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어부지리’ 우려에 대통령·여권 지지율 유지

[특집 | 尹 탄핵을 보는 눈] 비슷한 듯 다른 2016·2024 탄핵 정국

  •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입력2024-12-17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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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 탄핵 땐 보수 분열, 지금은 단일 대오 유지

    • 박근혜 탄핵 때보다 윤석열 지지율 2배 높아

    • 새누리당 지지율은 ‘급락’, 국민의힘 지지율 ‘견고’

    • 조기 대선 땐 이재명 ‘사법 리스크’ 희석

    • 보수 ‘합종연횡’이 유일한 반전 기회

    • 反민주당, 非국민의힘 이준석, ‘안철수 돌풍’ 재현할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4년 12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소추안 투표를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며 시계를 보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4년 12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소추안 투표를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며 시계를 보고 있다. [뉴시스]

    역사는 때론 잔인하다. 이번 조기 대선은 8년 전 데자뷔다. 2016년 12월 9일 국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이듬해 3월 10일 헌법재판소(헌재)는 탄핵소추안을 인용하고 박 대통령을 파면했다. 그리고 두 달 후 5월 10일 조기 대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했다.

    그로부터 꼭 8년이 흐른 2024년 12월 14일 국회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 탄핵 심판, 그리고 60일 이내 대선으로 이어질 수순이다. 다만 상황은 조금 복잡하다. 현재 정원 9명 중 6명인 헌법재판관 3명을 추가 임명해야 하고, 윤 대통령이 ‘내란 혐의’에 대해 강하고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재 탄핵 심판이 다소 지연될 수 있다. 최장 180일 이내에 헌재가 탄핵소추안을 인용한다면 2025년 5∼8월 전후로 대선이 예상된다. 8년 전 박근혜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과 이번 대선은 무엇이 같고 어떤 점이 다를까.

    2017년 문재인, 2025년 이재명 독주 체제

    2016년 12월 초 문재인 당시 민주당 상임고문의 대선후보 지지도는 20% 내외에 머물렀다. 12월 9일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문 고문 지지율은 급등하기 시작했다. 문 고문이 ‘박근혜 반사효과’의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2017년 1월엔 31%까지 급상승해 당내 다른 대선주자들을 멀찍이 따돌렸다. 문 고문은 3월 민주당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문 후보의 우위는 5월 대선이 끝날 때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다만 4월쯤엔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에게 3%포인트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안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한국당, 국민의힘 전신) 후보 간 단일화 움직임이 고조되던 시기였다. 안 후보가 당시 범여권 단일후보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지도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철수-홍준표 후보단일화는 무산됐다. 문 후보는 41.1%를 득표해 여유 있게 승리했다. 홍 후보는 24.0%, 안 후보는 21.4%에 그쳤다(여론조사 관련 구체적 내용은 한국갤럽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만약 2025년에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독주가 끝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갤럽의 2024년 12월 첫 주 여론조사에 따르면 ‘장래 정치지도자 선호도’는 △이재명 29% △한동훈 11% △조국 4% △오세훈 3% △홍준표 3% △김동연 3% △김문수 2% △이준석 1% △안철수 1% 순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에선 이 대표 외 김동연 경기지사가 이름을 올렸지만 현재로서는 추격하기엔 벅차 보인다. 범진보로 분류되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2025년 대선 출마 길이 막혔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할 경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도 크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심인 대법원 판결이 대선 이전에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에서다.

    여당·대통령 지지율 2016년 비해 탄탄

    보수 여권은 여당과 대통령 지지율 측면에서 8년 전과 지금은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2016년 박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10월 중순까지만 해도 30% 안팎을 유지했다. 그러나 10월 24일 ‘최순실 태블릿 PC’ 등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이 집중 보도되면서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10월 넷째 주엔 25%→ 17%로 하락했다가, 11월 첫 주엔 17%→ 5%로 급락했다. 이때 부정 평가는 89%에 달했다. 전 국민이 박 대통령에 대해 지지를 철회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와 달리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10% 초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총선 이후 20% 중후반을 오르내리다가 9월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의혹이 불거지면서 20% 안팎까지 하락했다.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인 한국갤럽 12월 둘째 주 여론조사에선 16%까지 하락했다. 한국갤럽은 “비상계엄 사태가 반영된 시기를 따로 구분해서 보면 13%까지 내려갔다”고 밝혔다. 탄핵소추안이 통과되기 직전인 한국갤럽 12월 둘째 주 여론조사에선 11%였다. 윤 정부 출범 후 가장 낮았지만 2016년 12월 탄핵소추안 가결 직전 박 대통령 지지율보다는 두 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정당 지지율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16년 12월 둘째 주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지지율은 13%였다. ‘박근혜 탄핵소추안’ 의결(2016년 12월 9일) 직전 지지율이다. 새누리당 지지율은 창당(2012년 2월) 이래 최저 수준이었다. 새누리당 지지율은 그해 10월 초까지 30%대를 지켰다. 지지율이 20%대로 내려간 것은 10월 3주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JTBC 최순실 태블릿PC 보도 이후엔 하락세가 더욱 가팔랐다. 11월 첫 주엔 18%, 12월 첫 주엔 15%를 찍었다.



