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호

신한금융그룹, 베트남 진출 30년 만에 최대 외국계 금융 네트워크 자리매김

[韓-베트남 수교 30年 연중기획 | 한국 기업, 飛上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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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22-05-2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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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SBC 따돌리고 외국계 은행 1위

    • 베트남의 쿠팡 ‘티키’ 지분 인수

    • 2011년 신한베트남은행 출범

    • 2021년 말 기준 총자산 65억2400만 달러 규모

    • 은행·카드·증권·보험 핵심 계열사 모두 진출

    • 리테일·기업금융·IB 등 활발한 영업활동 중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한 지 올해로 30주년을 맞는다. 한 세대 만에 양국은 전략적협력동반자관계로 격상됐고, 세계에서 가장 긴밀한 협력국가가 됐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 양국이 서로에게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베트남은 지난해 중국·미국에 이어 한국이 수출을 가장 많이 한 세 번째 국가였고, 중국·미국·호주·일본·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여섯 번째로 수입을 많이 한 나라다. 한국과 베트남 양국이 이처럼 긴밀한 경제협력 관계를 구축한 것은 일찌감치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들의 노력 덕택이다. 한국-베트남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 상생 경제협력 모델 구축에 앞장서 온 우리 기업들의 활약상을 연중기획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베트남은 전체 인구의 평균연령이 젊어 성장잠재력이 높은 국가로 평가된다. 사진은 하늘에서 내려다본 하노이 도심 전경. [Gettyimage]

    베트남은 전체 인구의 평균연령이 젊어 성장잠재력이 높은 국가로 평가된다. 사진은 하늘에서 내려다본 하노이 도심 전경. [Gettyimage]

    베트남은 성장잠재력이 높은 국가로 평가된다. 그 이유는 인구 연령이 비교적 젊다는 데 있다. 지난해 코트라가 발표한 ‘2021국별진출전략-베트남’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베트남 인구는 9750만여 명으로 이 가운데 19세 이하가 29.9%, 20~39세 32.5%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의 평균연령도 32.5세로 청년국가에 속한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성장을 거듭하던 베트남 경제는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침체를 겪었다. 공산주의 국가인 베트남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엄격한 봉쇄 정책을 실시했는데 이는 경제에 직격타를 입혔다. 그 결과 지난해 3분기에는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6.2%)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베트남 경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세계적인 위드코로나 분위기 속에 점진적으로 리오프닝 정책을 취하고 있기 때문. 베트남 정부가 올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6.0~6.5%로 목표한 데 이어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초 보고서를 통해 베트남의 GDP 성장률을 6.8%로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 및 금융사들의 사업 확대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5월 2일 신한금융그룹은 베트남에서 2000만여 고객을 보유한 이커머스(E-Commerce) 선도 기업 ‘티키(Tiki)’의 지분 10%를 인수하는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티키는 베트남의 ‘쿠팡’이라고 불리는 이커머스 기업으로 식료품부터 디지털 서비스까지 다양한 상품을 빠르게 배송하는 것을 강점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티키는 베트남의 여러 은행과 제휴해 더 간편한 자체 전자결제 시스템을 도입했고,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소비자의 온라인 쇼핑 비중이 상승하면서 높은 성장률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의 쿠팡 ‘티키’ 3대 주주 신한금융

    신한금융그룹은 1월 25일 신한라이프 베트남 법인을 공식 출범했다. [신한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은 1월 25일 신한라이프 베트남 법인을 공식 출범했다. [신한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은 주요 계열사인 신한은행과 신한카드를 통해 각각 7%, 3%씩 티키 지분을 인수한다. 지분 인수가 완료되면 신한금융은 티키의 3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신한금융은 티키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고객 접점 다변화 △비금융 정보 기반 신용평가 고도화 △디지털 환경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이 현지에서 비즈니스 모델 다각화에 앞장설 수 있었던 것은 일찌감치 베트남에 진출해 현지화에 성공한 덕분이다. 신한금융은 1992년 베트남에 대표사무소를 설치한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거쳐 현재 자산, 예금, 대출, 손익, 채널 등 모든 부분에서 1위인 외국계 금융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신한금융은 16년 전 조흥은행과 합병한 이후 베트남 내 자회사 통합정책으로 2009년 지금의 신한베트남은행을 출범했다. 이후 빠르게 성장하는 베트남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비슷한 시기 진출한 HSBC, ANZ, SC, HLB 등 외국계 은행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신한금융은 △기업 및 리테일, 현지인 대상 영업 △현지 통화와 달러 환전 △남부와 북부의 균형 성장을 통해 조직 안정화에 집중했다.

    2017년 이후 신한금융은 고(高)자산 고객을 대상으로 한 PWM((Private Wealth Management), IB(Invest Bank) 및 주요 계열사의 동반 진출로 사업을 다각화해 성장 모멘텀을 유지했다. 지금까지 디지털화 및 현지화 등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완성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그 결과 최근 5년간 연평균 20%씩 성장하는 성과를 얻었다.

