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과 여의도가 하나로 이어져 국제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거듭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그리는 나머지 여섯 개의 워터프런트도 각각의 목표와 기능으로 서울의 모양새를 바꿔나간다. 현재까지 그 청사진이 가장 구체화된 것은 서부의 마곡과 동부의 잠실. 마곡지구 개발사업과 연계해 첨단산업의 총아로 떠오를 마곡 워터프런트와 잠실종합운동장-한강공원-한국전력 부지-코엑스까지 하나로 묶어 최대의 스포츠·문화 복합단지로 자리매김할 잠실 워터프런트의 미래를 들여다보았다.
잠실 워터프런트 - 서울을 대표하는 강변 스포츠·문화타운
깨끗한 백사장 위에서 비치발리볼에 열중하고 있는 수영복 차림의 젊은 남녀들, 가벼운 복장으로 달리기를 하는 조깅족, 얕은 물가에서 첨벙거리는 아이들, 하얀 돛을 단 요트와 물보라 날리는 제트스키어들…. 미국 마이애미비치나 필리핀 보라카이 해변의 풍경이 아니다.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한 축을 차지하는 스포츠·위락 중심단지 잠실 워터프런트의 미래 모습이다.
과거 이름 그대로 뽕나무밭이었던 잠실은 1986년 아시아경기대회, 1988년 서울올림픽대회 개폐회식을 치른 잠실종합운동장이 있는 스포츠 역사의 산실이자 올림픽공원까지 자리한 ‘올림픽의 상징’과도 같은 지역이다. 인근에 코엑스, 롯데월드 등 종합위락시설이 밀집해 있어 스포츠와 어뮤즈먼트가 결합된 워터프런트 타운으로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곳이기도 하다.
잠실 한강시민공원은 또한 비교적 상류 지역에 위치한 데다 둔치가 높아 침수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강변에 스포츠와 문화시설이 들어설 여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 같은 잠실 한강공원의 입지여건과 잠재력을 감안한 서울시의 잠실 워터프런트 마스터플랜은 기존의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이 지역을 한강을 대표하는 복합 스포츠·문화 타운으로 조성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30년 최종 완공을 목표로 하는 잠실 워터프런트 조성사업은 공기업의 이전, 방대한 규모의 잠실종합운동장 리노베이션 계획과 맞물려 있어 여느 워터프런트 사업보다 신중하게 진행되고 있다. 잠실 워터프런트 사업의 기본구상은 다음과 같은 뼈대를 갖추고 있다.
잠실 워터프런트 종합구상도와 현재 위성사진(오른쪽).
둘째, 탄천 둔치와 서울의료원 부지를 연결해 마리나 시설, 복합 수상지원시설을 갖춤으로써 수상스포츠 타운의 역할을 강화하고, 잠실 한강공원에는 스포츠 시설을 다양화해 강변을 대표하는 복합 스포츠공원으로 만든다는 내용이다.
셋째, 기존의 잠실 선착장에서 한발 더 나아가 광역터미널을 설치함으로써 도심공항터미널과 연계해 항공교통과 수상교통이 이어지는 새로운 교통축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잠실 워터프런트 기본구상은 잠실 한강공원에서부터 잠실운동장, 공공기관 이전부지, 코엑스까지를 스포츠와 문화의 한 축으로 연계하는 민간사업제안서를 기초로 하고 있다. 서울시는 노후한 잠실종합운동장 내 주경기장과 보조경기장, 야구장 시설을 개선하고 수영장과 농구장 등 일부 스포츠 시설을 헐어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산하 경쟁력강화본부를 통해 민간사업자의 제안을 받아 민간·공공 합동개발 형태의 프로젝트금융(Project Financing·PF) 사업을 타진하고 있다. 12개 디벨로퍼 회사가 공동으로 참여한 민간사업자는 2008년 6월 용역을 발주해 사업계획서를 작성했고, 2008년 12월 이를 한국개발연구원(KDI) 산하 공공투자관리센터에 제출해 사업의 타당성과 적정성 심의를 받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규정상 KDI는 6개월 이내에 심사를 마쳐야 하지만 워낙 큰 규모의 사업이어서 실제로는 심사를 마치는 데 1년 정도는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잠실 워터프런트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민간사업자는 한호건설을 대표로 하고 있으며, 각종 리노베이션과 이전부지 개발을 포함한 전체 예산규모를 4조95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KDI에서 심사를 마치면 사업계획에 따라 좀 더 구체적인 예산규모가 정해지고 개발자와 개발방식, 단계별 사업구상 등도 구체화된다. 지금부터는 이러한 사업계획의 세부내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하자.
