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온 일과 하는 일이 다채롭다. 인도양에서 해적을 막았다. ‘카타르 육군 특임교육훈련단장’을 맡았다.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으로서 평론을 쓴다. 25권(‘위대한 전쟁, 위대한 전술’ 등)의 책을 냈다. 민간군사기업 최고경영자(CEO)면서 특수전 전문가다.
서울대 법대 다닐 땐 ‘덕후’(마니아를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에서 따온 말)였다. ‘밀덕’(밀리터리 덕후). 특수부대에 미친 듯 빠져 살았다. ‘알파고 아빠’ 데미스 허사비스는 게임과 체스 덕후 아니던가. 바야흐로 ‘성덕’(성공한 덕후)의 시대다.
양욱은 특수전에 ‘심각하게 빠지면서’ 일가를 이뤘다. 국군도 인정하는 전문가. 국방부·합동참모본부·육군·공군·해군·방위사업청 자문위원이다.
3, 4월 평양의 연이은 도발 탓에 그는 바빴다. “김정은 참수작전” “청와대 1차 타격” 운운하며 남북이 으르렁거릴 때 방송사들이 앞다퉈 그를 찾았다. 1주일에 방송 출연과 인터뷰를 53회 한 적도 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인기 덕에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하루 10시간 넘게 카메라 앞에 서기도 했다.
군사 특화 컨설팅社
▼ AWIC㈜의 업태가 독특합니다.“군사에 특화한 컨설팅 회사예요. 각국 정부의 군·경찰 시스템을 돕습니다. 교육 훈련도 제공하고요.”
▼ 저개발국 정부가 고객이겠군요.
“맞아요. 제3세계 국가가 주 대상입니다.”
▼ 해적 잡는 일도 했는데요.
“해적 막는 일을 했죠. 회사 이름은 ‘인텔엣지’였고요.”
2009년 그가 창업한 인텔엣지는 인도양에서 상선을 경호하는 ‘비즈니스’를 했다.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출신들과 함께 일했다. 인텔엣지엔 ‘해외보안전문기업’ ‘소말리아 해적’ ‘해상보안’ ‘이라크 PSD 보안컨설팅’ 같은 해시태그가 따라붙는다.
그는 특수전 장비 무역 일을 하면서 특수부대 출신 ‘동생’들을 만났다. 이 동생들과 한국에는 없던 군사 비즈니스 모델을 꾸린 것이다. 전역한 특수전 용사 24명이 해적 막는 일을 했다.
“회사가 여럿으로 쪼개졌는데 ‘해치글로벌’이라는 곳이 지금껏 남았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판 격이죠.”
▼ 카타르 육군 교육훈련단장(2009년)은 어떤 계기로 맡았습니까.
“인텔엣지를 창업하기 전 폭발물 해체 장비를 납품하는 비즈니스를 했습니다. 사업이 생각보다 잘 안 됐는데, 카타르에서 다소 엉뚱한 주문이 왔어요. 신속대응부대에 장비를 넣어주고 훈련을 시켜달라는 제안이었죠. 무조건 하겠다고 했습니다. 신속대응부대는 폭동을 진압하는 곳이었어요. 국군 특수전 부대 출신들이 교관을 맡아 가르쳤죠. 카타르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훈련 수요가 더 있으면 회사 운영이 좋았을 텐데 그렇지 않더군요. 그래서 시작한 게 해적 막는 일이에요.”
그가 덧붙여 말했다.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를 비즈니스에 이용합니다. 한국 특수부대 출신들과만 일하는 게 원칙이에요.”
▼ 국방대 국방관리대학원에 적(籍)을 뒀던데요.
“뭐랄까, 면허 없이 일하는 느낌이 있어서요. 중요한 게 아닐 수도 있는데, 가방 끈을 늘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책을 25권이나 썼습니다.
“부끄럽네요. 여기저기 평론을 쓰다보니 글이 모였고, 모인 글이 책이 됐습니다.”
