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호

한강, 서울의 중심축이 되다

CHAPTER _ 4 도시구조 혁신과 새로운 스카이라인의 창조

  • 박현찬 |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 hcbahk@sdi.re.kr

    입력2009-02-10 1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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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의 지도를 머릿속에 떠올려보자. 광화문과 강남으로 대표되는 서울의 도심지는 한강에 의해 분리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리적으로는 서울의 복판을 가로지르는 것이 한강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서울을 분리시키는 경계나 다름없다.
    • 그렇다면 이제 생각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한강을 명실상부한 도시의 중심으로 만드는 방안이 가능하지 않을까. 강을 중심축으로 삼아 서울을 재편하는 프로젝트는 이러한 콘셉트에서 출발한다.
    강을 넘나들며 이어지는 1개의 도심과 5개의 부도심

    한강, 서울의 중심축이 되다
    2004년 만들어진 ‘2020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르면, 서울의 공간구조는 크게 도심, 5개 부도심이라는 6개 중심을 핵으로 하는 다핵구조를 지향한다. 여기에 11개 지역중심, 생활권별 53개 지구중심이 이를 지원한다는 것이 큰 틀이다.

    서울시가 2003년 분석한 ‘서울시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도시관리방안’은 이러한 중심지들의 현재 위상을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도심과 영동 부도심은 그 영향이 대생활권의 범위를 넘어 인접도시까지 미치고 있다. 영등포 부도심도 서남 대생활권의 핵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청량리-왕십리는 도심과 인접하여 동북권 핵으로서의 역할은 미약한 편이며, 용산 부도심은 영향권이 용산구에만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용산 부도심은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과 용산공원 조성이라는 기회요인 덕분에 위상이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상대적으로 청량리-왕십리 부도심의 미래 전망은 밝지 않다. 우선 청량리와 왕십리 사이의 연결성이 취약한 채 분리되어 있고 왕십리의 미개발지는 대부분 아파트 위주로 개발되어 개발 잠재력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청량리는 전통적 도매시장에 의한 중심상업기능 이외에 큰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한강, 서울의 중심축이 되다

    현재 서울의 도시공간구조.

    원론으로 돌아가자. 도시공간구조를 다핵화하는 일은 도시의 균형발전과 교통량 억제 등 에너지 절약형 도시성장을 위해 반드시 실현해야 할 지향점이다. 그리고 현재의 서울 상황에서 그 핵심은 상암, 용산, 청량리-왕십리 3개 중심을 2020년까지 어떻게 부도심의 위상을 갖추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개별 중심지를 육성하는 것만으로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벅차다는 사실이다.



    결국 이를 실현할 전략은 중심지별로 어떤 기능의 전략거점을 설정하고 이들을 어떻게 연계시켜 시너지와 파급효과를 끌어내느냐다. 이를 통해 이들 지역이 실질적인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조속히 실현해낸다면 도시공간구조의 다핵화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서울의 지도를 머릿속에 그려보면 실마리는 의외로 쉽게 눈에 들어온다. 이들 5개 부도심이 지리적으로 한강에 접해 있다는 사실, 그리고 한강은 전통적인 지리적 한계가 아니라 새로운 활력을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영등포 부도심은 여의도를 통해 한강과 접해 있고, 영동 부도심은 삼성동 코엑스, 서울의료원 등을 거쳐 탄천과 한강의 합류부를 통해 한강에 인접해 있다. 용산 부도심과 상암·수색 부도심도 한강에 면해 있으며, 청량리·왕십리 부도심은 중랑천 합류부를 통해 한강에 인접해 있다. 이밖에도 한강 주변에는 5개 지역중심(천호, 잠실, 공덕, 신촌, 목동)과 9개의 지구중심(합정, 노량진, 흑석, 동작 ,한남, 약수, 건대입구, 구의, 암사)이 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도심, 영동, 영등포 3핵만이 각각 도심생활권, 동남생활권, 서남생활권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용산과 청량리·왕십리는 도심의 강력한 영향권에 속해 부도심으로서의 위상이 미약했고, 상암 DMC 개발로 서북생활권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함에 따라 신부도심으로 승격한 상암은 한강과의 연계가 미흡한 상태에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지리적으로 한강과 인접한 이들 중심지를 개발함에 있어 한강과 연계함으로써 한강축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서울의 발전 축으로 조성할 수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한강, 서울의 중심축이 되다

    강남북 경계로서의 한강.