잠실 한강공원 자전거도로를 달리는 시민들.
잠실 한강공원에 가면 요즘 많이 볼 수 있는 이들이 바로 자전거족이다. 겨울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헬멧과 마스크로 머리와 얼굴을 감싼 자전거족들은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속도를 낸다.
이곳에 자전거족이 많은 데는 이유가 있다. 잠실 한강공원을 오가기 위해서는 올림픽도로가 지나는 제방 아래 나들목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 구간이 걷기에는 너무 멀어 자전거가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잠실철교에서 청담대교 사이 약 5.4km 구간의 잠실 한강공원에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접근할 수 있는 길은 성내역 나들목, 잠실 나들목, 석촌 나들목, 종합운동장 나들목까지 네 군데다. 신천 나들목도 있지만 이곳은 차량 전용이다.
잠실 한강공원 인근 주민 엄경숙씨(47·주부·서울 송파구 신천동 장미아파트)는 “우리 집만 해도 성내역 나들목이 가까운 편이어서 걸어서 한강공원에 자주 나가지만 버스나 전철에서 내려 그냥 걸어가기에는 너무 멀어 불편하다”고 말했다.
2007년 10월부터 잠실 선착장과 여의도 선착장 사이에는 한강수상관광콜택시가 운행되고 있지만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보니 시민들이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잠실종합운동장 주변 간선도로가 올림픽도로 진출입로와 맞물리다 보니 아침저녁 출퇴근 시간은 물론 낮 시간에도 교통량이 많아 상습정체를 빚는다. 차량을 이용해 한강공원을 이용하기에도 불편함이 적지 않은 것이다.
또한 잠실 한강공원 둔치는 여느 한강공원보다 높은 편이다. 이는 잘 침수되지 않는다는 장점으로도 작용하지만 시민들이 강물을 가까이에서 즐기기 어렵다는 문제점으로도 작용한다. 잠실 한강공원은 한강 수면과의 높이 차이가 한강시민공원 가운데 광나루(가장 낮은 곳 기준 12.8m)와 뚝섬(12m)에 이어 세 번째(11.5m)로 높다. 이 때문에 잠실 공원 둔치는 단순히 체육시설 위주로 구성돼 있을 뿐 시민들을 위한 수변 여가공간의 기능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잠실 워터프런트 계획은 이와 같은 잠실 한강공원의 불편한 점을 최대한 감안해 진행되고 있다. 잠실 공원이 안고 있는 약점을 제거하고 이를 강점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요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획이 완성되는 시점에 잠실종합운동장 주변은 커다란 변화를 맞게 되는 것이다.
올림픽대로를 사이에 두고 종합운동장과 인접해 있는 잠실 한강시민공원은 지역 특성을 살려 스포츠공원다운 특성을 강화하게 된다. 기존의 게이트볼장, 자연학습장, 인라인스케이트장 등이 설치되어 있던 한강공원 둔치는 유난히 두꺼운 둔치부위를 걷어내 수면과의 높이 차이를 줄인 다음 새로운 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육상에서 모터스포츠까지
잠실 한강공원에 구축되는 스포츠 인프라는 종합운동장에 없는 종목을 보완해주는 요소를 위주로 구성된다. 종합운동장이 주로 육상 종목이나 야구 축구 등 구기 종목 위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탄천에는 모터스포츠장, 서울의료원 부지에는 복합 마리나 시설이 들어선다. 복합 스포츠타운다운 면모를 갖추기 위해 다양한 종목을 구비한다는 개념이다.