‘아름다운 프로페셔널’ ‘그림자 전사, 세계의 특수부대’ ‘네이비실, 그들은 누구인가’ ‘KODEF 군용기 연감 2012~2013’(공저), ‘2002 한국군 장비연감’(공저), ‘대한민국 경찰특공대’ ‘세계의 특수작전Ⅰ·Ⅱ’ ‘신의 방패 이지스, 대양해군의 시대를 열다’(공저) 등의 책을 냈다.
‘신선놀음’ 군사 공부
▼ ‘위대한 전쟁, 위대한 전술’은 인류 역사의 변곡점이 된 전투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고찰했더군요.“마라톤 전투(BC 490), 가우가멜라 전투(BC 331), 하틴 전투(1187), 트라팔가 해전(1805) 등 19개 전투를 분석했습니다. 국방홍보원이 발행하는 월간지 ‘국방저널’ 연재를 묶은 겁니다. 국방저널 연재를 지금껏 계속합니다. 크림전쟁(1853), 보불전쟁(1870)을 거쳐 근·현대 전쟁으로 올라오고 있어요. 연재한 지 3년쯤 됐는데, 정말로 재미있게 쓰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전쟁사 공부를 다시 하는 셈이고요.”
▼ 최고 학부로 일컬어지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습니다. 군사 문제엔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요.
“마니아 비슷했죠. 요즘엔 ‘밀덕’이라 하더군요. 어릴 적부터 군대, 무기에 관심이 많았어요.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군사 관련 책이 되게 쌌어요. 밑줄 좍좍 그으면서 공부했어요.”
▼ 영어 공부도 됐겠네요.
“큰 도움이 됐죠.”
1996년 작은 잡지사 한 곳에서 ‘서울대 법대생 군사 마니아’에게 무기 개발 흐름을 글로 써달라고 청탁했다. 그는 “군사 잡지를 만들어보자”고 역제안했다. ‘컴뱃암스’라는 잡지가 그렇게 탄생했다.
“창간 멤버로 참여해 잡지 절반을 제가 채웠어요. 학교 공부보다 그 일을 더 열심히 했죠. 기사를 쓰려고 군사 공부를 더 열심히 했죠. 대학 도서관이 정보의 보고(寶庫)라는 사실을 그때 알았습니다. ‘네이벌 엔지니어스 학술지’(해군공학자를 상대로 한 미국 저널) 등을 탐독했습니다. 미국에서 나온 군사 기술 관련 논문을 줄 그어가면서 읽었죠. ‘와~ 무기 체계가 이런 식으로 발전해왔구나’ 하고 깨우쳤습니다. 정보를 발굴해 글을 내놓는 재미가 대단했어요.”
그는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면서 대학 생활을 보냈다”면서 웃었다.
“대학생 마니아가 알면 얼마나 알았겠습니까. 해외 자료 모아 분석한 수준이었죠. 특수부대와 경찰특공대에 관한 책을 내니 영화사에서 연락이 오더군요. 주연 배우가 총을 어떻게 잡고, 엑스트라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등을 조언해줬죠. 그 영화가 ‘쉬리’(1999)예요. 군사 분야를 탐구하면서 이렇듯 굉장히 재미있게 젊은 시절을 보냈죠.”
왜곡된 尙武정신

▼ 역사를 보면 우리 민족은 고구려를 비롯해 전통적으로 상무(尙武)정신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조선시대 이후 상무정신이 약화한 측면이 있어요. 군사전문가로서 어떻게 평가합니까.
“상무정신은 농경문화에 뿌리박히기가 쉽지 않아요. 무(武)의 정신은 유목민의 문화입니다. 유목민처럼 흘러 다니거나 밖으로 확장하려는 집단이 줄어들면 약화할 수밖에 없죠. 조선시대는 과거와 달랐죠. 먹고사는 일이 이전이나 주변국보다 나았습니다. 나라가 먹고살 만해지면 상무정신을 가진 이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오늘날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떤 쪽일까요?”
그가 입은 상의 옷깃에 달린 태극기 배지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잿더미에서 일어났습니다. 과거에는 어떤 식으로든 상무정신이 생길 수밖에 없었죠. 뭐라도 하나 더 구해오고, 하나라도 더 벌고자 내달렸습니다. 왜, 영화도 있지 않습니까 제목이….”
