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 교수에게는 집보다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바깥세상이 더 절실해 보였다.
어렵게 복직했지만 동료 교수들의 편견 때문에 심각한 우울증을 겪기도 했다. 지금은 수업만 마치고 나면 바로 집으로 돌아온다.
“집이라고 하지만 사실 제 생활공간은 이 방 하나예요. 여기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담배도 피우고 모든 것을 다 하죠.”
마 교수는 동부이촌동의 80평짜리 빌라에서 노모와 단둘이서 산다. 80평 빌라라는 단어에서 호화스러운 공간을 연상할 법도 하지만 식구도 없고 살림살이도 없다보니 휑한 느낌이 들 정도다. 책을 쌓아둘 공간이 넓어진 것말고는 달라진 것이 없다.
이곳에 살기 시작한 지 만 4년째. 20년 넘게 살던 바로 옆 단지 아파트가 재개발에 들어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이사를 오게 됐다.
“예전 집은 한강이 내다보이는 49평짜리 아파트였는데 재개발을 한다고 3억원씩 더 내라는 거예요. 돈이 있어야죠. 그 집 판 돈에 한 푼도 더 안 보태고 이곳으로 이사를 왔어요. 빌라는 아파트보다 집값이 훨씬 싸더라고요.”
법정 구속 때문에 마 교수는 은퇴 후에도 교수 연금을 못 받는다. 그는 “어쩌면 집을 팔거나 역모기지론으로 노후를 보내야 할지 모른다”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그에겐 집이 인생 마지막 보루인 셈이다. 집보다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바깥세상이 더 절실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