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2 마라톤 마니아인 50대 초반의 김모씨. 2005년 11월 초 마라톤대회에 출전한 그는 뛰는 도중 갑자기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5시간여 만에 숨지고 말았다. 김씨는 5년 전부터 마라톤을 즐겨왔으나 평소 심장 이상을 검사하지 않았던 것.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판명됐다. 마라톤을 한다고 해서 심장이 건강한 것은 아니다.
한국인 사망원인 3위
한국 중년남성을 괴롭히는 대표적 질환으로 심장마비를 빼놓을 수 없다. 앞의 두 사례는 2005년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발생한 40∼50대 남성의 건강 자화상이다. 심장마비는 암과는 달리 어느 날 불쑥 찾아와 졸지에 생명을 앗아간다. 따라서 어떤 이들은 심장마비가 암보다 훨씬 가혹하다고 말한다. 평소 특별한 자각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덮쳐오는 심장마비는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가장 두려운 질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심장질환은 한국인의 사망원인 3위를 차지한다. 통계청의 ‘2004년 사망원인 통계결과’에 따르면 암이 국내 사망원인 1위(전체 사망자의 26.3%)를 기록했고, 뇌혈관질환(2위, 13.9%), 심장질환(3위, 7.3%)이 그 뒤를 이었다.
심장마비란 심장 박동이 중단된 상태를 말한다. 심장이 멎는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심장마비가 발생하면 온몸으로의 혈액순환이 중단되기 때문에 바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사망하거나 신체기관의 영구적 손상이 일어난다. 특히 뇌는 혈액공급이 중단된 뒤 4~5분만 경과해도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
‘콜레스테롤 불균형’이 심장마비 위험요인 1위
심장마비의 주된 위험요인은 무엇일까? 정답은 인종과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콜레스테롤과 흡연 등 9가지다. 전세계 2만9000여 명을 대상으로 10년에 걸쳐 심장마비의 주요 원인을 조사 분석한 캐나다 맥매스터대 연구팀은 심장마비의 원인 가운데 1위는 LDL(low-density lipoprotein·저밀도 지단백질) 콜레스테롤이 높고 HDL(high-density lipoprotein·고밀도 지단백질) 콜레스테롤은 낮은 ‘콜레스테롤의 불균형’이며, 2위는 흡연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뇨병과 고혈압, 복부비만이 차례로 3, 4, 5위를 차지했고, 다음은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나타났다. 과일 및 채소 섭취 부족, 운동 부족, 과음은 각각 7, 8, 9위를 차지했다.
심혈관질환의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인자 |
● 고혈압 ● 흡연 ● 비만(미국 정부 기준은 BMI(체질량지수) 30kg/m2 이상,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인은 BMI 25kg/m2 이상이 비만) ● 운동 부족 ● 고지혈증 ● 당뇨병 ● 미세 알부민혈증 또는 GFR(사구체여과율) ● 높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 낮은 HDL 콜레스테롤 수치 ● 연령(남성 45세 이상, 여성 55세 이상) ● 조기 심장질환의 가족력(남성 55세 이상, 여성 65세 이상) |
심장의 구원투수, 심폐소생술
심폐소생술은 심장마비 환자에 대한 가장 중요한 응급조치다.
심장마비가 발생한 후 응급조치를 빨리 하면 할수록 생명을 유지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응급조치 후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는 안정화 단계를 거쳐 심장마비를 일으킨 심장의 구조적·기능적 결함을 찾아내 치료하게 된다. 관상동맥 경화가 진행된 경우엔 좁아진 혈관을 넓히는 풍선 및 스텐트 요법 또는 우회로 수술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심근허혈을 줄여주는 약물과 혈액응고 방지제 또는 항혈소판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신속한 응급조치, 생사의 관건
심장마비가 발생하면 갑자기 의식을 잃게 되고, 드물게는 전신 경련이 동반되거나 껄떡거리며 숨을 쉬기도 한다. 심장마비 환자가 발생하면, 환자를 반듯이 눕힌 다음 양쪽 어깨를 잡고 가볍게 흔들며 “여보세요!” 하면서 반응을 확인한다. 의식이 없으면 바로 119에 구조를 요청한다.