▼ ‘국제시장’.
“우리의 아버지 세대가 굉장히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냈죠. 아버지 세대의 치열함, 절실함이 상무정신의 연장이라고 봅니다. 영국 같은 나라를 두고 흔히 상무정신이 매우 강하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해적의 나라’죠, 영국이.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먹고살기 어렵다보니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된 겁니다.
대한민국 또한 상무정신이 무척 강한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상무정신에 대한 왜곡이 일어납니다. 뭔가 나쁘고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이 군대에 덧씌워졌습니다. ‘군사문화 잔재’라는 표현이 대표적이죠. 박정희 정부의 권위주의적 발전은 압축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습니다. 물론 전두환 군사정권은 정당성을 부여하기 어렵죠. 우리 군이 선배들의 행동이 낳은 짐을 짊어진 형국이에요. 상무정신은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데 기여합니다. 절실함, 치열함이 과거만 못한 게 안타깝습니다.”
▼ 한반도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으로부터 끊임없이 침략을 당했습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호국적 차원에서 고민할 것은….
“대한민국이 궁지에 몰렸을 때 함께할 세력이 누구냐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누구와 손잡을 것인가
그가 덧붙여 말했다.“1세기건, 21세기건 역사의 흐름은 비슷합니다. 해양세력이든, 대륙세력이든 한쪽에서만 공격하면 우리가 막아냈습니다. 고구려가 수(隋)와 당(唐)의 침공을 버텨낸 게 대표적이죠. 임진왜란 때는 명과 연합해 왜를 쫓아냈고요. 그런데 청일전쟁이나 러일전쟁처럼 아래와 위에서 한반도를 노릴 때는 대책이 없었죠. 신라와 당이 고구려를 무너뜨린 것도 비슷한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혼자의 힘만으로는 국가를 지킬 수 없다는 겁니다. ‘자주국방’과 ‘자력국방’은 다른 것인데, 오해하는 분이 적지 않아요. 혼자 지키는 게 자주국방이라고 착각합니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가진 힘과 의도를 잘 분별해 누구와 손잡고, 누구와 거리를 둘지 현명하게 결정해야 해요. 물론 양쪽과 다 손잡는 게 가장 좋지만,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사태에서 보듯 국가안보와 국민통합 역량이 약화하면 강대국의 계산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결정됩니다. 장기판의 졸이 되는 격인데요. 국가안보, 국민통합 역량을 강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한민국의 이익이 어느 곳에 있는지 살펴보는 게 중요합니다. 전략을 세우려면 목표가 분명해야 해요. 우리가 과연 분명한 목표를 가졌을까요. 어떤 사람은 경제 발전을 말하고, 다른 사람은 통일을 말합니다. 국가의 목표를 명확히 한 후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전략이 명확하면 안보를 다루는 사람도 그것에 맞춰 하위 개념의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핵무장론을 예로 들어보죠. 핵무장 자체가 아니라 핵무장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가 나와야 하는 겁니다. ‘북한이 핵 위협을 하니 우리도 핵무장을 하자’는 게 돼서는 안 돼요. 최종 목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면 결심해야겠죠. 최종 목표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할 필요가 없는 거고요. 요즘 나라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난망한 일로도 보이지만 대한민국이 나아가려는 방향이 무엇이냐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 특수부대를 다룬 책을 여러 권 냈던데요. 한국과 북한의 특수부대 역량은 각각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특수부대의 핵심은 두 가지예요. 남다른 정신력과 남다른 기술. 흔히 북한 김신조 부대가 한 시간에 몇 ㎞를 주파했네, 하는 얘기를 합니다. 인간의 노력만으로 어느 정도 목표를 이루는 것은 가능합니다. 동기를 잘 부여하면 성과를 낼 수 있죠.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돼서는 곤란합니다. 장비가 따라주지 않으면 목표를 이뤄내기 어려운 세상이 됐습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북한보다 특수전 역량이 낫다고 봐요.”