    서울의 경계(edge)를 서울의 중심(center)으로

    한강변이 지금과 같은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은 1970년대 공유수면 매립사업과 함께 강변에 고속화도로를 건설하고 아파트단지를 건설하면서부터다. 고속화도로 건설은 획기적인 도시교통 편의를 제공했고 대규모 아파트 건설은 주택문제 해결에 기여했다. 속도와 효율, 양이라는 경제성장시대의 하드웨어적 가치는 당시만 해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30여 년 후 도시와 환경, 삶의 질이라는 소프트 시대에 이르자 새로운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강을 따라 장벽처럼 건설된 도로는 한강을 웬만해선 사람이 다가갈 수 없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또한 한강변의 거의 대부분은 폐쇄적 단지형 아파트, 즉 일반 대중이 접근할 수 없는 사적인 용도로만 개발이 진행되어 ‘한강 어메니티(amenity) 독점’이라는 비판을 받게 된다.

    주거지역이 아닌 일부 공업지역도 시대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당초 영등포구, 강서구, 성동구 등 한강 연접지역의 준공업지역에는 도시형 공업단지가 발달했지만, 점차 주거지로 전용되면서 영등포구, 강서구는 지역쇠퇴 현상을 겪고 있다. 다만 성동구는 주거지역 개발과 첨단산업 유치 노력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강, 서울의 중심축이 되다

    한강 주변지역의 아파트 분포 현황.

    분명 한강은 서울을 동서로 가로지르며 지리적인 중심에 위치한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공간적으로는 도시의 ‘경계(edge)’로 인식되어왔고, 서울의 공간구조도 한강을 도시의 중심으로 인식하지 않고 계획돼온 것이 사실이다.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한강이 경계 기능을 하던 시대를 마감하고 한강이 서울의 지리적인 중심(center)공간으로서 새롭게 재탄생될 수 있도록 서울의 공간구조를 개편한다는 기본 콘셉트를 갖고 있다. 서울의 공간구조는 기본적으로 도시기본계획에서 설정한다. 따라서 한강 르네상스는 도시기본계획에서 목표로 하는 다핵 도시공간구조체계 실현을 위한 기본방향을 제시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이는 크게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한강을 기본 축으로 주변 중심지들을 집중 육성한다. 용산, 상암, 청량리-왕십리 부도심 지역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다핵도시를 실현하는 것이다. 덧붙여 용산, 상암·수색 등 한강과 인접한 부도심 지역은 한강변 거점지역까지 확장해 한강과 연계할 수 있도록 만든다. 또한 한강 남북의 거점을 연계시켜 서울시 전체가 균형 있게 발전되도록 함으로써 한강을 중심으로 한 다핵도시를 실현한다.

    둘째, 주거 중심의 한강변 토지이용 계획을 개편한다. 서울숲, 국립현충원 등 일부 녹지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주거지역으로 이루어진 한강연접부의 토지이용을 다양화하는 것이 그 골자다. 공공, 상업, 문화 등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활력이 넘치는 공간을 확보해 한강 어메니티를 공유하고, 이를 통해 도시의 활력과 경관 수준을 제고하는 방안이다. 덧붙여 토지 이용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지역을 검토해 공공·상업·주거·문화시설 등 수변에 복합시설을 유치하는 한편 개성 있는 경관을 연출함으로써 사람들이 많이 찾는, 활력이 넘치는 매력적인 수변공간으로 가꾼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본방향은 구체적으로 각 지역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이제부터 그 구체적인 내용을 하나하나 살펴보기로 하자.

    한강, 서울의 중심축이 되다

    여의도 63빌딩에서 건너다 본 강북 도심.

    1. 한강변 중심지의 수변 확장 육성 >>>

    우선 용산 부도심은 드림허브 개발을 동력으로 주변지역을 계획적으로 재정비해나감으로써 새로운 국제업무지구로 육성한다. 한강변에 랜드마크 타워와 상업·업무·문화 복합시설을 유치하며, 원효대교와 한강대교 구간의 강변북로를 지하화하고 지상부를 녹화해 수변을 향해 적극적으로 열린 공간을 확보한다.

    상암·수색 부도심은 상암DMC의 계획목표와 부합하도록 지속적으로 조성해 관리해나간다. 특히 상암DMC를 중심으로 한강공원을 연계해 난지공원이 갖고 있는 ‘재생’의 콘셉트를 테마로 삼아 미래 친환경도시로 조성한다.

    영등포 부도심은 여의도에 여객터미널을 설치해 서해주운의 중심지로 육성함으로써 국제도시로 발전해가기 위한 기반을 조성한다.

    영동 부도심에서는 도시 기능과 활력을 한강으로 확장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를 위해 한국전력공사 및 서울의료원 이전부지를 활용해 한강변과 연계해 개발하고, 서울의료원 부지를 수변거점으로 조성한다. 잠실운동장 리노베이션 사업과 연결해 수변 어뮤즈먼트(amusement) 타운으로 조성하며, 탄천 둔치에는 수상이용 기반시설을 설치하고 서울의료원 부지에는 이를 지원하는 복합수상지 지원시설을 조성한다는 개념이다.

    한강, 서울의 중심축이 되다

    한강변 중심지 육성 개념도.

