 그래프 등 확실한 근거를 통해 ‘인간이 이미 기후를 망가뜨렸다’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사고가 얼마나 과학적으로 모순된 것인지를 보여준다.
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
폴 크루그먼 지음, 김진원 옮김, 부키, 664쪽, 2만5000원
감세(減稅)론자들은 대기업과 부유층의 세금을 줄이면 투자와 경제활동이 증가해 그 과실이 소득 하위층까지 퍼져나간다는 ‘낙수(落水)효과’를 주장한다. 그러나 폴 크루그먼은 “역대 감세 정책은 한결같이 미국 경제에 성장을 가져오지 못했고 재정을 악화하거나 소득 불평등을 확대시켰다”고 주장한다. ‘부자 감세’는 이미 실패가 검증된 ‘좀비’ 정책이라는 것. 실상이 그러한데도 미국 공화당 등 세계 여러 나라 보수 정당들은 감세를 통한 성장을 전가의 보도처럼 애지중지한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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