“전쟁은 100% 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특수전 역량을 갖춘 나라는 미국입니다. 워싱턴이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특수부대에 연간 약 7조 원을 씁니다. 생각해보세요. 한국이 무기를 구입하는 데 매년 사용하는 돈이 10조~11조 원입니다. 우리 전력증강비의 70%에 달하는 돈을 특수부대만을 위해 쓰는 거죠. 세상에 공짜는 없어요. 북한군들 훈련을 강하게 한다지만, 우리 군 하는 거 직접 한번 보세요. 전시(戰時)에 절대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체격, 체력도 훨씬 좋고요. 문제는 사회가 그런 친구들에게 걸맞은 대접을 해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는 “키워놓고는 나이가 들면 쫓아낸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특정한 나이가 넘으면 밀려나듯 부대에서 나가는 경우가 다반사예요. 실전 기술에 목말랐는데, 해외 연수에도 인색합니다. 특수전 용사로 활용하고는 나이 들면 대우를 제대로 안 해줍니다. 전투력을 높이고자 수개월치 급여를 털어넣어 훌륭한 장비를 사와도 ‘사제 장비’라면서 못 쓰게 합니다. 규정을 위한 규정과 권위의식이 프로페셔널리즘이 자리 잡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지요.”
▼ 북한은 어떻답니까.
“리서치를 한 적이 있는데 특수부대에 속했다는 게 사회적 특권이더군요. 목숨을 걸고 싸울 동기를 주는 거죠. ‘남다른 정신력’ 면에서는 북한이 나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개개인의 애국심에만 기대는데,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고취하려는 노력이 북한의 그것에 크게 못 미치는 것 같아요.”
▼ 북한의 재래식 전쟁 능력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우리 국민이 인식하는 북한의 재래식 전쟁 능력은 과장된 것입니다. 전쟁 수행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투 장비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전쟁은 100% 돈이거든요. 무기는 도태하게 마련입니다. 도태하는 만큼 새로 채워야 하는데 북한 처지에선 쉽지 않죠. ‘120만 대군’이라는 것도 숫자가 아니라 현실로 판단해야 합니다.”
▼ 건설노동자로만 일하는 군인도 있죠.
“아파트 짓던 군인, 농사 짓던 군인을 전시에 동원할 수는 있겠으나 ‘120만 대군’이라는 표현이 주는 의미는 과장된 것이죠.”
▼ 아시아·태평양에서 미중(美中) 간 패권 경쟁이 격화할 듯합니다. 특히 남중국해와 한반도가 다툼 지역으로 떠오르는데, 한반도 일대 미중 군사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봅니까.
“최근 미국 랜드연구소에서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을 비교한 ‘스코어카드’가 나왔습니다. △부족하다 △우수하다 △비슷하다…식인데, 자의적 분석이 많지만, 중국은 아직 군사력에서 미국의 상대가 안 되죠. 중요한 것은 중국 처지에서 한반도가 상당히 신경 쓰이는 곳이라는 점입니다. 한반도는 존재 자체가 중국에 부담이에요. 베이징의 전략가라면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게 최우선 목표겠죠.”
가장 가까이에 있는 위협

“중국이 A2/AD를 하려는데, 한반도 탓에 그게 안 돼요. 접근을 막거나 거부하지 못합니다. 한국이 딱 버티고 서 있어서.”
▼ 한반도에 미군기지가 있죠.
“평택, 군산, 오산…. 오산비행장엔 미국 공군의 온갖 기종이 다 들락거립니다. 중국이 보기엔 자신들을 향한 비수(匕首)죠. 제가 베이징의 안보 책임자라면 한반도에서 미군을 몰아내는 것, 적어도 한국과 미국의 동맹을 약화하는 것을 제1 목표로 삼을 겁니다.”
▼ 중국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3년 동안 한미동맹을 약화하려고 실제로 노력했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중국의 항일전승 열병식에 참석한 일도 있고요.
“반미(反美)를 외치던 분들이 친중(親中)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어요. 중국이 어떤 나라가 될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둥펑21D(지대함 탄도미사일)를 봅시다. 그거, ‘야만’이에요. 직접 타격하는 게 어려우니 핵미사일을 바다에 쏴 항공모함을 잡겠다는 겁니다. 해상에서 핵폭발을 일으켜 침몰시키겠다는 건데, 우와~ 이렇게 황당한 무기를 사용하겠다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바다에 핵미사일을 쏘면) 지구의 해양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반문명적인 데다 비인도적인 짓이에요.”