한강 둔치에는 새롭게 비치발리볼 경기장, 야외수영장, 육상 트랙 등의 시설이 들어선다. 해외에서 경기가 열리면 길거리 같은 야외에서 모여 응원하기를 즐기는 스포츠팬들을 위해 전용 광장인 스포츠 갤러리가 들어서고 스포츠 박물관도 만들어진다. 스포츠 영상물을 테마로 하는 UCC타워도 구상 중이다.
이 같은 스포츠시설 사업이 완료되면 잠실 워터프런트에는 육상과 구기, 모터스포츠와 요트, 수영장과 비치발리볼까지 육상과 수상을 아우르는 스포츠벨트가 형성된다. 여기에 잠실종합운동장 리노베이션과 한국전력 부지 등을 활용해 코엑스와 연계된 컨벤션 시설을 확충하면 국제적인 스포츠행사나 이벤트를 유치하는 등 지역의 특성을 활용한 사업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를 위한 시설도 늘어난다. 잠실철교 인근의 어린이놀이터는 규모를 두 배가량 키워 새롭게 꾸밀 계획이다. 강변에 세워지는 ‘월드 쉽 갤러리(World ship gallary)’와 함께 어린이를 위한 ‘키즈 쉽 갤러리(Kid ship gallary)’가 만들어진다.
올림픽대교의 야경.
이 과정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잠실 한강공원의 접근로를 개선하는 것이다. 먼저 올림픽도로 구간 가운데 종합운동장 주변을 지하화한 다음 그 위에 나무를 심어 ‘그린뱅크’로 만듦으로써 한강공원과 종합운동장을 걸어서 오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또 서울의료원과 종합운동장 사이의 탄천에 보행자를 위한 다리를 신설해 교통량이 엄청난 봉은교를 지나지 않고도 종합운동장-서울의료원 부지-한국전력 부지-도심공항터미널까지 쾌적하게 걸어다닐 수 있도록 연결된다. 코엑스 옆을 지나는 봉은사로는 지금의 왕복 6차선에서 4차선으로 축소하고 그만큼을 녹지로 꾸며 보행자 전용의 ‘그린웨이’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잠실 한강공원 북쪽에 있는 성내천변을 정비해 올림픽공원까지 연결함으로써 코엑스-한국전력 부지-서울의료원 부지-종합운동장-한강공원-성내천-올림픽공원까지 한길로 이어지게 된다.
수로(水路) 차원에서는 종합운동장이 인접한 한강변에 광역터미널이 건설되며 ‘누에나루’로 불리는 기존의 유람선 선착장 시설은 신설되는 수상 레스토랑으로 통합해 운영할 계획이다. 지상교통과 주운을 연계하는 수륙양용버스 운행도 고려 대상이다. 미국, 호주, 네덜란드, 싱가포르 등에서 주로 관광 레저용으로 운영 중인 수륙양용버스는 승선인원 40~50명에 지상에서는 최고시속 120km, 수중에서도 최고시속 18km 정도로 운행할 수 있다.
더디더라도 신중하게
잠실 워터프런트 사업이 앞으로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우선 서울의료원과 한국전력 이전 등 관련시설의 부지 이전 문제가 확실히 매듭지어져야 한다. 또 잠실종합운동장 리노베이션 과정을 통해 일부 스포츠 시설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스포츠계의 반발도 풀어야 할 숙제다.
한강사업본부 한강사업기획단 수변문화과 진명국 주임은 “부지 이전 문제가 마무리되고 KDI에 제출된 사업계획서가 나와야 사업범위와 규모가 좀 더 구체적으로 결정될 것”이라며 “종합운동장 리노베이션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다는 점도 앞으로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산하 경쟁력강화본부 박옥산 주임은 “잠실 워터프런트 사업은 워낙 방대한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구상을 담고 있어 KDI 심사 결과가 나온 다음에도 더 나은 방향을 위해 계속 수정, 보완해 나갈 것”이라며 “잠실 워터프런트 사업은 조금 더디더라도 신중하게 한 단계씩 ‘시민을 위한 복합 스포츠·문화공간으로의 재탄생’이란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마곡 도시개발사업 대상지의 워터프런트 종합구상도(위)와 현재 위성사진.