구조를 요청한 후에 환자의 기도를 열어준다. 환자의 고개를 뒤로 젖히고 턱 끝을 들어올리면 기도가 유지된다. 그 상태에서 자신의 귀를 환자의 입과 코 근처에 대어 호흡 여부를 확인하면서 눈으로는 가슴을 살펴 가슴이 오르내리는지를 관찰한다. 10초 정도 관찰해도 가슴이 오르내리지 않으면 호흡이 없다고 판단하고 바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한다.
인공호흡은 기도가 잘 유지된 상태에서 환자의 코를 잡아서 막고, 약 2초간 입에다 공기를 천천히 깊게 불어넣는다. 인공호흡을 2회 실시한 후 심장박동이 유지되는지를 확인한다. 입과 입을 맞대고 인공호흡을 하는 과정에서 호흡이나 기침, 손발의 움직임이 전혀 없으면, 심장이 멎은 것으로 판단하고 가슴압박을 시작한다. 입과 입을 맞대고 인공호흡을 하기 싫을 경우 분당 100회의 가슴압박만 해도 도움이 된다.
인공호흡 2회, 가슴압박 30회
가슴압박은 양손을 위아래로 깍지 낀 채 가슴뼈 하단 3분의 1 지점을 밑의 손바닥으로 누르는 방법으로 한다. 누르는 깊이는 성인 환자의 경우 한 번에 4~5cm가 적당하며, 속도는 1분에 100회 정도를 유지한다. 가슴압박시 주의할 점은 팔과 환자의 몸이 수직이 되도록 팔꿈치를 쭉 편 채 눌러 체중을 싣는 것이다. 입으로 압박하는 수를 헤아려가며 15회 실시한다.
심폐소생술의 기본은 인공호흡 2회와 가슴압박 15회다. 최근엔 가슴압박의 중요성이 강조돼 30회 압박에 2회 인공호흡을 권장한다. 1분간 가슴압박과 인공호흡을 시행한 후에는 환자의 상태를 순환→호흡→의식의 순으로 확인한다. 순환이 없으면 심폐소생술을 계속해야 하는데 한 사람이 5분 이상 효과적인 가슴압박을 하기 어려우므로 가능한 다른 협력자를 구해야 한다. 순환은 있으나 호흡이 없는 경우엔 인공호흡만 계속한다.
순환과 호흡이 있는 경우엔 환자를 옆으로 눕혀 기도가 막히는 것을 예방한다. 심장마비에서 가슴압박만으로 순환이 돌아오는 경우는 20∼30%로 대부분 전기적 충격을 요한다. 그러므로 심폐소생술을 시작하기 전 반드시 119에 구조요청을 하여 되도록 빨리 전기적 충격으로 환자 본인의 순환이 돌아올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심장마비 환자를 살리는 ‘소생의 사슬’ |
심장마비가 발생한 사람을 살리려면 다음의 4개 과정이 연속적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이를 ‘소생의 사슬(Chain of Survival)’이라고 부른다. (1) 첫 번째 사슬 : 빠른 연락 -심장마비를 목격한 사람은 빨리 119에 전화를 걸어 심장마비 환자의 발생을 알려야 한다. (2) 두 번째 사슬 : 빠른 심폐소생술 -119에 연락한 후에는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작해야 한다. (3) 세 번째 사슬 : 빠른 전기 쇼크 -심장마비의 원인 중 하나인 심장의 부정맥인 심실세동의 유일한 치료는 전기 쇼크(제세동)이므로, 심폐소생술과 더불어 전기 쇼크를 되도록 빨리 시행해야 한다. (4) 네 번째 사슬 : 빠른 전문 소생술 -심장마비를 치료하려면 심폐소생술뿐 아니라 약물 투여 등 전문 소생치료가 빠른 시간 내에 시작돼야 한다. |
심장 틔우는 세 가지 건강전략
건강 수치부터 체크해야
심장마비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지혈증과 고혈압, 당뇨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자신의 콜레스테롤과 혈압, 혈당 수치를 아는 것이 첫걸음이다. 많은 사람이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관리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정작 자신의 수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지 못하고 바람직한 건강 수치에 대한 정보도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인의 심장질환 인식도는 낙제점 수준이다. 자신의 혈압 수치는 비교적 많은 이가 알고 있지만, 콜레스테롤이나 혈당 수치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한순환기학회가 2005년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건강 수치를 알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혈압의 경우 67.1%, 콜레스테롤 5.5%, 혈당 6.2%로 밝혀졌다.
