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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외국 경제인들이 본 한국경제

“투명성·예측가능성 확보가 재도약 전제조건”

주한 외국 경제인들이 본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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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 불황, 내수침체, 노사갈등, 투자위축, 중국의 도전, 북한핵…. 우리 경제의 발목을 묶는 족쇄들이다. 어쩌다 푸른 신호등이 깜박이는 듯해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경제는 산적한 고비를 넘어 또 한번의 도약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인가. 보다 객관적인 견해와 조언을 들어보기 위해 국내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외국 경제인들을 초청했다.<편집자>
  • ■일시 : 2003년 8월6일 오후 3시
  • ■장소 : 한국프레스센터
  • ■참석자 : 마르코스 고메즈(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 회장), 윌리엄 C. 오벌린(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다카스기 노부야(서울재팬클럽 이사장)
  • ■사회·정리 : 이형삼(동아일보 신동아 차장)/hans@donga.com
주한 외국 경제인들이 본 한국경제

왼쪽부터 고메즈 회장, 오벌린 회장, 다카스기 이사장

사회 요즘 “한국에서 기업하기 힘들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국내 기업인들조차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회사를 해외로 옮길 수밖에 없다”고들 합니다. 그런가 하면 한쪽에서는 동북아 경제 중심지니,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니 하는 얘기가 나옵니다. 좀체 갈피를 잡기 힘들어요. 오늘 좌담회에 참석한 세 분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일본, 유럽 기업인들을 대변할 뿐 아니라 오랫동안 한국에서 직접 기업을 경영하고 계십니다. 객관적인 시각을 지닌 ‘한국통’들인 만큼 한국경제에 대해 들려줄 말씀이 많을 듯합니다. 먼저 한국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장점이라 할 만한 것, 한국에서 기업 경영하기에 편한 점이라면 어떤 것을 들겠습니까.

고메즈 한국은 유리한 여건을 많이 갖추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리적 이점을 들 수 있겠죠. 성장 일로의 중국과 세계 2위 경제권인 일본 사이에 자리하고 있으니까요. 한국 정부가 대북(對北)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천명한 점, 투명성 제고와 규제완화를 약속하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또한 한국 기업들은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일하려는 의지로 충만한 숙련된 노동력 등 풍부한 경제적 자원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외국인 투자를 확대하고 수출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오벌린 고메즈 회장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몇 가지를 더 보탠다면 우선 한국은 숙련되고 동기부여가 잘된 노동력에다 정보기술(IT)산업의 중추라 할 뛰어난 IT 인프라와 지식체계까지 갖춘 디지털 사회라 미래에 대한 전망이 밝다는 점입니다. 아울러 한국의 민주주의에도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한국은 다른 어느 국가보다 민주적인 사회입니다. 민주화와 법치(法治)의 수준이 끊임없이 향상돼왔어요. 민주주의야말로 한국의 비즈니스 여건을 개선시키는 주요 배경이라고 봅니다.

다카스기 한국경제의 장점은 산업 측면과 시장 측면으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산업 측면에서는 교육수준이 높은 인력, 물류·통신 등 잘 발달된 인프라, 첨단 기술력, 중국·일본·러시아 등과 인접한 위치 등을 꼽을 수 있겠죠. 더욱이 정부는 이런 점을 아주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시장 측면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한국인들이 적극적인 소비패턴을 지녔다는 점입니다. 유명 브랜드에 대한 구매욕이 대단히 높고, 남이 사면 나도 사야 한다는 성향이 강해요. 이런 소비자들이 서울, 부산, 광주 같은 대도시에 밀집돼 있다 보니 기업이 마케팅 전략을 펴기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제가 일본 경제인들에게 한국 투자가 매력적이라고 늘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은 ‘커넥션’의 사회

사회 이번엔 반대되는 질문을 드려보죠. 한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가장 어렵고 불편하게 느끼는 것은 무엇입니까. 주한 미국 및 유럽연합상공회의소, 서울재팬클럽에 가입한 국내 외국 기업인들이 특히 불만을 호소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다카스기 한국은 일본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만, 일본보다 역사가 길다 보니 고유의 문화와 관습, 행동방식이 사회전반에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의 문화와 관습을 매우 높게 평가합니다. 그러나 가끔은 이런 문화와 관습이 비즈니스를 방해하는 경우가 있어요.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시점인 만큼 이젠 한국인들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한 예로 노사 문화를 들 수 있겠는데, 지금 상황이 아주 나빠요.

저희 회사(한국후지제록스)는 노사 관계엔 별 문제가 없지만, 마케팅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저희는 제품을 고객에게 직접 판매하는데 경쟁사들은 대리점을 활용하죠. 이들은 저가 제품을 앞세워 대리점들을 파고들고 대리점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고객을 찾아나섭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동원되는 것이 지연, 학연 같은 ‘커넥션’입니다. 이게 엮어져야 비로소 비즈니스가 시작되죠. 그들은 어떻게 사무실의 생산성을 높일 것인가에 대해서는 별로 고민하지 않습니다. 제품을 파는 사람도 컨설팅 회사나 솔류션 회사에 이런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요.

또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부패입니다. 아무리 작은 부패라 해도 부패는 부패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작은 부패는 부패로 여기지 않는 것 같아요. 이것 또한 일본 비즈니스맨들을 난감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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