▼ 주한미군에 사드(THAA
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는 것에 중국이 발끈한 것도 A2/AD에 장애가 돼서죠.
“중국 인민해방군이 미군에 대응하는 역량을 엄청나게 강화하고 있습니다. 북한 급변사태를 가정해 한반도 진입 훈련을 하는 것을 보세요. 그걸 왜 하는 걸까요. 중국군이 한반도에 출병하면 누구와 싸우겠습니까. 결코 북한을 상대로 한 훈련이 아닙니다. 중국은 북한의 현상 유지를 원하지만, 혹여 평양이 무너지면 들어가 점령하려 할 겁니다. 그러면 인민해방군이 누구와 충돌하겠습니까.”
▼ ‘사드는 미국의 안보와 미군을 위한 것이지, 한국의 안보와는 상관없고 중국을 자극할 뿐’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얘기고요. 개인이든, 조직이든, 국가든 위험을 판단할 때는 나의 생존을 가장 먼저 고려합니다. 다가오는 위협을 살펴볼 때 사람이건, 동물이건 가장 근처에 있는 적대적 요소부터 분석합니다. 특히 물리적 위해라면 코앞에 주먹을 든 사람부터 봐야죠. 우리에게 물리적 위해를 가할 수 있으며, ‘가하겠다’고 말하는 집단이 현재 어느 곳입니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생존과 관련한 핵심 위험을 이해조차 못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정치적 견해에 따라 객관적 사실을 무시하고 외눈으로 들여다봐서 그래요. 사드 배치는 주한미군뿐 아니라 동맹에 대한 방어이기도 해요. 한국에도 도움이 되죠. 주목할 만한 대목은 핵 위협 강도가 높아질 때마다 사드가 동아시아에 가까워졌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북한의 2009년 핵실험 이후 하와이, 2013년 핵실험 이후 괌에 사드를 전진 배치합니다. 이제 4차 핵실험을 했으니 더 당겨놓으려는 것이죠.”
중국의 한반도 ‘예방전쟁’
▼ 사드의 요격 성공률을 놓고도 논란이 있습니다.“요격률이 ‘○○%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14차례의 테스트가 있었습니다. 요격에 다 성공했죠. 그런데 조건이 안 맞아 테스트가 중단된 경우도 있고, 1999년부터 성공하기 시작했는데 그 이전엔 실패한 경우도 있습니다. 실전 배치 이전이니 그것들은 빼는 게 맞을 겁니다. 실전 배치형으로는 14번 시험에 14번 합격한 셈입니다. 그렇더라도 100%라는 것은 없습니다. 실전에서는 80%가 될 수도, 70%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애로2나 애로3, 중국의 훙치(紅旗)9, 러시아의 S-400과 비교할 때 가장 많이 테스트되고 노하우가 쌓인 게 사드죠.”
▼ 중국과 일본이 분쟁 중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도 화약고가 될 수 있는 곳이죠.
“그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되겠지만, 센카쿠 열도에서 중일 간 충돌이 발생하고 미일동맹에 따라 미국이 개입해 미중 간 전쟁이 난다고 가정해봅시다.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답은 딱 한 가지죠. 아주 간단한 건데 헷갈리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한미동맹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것이잖습니까. 상호! 한미동맹은 ‘우리에게 나쁜 일 생기면 너희가 도와주고, 너희에게 나쁜 일 생기면 우리가 도와준다’고 약속한 거예요.”
▼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에 배치한 레이더가 한반도 상공 전체를 감시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중국군의 동태와 관련한 견해를 들려주시죠.
“선양군구 재편 등을 보면 북한 급변사태 시 최대한 빨리 진격해 최대한 깊이 들어가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보여요. 한반도 상륙작전 등은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낮아 보이지만 이 부분의 역량도 확충할 것 같아요. 낙하산 부대 전력도 강화·발전시키고 있고요. 전광석화같이 들어와 한 평의 땅이라도 더 접수하려 할 겁니다. 레이더 등 정찰 능력도 나날이 강화하고 있고요.”
