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가 아닌 성공이 성공의 어머니”
순경 공채로 입직해 경찰 2인자 중 1명으로 우뚝
여성 경찰 중 역대 세 번째 치안정감
치안정감 승진이 내정된 송정애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 [대전지방경찰청]
치안정감은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 계급이다. 경찰청 차장과 국가수사본부장, 서울·인천·경기남부·부산경찰청장, 경찰대학장 7명이 치안정감. 김창룡 경찰청장의 임기가 7월로 끝나기 때문에 이번 치안정감 승진자 중 경찰청장이 나올 수도 있다.
송 기획관은 1963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 한일여자실업고를 나와 1981년 경찰에 입직했다. 이후 충남경찰청 여성청소년계장을 거쳐 충남 당진, 대전 중부, 대전 대덕 경찰서장을 지낸 뒤 2018년 대전경찰청 경무관으로 승진했다.
승진 때마다 그의 이름 앞에는 ‘여성 최초’라는 문구가 따라붙었다. 2013년 ‘대전·충남 지역 최초 여성 총경’ 2018년 ‘충청권 최초 여성 경무관’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2020년 치안감 승진 당시에는 이금형 전 부산경찰청장, 이은정 전 경찰대학장에 이어 세 번째 경찰청 여성 국장으로 임명돼 큰 관심을 모았다.
“부드러우면서도 책임감 강하고 일 잘한다”
송 기획관은 전·현직 경찰로부터 좋은 평을 받고 있다. 김용인 경우회장은 송 기획관에 대해 “일을 야무지게 잘하면서도 겸손하고, 부드러운 가운데 강함이 있다. 순경으로 들어와 치안정감까지 오른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인사 발표 직후인 25일 오후 치안정감 승진이 내정된 송 기획관과 전화로 인터뷰했다.-주변 칭찬이 대단하더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왜 경찰이 됐나.
“진짜 꿈은 동네를 발전시키는 새마을 지도자였는데 우연한 일을 계기로 마음이 바뀌었다. 아버지가 시골에서 동네 이장만 40년을 하셨다. 면 단위 시골이라 면사무소에서 공무원이 나오면 부모님이 식사도 대접하고 무척 존중해주셨다. 그 모습을 보니 공무원이 되고 싶었다. 경찰 시험이 가장 먼저 치러져 그 시험에 도전했다. 경쟁률이 80대 1이었는데 다행히 합격했고 들어와 보니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보람된 직업이었다.”
-지금까지 비교적 순탄하게 경찰 생활을 한 것처럼 보인다. 비결이 뭔가.
“나는 실패가 아닌 성공이 성공의 어머니라고 생각한다.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작은 목표를 앞에 두고 이를 이루려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극복하고 이겨내면서 또 다른 목표를 거듭 성취할 수 있다.”
‘바쁘신 엄마, 배고픈 나’
-여성 경찰로서 조직에서 경쟁력을 갖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어떻게 버티고 견뎠나.“여성과 남성을 갈라치기할까 봐 저어되는데, 예전에는 지금과 분위기가 달라 조금만 일에 소홀해도 집에서 밥이나 하지 뭣 하러 나왔느냐는 말을 할 때였다. 그래서 그런 말을 듣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 일했고 애들 졸업식이나 병원 진료도 잘 챙기지 못했다. 아이가 초등학교 때 윤석중 선생의 새싹회에서 주최하는 글짓기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상금도 70만 원이나 되더라. 큰 맘 먹고 시상식에 갔다. 5월에 어버이날이 있어선지 주제가 어머니였다. 다른 아이들은 어머니에 대해 그리움, 존경심, 친밀감을 드러냈는데 우리 아들만 제목이 ‘바쁘신 엄마, 배고픈 나’였다.”
송 기획관은 목이 메는지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이었다.
“또 한 번은 대학에서 영어 프레젠테이션이 있다고 하면서 내게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는데 영문을 해석해보니 저에 대한 이야기였다. 자기가 존경하는 사람에 대해 쓴 거라고 했다. 그 정도면 내가 잘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 오는 데 이 같은 가족들의 헌신, 희생, 기원, 격려와 동료들의 응원, 독려가 큰 힘이 됐다. 순경 공채 선임자로서 늘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롤 모델 역할을 잘하고 싶다.”
-경찰로서 사명감이 대단하다고 들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했나.
“나는 여경이 아닌 그냥 경찰이다. 오로지 시민의 안전만 생각한다. 치안책임자는 늘 결정하고 판단하고 책임지는 자리다. 인디언 추장한테 당신의 역할 중 가장 큰 권한이 무엇이냐고 했더니 전쟁이 났을 때 제일 앞에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처럼 책임을 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임을 다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열정적인 사람만이 조직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창의력도 발휘한다. 대전경찰청장 때는 엄마 리더십을 발휘했다. 엄마 리더십은 기다리고 격려하는 리더십이다. 직원들을 보살피고 격려하고 칭찬하면서 따뜻하고 긍정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었다. 그 후 여러 부문에서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오로지 주민들의 안전만을 바라보며 서로 힘을 합쳐나가면 모든 지표가 개선된다.”
-차기 경찰청장 후보 중 한 명이다.
“일어나지 않은 ‘만약’에 대해 답하고 싶지 않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오로지 국민의 안녕과 경찰의 건강한 성장과 발전을 바란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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