    ‌2024년 12월 14일 탄핵소추안 가결 직전인 12월 둘째 주 국민의힘 지지율은 24%였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4월 총선 패배 이후 6월 전후부터 기력을 회복했다. 7월엔 한동훈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민주당과 격차를 8%포인트 안팎까지 벌렸다. ‘명태균 의혹’이 확산한 11월 둘째 주엔 27%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계엄령 선포(12월 3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부결(12월 7일)에도 유지되고 있다. 2016년 12월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전후와 비교했을 때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지역별로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대구·경북(40%), 부산·경남·울산(31%)에서 흔들리지 않고 있다. 수도권, 충청권에선 전국 평균과 비슷했다. 국민의힘 보수 결집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성향별로 보수층의 57%가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진보층에서는 65%가 민주당을 선택했다. 중도층에서는 국민의힘 19%, 더불어민주당 36%, 무당층 33% 등으로 나타났다.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16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25.7%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촉구하는 현장엔 2030세대가 많다. 이들이 촛불시위에 나선 이유는 “‘박근혜 국정농단’보다 훨씬 중대한 문제”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윤 대통령 지지율이 2016년 때보다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여권 지지율 유지되는 건 ‘이재명 반사효과’

    12월 11일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이 허리 숙여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동아DB]

    12월 11일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이 허리 숙여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동아DB]

    우선 ‘이재명 반사효과’를 들 수 있다. 즉 이 대표에 대한 거부 정서가 국민의힘·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막아주고 있다. 2016년 12월엔 달랐다. 그땐 민주당 대선주자가 부각되지 않았다. 당시 문재인 상임고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각각 20% 안팎의 지지율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윤 대통령보다 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한동훈 효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대한민국 정치인 중 맨 먼저 나서서 ‘위헌, 위법성’을 지적했다. 자칫 진영 간 극심한 국론 분열 양상으로 악화할 수 있었는데 이를 선제적으로 막은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 질서 있는 퇴진’ ‘탄핵소추안 가결’을 주도하며 여론을 환기했다.

    2016년 12월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새누리당은 ‘분열의 길’로 들어섰다. 당시 김무성,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탈당 행렬이 이어졌다. 그해 12월 27일엔 원내교섭단체로 등록했다. 2017년 1월 8일 신당의 당명을 ‘바른정당’으로 확정했고, 그달 27일 바른정당은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를 표방하고 창당했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의원 29명이 주축이었다.

    바른정당 창당 배경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있었다. 유 의원 등 일부는 제대로 된 보수정당을 만들어보자는 진심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의원들은 반 전 총장을 대선후보로 추대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반 전 총장이 보수 여권의 후보가 되면 승리 가능성도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반 전 총장은 2017년 1월 12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귀국했다.

    ‌2017년 1월 둘째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반 전 총장 지지율은 20%를 얻어 2위권을 유지했다. 보수 여권에선 △황교안 5% △유승민 3% 등이 뒤를 이었다. 반 전 총장 이외에는 이렇다 할 대안이 없던 셈이다. 결국 바른정당 창당의 핵심 동력은 반 전 총장의 인기였다. 결과적으로 반 전 총장의 정치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다. 귀국 3주 만인 2월 1일 반 전 총장은 불출마 선언을 하고 정치 무대를 떠났다.

    12월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국민의힘은 충격과 혼란에 휩싸였다. 집권 여당에 대한 민심도 겨울 냉기처럼 차갑게 식었다. 14일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한 데 이어 16일 한동훈 대표까지 사퇴했다. 일각에선 분당론도 나온다. 그러나 분당이 실행되려면 2016년 반 전 총장처럼 확실한 대선주자가 필요하다. 지금 국민의힘 안팎에선 이재명 대표에 필적할 만한 인물이 없다. 보수 여권에선 한 전 대표가 가장 앞서 있지만 당내 다른 대선 주자들과 고만고만한 지지율에 머물고 있다. 국민의힘을 탈당해 당대표 프리미엄을 포기한다면 지금의 지지율이 유지될지 불확실하다. 따라서 2016년과 달리 국민의힘 분당 사태는 당분간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여권 합종연횡 최대 변수는 이준석

    민주당은 2016년이나 지금이나 큰 변동 없이 안정적 상태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 탄핵 반사효과를 톡톡히 누리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가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변수는 여권에 있다. 특히 합종연횡을 통해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2017년 4월 민주당 문재인-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펼쳤던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당에 대통령 탄핵은 일종의 업보다. 국민은 대통령 실패의 책임을 반드시 집권 여당에 묻기 마련이다. 2017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당선하기 어려웠던 것처럼, 2025년에도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하기란 매우 어렵다. 2017년 안 후보가 한때 선전했던 것은 반(反)민주당(또는 문재인), 비(非)새누리당(또는 홍준표)이라는 중간 지대를 흡수했기 때문이다.

    2017년 조기 대선은 1강(민주당 문재인), 2중(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2약(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구도로 치러졌다. 2025년 대선은 정당 간, 인물 간 구도가 복잡하지 않다. 아마도 1강(민주당 이재명), 2중(국민의힘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이나 1강(이재명), 1중(국민의힘 후보), 1약(이준석)이 예상된다. 2017년 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당선처럼 2025년에도 민주당 이 대표 당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합종연횡을 통해 보수 여권의 선전 가능성도 아직 남아 있다. 2017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처럼 2025년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어떻게 움직일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의원은 반(反)민주당, 비(非)국민의힘이란 중간 지대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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