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 광양제철소 전경.
이런 상황에서 한때 엄청난 식성을 자랑하며 관련 기업들을 인수합병(M·A)해 1억 t 이상의 생산량을 자랑하던 세계 최대 철강회사 아르셀로미탈은 요즘 사들였던 철강사들을 매물로 내놓고 있다. 한때 북미대륙을 호령했던 US스틸(Steel)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생산량 4위 포스코, 경쟁력은 1위
그러나 이런 구조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세계 철강업계의 공급과잉은 해소될 것 같지 않다.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철강사의 경우 세계 최대 생산국가의 자리를 당분간 유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철강생산시설을 대형화, 신예화하면서 기존의 노후화된 설비를 적기에 폐쇄하지 못했다. 세수와 고용 문제를 우려한 지방정부가 결단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지역 제철소를 폐쇄하는 등 구조조정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으나 이것이 본격화될 때까지는 세계 철강업계가 힘든 고난의 터널을 함께 지나가야 할 것 같다.
그동안 포스코가 이룩한 성과는 대단하다. 최근 세계 경기침체와 철강 공급과잉으로 두 자리 숫자를 기록하던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세계 철강업계에서 포스코의 경쟁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2012년 중반 포스코의 경영상태가 구설에 오른 적이 있었다. 제보자가 누군지 알 수 없으나 포스코와 최고경영자(CEO)를 음해하는 상당량의 문건이 언론사에 제보됐다. 제보 내용은 사실관계가 규명되지 않은 것이 많고, 겉으로는 포스코의 ‘악화된’ 경영실적을 문제 삼았으나 결국 포스코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였다는 지적이다.
유상부 회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물러났고, 이구택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 뒤에 물러났다. 이를 두고 어떤 이들은 포스코의 지배구조가 잘못돼 정치권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연 그 때문일까.
포스코의 민영화는 2000년에 이뤄졌다. 민영화로 확보한 외화는 당시 외환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부에 단비나 마찬가지였다. 한때 1국가, 1철강기업 구도를 유지해 ‘프레스티지(prestige·명망)’ 산업으로 각광받았으나 철강업계가 극심한 글로벌 경쟁에 들어가면서 민영화는 포스코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도 상당히 설득력 있는 대안이었다. 정부는 당시 포스코를 민영화하면서 1인당 주식 소유한도를 3%로 묶었다. 특정 기업집단의 주식 집중 매입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포스코가 어느 개인의 소유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었던 것이다.
어떤 이들은 포스코의 경영권 방어노력이 부족하고 심지어는 내부에 외부세력을 끌어들이는 세력들이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는 3년 전 CEO 선임 과정에서 정치권의 개입 여부가 논란이 되었기 때문에 생긴 우려들이다. 사실 포스코의 전직 CEO들은 퇴임하면서 한 번도 정치권의 압력을 인정한 적이 없다. 그래서 유력 CEO 후보가 외압 사실을 폭로한 데 대해 포스코 직원들은 적잖이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