한강 르네상스 계획에 따라 건설되는 8개 워터프런트 가운데 독특함에서 빠지지 않는 곳이 마곡 워터프런트다. 다른 워터프런트들이 한강변이나 한강 지류를 따라 조성되는 것과 달리 마곡 워터프런트는 내륙으로 물길을 파서 한강 물을 끌어들인 다음 인공하천과 호수를 만들어 수변도시로 만들기 때문이다. 한강 물을 끌어들여 만든 하천과 호수에는 요트와 유람선이 오가고 주변에는 호텔과 위락시설, 연구시설 등과 주거단지가 들어선다.
도심 한복판에 강물을 끌어들여 상업과 문화 중심지로 활용하는 사례는 국내에서는 처음이지만 외국에서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까운 예로 이웃 일본 오사카의 도톤보리천(道頓堀川)을 들 수 있다. 도톤보리천은 항구와 운하로 유명한 ‘물의 도시’ 오사카의 번화가 중심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너비 30∼50m, 길이 2.7km의 인공하천이다.
수상버스가 오가고 밤이면 불야성을 이루는 도톤보리천은 원래 17세기 인근 요도강(淀川) 물을 끌어들여 만든 인공운하로, 1995년부터 오사카 재생 프로젝트에 따라 시민들에게 좀 더 친근한 공간으로 변모해왔다. 오사카에는 도톤보리천을 비롯해 도심을 가로세로로 오가는 하천들이 있다. 오사카가 과거 ‘천하의 부엌’이라 불릴 정도로 교역 중심지의 명성을 날린 것도 이러한 하천 덕분이었고, 이는 오사카가 오늘날에도 간사이 지방 제1의 도시로 자리 잡는 원동력 구실을 했다. 지금 마곡 워터프런트는, 바로 그와 같은 번영의 꿈을 꾸고 있다.
정확히 말해 마곡 워터프런트는 서울 강서구 마곡동, 가양동, 공항동, 방화동, 내·외발산동 일대 336만4000㎡ 부지에 펼쳐지는 마곡 도시개발사업의 일부로, 신도시 개발과 맞물려 그 핵심을 이루는 사업이다. ‘서울의 마지막 미개발지’로 불리는 마곡지구에서는 SH공사가 주도하는 도시개발사업 방식으로 총 5조1620억원의 예산을 들여 오는 2031년까지 단계별로 첨단산업단지, 국제업무단지, 주거단지를 조성한다. 앞서도 설명했지만 한강 물을 끌어들인 인공수로와 호수, 호텔 등이 들어서는 워터프런트가 중심부에 자리 잡은 신도시라는 개념이 그 설계의 핵심을 차지한다.
마곡지구의 출발은 2005년 12월 서울시가 정보통신(IT)·바이오(BT)·나노(NT) 등 첨단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마곡R&D시티’ 기본구상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 구상에 따르면 마곡지구 전체부지(335만8000㎡)에 첨단산업 연구개발시설(24.2%), 국제업무 및 상업시설(13.7%), 도로·공원·의료시설 등 공공시설(41.3%)이 배치되며, 배후에 주거단지(20.8%)가 들어선다. 배후 주거단지에는 2만8000명이 거주할 수 있는 9800가구의 아파트가 건립된다.