▼ 대비해야 할 게 많겠군요.
“경계할 대목은 중국이 역사적으로 한반도에서 ‘예방전쟁’을 해왔다는 겁니다. 임진왜란이 그랬고, 6·25전쟁이 그랬죠. 중국처럼 전쟁을 좋아하고 전쟁을 잘 활용한 국가도 드뭅니다. 이 같은 문화가 중국에 남아 있기에 늘 준비하고 경계해야 해요.”
센카쿠 갈등 다시 보기

“제주 민군복합항이 그런 일에 대응하고자 존재하는 겁니다. 민군복합항을 통해 전략적 자유가 보장된 항구를 확보했는데요. 동맹의 자산도 편하게 들어와 작전하는 기지가 될 수 있는 거죠. 중국이 이어도를 침범하려 도발한다면 우선 경고를 해야겠죠. 경고에도 아랑곳않는다면 미군이 민군복합항에 편하게 머무를 여건을 제공해야 합니다. 항구 규모가 꽤 커요. 민간 부두 쪽에 크루즈선이 정박할 수 있고요. 대형 항공모함도 입항할 수 있습니다. 중국이 긴장을 더 높이면 미국 해군을 제주도에 상시 전진배치하는 것도 고려해야죠.
센카쿠 열도 갈등을 중국과 일본의 축구 대결처럼 희희낙락 지켜보는 분도 있을 겁니다. 베이징이 도쿄를 혼내줘야 한다면서 좋아한 분도 있겠고요. 하지만 상황이 복잡합니다. 우리 땅인 독도와 이어도 문제를 보더라도 센카쿠 열도는 일본 땅이라는 게 우리의 논리여야 합니다. 미국의 역대 정부는 하나같이 센카쿠 열도가 공격받으면 일본을 보호한다는 의견을 천명한 바 있습니다. 중국이 이어도에서 도발할 경우 우리도 한미동맹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한미동맹, 미일동맹을 이용한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는 게 중국의 군사적 보복을 막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 아베 신조 정권 등장 이후 일본은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됐습니다. 일본 또한 군사력 강화에 나섰는데요.
“일본은 현재 GDP(국내총생산)의 1%대를 국방비로 씁니다. 일본 국력에 걸맞은 국방비는 2%대죠. 일본이 2% 넘게 국방비를 쓰는 순간, 재무장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지금은 말로만 재무장 수준이고요. 2% 넘게 국방비를 쓸 경우 우리가 긴장해야 합니다. 다만 일본의 재무장에는 한계가 분명히 있습니다. 미국이 허락하는 만큼만 무장합니다. 워싱턴은 도쿄가 특정 수준을 넘어서는 재무장에 나서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듯싶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과거에 서로 전쟁을 한 나라이기 때문이죠”
▼ 미일동맹은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서 매우 중요하죠. 워싱턴은 도쿄의 역할을 더욱 키우려는 듯하고요.
“일본을 ‘아시아의 영국’으로 키우려는 생각을 가진 것 같습니다만…. 그렇더라도 전략 자산과 관련해선 일본의 재무장에 제한을 둘 것으로 보입니다. 공격용 무기 비보유 원칙에 따라 B2 같은 전략폭격기를 보유하지 않겠다고 일본이 얘기해왔고 앞으로도 갖지 않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날이 오면
▼ 대결 구도 아래서 남북의 청년들이 대치의 최전선에서 군 복무를 하고 있지만, 통일을 이뤄내면 한반도 전체의 안보와 나라의 발전을 위해 손잡고 나아가야 합니다. 북한 청년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도 있을 것 같네요.“마음을 열어라! 세상을 넓게 봐라! 무엇보다 꿈과 희망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통일의 그날 이후 꿈과 희망을 펼칠 장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북한 체제 안에서 꿈과 희망을 펼치려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거예요. 일단은 터전 안에서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꿈과 희망을 이룰 세계가 북한 바깥에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남북의 청년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며 술잔을 맞댈 그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