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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왜 항상 시끄러운가

‘선명성’에 짓눌린 勞, ‘시장’에 발목잡힌 使

현대차는 왜 항상 시끄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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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 파업사태가 47일 만에 마무리됐다. 노사는 악수를 나눴지만, 애써 지은 웃음 한 구석엔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 이번에도 ‘수술’은 없었다. 그저 ‘봉합’만 있었다.
  • 그래서 또 ‘루즈-루즈(lose-lose) 게임’이 되고 말았다.
현대차는 왜 항상 시끄러운가
“현대자동차는 전경련에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민주노총의 한 관계자가 농반진반으로 던진 말이다.“노사 모두 파업은 각오했었다. 어차피 휴가철인데다 재고 차도 처분해야 했다. 하지만 누구도 파업이 오래가리라곤 예상하지 않았다. 현대차 노동조합의 파업찬반 투표에서도 사상 최저의 찬성률(54.8%)이 나오지 않았나. 그런데 느닷없이 주5일(40시간) 근무제가 끼여들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전경련 등 재계가 이 문제를 놓고 노동계와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는 바람에 파업이 장기화한 것이다.”

현대차를 비롯한 상당수 대기업들은 1996년 무렵부터 토요 격주 휴무제를 도입, 주당 근로시간을 44시간에서 42시간으로 단축했다. 더욱이 현대차 노사는 관련법이 개정되는 대로 여기에서 2시간을 더 줄여 주 40시간 근무제를 실시하기로 이미 합의한 바 있다. 그러니 “법 개정 전에 주5일 근무를 내주면 절대 안된다”는 재계에 등을 떠밀려 ‘대리전’을 치르고 1조4000억원대의 손실을 입은 현대차로선 가슴을 칠 노릇이었다.

자동차회사 노조, 교섭력 막강

현대차 노조가 노동계를 대리한 것은 자동차산업의 특성에서 기인한다. 자동차산업이 발달한 나라에서는 대개 자동차회사 노조가 가장 강경한 기조로 노동운동을 선도한다. 대량생산체제라 근로자의 수가 워낙 많은데다, 일부 라인만 멈춰서도 생산이 중단되는 일관 조립생산라인의 특성상 파업효과가 크고 교섭력도 강하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계에서도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협상패턴이 다른 산업분야로 전파되는 게 일반적이다. 국내 최대 규모인 현대차 노조도 1987년 이후 민주노총의 최선봉에 서 왔다.



‘고임금과 기득권을 성역화한 노(勞), 경영권마저 내주고 백기투항한 사(使)’.

파업기간 내내 현대차에 빗발치던 비난은 지난 8월5일 노사가 2003년 임금 및 단체협상(이하 임단협)을 타결짓고 합의문을 공개하자 극에 달했다. 그야말로 ‘각계’에서 성토를 쏟아냈다. 특히 회사가 노조의 일부 경영참여 요구를 받아들인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생산방식 유연성 미확보

하지만 노조의 경영참여와 관련된 내용은 이번 임단협에서 신설된 것이 아니다. 대부분 2001년 임단협에서 합의된 내용을 좀더 구체화했을 뿐이다. 가령 2001년 임단협에선 차종(車種) 이관, 사업 확장, 합병, 공장 이전, 일부 사업부의 분리 및 양도 등이 필요할 경우 ‘계획수립 즉시’ 노조에 통보하도록 했으나, 올해 임단협에선 계획수립 90일 전에 통보하기로 명문화했다. 또한 외주처리, 하도급, 용역전환 등의 계획을 수립할 경우 ‘계획이 확정되기 전’에 노조에 통보하기로 했던 것도 앞으로는 90일 전에 통보하게 했다( 참조).

이번 임단협에서 노조가 요구한 노조 대표의 이사회 발언권 행사, 사외이사·감사 추천, 인사·징계위원회의 노사 동수 구성 등 보다 적극적인 경영참여 방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현대차 노사 합의사항의 경영참여 부분은 대부분 노동자들의 고용조정과 관련된 내용”이라며 “이처럼 고용과 직결된 사항에 대해 노사 합의를 거친다는 고용안정협약은 이미 많은 사업장에 도입돼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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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h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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