또한 마곡지구 안에는 워터프런트가 포함된 중앙공원이 들어서고 발산지구와의 경계지점에 근린공원 두 곳이 조성된다. 중앙공원 일대에는 워터프런트 타운과 컨벤션센터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되면 마곡지구는 ‘첨단과 주거가 조화된 환경친화적 첨단사업단지’로서 서울 서부권의 핵심지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서울시는 2007년 12월 국토해양부로부터 마곡 도시개발사업 구역지정 승인을 받고 2008년 10월 마곡지구 개발사업 실시계획을 세웠으며, 2009년 하반기부터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오는 2015년까지 1단계로 마곡지구의 도로와 공원 등 기반시설과 중심지역 토지 개발을 마무리짓고 나머지 토지는 2단계(2016∼2023년), 3단계(2024∼2031년)로 나눠 순차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마곡지구를 위한 교통대책도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우선 단지 내 중심도로를 올림픽대로와 연결하고 지하철 5호선 마곡역과 발산역, 9호선 3개 역사 등 5개의 역이 위치해 있는 지하철 역세권 주변에 국제업무시설과 연구 생산시설을 배치할 계획이다. 또 개발지구 내 주요 간선도로 변에는 자전거도로를 설치하고 간선도로와 떨어진 블록 안쪽 도로에는 레저용 자전거도로를 만들어 친환경적인 교통환경을 조성한다는 복안이다.
마곡 워터프런트 전체 조감도.
마곡도시개발사업 가운데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와 연계된 마곡 워터프런트는 2011년까지 완공될 예정이다. 마곡 워터프런트는 마곡R&D시티로 개발되는 도시개발구역 가운데 중앙공원과 서남물재생센터, 마곡유수지 등을 포함한 총 66만1000㎡ 규모의 수변지역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마곡 워터프런트 사업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한강을 내륙으로 2km가량 떨어진 마곡 중앙공원까지 인공수로로 연결하는 프로젝트다. 이를 유람선과 요트 같은 수상교통이 접근할 수 있는 교통 통로로 이용하고 수변은 시민이 사회·문화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휴식공간 및 레저·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는 것.
서울시 도시계획국 마곡개발과 류춘광 주임은 “처음 마곡도시개발 사업을 구상할 때에는 다른 신도시처럼 중앙에 인공 호수공원을 건설하는 정도였지만, 호수공원과 한강 사이의 최단거리가 겨우 800m에 불과하다는 점에 착안해 물이 고인 인공호수보다는 한강 물이 흘러 드나들면서 자연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인공운하를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마곡 도시개발사업지와 접한 한강변은 지금은 재생센터와 유수지 등으로 이루어져 주변경관이 낙후되어 있는 편이다. 이를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해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대두됐고, 특히 물과 어우러지는 ‘친수도시’가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도 인공호수에서 인공운하로 발전하는 데 한몫했다는 후문이다.
마곡 워터프런트의 마리나 시설 조감도.
공모 당선작은 둥글고 긴 워터프런트 중앙을 가로지르는 녹색제방 위에 선착장과 레스토랑, 카페 등을 배치해 여객선 이용과 휴식, 여가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여기에 요트 마리나와 수변활동 공간인 호수공원, 습지공간인 생태공원, 자연정화 기능을 맡게 되는 저류용량 34만㎡의 유수지공원 등을 적절하게 배치하고 있다.
마곡 워터프런트의 산책로 조감도.
이밖에 한강제방이 끊긴 갑문 지점을 지나는 올림픽도로를 지하화하고, 워터파크 내 도로를 입체교차로로 만들며, 유수지 개선 등 기반시설을 정비하는 한편 배후의 첨단기술단지를 지원하는 컨벤션센터를 건립하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서울시는 공모당선작을 기본으로 실시설계에 들어가 2008년 11월 실시계획을 확정한 바 있다. 오는 6월에는 마곡 워터프런트에 새로 편입되는 마곡유수지와 서남물재생센터 확장예정 부지까지 포함해 사업구역을 변경한 다음, 2010년 2월 환경·교통·재해 영향평가를 마치고 같은 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워터프런트 조성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가장 독특한, 가장 빠른
마곡(麻谷)이란 지명은 과거 삼밭이 많은 곳이라 하여 붙은 이름이다. 마곡은 바로 옆 가양동과 함께 조선시대 말인 1895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인천에 편입되었다가 일제강점기인 1914년 경기도 소속이 된 다음 1963년에야 서울로 편입된 지역이다. 이와 같은 ‘편입’의 역사는 마곡이 그만큼 서울 중심부에서 먼 공간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동안 ‘서울의 마지막 미개발지’로 불리던 마곡지구 들녘에서는 2008년 가을 마지막으로 벼를 추수했다. 마곡평야 역시 2009년부터 마곡지구 도시개발구역사업 대상 지역에 지정돼 공사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마곡지구 340만㎡ 가운데 논이 차지하는 면적은 약 230만㎡로 서울 시내 전체 논 면적(511만㎡)의 45%를 차지할 정도로 방대하다.