    현재 신한금융그룹은 베트남 현지에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금융투자, 신한라이프, 신한DS 등 핵심 계열사가 모두 진출해 있다. 각각 리테일, 기업금융, IB, WM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전략적 영업을 추진하고 있다.

    1992년 베트남 진출, 외국계 은행 1위

    신한금융의 베트남 진출 역사는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현지 은행인 베트콤은행과 한국의 제일은행 등이 지분 출자 형식으로 베트남 퍼스트비나은행을 설립했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덮치면서 제일은행은 미국의 투자회사인 뉴브리지캐피털에 매각됐고, 2000년 조흥은행이 퍼스트비나은행을 인수하면서 베트남 퍼스트비나은행은 조흥비나은행으로 탈바꿈했다. 이후 2006년 신한은행이 조흥은행을 인수·합병하면서 최종 명칭은 신한비나은행이 됐다.

    신한금융은 2009년 현지 공식 법인인 신한베트남은행을 설립했다. 이후 2011년 자회사 통합정책으로 신한베트남은행과 신한비나은행의 합병을 완료했다. 2017년 말에는 호주 및 뉴질랜드에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국적 금융그룹인 ANZ BANK의 베트남 리테일 부문도 인수했다. 이로써 신한베트남은행은 베트남 내 외국계 선도 은행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신한베트남은행은 현지에서 가장 큰 외국계 은행으로 꼽힌다. 남부의 호찌민, 중부의 다낭, 북부의 하노이·하이퐁 등 베트남 전역에 은행만 43개 영업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 카드, 금융투자, 생명, DS 등을 포함하면 83개 영업점을 갖추고 있는데, 이는 외국계 금융그룹 가운데 최다 네트워크다.

    실적도 2021년 말 기준으로 전년 대비 13.4% 성장해 총자산 65억2400만 달러, 약 8조3311억 원을 기록해 2위인 외국계 은행 HSBC베트남은행과 두 배가량 차이가 난다.

    신한베트남은행의 성장에 크게 기여한 곳은 리테일 대출 부문이다. 2012년 말 기준 잔액은 700만 달러에 불과했는데 신한비나은행과 통합한 후 2017년 말 기준으로 7억 달러를 돌파해 5년 사이 100배 성장을 이뤘다. 특히 대출 고객의 99% 이상을 현지인으로 확보해 업계에서 현지화 영업의 성공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현지에서 디지털 금융사로서 성장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8년 SOL 모바일 뱅킹을 출시 후 70만 고객이 가입을 하였으며, △베트남 카카오톡 ‘잘로(Zalo)’ 플랫폼 기반 신용카드, 대출 상품 제휴 △베트남 쿠팡 ‘TIKI’에 대한 전략적 지분 투자 후 PLCC(Private label credit card), BNPL(Buy now pay later) 상품 개발 △베트남 1위 전자지갑 플랫폼인 MOMO와 신용대출 및 해외 송금 사업 협업 등 베트남 디지털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이 최근 본격적으로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구축함에 따라 베트남 내 외국계 1등 은행을 넘어 현지 디지털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첨단 디지털 은행으로서 위상을 확고히 한다는 각오다.

    2019년 SVFC 출범, 1년 만에 23.3%↑

    신한카드 역시 베트남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신한카드는 2019년 영국에 본사를 둔 프루덴셜(Prudential Plc) 금융그룹의 베트남 소비자금융회사인 푸르덴셜베트남파이낸스(PVFC)를 인수해 신한베트남파이낸스(SVFC)를 출범함으로써 사세를 키웠다.

    베트남 소비자금융 시장은 최근 3년간 63%의 가파른 자산성장률을 기록했다. 평균 6%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여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유망 시장으로 지목됐다. PVFC는 2006년 베트남에 설립된 최초의 외국계 소비자금융사로 2016년 말 기준 약 10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우량기업으로 평가받았다.

    베트남에서 신성장동력 확보를 모색하던 신한카드는 3년 전 PVFC 인수에 성공하고 성장 모멘텀을 확보했다. 신한카드의 PVFC 인수는 2018년 7월 출범한 신한금융그룹 내 글로벌 매트릭스 사업 부문이 이뤄낸 첫 번째 성공 사례이자 그룹 내 비(非)은행 부문의 첫 대형 해외 M&A로 기록됐다.

    SVFC 출범 당시 기존에 PVFC가 가진 고객군과 신한베트남은행 고객군의 중복이 적어 신한금융의 베트남 내 고객 기반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감을 모았다. 실제로 인수 첫해 당기순이익은 184억 원을 기록했고, 2020년에는 227억 원으로 23.3% 증가했다.

