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호

시마당

은월

  • 이혜미

    입력2022-06-1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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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크는 표정의 속옷

    질문을 던지고 재빨리 훔쳐봤지
    흐려지는 옆얼굴을

    물그릇에 손을 담그면 반쯤은 젖은 기분
    반쯤은 말라가는 기분

    불분명한 미소의 이음새를 따라
    투명한 점선을 그렸다.

    감춰진 마음의 각도를 만져보려고



    흰 장막을 들춰 밤의 안쪽을 만나고 싶었지
    멀리서 조금씩 환해지는 비밀을

    기만과 고백 사이에서
    나는 반쯤 빛나는 사람
    반쯤은 썩어가는 안쪽.

    드리워진 달의 낯빛은
    물이 마른 자리에 서린 얼룩 같았어.

    담장 위로 고개를 내민 아이처럼

    사랑을 잠시 엿본 얼굴로

    봐, 월식이 온다.

    [Gettyimage]

    [Gettyimage]


    이혜미
    ● 1988년 경기 안양 출생
    ● 2006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 시집 ‘보리의 바깥’ ‘뜻밖의 바닐라’ ‘빛의 자격을 얻어’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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