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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이 울리는 辛라면에서 세계인 울리는 SHIN RAMYUN으로

25세 농심 辛라면, 지금도 성장 중

사나이 울리는 辛라면에서 세계인 울리는 SHIN RAMYUN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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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울 辛자에 얽힌 사연

사나이 울리는 辛라면에서 세계인 울리는 SHIN RAMYUN으로
“매운 라면이니까 辛라면으로 합시다.”

농심의 창업주인 신춘호 당시 사장(현 회장)이 이렇게 말했을 때 경영진은 반대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만 해도 제품 대부분이 ‘농심라면’ ‘김치라면’ 등과 같이 회사 이름이나 재료에서 비롯된 네이밍을 사용하던 시절이었다. 또 한자를 상품명으로 쓴 전례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사장의 성(姓)인 신(辛)과 辛라면이 음과 한자가 모두 같아 종친회나 소비자에게 비난받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했다. 그러나 신춘호 사장은 단호했다.

“내 성을 팔자는 게 아니라 좋은 제품을 소비자가 잘 알아보도록 하자는 거요. 사소한 일에 연연해 큰일을 그르치지 맙시다.”

신라면의 포장 디자인은 첫 출시됐을 때나 현재나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붉은색과 검은색으로 ‘매운 라면’이라는 제품의 속성이 가감 없이 전달되도록 한 점, 매장에 진열됐을 때의 주목 효과를 고려해 매울 ‘辛’자를 붓글씨로 강조해 명확히 노출되도록 한 점, 포장에 옥편을 드러내 한자 브랜드에서 오는 거부감을 최소화한 점 등이 25년이 지난 현재까지 유지돼 브랜드 정체성(identity)을 공고히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아무튼 당시로서는 이 모든 게 라면업계에서 처음 시도되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신라면은 상표등록 과정에서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식품위생법은 “식품의 상품명 표시는 한글로 하여야 하고 외국어를 병기하고자 할 때는 한글 표시보다 크게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에 농심은 수천 년 동안 한자 문화권에 속해온 우리나라에서 과연 한자를 외국어로 분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타당한지, 그리고 즉각적인 의미 전달과 이미지 부각을 생명으로 하는 상품명에 한자를 크게 쓸 수 없다는 규정이 합리적인지 등의 반론을 제기했다. 결국 정부에서 농심의 건의를 받아들여 1988년 10월 법 조항을 개정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친 신라면은 1986년 10월 출시되자마자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소비자들은 ‘얼큰한 국물맛도 좋고 면도 다른 라면보다 낫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라면은 출시 첫해 석 달 동안 30억 원에 육박하는 판매고를 올렸다. 당시 개당 가격이 200원이니 1500만 개가 팔린 셈이다. 이듬해인 1987년, 매출액이 180억 원을 상회하면서 신라면은 국내 라면시장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라면이든 과자든 농심의 제품광고는 소박하다. 무슨 상을 받았다거나, 어려운 수출길을 뚫었다거나 하는 자랑거리를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지 않는다. 이대진 제품마케팅부문장 상무는 “창업 이후 ‘광고가 제품을 앞서서는 안 된다’라는 광고철학을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광고 전략이 제품이나 기업 이미지를 소탈하고 친근감 있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농심라면의 ‘형님 먼저 아우 먼저’ 광고가 뿌리가 되어 현재까지 이어지는 셈이다.

신라면 광고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농심은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란 카피를 제품을 출시한 지 25년이 지난 현재까지 고수하고 있다. 신라면의 핵심인 매운맛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이 짧고 강렬한 카피는 일관된 메시지가 되었다. 소비자는 신라면 하면 자연스럽게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을 떠올린다. ‘신라면=매운맛’이란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공고하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중국 사나이’울리는 신라면

사나이 울리는 辛라면에서 세계인 울리는 SHIN RAMYUN으로

중국의 신라면 광고. 마오쩌둥의 말을 패러디해 ‘매운 것을 먹지 못하면 사내대장부가 아니다’라는 카피를 사용한다.

중국에서도 같은 광고전략이 실행되고 있다. 농심은 마오쩌둥의 말 ‘장성에 오르지 않으면 사내대장부가 아니다’(不到長城非好漢)를 패러디한 카피를 만들었다. ‘매운 것을 먹지 못하면 사내대장부가 아니다’(吃不了辣味非好漢)가 그것으로, 이를 통해 중국인의 독특한 정서와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광고 마지막에 나오는 ‘농심 신~라면’이란 징글(jingle) 역시 25년째 변한 적이 없다. 강부자, 구봉서가 부르던 CM송을 박지성, 이용대가 부를 뿐이다. 농심은 이런 광고전략을 통해 ‘세월은 변하지만 신라면의 맛과 인기는 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전하고자 한다.

지난해 말 개그맨 이경규가 개발에 참여한 팔도 ‘앵그리꼬꼬면’이 화제가 되면서 하얀국물 라면시장은 전체 라면시장의 17%를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이 급상승했다. 하지만 곧 인기가 시들해져 지난 7월 하얀국물 라면의 점유율은 3.3%로 추락하고 만다.

이 하얀국물 라면의 급습에도 신라면은 건재했다. 국내 라면시장 규모는 대략 1조9600억 원인데 이 중 신라면이 차지하는 게 24.5%, 4800억 원에 달한다. 하얀국물 라면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도 신라면은 점유율을 2%p가량 잃었을 뿐, 타격은 주로 하위 브랜드들이 입었다. 그만큼 국내 라면시장에서 신라면의 위상은 요지부동이다.

농심 구미공장은 현재 농심 라면 생산의 심장으로 자동화·고속화된 생상공정을 통해 하루 총 380만 봉지의 라면을 생산하고 있다. 신라면의 국내 생산량 중 70%가 구미공장에서 만들어지고 나머지가 안양, 안성, 부산공장 등에서 생산된다. 이 중 부산공장에서 만든 신라면은 일본, 동남아 등지로 수출된다. 해외공장이 있는 중국과 미국은 현지에서 신라면을 생산한다.

신라면은 전 세계 8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미국 월마트(Wal Mart), 캐나다 세이프웨이(Safeway), 영국 아스다(ASDA), 프랑스 파리스토어(Paris Store), 일본 세븐일레븐(7-Eleven), 호주 콜스(Coles) 등 신라면은 각 나라의 주요 마트에 진입해 있어 쉽게 구할 수 있다. 이렇게 해외시장에서 판매되는 신라면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2000억 원에 달한다(2011년 기준).

해외수출이 많다보니 농심은 2009년 ‘신라면지수’를 만들어 발표하기도 했다. 신라면지수란 맥도날드 ‘빅맥지수’나 스타벅스 ‘라테지수’처럼 각국의 판매가격을 동일 화폐로 환산해 각국의 구매력을 비교 평가(PPP·Purchasing Power Parity)하는 지수다. 신라면지수는 신라면이 판매되는 주요 10개 지역의 신라면 한 봉지 가격을 미국 달러로 환산해 산출한다. 농심은 2009년과 지난 3월, 두 차례 신라면지수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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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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