    또한 신한카드는 SVFC 출범 이후 기존 신한베트남은행을 통해 영위하던 신용카드 사업 영역을 더욱 확대하고 나섰다. 그 결과 2021년 말 기준 베트남에 문을 연 신한카드의 영업점은 35개로 늘었다. 현재 SVFC는 베트남에서 은행, 금융투자 등의 계열사와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One Shinhan(하나의 신한)’ 관점의 글로벌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신한금투, 업계 최초 현지화 IB딜 완성

    신한금융투자(이하 신한금투) 역시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글로벌 비즈니스의 일환으로 2016년 2월 ‘신한금융투자 베트남(Shinhan Securities Vietnam Co., Ltd)’ 법인을 출범하고 영업에 나섰다.

    베트남 법인 출범과 함께 신한금투는 국내 고객에게 성장성이 높은 베트남의 우수한 크로스보더(Cross-border·국경 간 거래) IB(Invest Bank·투자은행) 딜을 공급하고 있다. 또한 한국 본사 IB 부문과 협업해 베트남 내 다양한 IB 비즈니스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법인 출범 직후인 2017년 신한금투 베트남 법인은 베트남 1위 소비자 여신 전문 회사인 ‘VP파이낸스’의 대출채권 유동화 거래에 참여했다. 당시 약 230억 원 규모의 달러화 표시 채권을 국내 투자자에게 제공하고 투자를 이끌어냈다. 이를 시작으로 현지화된 딜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동시에 신한금투 본사 및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와 협업해 성공적인 IB 딜을 진행하고 있다.

    신한금투는 2018년 5월 베트남 1위의 전력장비 그룹이자 호찌민 증권거래소 상장사인 GELEX(HOSE: GEX, Vietnam Electrical Engineering Equipment JSC)의 총 4000억 동(약 190억 원) 규모의 현지 기업 회사채 발행을 주관했다.

    GELEX 회사채 발행 거래는 여러 면에서 의의가 크다. 베트남 현지 통화인 동화 채권으로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현지 기관투자자에게 판매까지 모두 이뤄진 실질적 의미의 현지화된 IB딜이기 때문. 또한 신한금투 베트남 법인이 직접 발굴하고, 신한금투 GIB(Group and Global Investment Banking)가 발행 구조의 설계를 자문하는 등 긴밀한 협업으로 업계 최초의 현지화된 IB딜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뜻깊다.

    더불어 신한베트남은행은 베트남 기업의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딜에서 담보관리, 양수도관리 등 대리기관(Agent Bank) 역할을 맡아 진행함으로써 현지 발행사에 신한금융그룹 차원의 ‘One Shinhan Solution’을 제공해 업계에서 의미 있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 밖에 신한금투는 2020년 5월 베트남 최대 종합 소비재 그룹인 마산 그룹(Masan Group)의 동화 표시 공모채권에 투자해 베트남 법인의 공모채권 시장 진입 첫 사례를 만들었다. 같은 해 6월 동남아 종합 플라스틱 제조 그룹의 지주사인 안팟홀딩스(An Phat Holdings) 교환사채(EB) 투자를 통해 메자닌(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 단계에 있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 시장 참여에 첫발을 내디뎠다.

    신한금투 베트남 법인은 2021년 5월 주력 사업 모델인 IB 비즈니스 외에 리테일 브로커리지(Retail Brokerage·주식매매 중개)/마진대출 비즈니스도 신규 출범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새롭게 시작하는 리테일 브로커리지/마진대출 사업은 현재 베트남 내 한국계 증권사들의 주요 사업 모델로 평가된다.

    신한라이프 CSR 활동으로 법인 인가 획득

    신한라이프는 2022년 1월 베트남 법인을 출범하고 공식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신한은행/신한파이낸스 방카슈랑스 영업 등 그룹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해 신한금융의 베트남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이에 앞서 신한생명은 2015년 6월 베트남 하노이에 해외 주재사무소를 열어 현지 시장조사를 하는 동시에 금융 당국과 협력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그 일환으로 현지에 초등학교 교실을 준공하는 등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실시했다. 더불어 보험개발원과 협력해 베트남 보험감독국을 대상으로 ‘베트남 보험요율선진화 협력 지원 사업’도 진행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신한생명은 2020년 7월 베트남 재무부(Ministry of Finance)에 법인 설립 인가 신청을 접수한 지 7개월 만인 2021년 2월 베트남 법인 설립 인가를 획득했다. 2021년 12월에는 자본금 1억 달러(약 1100억 원)를 예치해 사업 추진을 위한 재무안정성을 확보했고, 올해 1월 신한라이프 베트남 법인 출범을 성사시켰다.

    이외에도 신한금융그룹은 금융 네트워크 솔루션 전문업체 신한DS 현지법인을 2018년 출범하고, 현지 그룹사를 대상으로 IC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혜연 차장

    정혜연 차장

    2007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여성동아, 주간동아, 채널A 국제부 등을 거쳐 2022년부터 신동아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금융, 부동산, 재태크, 유통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의미있는 기사를 생산하는 기자가 되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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