    청량리-왕십리 부도심은 한강과 중랑천의 합류부에 위치한 행당지구를 수변거점으로 육성해 연계함으로써 새로운 활력을 부여하는 방안을 구사한다. 수변공간에 상업·문화·연구·수상지원시설 등을 배치함으로써 다양한 수변활동을 창출하는 것이다.

    마곡지구는 국제업무와 첨단연구산업단지로 조성해 전략중심지로 육성하고 육상, 항공 및 수상을 연계하는 교통요충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든다. 한강을 수로로 연결함으로써 국제업무, 마리나 및 수상레저, 여객터미널을 유치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국제교류 및 외국인 투자유치 환경 조성에 기여하는 쾌적한 수변환경과 공간을 조성한다.

    건대 지구중심은 영동 부도심과 청량리-왕십리 부도심을 연계하는 거점으로 만들어 지역중심으로 격상할 수 있도록 육성한다. 이 지역의 상업·업무활동 축을 한강으로 적극 연계하는 데 기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2. 한강을 건너 강남북을 하나로 >>>

    앞에서 살펴보았듯 각 중심지의 수변공간을 확장하는 작업이 궤도에 오르면, 이렇게 형성된 강변의 발전거점들을 기능적으로 상호 연결해 시너지를 얻을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이 중요해진다. 특히 각 지역의 발전을 극대화하기 위해 강남과 강북으로 분산돼 있는 주요 거점들 사이의 연계를 강화해 하나로 묶는 방식이 핵심적이다.

    한강, 서울의 중심축이 되다

    한강변 강남북 연계강화 개념도.

    그 첫 번째 사례로는 서부지역의 마곡R&D시티와 상암 DMC를 들 수 있다. 두 지역은 한강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을 뿐 지리적으로 혹은 기능적으로 인접해 있으므로, 이를 연계해 IT·BT·NT를 중심으로 하는 첨단 산업업무 밴드로 조성하는 방안이 가능하다. 두 지역의 연결성을 강화하기 위해 상암-마곡 교통기반시설 건설, 유치업종 연계·조정, 연관산업 지원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중부지역의 여의도와 용산이 있다. 역시 한강을 사이에 두고 각각 조성되는 국제금융지구와 국제업무지구가 강을 건너 신속히 연결될 수 있도록 첨단 신교통을 건설하는 방안 등이 추진돼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두 지역을 국제수준의 비즈니스 환경으로 한층 끌어올려 용산 국제업무도시 개발과 안착을 지원하게 된다면 기존의 영동 부도심 업무축을 보완, 강화하는 국제업무 밴드로 조성할 수 있다.

    끝으로 동부지역의 행당지구와 영동지구를 살펴보자. 이들 지역은 공공시설 이전부지, 재개발 부지 등을 활용해 새로운 복합용도의 수변거점으로 개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중심기능이 미약한 청량리-왕십리에 활력을 부여하고, 영동 부도심에는 매력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등 양 부도심 육성을 지원하는 중심상업 밴드로 조성하는 그림이 가능하다.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살펴본 강남북 연계성 강화를 위한 세부방안을 담고 있다. 이러한 한강 주변의 중심지들을 대상으로 하는 도시기능 연계와 더불어 미래 도시중심지의 불가결 요소인 어메니티 확보를 위해 남산과 용산공원을 잇고 한강을 건너 국립현충원을 이어 사람의 접근이 용이한 도시내 대규모 녹지환경(남북 녹지축)을 지속적으로 조성하는 방안도 포괄하고 있다. 또한 한강 동측 권역의 어린이대공원과 올림픽공원을 잇는 보행육교 등 연계시설을 설치해 한강을 넘는 대규모 공원녹지 간 연계체계를 구축하는 계획도 포함된다.

    미래 서울의 공간구조 ‘6핵+한강축’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목표 시점으로 설정된 2030년에 한강 주변 중심지 개발이 완료되면, 새롭게 창출된 활력과 에너지가 하위 중심지들을 강화할 것이다. 동시에 한강의 4대 지천(탄천, 홍제천, 안양천, 중랑천)에도 한강 르네상스의 이념과 콘셉트를 확장 적용해 이들 지천이 4대 한강지천 르네상스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한강에서 만들어진 활력과 에너지는 지천을 따라 서울의 생활권 구석구석까지 새로이 공급될 것이다.

    미래 서울은 1개의 도심과 5개 부도심을 도시기능의 핵으로 하되, 생활권 단위에서 벌어지는 사람의 활동은 강과 하천이라는 거대하면서도 생활 깊숙이 뻗어 있는 새로운 대지를 넘나들며 창출될 것이다. 가까이는 인천, 멀리는 중국까지 서해로 열린 한강은 통과대상이 아니라 목적지가 될 것이다. 600년간 산과 강에 둘러싸여 성장해온 서울은, 그때쯤이면 한강을 가슴에 품은 또 다른 모습의 아름다운 세계적 수변 도시로 변모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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