이처럼 서울에서 보기 드문 넓은 농토를 갈아엎고 개발하겠다고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동안 마곡지구에 대해 개발과 보존의 균형을 유지하며 관리해왔으나, 인구 감소와 제조업 비율 하락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서울의 국제경쟁력 제고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할 필요가 절실했다”며 “이를 위해 첨단지식산업 집적지로 선정된 마곡은 가능한 한 빠른 개발이 최적의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전체 논 면적(511만㎡)의 45%를 차지하는 마곡지구 일대.
이에 따라 한강 물의 역류를 방지하기 위해 마곡 워터프런트와 한강 사이에 슬라이딩 방식의 이중문이 25m 폭으로 달린 갑문이 설치된다. 또 인공호수와 수로의 수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할 빗물펌프장이 건설되며, 갑문 아래 지하구간을 지나게 될 올림픽도로 건설도 침수에 대비한 안전검증이 최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명품도시
마곡 워터프런트를 비롯한 마곡지구의 또 다른 특성은 ‘친환경성’이 강조된다는 점이다. 마곡지구는 신도시임에도 한꺼번에 개발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대신 환경을 고려해 비용이 들더라도 순차적으로 개발한다는 것. 세계 수준의 ‘에너지 저소비’ 도시로 개발된다는 점도 남다르다.
서울시가 2008년 6월 발표한 ‘마곡지구 에너지 사용계획’에 따르면 마곡지구는 수소연료·소각열·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전체 에너지 수요의 40% 이상을 충당하는 친환경에너지 도시로 조성된다. 이에 따라 마곡지구에는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인 10㎿급의 수소연료전지 발전시설이 들어선다. 이 정도 규모면 마곡지구에서 사용하게 될 전력의 10%를 공급할 수 있다는 설명.
또한 현재 마곡지구에 있는 서남물재생센터(하수처리장)에서 생활하수를 냉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하수열은 앞으로 집단 냉난방에 활용된다. 하수를 정화해 강이나 바다로 흘려보내는 기능을 하는 서남물재생센터에서 발생하는 하수열은 지금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실정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 하수열 규모는 현재도 겨울철 전용면적 85㎡의 아파트 2만3000가구에 동시에 열원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 향후 마곡지구에 건설될 자원회수시설(소각장)의 소각열 역시 냉난방에 쓰이게 되기는 마찬가지다.
마곡지구 내 모든 신축건물은 에너지효율 1등급 건물로 지어진다. 공공청사는 화석에너지 소비가 거의 없는 에너지 절약형 건물로 신축하고, 학교도 태양광·태양열·지열 등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며, 옥상정원을 조성해 ‘에코 스쿨(친환경 학교)’로 건립할 방침이다.
도시개발 사업에 부는 친환경 바람은 세계적인 추세다. 영국에서는 2007년 영국 전역 5곳에 10만 가구 규모로 풍력과 태양광 등의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하고 오염을 방출하지 않는 ‘에코 타운’ 건립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초고층 신도시로 사막도시의 역사를 새로이 쓰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아부다비에서는 재생에너지만 사용하도록 설계된 ‘마스다르 시티’가 건설 중이다. 이산화탄소 대량 발생국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중국 역시 상하이 인근에서 친환경 도시조성사업인 ‘둥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SH공사 마곡사업단 사업계획TF팀 윤형식 과장은 “마곡사업의 핵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마곡 워터프런트는 향후 마곡지구가 서울 남서부의 첨단사업단지와 국제업무지구 중심으로 활성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