심장마비를 두려워하면서도 심장마비의 첫 번째 위험요인으로 꼽히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알지 못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생활방식이 서구화한 탓에 육류 섭취가 많아져 비만이 없는 사람에서도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증가하는 추세다. 따라서 혈압은 적어도 130/85mmHg 이하가 되도록 조절하고, 콜레스테롤은 200mg/dl 이하, 혈당은 공복시 110mg/dl 이하가 되도록 유지하는 것이 좋다. 담배는 반드시 끊고 체중은 정상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적절한 운동과 식이요법도 필수적이다.
심장마비의 주범 ‘심근경색’ |
극심한 가슴 통증, 수시간 지속 심근경색이란 심장근육으로 가는 관상동맥의 혈류가 완전히 차단돼 심장근육의 일부가 죽는 것을 말한다. 심근경색 발생 후 5~6시간 이내에 막힌 혈관을 열어 혈류가 통하도록 해주지 않으면 심장근육은 영구적인 괴사상태가 되고, 이 손상된 부위가 넓거나 중요한 부위라면 5~6시간 이내라 하더라도 심부전, 부정맥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해 사망하게 된다. 심근경색은 어떠한 원인이든지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 혈류가 차단될 때 발생한다. 심근경색 발생의 주원인인 동맥경화증은 혈관 벽에 경화반이 축적되면서 이것이 서서히 자라나 협심증을 유발하지만, 경화반을 덮고 있는 혈관 벽이 상처를 입으면 경화반이 파열되고 경화반을 이루는 물질들이 혈액 내로 노출되면 혈액 속의 혈소판과 혈액응고 인자 등이 관여하여 혈전이 만들어진다. 혈전이 녹지 않으면 짧은 시간 내에 급격히 커져 혈관을 완전히 막아 혈류가 차단된다. 동맥경화증 외에도 혈관의 수축, 혈전 형성 질환, 혈관 기형 등도 심근경색의 원인이 된다. 심근경색은 협심증과 마찬가지로 가슴에 통증이 오지만 협심증보다 통증이 좀더 심하고, 오래가는 것이 특징이다. 심장발작시 가슴 통증은 대개 흉골(가슴뼈)의 바로 안쪽에서 느껴지며, 이 통증은 때로 목과 턱, 왼쪽어깨, 왼팔로 뻗치기도 한다. 협심증과 달리 급격하고 심한 흉통이 30분 이상 지속되는데 대개 1시간, 길게는 몇 시간 지속된다. 가슴이 조여드는 듯한 흉통과 함께 기운이 빠지고 숨이 차며 메스꺼움을 느낄 수 있으며, 심한 환자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몸이 차가워지며 식은땀에 젖는다. 심근경색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심전도 및 혈액 검사에서 심근효소의 증가를 따지거나 심초음파 검사, 관상동맥 조영술이 이용된다. 심근경색의 치료로는 혈전용해 요법, 관상동맥 확장술, 관상동맥 우회술이 있다. 관상동맥 질환이 심각한 상태라면 약물치료보다는 관상동맥 확장술과 관상동맥 우회술이 더 효과적이다 |
장양수 |
현재 연세대 의대 심장혈관병원 진료부장. 동아일보 ‘신(新) 베스트닥터의 건강학’에서 최근 3년 동안 진료 및 연구에서 뛰어난 활약상을 보인 성인 심장질환 권위자 중 1명으로 선정. 연세대 심혈관유전체센터와 노화과학연구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유전과 환경이 심혈관질환과 노화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 관동맥 확장용 스텐트(미국·일본), 혈관용 스텐트(한국), 개량된 고유연성 스텐트(한국) 등 관상동맥질환 관련 특허 다수 보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