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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밭이 첨단단지 되자 인재 U턴 기업-지역 相生 활력 도시 탈바꿈

포도밭이 첨단단지 되자 인재 U턴 기업-지역 相生 활력 도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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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밭이 첨단단지 되자 인재 U턴 기업-지역 相生 활력 도시 탈바꿈

삼성샛별유치원. 재원생 전원이 아산 탕정면 삼성트라팰리스단지에 거주하는 삼성 직원들의 자녀다.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 계열사가 내는 지방세는 아산시 지방세 수입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2011년 아산시가 거둔 지방세는 총 4015억 원인데, 그중 삼성계열사 납부액이 1067억 원(26%)이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이 낸 지방세도 100억 원 남짓이다. 아산은 6개 산업단지를 갖고 있다. 여기 입주한 기업 상당수는 삼성디스플레이와 현대차의 협력업체. 아산시청 이성연 기업지원과장은 “1500여 개 공장 중 70~80%가 삼성 아니면 현대 협력업체”라며 “이들 중소기업이 유발하는 인구나 세수 또한 아산의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인구 25만~30만 명 규모의 전국 지방도시 중 아산의 재정자립도는 단연 높다. 2009~2011년 3개년 평균 재정자립도가 49.4%로 경남 거제(39.2%), 전북 군산(25.2%), 전남 목포(25.6%) 등을 크게 앞선다. 과거엔 이웃한 천안에 비해 재정자립도가 한참 뒤떨어졌었지만 ‘삼성 입주’ 후 무서운 기세로 추격하더니 2006년부터 비슷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아산시청 홍보실 이모완 팀장은 “다른 기초 자치단체보다 넉넉한 세수는 교육과 복지 등 서민생활 향상에 투자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산시는 2012년 교육경비로 250억 원을 집행했다. 충남 도내 최고 수준이다. 얼마 전에는 대도시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아이스링크를 개장했다. 아산시 풍기동 소재의 이순신빙상장이 그것으로 충남 지역 최초의 아이스링크다. 65세 이상 노인들에게는 온천입장권과 이·미용권을 매년 12장씩 지급한다. 2008년에는 충남 지역 유일의 외국어고등학교인 충남외고가 탕정단지 내에서 개교했다. 학교 부지와 기숙사동 일부를 삼성이 기부 채납해 산업체 연계 특성화고의 첫 사례로 기록됐다. 주민 임채원 씨는 “공원이나 호수 주변을 깨끗하게 꾸며놓아 운동하기 좋다”며 “최근 몇 년 사이 여러모로 많이 발전했다는 걸 체감한다”고 말했다.

“고향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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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은 고속도로, 철도, 항만 등이 인접해 기업 입지로 각광받고 있다.

아산의 인구증가를 가져온 주인공은 역시나 ‘기업인구’다. 탕정단지에는 삼성디스플레이 및 삼성코닝정밀소재 임직원과 상주 협력사 인력을 포함해 2만8000여 명이 근무한다. 인근 배방읍의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까지 합하면 3만2000여 명이다. 임직원 가족을 포함한 유발인구는 7만6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현대차 아산공장 임직원도 협력업체 포함 4000여 명 규모다. 이들 중에는 아산과 천안을 비롯한 충남 지역 출신이 상당하다. 삼성디스플레이 김호정 커뮤니케이션팀 차장은 “삼성 임직원 중 30%, 협력사 임직원 중 70% 정도가 이 지역 출신”이라고 전했다. 서울이나 해외에서 학업을 마친 뒤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사는 ‘U턴(族)’도 꽤 된다. 고졸 및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지역 우대도 있다.



임 과장 역시 연세대에서 석사학위를 마친 뒤 삼성디스플레이에 입사, 2006년부터 탕정단지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의 가족은 온양 부모님 댁 근처에 터를 잡았다. 아산의 어제와 오늘을 아는 임 과장은 격세지감을 느낀다.

“1990년대 아산은 관광산업이 쇠퇴일로에 있었기 때문에 모두들 ‘여기선 먹고살 게 없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동네 어른들이 ‘어떻게 하면 삼성에 우리 아이를 들여보낼 수 있느냐’고 물어봅니다. 굳이 서울에 가지 않아도 고향에 좋은 일자리가 있으니까요.”

현대차 아산공장 직원인 김덕수 씨(39)는 명절 때마다 고교 동창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온양이 고향인 그는 천안공고를 졸업하고 군복무를 마친 뒤 1996년 아산공장이 가동을 개시할 때 현대차에 입사했다.

“그 시절에는 거제나 울산의 중공업체에 많이 취직해 고향을 떠났습니다. 저도 제대하면 그쪽으로 직장 구하러 갈 참이었는데, 마침 현대차 아산공장이 세워진 거죠. 명절 때 고향에 온 친구들이 ‘부모님을 가까이에서 모시면서 좋은 직장에서 돈 잘 벌고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고들 합니다.”

삼성디스플레이 김희동 LCD사업부 기획팀 부장(42)은 해외파 아산 시민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삼성맨이 됐다. 아산 생활은 벌써 9년째. 그는 사원아파트인 삼성트라팰리스단지에 살면서 도보로 출퇴근한다. 아내는 아산과 가까운 공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마쳤다. 그는 아이를 적어도 고교까지는 아산에서 다니게 할 생각이다.

“가끔 서울에서 물건을 사고 택배 주소를 적으면 사람들이 놀라요. 제가 25층에 사는데, 시골에 웬 25층이 있느냐고요(삼성트라팰리스는 아산시 탕정면 명암리에 소재한다). 서울 친구들도 온양은 온천 때문에 알지만, 아산이나 탕정은 잘 모르죠. 하지만 회사 가까이 살며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주변 여건도 점점 좋아지고 있어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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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남 기자│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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