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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패러다임 변화 읽고 ‘다음 사이클’ 준비해야

저가 수주전, 셰일 후폭풍에 휘청

자원 패러다임 변화 읽고 ‘다음 사이클’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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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상승에 해양 부문 급성장

해양 부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시추설비와 생산설비가 그것이다. 시추설비는 해양유전 개발을 위해 심해지층에 구멍을 뚫는 선박으로 드릴십(Drillship), 반잠수식 시추설비(Semi-Rig) 등을 일컫는다. 생산설비는 시추설비가 뚫은 해양유전에 파이프를 연결해 원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해내는 해양플랜트를 의미한다. 해양생산설비도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바다 아래 지층에 고정한 형태의 고정식 플랫폼, 바다 위에 선박처럼 떠 있는 부유식 생산설비다.

한국 조선업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2006~2008년 심해 시추설비 발주가 늘어나면서 수혜자가 됐다. 2005년 12척 수준이던 심해 시추설비 발주량은 2006~2008년 연평균 28척으로 증가했고, 이들 대부분을 한국 조선소들이 수주했다. 이 시기에 수주한 시추설비는 척당 수주 단가가 6억 달러(약 6000억~7000억 원) 안팎이고, 평균 영업이익률도 7~8%(프로젝트에 따라서는 10%를 넘기도 했다)에 달해 ‘해양플랜트=고부가가치’라는 공식이 정립됐다.

2010년부터는 해양생산설비 발주가 급증했다. 2007~2009년 한국 빅3 조선사의 해양생산설비 수주액은 연간 40억 달러 안팎에 머물렀지만, 2010년에는 80억 달러, 2011년 100억 달러, 2012년 120억 달러로 증가했다. 2011~2012년에는 심해 시추설비 발주도 2차 붐을 맞으면서 빅3 조선사의 해양 부문(시추설비+생산설비) 수주는 정점에 달했다.

이쯤 되면 의문이 생긴다. 해양플랜트 시장, 특히 심해 시추설비와 대형 생산설비 시장은 한국 빅3가 과점하고 있는데 왜 한국 조선산업이 위기를 맞았을까. 이들 기업이 독과점 아이템에서 수조 원씩의 적자를 발생시키는 것은 특이한 현상이다. 2013년 4분기~2015년 2분기까지 빅3 조선사의 누적 영업적자(K-IFRS 연결) 규모는 현대중공업 3조7000억 원, 삼성중공업 1조4000억 원, 대우조선해양 2조5000억 원 등 총 7조6000억 원에 달한다. 최근 문제가 되는 해양 프로젝트는 대부분 2009~2013년에 수주한 물량이다. 이런 현상이 발생한 원인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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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사슬의 최정점 ‘셰일’

2000년대 중후반 중국이 촉발한 소재·산업재의 슈퍼 사이클을 염두에 두고 우리 조선사들은 설비를 크게 늘렸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선 시장은 얼어붙었고, 이에 따라 빅3는 ‘해양플랜트 강화’라는 동일한 처방을 내놓게 된다. 처음엔 현대중공업이 생산설비, 삼성중공업은 드릴십, 대우조선해양은 반잠수식 시추설비에 강점이 있다는 ‘공식’이 어느 정도 통했다.

하지만 각사의 해양플랜트 설비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2010년 무렵부터는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졌다. 그 결과 저가 수주 경쟁이 발생했고, 계약조건도 발주 국가에 유리한 로컬 콘텐츠(local contents·발주국가에서 제조된 부품을 일정 비율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 비율을 받아들이면서 수익성이 악화되는 계기가 됐다.

치열한 수주전과 함께 미국의 셰일 개발은 한국 조선업에 커다란 타격을 입혔다. 값싼 원재료를 기반으로 한 미국의 제조업 부흥은 자국 내 육상 물동량을 증대시키고, 해상운송을 통한 수입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만들었다. 또한 셰일오일의 채굴량 증가로 세계 유가는 배럴당 50달러 이하로 하락했고, 채산성이 확보되지 않은 심해유전 개발은 감소했다. 셰일 개발은 시추선과 생산설비 발주가 줄어드는 직접적 원인이 됐으며, 따라서 해양선박 건조설비를 확대한 국내 빅3 조선사들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미국은 셰일 개발로 배럴당 50달러 이하의 원유를 생산하게 됐고, 천연가스는 한국, 일본의 5분의 1 가격에 사용할 수 있는 나라가 됐다. 미국은 값싼 에너지를 기반으로 제조업이 부흥하는 제조업 르네상스(American Manufacturing Renaissance)를 맞았고, 오바마 대통령은 제조업 유치(reshoring) 정책을 강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은 1950년 이후 처음으로 화학제품 순수출국이 됐으며, 한국, 일본, 인도, 영국 등에 천연가스를 수출하는 국가로 변모했다. 과거 수입에 의존하던 공산품의 상당부분을 제조업 부흥에 힙입어 자체 생산, 소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가고 있고, 그만큼 해상수입이 줄어 결국 해상물동량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전 세계 상선 발주가 감소한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치사슬(value chain·기업활동에서 부가가치가 생성되는 과정)의 최정점에 미국의 셰일 개발이 자리한다는 사실이 주요한 원인으로 해석된다. 또한 배럴당 50달러 이하에서 개발되는 미국의 셰일오일(타이트오일)의 생산 증가로 저유가 시대가 도래했고, 손익분기점(BEP)이 배럴당 70달러 전후로 추정되는 해양자원개발 투자는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950만 배럴에 육박해 세계 1위 생산국 사우디아라비아의 1000만 배럴에 근접했다. 에너지 수입국인 우리나라는 저유가가 국가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조선업을 비롯한 제조업이 충격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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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 정동익 | 현대증권 조선·기계 담당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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